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傾國)
나라를 기울여 위태롭게 한다는 뜻으로 경국지색과 함께 나라를 뒤집어엎을 만한 절세미인을 지칭하기도 한다.
傾 : 기울 경(亻/11)
國 : 나라 국(囗/8)
(동의어)
경성지색(傾城之色)
경성지미(傾城之美)
경성(傾城)
(유사어)
명모호치(明眸皓齒)
화용월태(花容月態)
호치단순(皓齒丹脣)
해어화(解語花)
폐월수화(閉月羞花)
침어낙안(沈魚落雁)
천하절색(天下絶色)
천하일색(天下一色)
주순호치(朱脣皓齒)
주순백치(朱脣白齒)
절세미인(絶世美人)
절세대미(絶世代美)
절세가인(絶世佳人)
절대가인(絶代佳人)
일고경성(一顧傾城)
월태화용(月態花容)
수화폐월(羞花閉月)
설부화용(雪膚花容)
무비일색(無比一色)
만고절색(萬古絶色)
단순호치(丹脣皓齒)
국향(國香)
국색(國色)
경국(傾國)이란 한 나라를 기울어지게 한다는 뜻으로, 나라를 위태롭게 함, 또는 나라의 힘을 다 기울임을 말한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준말이다.
경국의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사실 여인을 비유한 것이 아니라 남자를 표현한 것에서 출발한다.
경국이란 말은 이백(李白)의 명화경국양상환[名花傾國兩相歡] 구절과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의 ‘한왕은 색(色)을 중히 여겨 경국을 생각한다.’ 라는 구절과 항우(項羽)에게서 자기 처자를 변설로써 찾아준 후공(侯公)을 한고조(漢高祖) 가 칭찬한 데서도 찾을 수 있으며 이연년(李延年)의 시(詩)에서도 볼수 있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등장하는 후공(侯公)이라는 변사에게 사용된 것인데, 후공이 유방의 양친이 항우에게 사로잡혔다가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유세한 일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중국 진(秦)나라 멸망 후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격전을 펼친 항우와 유방의 초(楚) 한(漢) 싸움 중반 시기에 유방의 양친이 항우에게 사로 잡히게 되었을 때가 있었다.
이때 유방이 보낸 사신인 후공이라는 변사가 항우를 설득시켜 漢과 楚가 강화조약, 홍구지맹(鴻溝之盟)을 맺고 항우가 인질로 잡고 있던 유방의 양친을 무사히 돌려보내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세상 사람들은 후공에 대해서 평가하기를 다음과 같이 한다.
후공은 진정한 천하의 변사다. 그가 있는 곳에서는 변설로 나라를 기울일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유방은 후공의 功을 인정해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경국의 의미와 반대되는 나라를 태평하게 만든다는 의미의 평국을 사용해 평국군(平國君)이라는 칭호를 내려주게 되었다.
한서(漢書) 외척전(外戚傳)에 궁중 음악을 관장하는 협률도위(協律都尉)의 벼슬을 하고 있던 이연년(李延年)이 당시 황제인 무제(武帝)에게 바친 노래에 경국의 표현이 보이는데, 바로 이 경국의 여인은 자신의 누이였고, 그 누이가 한무제(漢武帝)의 총애를 받는 계부인(季夫人)이 된 것이다.
다음은 한서 외척전의 이연년의 일화이다. 이연년이 당시 황제인 무제의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北方有佳人[북방유가인]
絶世而獨立[절세이독립]
一顧傾人城[일고경인성]
再顧傾人國[재고경인국]
寧不知傾城與傾國[영부지경성여경국]
佳人難再得[가인난재득]
북쪽에 어여쁜 사람이 있어
세상에서 떨어져 홀로 서 있네
한 번 돌아보면 성을 위태롭게 하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
어찌 경성이 위태로워지고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모르리요만
어여쁜 사람은 다시 얻기 어렵도다.
이 노래는 무제 앞에서 절세미인인 자기 누이 동생을 자랑하여 부른 것이었다. 한무제(漢武帝)는 이 노래 소리를 듣고 과연 이러한 여인이 있는지 물었다.
곁에 앉아 있던 누이 평양공주(平陽公主)는 이연년의 누이동생이 바로 그러한 미인이라며 귀엣말을 했다.
무제는 이때 이미 50고개를 넘어 있었고, 사랑하는 여인도 없이 쓸쓸한 처지였으므로 당장 그녀를 불러들이게 하였다.
