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돌오름 가는 길 이 보석과 인연이 있으려고 쉬운 길을 두고 밭을 건너서 소나무 가시밭길을 헤쳐 냇가를 따라 꾸불꾸불 돌아가야 했다. 늦가을 풀밭 오름은 오름 대로 가는 곳마다 억새의 가벼운 춤과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들꽃이 널려 있어 좋지만 숲 오름에 가면 보석 같이 빛나는 이런 열매가 있어 좋다. 덩굴용담은 쌍떡잎식물 용담목 용담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산기슭의 양지쪽에서 발견되며 줄기는 가늘고 길어 다른 물체를 감는다. 길이는 30∼60cm정도인데, 털이 없고 자줏빛이 돈다.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가 있으며 긴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 바소꼴이다. 9∼10월에 홍자색 꽃이 피며, 꽃자루가 짧고 위쪽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수술은 5개이고, 씨방은 대가 있으며 꽃이 진 다음 길게 자라는데 열매는 장과로 지름 8mm이고 홍자색의 긴 공 모양이다.
♣ 용담 - 김승기 가야 할 때를 알고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도 아름답지만, 말없이 남아 지켜보는 이의 얼굴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일찍 피어 일찍 지고 늦게 피어 늦게 지는, 살아야 하는 시간과 쓰임새가 서로 다르게 주어진 목숨,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역할이던가 봄바람으로 팔짝 피었다 지는 생명이야 쓰라린 가슴 감추며 예쁜 발걸음으로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소슬바람 찬서리 맞으며 갈색으로 마르는 하늘 지켜보는 늦가을 사랑 어찌 아니 저리겠는가 가야 할 때를 먼저 알고 푸른 산천을 껴안은 채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보다 웃음으로 붉은 등 지켜보는 보랏빛 얼굴 얼마나 장엄한가
♣ 가을 하늘 2 - 권경업
너를 만나려면 쑥밭재 잿마루로 가야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하에 묻히는 삶은 신촌, 시청앞, 종로에서 다시 부활하여도 이제는, 너를 만날 수 없어 아득한 쑥밭재 잿마루로 가야한다 조개골 거슬러, 시간이 멈추어 서는 상수리숲 언저리 어디쯤 거기 해 뜨고 해 지는 종일 작은 용담꽃 되어 너를 바라보다가 날 저물어, 꼭꼭 품어 두었던 별들이 사랑한다는 말처럼 떠오를 때 내 푸른 꽃잎에도 눈물 같은 이슬은 맺혀 직박구리 둥지 떠나고 다들 바삐 떠나가면, 끝내 나도 마른 꽃대궁 남겨두고 떠나겠지만 내 푸르름 다 할 때 까지 너만을, 너만을 바라보리라
♣ 연통(煙筒)에 대하여 - 이건청 난로는 녹슬고 있다. 손으로 문지르면 빨간 녹이, 가루가 되어 날린다. 불만처럼 흩어진다. 뚜껑을 열어보면 그 속에 거미가 산다. 컴컴한 안 쪽 거미줄을 치고 있다. 소주병은 그 옆에 둔다. 이따금, 빈 병들이 빈 병들끼리 모여 수군거린다. 알코홀에 대해서, 연통 밖에 핀 용담꽃과 제비꽃에 대해서, 진한 알코올이 파아랗게 타올라 휘청거리는 말이 되어 사라진다. 어디선가 하이얀 치자꽃 하나가 떨어진다. 진한 향내가 난로 속에 번진다. 나는 난로 하나를 가지고 있다. 연통 속 어딘가가 막혀버렸는지 막혀버렸는지 연기를 뽑아 올릴 수 없다. 오래 되어 연통이 삭아가는 난로, 나는 난로를 가지고 있다. 연기만 자욱이 피워 올리는 난로 하나를 가지고 있다.
♣ 용담(龍膽) - 홍해리(洪海里)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 돌아와 서성이는 텅 빈 안마당에 스산히 마른 가슴만 홀로 서걱이는데 소리치며 달리던 초록빛 바람하며 이제와 불꽃 육신 스스로 태우는 산천 서리하늘 찬바람에 기러기 떠도 입 꼭꼭 다물고 떠나버린 사람아 달빛에 젖은 몸이 허기가 져서 너울너울 천지간에 흐늑이는데 잔치집 불빛처럼 화안히 피어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하리라'* 떠나가도 눈에 선히 밟히는 사람아.
--- *용담의 꽃말
♬ A Comme Amour(가을의 속삭임) / Richard Clayderman |
출처: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김창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