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낚시천국 대마도의 호젓한 바다 풍경
▲ 대마도하면 대물 벵에돔 낚시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어종, 어디로 가면 만날 수 있을까?
국내에서 해외 원정낚시로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아무래도 가까운 일본이 빠질 수 없다. 대마도와 남녀군도는 해마다 수백, 수천 명의 낚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명소를 넘어 이제는 그곳에서 한국 낚시인을 보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대마도의 경우 부산에서 여객선이 정기적으로 운항하며, 십여 년 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현지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낚시 민숙이 많이 늘어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한일 문제로 인해 대마도는 발길이 뚝 끊기고 말았다. 때문에 이 장에서는 일본을 건너 뛰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낚시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 남중국해에 있는 홍콩 담간도의 낚시 풍경
▲ 국내에는 서식하지 않은 감성돔 종류인 오스트레일리아 기감성돔
최근에는 홍콩으로 낚시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제법 늘었다. 홍콩의 추자도라 불리는 만자우와 담간열도의 경우 대형 참돔과 부시리, 병어돔으로 알려진 황라창은 물론,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대형 감성돔까지 낚을 수 있어서 감성돔 낚시 마니아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베트남과 태국 푸켓도 원정낚시 여행지로 인기다. 두 곳은 지깅과 파핑을 이용한 스릴 넘치는 빅게임 무대로 주 대상어는 GT(자이언트 트레발리), 퀸피시, 잭피시, 청새치, 돛새치, 상어류, 동갈삼치, 개이빨다랑어 등이다. 무대를 내륙으로 옮기면 호숫가에서 호젓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데 그 대상어가 무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가물치 류인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쉬다.
▲ 인도양의 황금빛 일출 사이로 참치잡이 배가 출항 중이다
인도네시아와 대만은 참치 낚시 마니아들의 천국이다. 나의 경우 큰 참치를 잡지는 못했지만, 이곳을 언젠가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내 인생 낚시 버킷 리스트로 낙점한 지 오래다. 이국적인 낚시를 원한다면 몰디브만 한 곳도 없다. 휴양과 낚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나오는 어종도 무척 다양하기 때문이다.
원정낚시, 최적의 시기는?
홍콩부터 몰디브까지의 나라는 적도 위 아래로 걸쳐진 아열대 혹은 열대 지방이므로 거의 대부분 시즌이 겨울에 집중된다는 점을 유념하자. 홍콩 담간도나 만자우 감성돔 낚시의 경우 국내에선 추워서 낚시가 쉽지 않은 영등철(음력 2~3월)에 몰린다. 대만의 참치 낚시, 참돔 갯바위 낚시 또한 겨울에서 봄 사이 집중되고 있다. 베트남은 어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 사이가 활발한 편이고, 인도네시아 참치 낚시도 우리나라의 절기로 치면 겨울~봄 사이에 집중된다.
태국의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쉬는 주로 가을에, 퀸피시와 동갈삼치는 겨울부터 봄 사이에, 열대성대형 퉁돔과 참치 낚시 열기가 뜨거운 몰디브 역시 겨울에서 봄 사이가 가장 활발하다. 이 장에서는 제외하였지만, 벵에돔을 주 대상어로 하는 일본 대마도와 오도열도, 남녀군도 역시 겨울이 한창 시즌인 점을 감안한다면, 확실히 한국이 추워서 낚시가 어려울 때 한 번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 대형 녹새치를 잡고 환히 웃는 어부
나의 좌충우돌 원정낚시 도전기
1) 쉽지 않았던 도전기! 남방 참다랑어의 여정
지난 2017년 겨울,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남방 참다랑어의 여정은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섬인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진행됐다. 당시 나는 마나도에서의 실패를 뒤로하고 술라웨시섬 최남단 섬인 부톤으로 향했다. 부톤은 직항이 없어 마카사르를 경유해야 한다.
거대한 산호 군락을 바라보며 어느새 착륙 준비에 들어섰고 곧 술탄 하사누딘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예기치 못한 결항에 하룻밤을 근처 여관에서 지새워야 했고 다음날 새벽 비행기를 갈아타고 부톤섬으로 향했다. 내가 향한 곳은 바다 유목민인 바자우족이 사는 마을이었다.
▲ 바자우족이 사는 이슬람 마을
그들은 참치잡이로 생계를 유지한다. 우리에겐 낚시란 전문 장비를 이용한 스포츠나 취미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 낚시란 장비도 없이 낚싯줄만으로 거대한 참치를 필사적으로 잡아내야 하는 삶의 수단이었다.
