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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아난분별경(佛說阿難分別經)
복걸진(乞伏秦) 사문 법견(法堅) 한역
김두재 번역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사람은 부처님을 섬겨서 부귀(富貴)함을 얻어 화합하는 이로움이 있으며, 어떤 사람은 손해를 보아 줄어들어서 화합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어찌하여 그리도 같지 않습니까? 원하옵건대 하늘 중의 하늘[天中天]께서는 자세히 설명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받들되, 밝은 스승에게 계를 받아서 순순히 믿어 범하지 않으며, 정진하여 받들어 실천하고 받은 것을 잃지 않으며, 형상이 선명(鮮明)하고, 아침저녁으로 예배하며 공경하여 등(燈)을 밝히고, 부처님을 안치한 곳에 깨끗한 보시를 하며, 수행할 때 금지하는 것을 어기지 않고, 재계(齋戒)하기를 싫어하지 않으며, 마음속으로 늘 기뻐하면, 그 사람은 항상 선(善)한 신(神)이 옹호하여 가는 데마다 화합하고 온갖 일이 갑절이나 불어날 것이며, 하늘과 용과 귀신과 많은 사람들의 공경을 받아서 나중에는 틀림없이 부처가 되리니, 이러한 선남자와 선여인은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이니라.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섬기되,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경의 가르침을 보지 않으며, 계(戒)를 받았으나 지키지 않고, 계를 받았다는 명분만 지니고 믿는 마음이 견고하지 못하며, 계율을 어기고 범하며, 잠깐 믿다가는 다시 믿지 않고 마음과 뜻이 망설이고 주저하며, 또한 경(經)이나 부처님의 형상(形象)도 없는 것이라 하여, 이윽고는 날마다 향을 태우거나 예를 올리지 않고, 항상 성내고 분한 마음을 품은 채 못된 말만 하고 욕을 하며, 남을 꾸짖고, 또한 6재(齋)를 실천하지 않고, 살생에는 손이 재빠르며, 불경(佛經)을 공경하지 않아 헤진 옷을 넣어두는 상자나 잡동사니를 담아두는 상자 속에 버려두며, 혹은 처자들이 쓰는 평상 위에 놓아두기도 하며, 혹은 벽에 걸어두기도 한다. 때로는 깔고 앉아 공양할 마음이 조금도 없어 세간의 속서와 다름없이 취급하며, 만약 병이 나면 의심하면서 믿지 않고, 곧 무당을 불러다 점을 치고 부적을 붙여 압박하고 삿된 신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기원하면, 천신(天神)은 멀리 떠나 천신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다. 요망한 도깨비가 날로 나오고 악한 귀신이 문에 숨어서 손해를 입혀 줄어들게 만들기 때문에 가는 데마다 화합하지 못하느니라.
이는 현세에서는 죄인이며 부처님의 제자도 아니다. 죽어서는 마땅히 니리(泥犂:지옥)에 들어가서 온갖 독한 고문을 받을 것이요, 그 죄 때문에 저절로 쇠퇴하여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며, 나중에도 다시 재앙을 받을 것이요, 죽어서는 혼신(魂神)이 받는 고통 또한 혹독하기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눈이 어두워서 과거 세상의 숙명적인 일로 정신이 따라간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오랜 옛날부터 부처님을 섬겨왔는데도 이렇게 손해를 보고 줄어든다고 말하면서 전생에 행한 공덕이 안 되는 일을 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성인을 꾸짖고 하늘을 원망한다. 세상 사람들이 미혹하고 그릇됨을 알지 못하는 것이 이러하다.
달통하지 못한 사람은 의심하고 망설이면서 믿음이 견고하지 못하고, 마음에 안정되지 못함을 품고, 나가고 물러남에 이치를 잃어버리며, 부처님의 은혜를 어기고 저버리고도 되돌아올 줄 모른 채 마침내 세 갈래 세계에서 구속과 얽매임을 당하게 되느니라.
스스로 화(禍)와 복(福)을 지어 죄식(罪識)의 인연이 되는 것이니, 제가 심은 근본에 대하여 순응하지 않을 수 없다. 열 가지 악을 지은 이는 원한을 받게 되고, 열 가지 선한 일을 한 사람은 두터운 우애를 받게 된다.
