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나절
구월에 접어들었다. 절기상 가을인데도 낮의 볕은 뜨겁다. 과수의 열매가 잘 익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농부의 노고에 보답하리라 싶다. 창밖으로 펼쳐진 남매지와 그 너머의 백자산을 바라보면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우선 못 한 바퀴를 돌았더니 시원한 바람이 함께하여 기분이 상쾌했다. 못 둘레의 가녘에 설치된 흙길을 따라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이 더러 보였다. 못 중앙에는 분수가 설치되어 물줄기가 하늘 높이 치솟으며 곡예를 하는 듯하고 있다.
젊음이 살아 있는 영남대학으로 갔다. 수많은 젊은 남녀 학생들이 오가고 있으며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나도 그들 무리 속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언덕길을 올랐다. 테니스장을 거쳐 동문으로 빠져나갔다. 큰길 건너 감못이 있었다.
그곳에는 못을 중심으로 ‘경산명품대추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못에는 연꽃이 꽉 메워져 있으며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못의 앞쪽에는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으며 그 못이 그들의 아침 운동의 산책길로 많이 걸으리라 싶었다. 곧 연꽃이 피어 주변의 경관을 돋보이게 하리라.
자인 방면으로 달렸다. 자동차 폐차장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으니 당리리 전원주택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면서 언젠가 전원생활이 그리워 그곳에 사는 지인 집에 갔으며 내놓은 집을 둘러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와는 주변 환경이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내리막길을 달려가며 한참을 갔더니 남신리로 가는 이정표가 나왔다. 그길로 들어서 갔더니 마을회관이 나왔다. 그곳에는 지인이 농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넓은 들판에 어디에 있는지 서울에 김서방 찾는 격이었다. 자인으로 가는 아스팔트 길을 따라 좌·우측에 대추밭과 포도밭이 즐비하게 주류를 이루며, 대추와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목적지 없이 내키는 대로 길을 따라 자연을 둘러보았다. 어디에서나 생명은 활기차게 제 삶을 살고 있었다. 나무에 달린 포도송이, 대추가 태풍의 재앙에도 굳건히 제 삶을 지키고 있음이 대견스러웠다. 그것을 보면서 세파에 밀려오는 나쁜 유혹과 거짓 덫에 휘둘리지 말고 곧은 길로 꿋꿋이 가야 함을 자연을 통해서 배우고 깨닫는 오후 한나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