아침이 밝았다. 해가 떠오르는 이른 아침은 대형 참치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배가 이상했다. 참치를 잡는 배의 길이가 고작 7~8m에 폭은 1m 남짓했다. 정말 작은 배였다. 이곳 어부들이야 늘 타고 다니던 배라 익숙했겠지만, 그 작은 크기가 내겐 매우 위협적이었다.
배는 한 시간가량 달려 망망대해로 나왔다. 다행히 너울 파도는 덜한데 물살이 장난 아니었다. 대조류가 흐르는 곳이라 행여나 배가 뒤집히거나 사람이 빠지기라도 하다면, 아무리 구명복을 착용했어도 떠내려가거나 실종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식인 상어도 곧잘 출현한다. 참치가 많은 곳엔 늘 상어가 도사리기 때문. 나의 상상은 계속 위험하고 끔찍한 방향으로 커져갔다. 매우 극단적인 상상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바다에서 작은 배를 타고 거대한 참치를 잡겠다는 시도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꽤 무모하지 않았나 싶다.
▲ 줄낚시로 가다랑어를 노리는 모습 수면에 작은 참치들이 튀어 오르고 있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수면에 파장을 일으키는 참치 먹잇감을 찾아내는 것이다. 주로 가다랑어(우리가 매주 먹는 참치 통조림의 원료) 떼가 노닐 때 보일링 현상이 생기는데 여기서 주낙으로 녀석들을 잡아 미끼를 꿰어 흘리면 몸 길이 1m 이상의 황다랑어가, 간혹 운이 좋으면 남방 참다랑어가 문다고 한다. 이곳 어부들은 20호가 넘는 나일론 줄만으로 그 커다란 황다랑어나 돛새치를 줄낚시 하듯 잡는다. 내가 따라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나일론 줄을 어깨에 칭칭 감아 녀석의 힘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손도 쓸리고 어깨도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준비한 방식대로 지깅 낚시를 시도했다.
▲ 일행이 상어를 잡았다
바로 그때 건너편에 있던 배가 소란스러워졌다. 일행이 지깅 낚시로 뭔가를 끌어올리는데 다름 아닌 상어였다. 뱃전에 올려진 상어는 성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잡히는 거라면 뭐라도 물어뜯을 기세로 덤비기에 최대한 신속하게 바늘을 빼서 바다로 돌려보냈다. 그나저나 상어가 돌아다니는 위협적인 바다에서 내가 원하는 참치를 잡을 수 있을지 불안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때!
▲ 내가 잡은 남방 참다랑어, 씨알이 작아 미끼로 썼다.
내 낚싯줄에 작은 남방 참다랑어가 걸려들었다. 대상어는 맞는데 크기가 민망하다. 전운이 감도는 시각. 이제는 비장한 기분도 들지 않는다. 그저 참치 한 마리가 절박할 뿐. 그렇게 이른 아침 골든 타임은 소득 없이 지나가 버렸다.
오전 10시. 저 멀리 폭풍을 동반한 먹구름이 우릴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안전상 서둘러 철수해야 했다. 자연이 부리는 조화를 한낱 인간이 어찌 감당하겠냐만,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난 12일 동안 했던 이 일의 결과를 담대히 받아들일 때가 온 것 같다.
▲ 지상 낙원의 종착지라 불리는 몰디브
2) BBC 다큐에서나 보던 몰디브 전통 대낚시
몰디브는 8박 10일 일정으로 떠났다. 저비용 항공사를 이용해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뒤 비행기를 갈아타고 몰디브의 수도 말레 공항에 도착했다. 오는 동안 푸른 산호초 바다를 기대했지만,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픽업 차량으로 10분간 달려서 온 곳은 같은 섬에 위치한 훌후말레의 한 호텔. 방에 짐을 풀고 늦은 저녁을 먹은 후 몰디브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말레 수산시장에서 내가 잡을 황다랑어를 구경하고, 수도 말레의 거리를 활보하며 관광하다 그날 밤 곧바로 몰디브 남단 섬인 마미길리로 넘어갔다. 마미길리는 이렇다 할 리조트가 없는 어촌 섬으로 내겐 오지나 다름 없었던 곳이다.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새벽 4시. 미리 섭외한 선장을 만났다. 이날 내가 체험할 것은 다큐멘터리에서나 봤던 몰디브의 전통 대낚시다. 선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출항하는데 우선은 미끼부터 잡아야 하기 때문에 1시간 거리에 있는 잔잔한 환초 구역에 들어갔다.
