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직도 지금을 ‘완장의 시대’라고 말한다.
권력의 피폐한 모습을 풍자와 해학의 기법으로 표현한 대작!
『완장』은 윤흥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남도 방언을 빌은 그의 걸죽한 입담과 해학은 이 작품을 단연 돋보이게 만든다. 전통 패관문학이 담고 있었던 해학은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완장』은 그 요소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만도 충분히 평가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다. 『완장』은 우리 근대사에서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암울했던 역사를 모티브로 씌어진 역작이다. 한국전쟁 이후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해학적 필치로 그려낸 이 작품은 한국적 특질을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평론가 김병익 씨는 『완장』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처럼 현실의 분명한 알레고리"를 가진 작품이라고 평하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던 정치 상황을 가늠하는 잣대"로 "제식훈련"을 차용했던 작가가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진단하는 도구"로 "완장"을 차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이 작품은 "권력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심리적 반응과 효과를 요구해왔던가 하는 보다 심각하고 진지한 반성들을 이 하잘것없는 완장에 얽힌 숱한 사건들을 통해 제기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권력의식의 상황을 가장 첨예하게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하였다.
끝으로 작가 윤흥길의 작품세계를 평론가 황종연 씨는 다음과 같이 집약하고 있다. "윤흥길이 '사랑'이나 '살림'이라는 말로 표현한 유토피아의 원리는 대체로 휴머니즘의 계보에 속한다.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는 인간 사이의 화해나 제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믿음은 한국문학이 지금까지 가장 줄기차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표출한 윤리적 감각임에 틀림없다."
작가의 말 중에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완장』의 줄거리는 각종 언론매체의 사설이나 칼럼 등에 뻔질나게 인용되곤 한다. 그리고 그새 완장병, 완장질, 완장인간, 완장문화 등 여러 신조어를 파생시키기도 했다. 국회의 대 정부 질의 때 국회의원에 의해 『완장』이 의정단상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암울하기만 하던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 태생부터 잘못된 권력을 야유할 속셈으로 집필된 『완장』의 메시지가 수십 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는 방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 덕분에 내 대표작이 『완장』인 양 인구에 회자되면서 작중인물인 임종술과 김부월은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나로서는 그들 두 인물과 함께 감사에 넘치는 세월을 살아온 셈이다. 4판 출간에 맞추어 내가 느끼는 감회의 새로움은 바로 이 감사의 염이 지닌 놀라운 생명력 때문이기도 하다.
……
그동안 『완장』의 내용이 인용된 사례들을 대충 훑어볼라치면 한 가지 기현상이 눈에 띈다. 여가 야를, 야가 여를 꾸짖고 보수가 진보를, 진보가 보수를 비판하려는 정치적 의도 하에 내 소설을 임의로 차용하는 경우 말이다. 한 편의 해학소설을 통해 꾀죄죄한 가짜 권력의 떠세하는 행태를 그려 보임으로써 진짜배기 거대권력의 무자비한 속성을 끄집어 들어내고자 했던 내 창작 의도에서 한참 멀리 벗어나 때로는 주객이 전도되거나 때로는 아전인수로 사용되는, 웃지 못할 사례들이 종종 생겨나곤 한다. 만일 지금까지 칼인 줄 잘못 알고 남의 깃털을 무단히 가져다 아무렇게나 휘두르신 분들이 계시다면, 제발 그 보잘것없는 물건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으실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간곡히 당부 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