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4-12-27 03:39 조회 : 1556 |
| | | 가슴 공동묘지
임 재 문
2004년 4월 16일 TS. 엘리어트의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싯귀가 무색할 정도로 나에게는 좋은 일이 있었다. 역설적인 표현으로 잔인할 정도로 좋은 일이었다.
내가 "사형수의 발을 씻기며" 라는 임재문 제2수필집을 출간하고, 곧 바로 CBS TV.의 간증프로인 "새롭게 하소서 !"에 출연해서 우연하게도 같은 사형수의 발을 세번이나 씻어주는 세족식에 참석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는 내용의 간증을 해서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은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수필작가회 부회장을 맡고 있을 때요. 직장은 춘천교도소 출정과장을 맡고 있을 때다. 그로부터 십년후인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아직도 실종자 10명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세월호를 승선하지 않아도 그렇게 세월은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다. 한국수필작가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한국수필작가회 회장으로 회원들의 문학기행 춘천교도소 방문등 화려하게 회장임기를 마치게 되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직장생활도 순탄해서 출정과장을 마치고 강릉교도소 복지과장으로 삼년동안 제직하고 정년퇴임을 하였으니 하나님께 그 영광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2008년 4월 20일 사랑하는 내 딸아이가 26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하늘나라로 갔다.
내 딸아이는 1982년 칠월말경 천둥번개와 함께 장대비가 내리던 그시각에 태어났다. 그리고 2008년 4월 20일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속에 그렇게 내 딸아이는 하늘나라로 갔다.
그리고 세월호 침몰사건이 4개월이 지난 금년 8월 16일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언제 그렇게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느냐는 듯 바다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곳에 애간장이 타들어가는 기다림이 있었다. 열사람의 실종자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진도 팽목항 바다를 향하여 내 딸아이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장대비속에 왔다가 봄비속에 하늘나라로 간 내 딸아이의 영혼이 담긴 봄비였다면, 어느 강줄기를 굽이굽이 돌고돌아 어느덧 진도 팽목항에 정착해 있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딸아이는 대답이 없고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들이 눈물짓게 했다.
부모는 죽으면 무덤에 모시지만,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나도 내 딸아이를 내 가슴속에 묻고 그 슬픔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데, 또다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자들을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세월호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다. 이제 우리들 가슴속에 가슴공동묘지를 만들고 세월호의 아픔을 묻어두어야 하리라. 그리고 그 무덤에 비문을 세우리라 !
다시는 이런사고가 일어나서는 아니된다고, 수많은 영령들의 명복을 빌면서 ! 돌아오지 않는 열사람의 생환을 두손모다 기도해보리라고,
동인지 28집 "골목길 쉼돌에 앉아" 역대회장 안전기획 특집 수록 |
| 정진철 | 14-12-27 06:35 | | 임재문선생님의 가슴은 유리조각 파편같이 상처투성이겠지요. 무심하게 세월은 또 마지막 달력을 한장 남겨놓고 카운트 다운을 하고 있습니다. 그 카운트 다운이 끝나면 마지막 잎새처럼 떨어져 나가겠지요. 그러나 임재문 선생님은 하나님의 품에서 그 파편 조각을 하나씩 꿰어 맞추는 사랑의 은총을 받고 계신데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영혼이 맑고 순수하신 임선생님, 송구영신하면서 그래도 막걸리는 한잔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ㅎㅎ | |
| | 임재문 | 14-12-27 09:23 | | 감사합니다. 정진철 선생님 ! 제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고요한밤 거룩한밤이라는 계시를 받고 이제부터는 고요한밤 거룩한밤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진철 선생님 ! | |
