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구속사 강해
하나님 나라의 군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신 말씀(출 6:1-8)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하실 일에 대해 두 가지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첫째, 하나님께서 바로를 철저하게 심판하심으로서 바로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 있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쫓아내게 될 것과
둘째,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바로의 손에서 건져내는 것은 아브라함의 언약을 성취하고 그들을 친히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아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여호와이심을 나타내게 될 것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일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하나님은 모세를 바로에게 보내 이스라엘을 내보라고 요구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활동으로 오히려 바로의 압제가 심해지자 모세를 원망하며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대하여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처럼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대하여 무관심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바로의 손에서 구원해 내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모세에게 분명히 표하고 계신다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태도와는 매우 상반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해 내겠다고 의지를 밝히신 것은 이미 하나님 스스로 아브라함과 약속하신 언약을 성취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사역하시는 일의 독특한 성격이다.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기로 맹세한 땅으로 너희를 인도하고 그 땅을 너희에게 주어 기업을 삼게 하리라 나는 여호와로라"(출 6:8)는 선언이야말로 신실하신 여호와 하나님께서 기필코 그의 백성을 구원해 내실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 국가 체제를 이루기 시작한 이스라엘
막상 구원의 대상자인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대하여 시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전격적으로 구원 사역을 시작하셨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에게 하나님의 구원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게 한 후, 이스라엘의 12아들들의 후손들을 따라 각 가족의 족장들을 세우게 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각 족장들을 세우도록 한 것은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구출하여 가나안으로 인도하는 일이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할 목적으로 일종의 국가 체제를 갖추기 위함이다.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각 족장을 세우고 장차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이끌고 나가는 일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이어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모세는 바로에게 나아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나가게 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로의 마음이 강퍅하여 쉽사리 이스라엘을 내어 보내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계셨다. 하나님은 그 사실을 모세에게 밝히고 하나님께서 철저하게 바로를 치신 후에야 바로는 이스라엘을 내보낼 것이라고 알려 주셨다.
"내가 바로의 마음을 강퍅케 하고 나의 표징과 나의 이적을 애굽 땅에 많이 행하리라마는 바로가 너희를 듣지 아니할 터인즉 내가 내 손을 애굽에 더하여 여러 큰 재앙을 내리고 내 군대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낼지라 내가 내 손을 애굽 위에 펴서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낼 때에야 애굽 사람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출 7:3-6)는 말씀 속에서 이제부터 시작될 하나님과 바로 사이에 발생할 싸움의 성격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바로는 자기 스스로의 이권을 유지하기 위해 모세의 요구를 거절할 것이지만 그 일로 인해 하나님의 강한 능력이 애굽 온 땅을 심판하게 될 것이다. 그 후에야 바로는 이스라엘 자손을 내어 보내게 될 것이며 그 일로 인해 애굽 사람들은 누가 이 세상을 다스리는 진정한 신(神)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애굽에서 시작되는 하나님의 재앙은 바로의 강퍅한 마음을 꺾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분은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역사 위에 분명히 나타내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유일한 신이라는 사실을 애굽 백성과 이스라엘 백성에게 분명히 밝히려고 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지난 430여 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이라는 막강한 나라에서 하나의 민족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애굽이 그처럼 막강한 세력을 가지게 된 것은 애굽을 다스리는 바로의 강력한 통치력 때문은 아니었다. 애굽이 그처럼 강력한 국가로 세워진 것은 그 안에서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생육하고 번성하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제 이스라엘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가를 세상 만방에 널리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2. 하나님의 군대로 선택된 이스라엘
하나님은 이 사실을 애굽과 이스라엘 백성에게 명확하게 보이고자 하셨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애굽의 부속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에게 알리고 이를 끝까지 거역한 대가로 애굽이 철저한 재앙으로 심판을 당한다는 점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나아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더 이상 이스라엘이 애굽에게 속하지 않고 하나님께 속한 백성임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로써 이스라엘을 애굽으로부터 구원해 내는 것은 이스라엘만이 가지는 독특한 존재 의미를 이 세상에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각성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세상과 구별되어 있음을 알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자상한 배려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독특하게 대우하셨다. 이것은 이스라엘을 가리켜 '내 군대,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데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출 7:4). 아직 애굽의 종으로 있는 이스라엘을 가리켜 '하나님의 군대'라고 지칭한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혀 전쟁에 대비한 훈련도 쌓지 않았고 군사적인 작전 경험이나 조직 체계조차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오합지졸 같은 이스라엘을 가리켜 '군대'라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군대라고 지칭하는 하나님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하나님의 군대는 세상 군대와 같이 막강한 전투력이나 체제를 갖추는 식으로 조직되거나 운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군대는 오직 하나님의 능력 하나로 조직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군대는 최소한의 조직만을 필요로 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의 각 족속에서 족장만을 세우는 것으로 군대의 조직을 완수하게 하였다. 하나님의 군대는 그 정도의 조직만으로도 막강한 전투력을 갖춘 세상 어떤 군대보다도 월등한 능력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군사 조직은 세상에서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기이한 형태이다. 군대라고 할 때에는 상당히 군사적 훈련을 감당할 수 있는 장정들을 중심으로 조직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군대는 장정만으로 조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할 것이 없이 누구나 이스라엘 후손이라면 그 군대의 일원으로 조직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체이기보다는 전투력을 찾아 볼 수 없는 조직체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자신의 명예를 걸고 '내 군대'라고 지칭하고 계신 것이다. 하나님은 이런 군대를 이끌고 바로의 막강한 군대와 싸워 바로의 손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해 내시려고 하였다.
출처: 기독신학공동체 원문보기 글쓴이: 송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