무제는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와 날아갈 듯이 춤추는 솜씨에 매혹 되었는데, 이 여인이 무제의 만년에 총애를 독차지하였던 이부인(李夫人)이었다.
그녀가 병들었을 때 무제가 문병을 와서 얼굴 보기를 청하였으나 초췌한 얼굴을 보이기 싫다고 끝내 얼굴을 들지 않았다 한다.
이어 당(唐)나라에 들어와 많은 문인들의 작품 속에 미인의 대명사 격으로 경국의 용어가 사용 되었는데, 특히 이백(李白)이나 백낙천(白樂天)의 시(詩)에 등장하는 양귀비(楊貴妃)를 비유한 경국지색의 표현은 후에 전형이 되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다음은 백락천(白樂天)의 장한가(長恨歌)에 등장하는 경국지색의 표현이다.
漢皇重色思傾國 [한황중색사경국]
御宇多年求不得 [어우다년구불득]
楊家有女初長成 [양가유녀초장성]
養在深閨人未識 [양재심규인미식]
天生麗質難自棄 [천생려질난자기]
一朝選在君王側 [일조선재군왕측]
回顧一笑百媚生 [회고일소백미생]
六宮粉黛無顔色 [육궁분대무안색]
한황이 여색을 중이 여겨 경국을 생각했는데
황제가 된지 여러 해가 지나도 얻지 못하였네.
양씨 집안에 딸이 있어 애초 잘 자랐는데,
깊은 규중에서 자라나 사람들은 알지 못했었네.
하늘에서 부여해준 아리따운 자질은 그대로 버려두기 어려우니
하루 아침에 뽑혀 황제 곁에 있게 되었네.
고개 돌려 한 번 웃으면 백가지 교태가 나타나니
육궁(후궁들 거처)의 분 단장한 얼굴들 그 빛을 잃네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사람의 욕망은 부정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단순한 외적 아름다움에 그친다면 진정한 인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적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룰 때, 그 사람의 참된 아름다움이 표출된다고 할 것이다.
근래의 피상적 아름다움만을 쫓아가려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참된 미의 가치를 풍기는 사람들이 추앙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중국에서 미인에게 왕이 기울어져 나라를 망친 경우는 많다.
🔘 하(夏)나라 걸왕(桀王)과 매희(妹喜)
주지육림(酒池肉林) ; 술로 못을 이루고, 고기로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극히 호사스럽고 방탕한 술잔치를 이르는 말이다.
🔘 은(殷)나라 주왕(紂王)과 달기(妲己)
포락지형(火包烙之刑) ; 은(殷)나라 주왕(紂王)이 쓰던 형벌로 구리 기둥에 기름을 바르고 그 아래 이글거리는 숯불을 피워 놓은 후 구리 기둥 위를 죄인들로 하여금 맨발로 걸어가게 하는 형벌을 말한다.
🔘 주(周)나라 유왕(幽王)과 포사(褒姒)
단순호치(丹脣皓齒) ; 빠알간 입술과 하얀 이, 미인을 일컫는 말이다
🔘 정나라 영공靈公)과 하희(夏姬)
삼부이군일자(三夫二君一子) ; 세 명의 남편과 두 명의 임금과 한 명의 아들
🔘 당(唐)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
해어화(解語花) ; 말을 알아 듣는 꽃으로 양귀비 같은 미인
🔘 오(吳)나라 부차(夫差)와 서시(西施)
당돌서시(唐突西施)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 傾(기울 경)은 ❶형성문자로 頃(경)이 본자(本字), 倾(경)은 간자(簡字), 顷(경)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머리를 기울이다의 뜻을 가지는 頃(경; 즈음, 기울어지다)으로 이루어져, 頃(경)과 구별하여 특히 기울어지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傾자는 ‘기울다’나 ‘바르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傾자는 人(사람 인)자와 頃(잠깐 경)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頃자는 匕(비수 비)자와 頁(머리 혈)자가 결합한 것으로 마치 수저로 얼굴을 내리치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래서 이전에는 頃자가 ‘머리가 삐뚤어지다’나 ‘기울어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하지만 후에 頃자가 ‘잠깐’이나 ‘잠시’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人자를 더한 傾자가 ‘기울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傾(경)은 ①기울다 ②기울어지다 ③마음을 기울이다 ④비스듬하다 ⑤바르지 않다 ⑥다투다 ⑦다치다 ⑧잠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기울 측(仄), 기울 왜(歪)이다. 