| | 임병식 | 14-12-27 06:39 | | 비극의 세월호사고. 눈물의 팽목항은 온국민이 잊지 못할 것입니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은 일어나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저는 거기는 가지 못하고 지역에 마련된 분향소만 다녀왔는데 비극의 현장에서 느끼는 슬픔은 더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디, 영령들이 분노를 잊고 천상에서 편히 쉬기를 기원합니다. | |
| | 임재문 | 14-12-27 09:26 | |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홉사람이 남아 있어서 부디 생존해서 돌아오는 기적이라도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로빈손크루우소 이야기처럼 어느 무인도에 정착해서 우여곡절끝에 생환하는 그런 드라마가 펼쳐지기를 기도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임병식 선생님 ! | |
| | 김권섭 | 14-12-27 07:07 | | 임재문선생님께서 세상사람들이 두려워 하고 꺼려하는 사형수의 발을 씻어주어 그 아름다운 모습이 CBS TV 간증프로 "새롭게 하소서!" 에 나와 뭇 사람들의 시샘을 받게 아름다웠으니 천상에 올라가 천당에 갔는지 지옥에 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천국에 간 사형수가 귀한 따님을 천당으로 모셔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백년 내외에 이세상을 다 하직하는데 조금 일찍 좋은 곳으로 갔다 생각하면 슬픔은 조금은 더 가벼워질 것이라 여겨봅니다. 억지 논리가 되어 설봉님을 노하게 했다면 용소하소서! 할렐루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
| | 임재문 | 14-12-27 09:29 | | 저도 지금 한발자욱 한발자욱 제 딸이 있는 그 곳으로 이동해가고 있다고 느끼며 천상재회를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제 김권섭 선생님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 | 윤행원 | 14-12-27 19:14 | | 임재문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아미달 밤에 임 선생님과 왕송호수를 거닐면서 즉석에서 지은 拙詩가 생각나네요. 두 사나이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엉엉 울기도 했지요. 임 선생님의 딸 이름이 '아미'였지요.
아미
오늘따라 왠 눈썹달인가 왕송 호수는 그대로인데 너는 하늘에서 늙은 애비를 보는구나
두 사나이 어스름 눈썹달 아래서 네가 걸었든 길을 걷고 있네
아미(蛾眉)달 옆에 찬란한 별 하나 옹크리고 있네 만질 수 없는 너이기에 차라리 별이 되어 너를 지키네
아미야 아미야 아미달아! | |
| | 임재문 | 14-12-27 23:30 | | 그냥 애써 참으려고 했는데 왜 또 이렇게 눈물나게 슬퍼지나요. 왕송호수가 눈물의 호수인가봅니다. 그렇게 무섭게 불어대던 왕송호수의 바람결에 다 날려버리렵니다. 감사합니다. 윤행원 선생님 ! | |
| | 이방주 | 14-12-28 10:07 | | 임재문 선생님 따님을 가슴에 묻은 선생님의 슬픔을 이해한다 이해한다 말해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세월호 사건으로 젊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을 이해한다 이해한다 말해도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이제 그만 훌훌 털어버리세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 |
| | 임재문 | 14-12-28 15:51 | |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아무리 지우려고해도 지워지지 않기에 가슴에 묻는가봅니다. 언젠가는 천상재회하는날 딸아이한테 제일 먼저 달려갈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 | 일만성철용 | 14-12-29 08:17 | | 여러 가지 역경을 겪으시면서 희비애락으로 세월을 보네셨군요. 살다 보니 인생에는 보이지 않는 운명의 線路가 있는 것 같아요. 지나면 흘러 가는 시간처럼. 저는 몇년 전 그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과 추자도를 지나 무사히 제주에 간 일이 있거든요.세월호는 한자로 '世月'이 아니고 세상을 초월한다 해서 '世越'로 쓰더군요. | |
| | 임재문 | 14-12-29 11:41 | | 일만 성철용 선생님 ! 그냥 아무 의미가 없이 그냥 그렇게 눈물만 납니다. 감사합니다. 일만 성철용선생님 ! | |
| | 변영희 | 14-12-29 17:15 | | 가슴공동묘지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잘 견뎌오셨네요. 앞으로도 잘 이겨내시거라고 믿어봅니다. | |
| | 임재문 | 14-12-29 18:34 | | 감사합니다. 변영희 선생님 ! 변영희 선생님처럼 그렇게 저도 우여곡절이 구구절절 많은사람인가 봅니다. 앞으로 다 그렇게 잊어가며 살겠습니다. 그래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인가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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