▲ 참치 미끼인 ‘샛줄멸’을 잡으려고 그물로 포위망을 좁히는 선원들
이 환초 구역은 주변이 산호로 둘러싸여 바다가 잔잔하다. GPS에 찍힌 수심은 약 59m 정도.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한 선원이 바다로 뛰어들어 눈으로 어군을 찾는다. 물고기 떼를 찾았다는 신호가 들어오자 나머지 선원들도 뛰어내렸다. 그리곤 그물로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선원 중 리드가 올라와 수신호를 보낸다. 물고기 떼가 그물 위에 올라탔으니 걷으라는 신호다. 이런 과정을 두 번 정도 반복하자 어창은 어느새 작은 물고기로 가득 찼다. 미끼를 잡았으니 참치 포인트로 이동하는데 무려 4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다행히 멀미는 하지 않았는데 문제는 시간이었다. 미끼 잡는 데만 아침을 허비한 셈이다. 앞으로 4시간을 달려야 하니 낚시는 언제 하고, 또 언제 숙소로 돌아오게 될까?
그로부터 5시간 후, 수면에는 참치 떼로 보이는 보일링이 들끓었으니 곧바로 신호가 떨어졌다. 배는 곧장 물을 뿜었다. 이 물은 수면에 거품을 만들며 참치를 유혹한다. 이어서 오전에 잡아 둔 샛줄멸을 바가지로 퍼다 뿌리기 시작했다. 얕은 산호밭에 사는 샛줄멸이 수심 수백 미터에 이르는 바다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자 이를 본 참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 드디어 참치 대낚시가 시작됐다
▲ 공중에서 참치가 휙휙 날아오니 피하기 바쁘다
선원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드리우는데 이때부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참치를 낚아 올리면서 1타 1피에 가까운 타작이 시작됐다. 무겁고 굵은 나무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우자마자 몇 초 지나지 않아 덜커덕하는데, 이 나무 낚싯대가 탄성이 없다 보니 그냥 힘으로 끌어올리는 식이다. 그러면 참치가 공중으로 튀어 올라 갑판으로 떨어지고 바늘은 저절로 빠진다.
과연 몰디브 참치 낚시는 밭에서 무 뽑는 듯했다. 참치 치곤 작은 크기인 듯하나 저만 한 것도 가공할 만한 힘을 내니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 처음에 참치가 걸려들면 바닷속으로 파고들려고 한다. 이때 낚싯대도 함께 딸려 들어가는데 그것을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전적으로 팔심에 달렸다. 장대 무게도 무게지만, 제법 중량감 있는 참치를 공중으로 들어 올려야 하니 힘이 많이 든다.
먼 바다라 기본적으로 파도가 높다. 게다가 배는 펜스가 없어 위험하다. 조류도 거세다. 참치를 걸고 싸우다가 자칫 중심을 잃기라도 한다면, 그 뒤에 일어날 일은 상상하기도 싫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만, 이 일대는 참치가 다니는 길목인 만큼 상어도 있다. 조류는 시냇물 속도와 맞먹어 순식간에 떠내려갈 것이다. 구명복을 입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인 셈! 이렇게 고생해서 잡은 생선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먹는 참치 통조림의 원료, 가다랑어다.
우리는 좀 더 큰 사이즈의 황다랑어를 노리고자 이곳 어부들이 한다는 줄낚시에 도전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줄낚시로 미터급이 넘어가는 황다랑어 낚는 동영상을 봤는데, 지금 내가 그 낚시를 체험하게 된 것이다. 미끼는 산 생선을 통째로 꿰어 흘린다. 앞서 아이 손바닥만 한 생선을 잡은 것도 황다랑어를 노리기 위함이다. 여기서 잡히는 황다랑어는 작게는 60~70cm에서 큰 것은 1m가 넘는 것도 허다하다.
낚시 방법은 간단하다. 바늘에 산 생선을 꿰어 던지기만 하면 끝. 조류를 따라 일정한 속도로 풀리던 낚싯줄이 갑자기 빨라지면 그게 입질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황다랑어를 낚게 되는데 씨알은 참치 치곤 조금 민망한 수준이었다.
▲ 내게 앙증맞은 참치 한 마리가 걸려든다
▲ 참치잡이 선원이 열대성 그루퍼를 낚았다
주로 잡힌 것은 몸길이 60~70cm에 2.5~3kg 정도. 이날 목표인 20~30kg 황다랑어에 한참 못 미친다. 그래도 힘은 정말 당차다. 이 정도만 해도 쩔쩔맸는데 미터급이 넘으면 어떻게 될까? 감히 상상도 안 된다. 이곳 선원들은 전부 맨손으로 싸우던데 신기하기도 하지만, 경이로웠다.