용례로는 마음이나 형세가 어느 한쪽으로 향하여 기울어짐을 경향(傾向), 비스듬히 기울어짐을 경사(傾斜), 주의를 기울여 열심히 들음을 경청(傾聽), 기울어진 각도를 경도(傾度), 늙어서 앞으로 살날이 적음을 경명(傾命), 을 기울임을 경건(傾虔), 성품이 비뚤어지고 교활함을 경교(傾狡), 한 나라를 기울어지게 한다는 경국(傾國),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욺을 사경(斜傾), 아래쪽으로 기울어 짐을 사경(下傾), 정치 사상 등이 좌익의 경향을 띰을 좌경(左傾), 우익으로 기울어짐 또는 그러한 경향을 우경(右傾), 한 성을 기울어 뜨릴 만한 미색을 일컫는 말을 경성지미(傾城之美), 경개는 수레를 멈추어 깁양산을 기울인다는 뜻으로 한번 만나보고 친해진다는 말로 잠시 만났어도 구면처럼 친함을 이르는 말을 경개여구(傾蓋如舊), 광주리를 기울이고 상자를 엎는다는 뜻으로 가진 것을 남김없이 다 내놓아 극진히 환대함을 이르는 말을 경광도협(傾筐倒篋), 창고에 쌓아 두었던 쌀을 전부 내놓는다는 뜻으로 자기 속마음을 하나도 숨김없이 털어 놓는다는 말을 경균도름(傾囷倒廩),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성도 무너뜨리고 나라도 무너뜨린다는 뜻으로 한번 보기만 하면 정신을 빼앗겨 성도 망치고 나라도 망치게 할 정도로 뛰어난 미인을 이르는 말을 경성경국(傾城傾國), 궤변을 농하여 국가를 위태로운 지경에 몰아넣는 인물을 일컫는 말을 경위지사(傾危之士), 한 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운다는 뜻으로 뛰어난 미인을 이르는 말을 일고경국(一顧傾國) 등에 쓰인다.
▶️ 國(나라 국)은 ❶회의문자로 国(국)은 간자(簡字), 囗(국), 囶(국), 圀(국)은 고자(古字), 囲(국), 围(국)은 동자(同字)이다. 國(국)은 백성들(口)과 땅(一)을 지키기 위해 국경(口)을 에워싸고 적이 침입하지 못하게 했다는 데서 나라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國자는 ‘나라’나 ‘국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國자는 囗(에운담 위)자와 或(혹 혹)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或자는 창을 들고 성벽을 경비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或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누가 쳐들어올까 걱정한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후에 ‘혹시’나 ‘만일’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囗자를 더한 國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國자는 성벽이 두 개나 그려진 형태가 되었다. 참고로 國자는 약자로는 国(나라 국)자를 쓰기도 한다. 그래서 國(국)은 (1)어떤 명사(名詞) 다음에 쓰이어 국가(國家), 나라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나라, 국가(國家) ②서울, 도읍(都邑) ③고향(故鄕) ④고장, 지방(地方) ⑤세상(世上), 세계(世界) ⑥나라를 세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나라 백성을 국민(國民), 나라의 법적인 호칭을 국가(國家), 나라의 정사를 국정(國政), 나라의 안을 국내(國內), 나라의 군대를 국군(國軍), 나라의 이익을 국익(國益), 나라에서 나라의 보배로 지정한 물체를 국보(國寶), 국민 전체가 쓰는 그 나라의 고유한 말을 국어(國語), 한 나라의 전체를 전국(全國), 자기 나라 밖의 딴 나라를 외국(外國), 양쪽의 두 나라를 양국(兩國), 외국에서 본국으로 돌아감 또는 돌아옴을 귀국(歸國), 국가의 수를 세는 단위를 개국(個國), 조상 적부터 살던 나라를 조국(祖國), 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침을 순국(殉國),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애국(愛國), 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은 둘도 없다는 국사무쌍(國士無雙), 나라의 수치와 국민의 욕됨을 이르는 말을 국치민욕(國恥民辱), 나라의 급료를 받는 신하를 국록지신(國祿之臣), 나라의 풍속을 순수하고 온화하게 힘을 이르는 말을 국풍순화(國風醇化), 나라는 망하고 백성은 흩어졌으나 오직 산과 강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