정신을 편안하게 하여 도를 얻음은 다 선(善)으로부터 나오나니, 선은 훌륭한 갑옷이라 칼이나 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능히 지키고 믿는 이는 집안이 화목하고 편안하며 복도 저절로 따라오지만, 그것을 신(神)이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 또 이런 일들을 믿지 않는 이는 다음 세상에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선과 악이 사람을 따르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 하나니, 도저히 여읠 수 없는 일이니라. 죄를 받느냐 복을 받느냐 하는 일도 모두 다 이와 같나니, 스스로 지어 나쁜 세계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그러니 진리를 믿어 미혹되지 않으면 있는 곳마다 항상 편안할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지극히 정성스러워서 끝내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두 가지 말씀을 하시지 않는다. 경전에 설한 부처님의 법은 듣기 어려운 일인데, 너는 과거 세상에서 복을 지었기 때문에 지금 부처님을 모시게 된 것이다. 전생의 복이 큰 때문이니, 마땅히 은혜 갚기를 생각하여 법과 가르침을 펴서 중생들에게 나타내 보여 주어 복 밭을 짓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신심이 있는 이를 만나 다음 세상에는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니라.”
아난이 가르침을 받고, 받들어 행하여 널리 듣게 하였다.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람이 만약 제 손으로 직접 살생하지 않고 남을 시켜서 죽인다면 죄가 없다고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남을 시켜서 죽이는 것은 직접 죽이는 것보다 그 죄가 더 무거우니라. 왜냐하면 혹 종이나 어리석은 소인이나 아랫사람이 죄 짓는 법인 줄 모르고, 혹 지방 고을의 관리가 핍박하면서 시키면, 그것은 자기의 마음에서 나와서 한 행위가 아니다. 그리하여 비록 죄를 얻을지라도 일의 의미가 똑같지 않고 가볍고 무거움의 차이가 있느니라.
남을 시켜 죽이는 것은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범하는 것이니, 가만히 거슬려 해칠 마음을 품고 어리석게도 악한 마음으로 손을 댄 것이다. 그것은 자비한 마음이 없는 탓이니라.
삼존(三尊)을 속이고, 또한 스스로 5역의 죄를 범한 것이라, 목숨에 해를 끼치니 그 죄보다 더 큰 것이 없을 것이다. 원수와 만나면 서로 갚곤 하여 대대로 재앙을 받으며, 엎치락뒤치락 서로 갚으면서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세에서는 편안하지 못하고 재앙과 흉한 일을 자주 만날 것이며,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가고 지옥에서 나오면 사람의 몸을 벗어나 축생 세계에 떨어져서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다.
이렇게 세 갈래 나쁜 세계에서 여덟 가지 어려운 일을 당하면서 억만 겁을 지나도록 살코기를 사람들에게 이바지하되, 끝나는 때가 없이 몸뚱이가 고달프고 괴로움을 겪으면서 풀을 먹고 물을 마실 터이니, 지금 세상에 나타난 이러한 축생의 무리들은 다 전생에 지은 업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람의 몸을 얻게 되면 성질이 사납고 무도(無道)해서 남을 음해(陰害)하거나 중생들에게 상해를 입히며, 이렇게 이루어져서 세상마다 원수가 되어 서로서로 바꾸어가며 갚는 것인 줄 믿지 않는다. 정신은 같으면서 형상은 다르니, 그 죄가 이와 같이 깊으니라.”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간 사람이나 부처님의 제자가 악한 마음을 가지고 스승이나 도덕이 있는 이를 대한다면 그 죄가 어떠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무릇 사람이란 남의 선행(善行)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착한 사람을 친구로 삼아야 할 것이요, 미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악한 마음을 가지고 덕이 있는 이에게나 훌륭한 스승을 대하는 것은 곧 악한 마음을 가지고 부처님을 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차라리 돌 만 개를 쏘는 쇠뇌[弩]를 자신에게 돌리어 쏘느니만 못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 몸에 쇠뇌를 쏘면 몸이 아프겠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몹시 아플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악한 마음을 가지고 도와 덕이 있는 이나 또 스승을 대한다면 그 아픔은 쇠뇌로 제 자신을 쏘는 것과 같으니라. 남의 제자가 되어서 그 스승을 업신여겨 오만하게 굴거나 악한 마음을 가지고 도와 덕이 있는 이를 대해서는 안 되며, 마땅히 부처님처럼 보아야 하고, 그의 선행에 대하여 질투해서는 안 된다. 계율을 잘 지키고 도덕이 있는 이는 모든 하늘을 감동시키며, 천룡(天龍)과 귀신(鬼神)들도 그를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느니라. 차라리 몸을 불속에 던지거나, 날카로운 칼로 살을 벨지언정 삼가 다른 사람의 선행을 질투하지 말라. 그 죄가 적지 않을 것이니 삼가고 또 삼가하라.”