3)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괴물 가물치
전 세계 가물치 낚시 마니아라면 꼭 한번 낚아보고 싶은 꿈의 어종이 있다. 전 세계 37종의 가물치과 어류 중 두 번째로 큰 종인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쉬’가 그것. 우리나라 가물치(노던 스네이크헤드 피시)가 1m까지 자란다면, 자이언트 스테이크헤드 피쉬는 최대 1.5m까지 성장한다. 성격이 포악하기로 유명한 육식어류라 손맛도 강렬하지만, 무엇보다 모성본능을 자극해서 낚아내는 독특한 조법이 인상적이다.
▲ 태국 북서부에 있는 작은 호수
▲ 과연 낚시 전문가답게 다양한 용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현지 낚시 전문가로부터 안내 받은 곳은 태국 북서쪽의 호수다. 첫날은 가이드인 뚜이 씨가 한 마리 낚아냈지만, 수면에서 그만 놓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물고기 모양의 루어를 달아 던지자 녀석들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호숫가 여기저기서 물이 끓어오르는 보일링 현상이 생겼는데 이것들은 모두 어린 치어 떼다. 이 치어 떼 아래쪽에는 거대한 어미가 도사리고 있다. 내가 던지는 이 물고기 모양의 루어는 어린 치어를 노리는 침입자가 될 것이고, 이를 본 어미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몇 번 해보니 이제야 육식 본능이 아닌 모성 본능을 자극해 낚아낸다는 말이 실감 났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인트에 정확히 미끼를 꽂아 넣어야 한다. 지름 50cm밖에 안 되는 보일링에서 약 2~3m 뒤에 정확히 던진 다음, 재빨리 릴을 감아 보일링 한가운데를 케이크 자르듯 갈라야 한다. 그런데 녀석은 영악했다. 보이지 않은 물속이지만, 좀 전부터 나와 보트를 의식했는지 녀석들의 이동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이다. 보일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시간은 10초 남짓. 눈알을 열심히 굴려 수면에 잔물결이 생기면 재빨리 던져야 하는데 4~5초만 시간을 지체해도 보일링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다음에 생길 보일링을 기다려야 한다. 처음에는 보일링이 사라지고 다시 생기는 간격이 30초로 짧았는데 지금은 1분 이상 길어지고 있다. 어미는 물론, 치어 떼도 경계심이 생긴 것이다.
▲ 태국 첫 원정낚시에서 극적으로 낚은 자이언트 스네이크헤드 피쉬
그렇게 시간을 낭비했고 내 입술은 바짝 타들어갔다. 철수 30분 전, 호숫가 한가운데가 아닌 외곽의 습지를 위주로 탐색하던 찰나에 기적처럼 보일링을 발견했다. 이건 괴물 가물치의 치어 떼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저 물속 아래에는 거대한 어미가 새끼들을 보살피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즉각 던졌는데 마음이 급했던지 빗나가기 일쑤였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팔꿈치 각도를 조정해 캐스팅했다. 몇 번은 꽤 정확히 던졌고 끌고 왔지만, 어미는 반응이 없었다.
철수 시각 10분 정도가 남았을 때. 갑자기 보일링이 배 근처에서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어쩌면 녀석을 잡아도 된다는 용왕님의 허락이 아니었을지... 너무 가까운 곳이라 슬쩍 던지고 감는데 갑자기 ‘퍽’ 소리가 나더니 수면에 커다란 물이 튀었다. 낚싯대는 이내 고꾸라졌고, 1/3은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버텼다. 민물고기라 힘이 세면 얼마나 셀까? 싶었던 자만심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시간이 좀 더 걸릴지언정 차분히 끌어내리라 다짐하며, 녀석의 움직임에 내 몸이 조금씩 동화되어 갔다. 처박으면 처박는 대로 낚싯대를 풀어주고, 잠시 진정이 됐다 싶으면 번개처럼 감았다. 그렇게 2~3분을 싸우자 녀석의 힘도 한풀 꺾였는지 슬슬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방심해선 안 된다. 수면에 띄우고서 놓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이윽고 녀석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무슨 뱀 대가리 같은 시커먼 생명체가 올라온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괴물 가물치로구나. 이빨을 봤는데 물렸다간 손가락 끊어지겠더라. 마침 콜라 캔이 있어 물려봤는데 순식간에 아작이 났다. 녀석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는데 호숫가에 묘한 현상이 일어난다. 전보다 더 격렬해진 보일링들! 여기저기 물이 끓어오른다. 어미 잃은 새끼들이 어미를 찾고 있었던 거였다. 나는 촬영을 마무리하고 녀석을 놓아주었다.
