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강남.
부산의 사회,경제 컨텐츠의 핵심부이자 문화,관광 트렌드의 중심지.
이것이 해운대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이 해운대를 제어하고 운용하는 '씽크 탱크'가 바로 해운대 신도시이다.
부산의 영향력 있는 정·재계,학계,문화계,법조계의 다양한 고급 인력군이 거의 망라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원래 신도시는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군사시설지역이었다.
그 시절의 철조망 너머 허허벌판에 지금의 신도시가 조성된 것이다.
사통팔달의 도로와 고층빌딩 숲,반듯반듯한 도시 경관,무엇 하나 어수룩한 곳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도 서민의 냄새가 나는 곳이 있다.
빌딩숲 속 동그마니 숨어 있는 좌동 재래시장이 그곳이다.
서부개척사 시절의 골목처럼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이곳이 이제는 세력을 넓히며
콘크리트 건물 속으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좌동 재래시장은 말 그대로 시장이다.
상인과 손님이 어울려 질펀한 말 섞음을 하는 곳.
손님 부르는 아지매의 큰 목소리에 정감이 먼저 묻어나는 곳. 이 또한 여느 재래시장과 같다.
그러나 이곳은 그들 나름의 특징이 있다.
중산층이 모여 사는 곳이라 신선하고 친환경적인 물품을 판매한다든지,주거지 주변이라
사시사철 밤늦도록 시장을 열어 쇼핑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특히 가공한 육류나 생선,다양한 국 종류나 선식 종류를 집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장만해 놓은 '완제품 쇼핑' 서비스도 눈에 띈다.
싱싱한 과일이 일 년 내내 넘쳐나는 것도 이곳 주민들의 입맛을 반영한 것이리라.
이곳은 가족끼리 장을 본 경우 시장을 중심으로 줄지어 있는 먹거리 골목에서 자주 외식을 즐기기도 하는데,주
민들의 생활수준이 나아 입맛의 충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때문에 맛있는 집은 이 곳에 다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 맛집 구경의 안내를 자원한 동의대 김창근 교수를 따라나섰다.
우선 맛있는 탕 전문점으로 진한 맛의 추어탕으로 유명한 욕쟁이 할매의 '좌동 추어탕',보양식 관련 매니아들에게 각광받는 '향나무집'의 영양탕,달기 약수로 끓인 '주왕산 삼계탕' 등이 있다.
횟집으로는 자연산 제철 생선회가 좋은 '칠암횟집','바다횟집',대게요리가 유명한 '오륙도 횟집'이 있으며,
식사로는 순대국밥이 유명한 '병천순대',칼국수,수제비를 잘하는'하가원','옹가네 칼국수',
술안주로는 '기장 꼼장어','한양 왕족발','소문난 양곱창'등이 유명하여 늘 성황을 이룬다.
또 '시인촌' 사람들의 단골집인 '낙지마을'.
이곳의 낙지전골은 각종 다양한 해산물과 함께 큼지막한 산낚지를 통째 올려준다.
특이한 점은 낚지 다리 끝을 잘라 전골이 익기 전까지 낚지회를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점이다.
속살이 부드러워 별미이거니와 먹통의 들큰한 맛은 낚지꾼들에게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귀한 사람과 함께일 때 꼭 들러야 할 집이 있다.
'청해 로바다야끼'이다.
10만원 상을 주문하면 5~6명이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맘껏 먹을 수 있다.
계절 따라 제철 생선회와 대게,전복 등 귀한 해산물과 각종 탕류 등 70~80여 가지의 음식이
코스별로 3~4차례 상을 채운다.
특히 생선회에 순금 가루를 얹어 고급스러움을 더한 것이 인상적이다.
날씨가 제법 차갑다.
이 추운 날 식구들과 함께 장도 보고 오순도순 이 골목을 두리번거려 보자.
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함께 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맛을 찾아 순례하듯 골목을 누벼보는 것 또한 아주 좋은 재미겠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