아난이 아뢰었다.
“남의 스승이 된 자가 제자의 잘못을 밝히되 작은 죄를 가지고 크게 만든다면 죄가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지 못하고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도 심하고 너무도 심한 짓이니라. 스승과 제자의 의리는 의리의 감정이 저절로 그러한 것이다. 그러니 마땅히 서로 인정한 다음에 상대 보기를 자기 몸같이 해야 하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며, 예(禮)와 계율을 크게 숭상하여 원망하거나 송사[訟]를 일으키는 일이 없게 해야 하나니, 제자도 역시 그렇게 해야 하느니라.
제자와 스승의 두 의리는 참되고 성실해야 한다. 스승은 당연히 스승다워야 하고, 제자도 마땅히 제자다워야 하나니, 서로 비방하지 말고 조심하여 독기를 품지 말아야 한다. 작은 원망이 크게 되면 도리어 자신의 몸을 태우느니라.
내가 말세의 온갖 악한 무리들과 마귀 세상의 비구들을 관찰해 보니, 오직 다른 사람의 악한 것만 염두에 두고 자신이 저지르는 악은 그만두지 못하며, 어진 이를 질투하고 착한 사람을 투기하며, 도를 닦을 생각은 하지 않아 이윽고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된다.
또다시 남을 헐뜯어 무너뜨리고 도 닦을 마음을 끊어 버려 실행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며, 속된 업(業)을 탐내어 힘쓰고 재물만 쌓아 모으면서 자신을 잃고 만다. 그리하다가 죽으면 큰 니리(泥犁)에 떨어져 죄를 받는다. 미래의 세상이 이와 같거니, 그 세상에서 무엇을 구하겠느냐?
부처님의 은혜 갚는 일에 마음을 붙이고 도로써 서로를 인도하라. 도는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니, 자기의 식신(識神)을 구제하여 괴로움을 여의고 생사의 바다를 멀리 벗어나도록 하기 때문이다.
어진 이를 보거든 업신여기지 말고, 선한 이를 보거든 비방하지 말며, 작은 허물을 가지고 큰 죄를 지었다고 남에게 증명하지 말라. 법을 어기고 진리를 잃으면 이보다 더 큰 죄가 없나니, 죄와 복은 증험이 있으니 삼가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아난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말세의 제자가 집안을 다스리는 인연으로 편의를 따라 일을 해야 하는데, 장차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금하시는 계율을 받아 그걸 믿고 받들어 실천하고, 남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할 생각을 하지 말 것이며, 받들고 효도하여 조심하고 삼가야 할 것이다. 삼존(三尊)께 공경하여 귀의할 것이며, 어버이를 봉양하고 나라에 충성을 다할 것이니라. 세간의 일[世間事]은 해야 되겠지만, 세간의 뜻[世間意]을 맞추는 일은 해서 안 된다.”
아난이 아뢰었다.
“어떤 것이 세간의 일이며, 어떤 것이 세간의 뜻입니까? 하늘 중의 하늘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불제자가 되었으면 물건을 사고팔아 이익을 챙기는 일에 있어서 바른 말[斗]과 바른 저울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속이지 않고 이치에 맞게 써서 자연스러움을 어기지 않을 것이며, 장례를 지내거나 이사를 하거나 혼인하는 일 등은 바로 세간의 일이니라.
세간의 뜻이란, 불제자가 되었으면 점치는 일을 하거나, 옳지 못한 귀신에게 소원을 빌거나, 부적이나 주문등으로 괴상한 기운을 누르려 하거나, 신사(神祠)에 제사를 지내며 소원을 아뢰는 일을 해서는 안 되며, 또는 좋은 날과 나쁜 날을 가리는 일 따위를 해서도 안 된다.