▲ 해외 원정낚시를 위해 구매한 각종 낚시 장비와 용품들
▲ 참치 낚시용 베이트릴
▲ 참치 낚시를 위한 낚싯줄
▲ 참치 낚시를 위한 롱지그와 바늘
▲ 아이 손바닥 만한 참치 전용 바늘
낚시를 위한 준비는 어떻게?
사실 해외 원정낚시에 필요한 준비라면, 지깅 낚시 마니아들에게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이미 형성된 동호인을 위주로 정보를 습득하거나, 함께 낚시를 즐기는 지인 또는 선배, 후배들로부터 낚시용품을 추천 받으며 그외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 된다. 그러나 해외 첫 원정낚시를 가야 한다면,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사실 암담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럴 때의 지름길은 지깅 낚시 전문가를 찾아가서 조언을 듣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사실 국내는 지깅 낚시 인프라가 매우 한정돼 있다. 각 지역 지깅 낚시 전문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그들이 활동하는 동호회, 카페에서 제한된 정보를 수집하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다. 서울,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국내에서 해외 지깅 낚시 일인자로 알려진 신동만 프로의 <샤크 신동만 낚시샵>을 찾아가보자. 행주대교 근처에 있는 이 낚시샵은 해외 원정낚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장비와 용품을 구비하고 있어서 방문 시 장비 구입에 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원정 낚시 질의응답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것이 장비를 가져갈 것인지 현장에서 대여할 것인지다. 이는 낚시 성격에 따라 다르다. 해외에서도 관광객을 위한 낚시 패키지가 있다. 주로 중소형 레저 보트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서 열대어 낚시를 하는 것인데 마니아보단 주로 초보자들이 선호하는 하나의 관광 패키지에 가깝다. 낚시를 처음 하는 일반 관광객도 즐길 수 있도록 장비를 대여해주니 이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지깅 낚시 같은 빅게임 혹은 현지에서나 즐길 수 있는 루어 낚시다. 빅게임을 할 정도면 이쪽에 어느 정도 경험치가 쌓인 베테랑 낚시꾼일 확률이 높다. 대부분 자기가 애용하는 장비가 있기 때문에 항공편 화물에 실어서 가져오면 된다. 단 주의사항이 있다.
▲ co2 실린더가 들어 있는 팽창식 구명복
1) 팽창식 구명복은 기내 반입 금지
최근에는 가볍고 부피도 덜 차지하는 팽창식 구명복을 주로 사용하는데 문제는 구명복 양쪽에 부착된 co2(이산화탄소)가 든 실린더이다. 기내 반입은 물론, 일반 화물에 실을 때도 별도의 체크 과정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일을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면 티케팅 시 승무원에게 co2 실린더가 있음을 충분히 알리고, 필요시 화물(개인용 여행가방)을 열어서 점검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2) 바늘, 칼 등은 반드시 화물로
바늘, 칼, 라이터 등 기내 반입에 문제가 되는 물건을 깜빡하고 소지할 경우, 보안대 검색 시 압수된다. 그래서 낚시 용품 중 끝이 뾰족하거나 기내 반입에 문제될 소지가 있는 물품은 사전에 미리 화물로 부치도록 한다.
▲ 프로펠러기에서 수화물을 내리는 장면
3) 프로펠러기를 이용할 때 주의사항
해외 원정낚시에서 소도시 및 도서권으로 항공기를 이용할 때 경비행기나 2-2 좌석 배열의 프로펠러기를 탈 때가 있다. 이들 비행기는 실을 수 있는 화물 규격이 있기 때문에 낚시 가방 같은 대형 수화물은 해당 항공사에 하루 전 미리 신고하여 가로, 세로, 폭의 길이와 무게를 사전 통보해 주어야 실을 수 있다는 점, 유념하자.
4) 원정 낚시는 패키지로
사실 개인 자유 여행으로 원정 낚시를 찾는 이들은 손에 꼽는다. 현지 사정에 능하거나 혹은 현지 낚시 가이드와의 친분으로 움직일 수도 있지만, 대게는 해외 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월배닷컴’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 글 : 김지민 어류 칼럼니스트
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 채널을 운영 중이다. 티스토리 및 네이버에서 블로그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고 있으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를 비롯해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현재 쯔리겐 필드테스터 및 NS 갯바위 프로스텝으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 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등이 있다.
기획, 편집 /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김지민 news@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