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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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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보석 같은 덩굴용담 열매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55 07.11.07 04:2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엊그제 돌오름 가는 길

이 보석과 인연이 있으려고 쉬운 길을 두고

밭을 건너서 소나무 가시밭길을 헤쳐

냇가를 따라 꾸불꾸불 돌아가야 했다.


늦가을 풀밭 오름은 오름 대로

가는 곳마다 억새의 가벼운 춤과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들꽃이 널려 있어 좋지만

숲 오름에 가면 보석 같이 빛나는 이런 열매가 있어 좋다.


덩굴용담은 쌍떡잎식물 용담목 용담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산기슭의 양지쪽에서 발견되며 줄기는 가늘고 길어 다른 물체를 감는다.

길이는 30∼60cm정도인데, 털이 없고 자줏빛이 돈다.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가 있으며 긴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 바소꼴이다.


9∼10월에 홍자색 꽃이 피며,

꽃자루가 짧고 위쪽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수술은 5개이고, 씨방은 대가 있으며 꽃이 진 다음 길게 자라는데

열매는 장과로 지름 8mm이고 홍자색의 긴 공 모양이다.


 

♣ 용담 - 김승기


가야 할 때를 알고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도 아름답지만,

말없이 남아 지켜보는 이의 얼굴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일찍 피어 일찍 지고

늦게 피어 늦게 지는,

살아야 하는 시간과 쓰임새가

서로 다르게 주어진 목숨,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역할이던가


봄바람으로 팔짝 피었다 지는 생명이야

쓰라린 가슴 감추며

예쁜 발걸음으로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소슬바람 찬서리 맞으며

갈색으로 마르는 하늘 지켜보는

늦가을 사랑

어찌 아니 저리겠는가


가야 할 때를 먼저 알고

푸른 산천을 껴안은 채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보다

웃음으로 붉은 등 지켜보는

보랏빛 얼굴

얼마나 장엄한가


 

♣ 가을 하늘 2 - 권경업

 

너를 만나려면

쑥밭재 잿마루로 가야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하에 묻히는 삶은

신촌, 시청앞, 종로에서 다시 부활하여도

이제는, 너를 만날 수 없어

아득한 쑥밭재 잿마루로 가야한다


조개골 거슬러,

시간이 멈추어 서는 상수리숲 언저리 어디쯤

거기 해 뜨고 해 지는 종일

작은 용담꽃 되어 너를 바라보다가

날 저물어, 꼭꼭 품어 두었던 별들이

사랑한다는 말처럼 떠오를 때

내 푸른 꽃잎에도

눈물 같은 이슬은 맺혀


직박구리 둥지 떠나고

다들 바삐 떠나가면, 끝내 나도

마른 꽃대궁 남겨두고 떠나겠지만

내 푸르름 다 할 때 까지

너만을, 너만을 바라보리라

 

 

♣ 연통(煙筒)에 대하여 - 이건청


난로는 녹슬고 있다.

손으로 문지르면

빨간 녹이, 가루가 되어 날린다.

불만처럼 흩어진다. 

뚜껑을 열어보면

그 속에 거미가 산다.

컴컴한 안 쪽 거미줄을 치고 있다.

소주병은 그 옆에 둔다.

이따금, 빈 병들이 빈 병들끼리 모여

수군거린다. 알코홀에 대해서,

연통 밖에 핀 용담꽃과

제비꽃에 대해서,

진한 알코올이 파아랗게 타올라

휘청거리는 말이 되어 사라진다.

어디선가 하이얀 치자꽃 하나가

떨어진다. 진한 향내가

난로 속에 번진다.

나는 난로 하나를 가지고 있다.

연통 속 어딘가가 막혀버렸는지

막혀버렸는지

연기를 뽑아 올릴 수 없다.

오래 되어 연통이 삭아가는 난로,

나는 난로를 가지고 있다.

연기만 자욱이 피워 올리는

난로 하나를 가지고 있다.

 

 

♣ 용담(龍膽) - 홍해리(洪海里)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

돌아와 서성이는 텅 빈 안마당에

스산히 마른 가슴만 홀로 서걱이는데

소리치며 달리던 초록빛 바람하며

이제와 불꽃 육신 스스로 태우는 산천

서리하늘 찬바람에 기러기 떠도

입 꼭꼭 다물고 떠나버린 사람아

달빛에 젖은 몸이 허기가 져서

너울너울 천지간에 흐늑이는데

잔치집 불빛처럼 화안히 피어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하리라'*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

---  

*용담의 꽃말

 

 

♬ A Comme Amour(가을의 속삭임) / Richard Clayd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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