부처님의 5계(戒)를 받은 이는 곧 복덕이 있는 사람이다. 시행해야 될 일이 있으면, 마땅히 삼존께 여쭈어 보고 하라. 도를 닦으면 막강한 호법신이 보호하여 설사 모든 하늘이나 천룡(天龍)과 귀신이라 하더라도 다 굴복하여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다. 계율이 높으면 존경 받음은 물론 간 데마다 길하지 않은 일이 없으리니, 어찌 꺼려하여 피하거나 착하지 않은 일이 닥치겠느냐? 통달하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 꾸지람 받을 일을 만드느니라.
선(善)하고 악(惡)한 일은 제 마음으로 짓는 것이고, 화(禍)와 복(福)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그것이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고 메아리가 소리에 응하는 것과 같다.
계행의 공덕에는 복이 저절로 따르며, 모든 하늘들이 옹호하는 대상이 되어 마음에 원하는 것과 어긋나는 것이 없고 시방이 다 감동하여 호응하며, 하늘과 함께 덕에 참여하여 공훈(功勳)이 높고 높으며, 뭇 성인들이 찬탄하는 것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느니라.
지혜로운 이[智士]는 운명을 알아서 몸이 마치도록 삿된 일을 하지 않으며,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잘 실천하여 세상을 건지는 방법[道]을 터득하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다시 가사를 정돈하고 머리를 땅에 대고 말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복이 있어서 여래를 만날 수 있어 큰 은혜와 자비를 입었습니다. 일체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복 밭을 지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지극히 참되오나 믿는 이가 적습니다. 이 세상에는 못된 이들이 득실거리고 중생들은 서로 헐뜯기만 일삼으니, 아,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믿는 이가 하나둘만 되었더라도 어찌 이 세상이 이다지도 사악하겠습니까? 그 폐단이 곧 이러하니, 부처님께서 멸도하시고 난 뒤에는 경법(經法)이 점점 바뀔 것이며, 차츰 쇠하여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아, 애통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무엇을 믿어야 하겠습니까?”
아난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 일로 인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 삼계를 보호하시니
자비하신 은혜 넓고도 커라.
세상 말세라, 부처님 뵙지 못하고
법을 만나기도 또한 어렵네.
애통하구나. 지식이 없는 이는
눈이 어두워 참된 것 구별 못 하네.
애통하구나. 곧 이와 같으니
죄를 받는 것도 이와 같다네.
숙세에 지은 복으로 법을 만난 사람들
한 사람이거나 두 사람 정도라네.
경전의 가르침은 점점 사라져만 가니
이제 다시 무엇을 믿으오리까?
부처님의 은혜 크지 못해서가 아니라
모든 죄는 중생들로 말미암는 법,
법 북[法鼓]이 삼천세계 진동하는데
어찌하여 그 소릴 듣지 못하나.
혼탁한 세상엔 못된 사람만 많아
뒤바뀐 소견으로 뒤바뀜에 떨어지네.
성인을 비방하는 일만 행하고
삿되고 아첨하고 서로 헐뜯어 무너뜨리네.
세상에 부처님 계심을 믿지 않고
부처님 법은 대도(大道)가 아니라 말하네.
이런 사람은 옳지 못한 사람이니
스스로 온갖 죄의 뿌리 만드네.
목숨이 끝나면 무택(無擇)지옥에 가서
칼에 그 몸이 쪼개진다네.
아귀(餓鬼)는 살생하길 좋아하다가
끓는 가마솥에서 몸이 솟구치네.
음탕한 데 빠졌던 이 구리 기둥 끌어안고
사나운 불에 그 몸뚱이 이글이글 타며
맑고 고상한 선비와 미친 듯 비방하던 이
쇠 갈고리로 혀가 뽑히네.
문란하게 술 먹고 예절 없던 이
미혹에 빠져 사람 도리 잃었다가
죽어서 지옥 속에 들어가면
구리 불린 물 그 입에 쏟아지네.
온갖 위험하고 어려운 일 당하여
혹독한 고통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해도
천한 하인이나 가난하고 궁핍한 집에 태어나네.
살생하지 않은 사람 장수(長壽) 얻어
병 없이 항상 건강하고 씩씩하며
훔치지 않은 이 큰 부자 되어
돈과 재물이 항상 넉넉하다네.
음탕하지 않은 이 향내 나고 깨끗하며
신체는 곱디 고와 향기가 자욱하네.
광명의 그림자 항상 밝게 빛나고
썩 잘되면 하늘에도 태어난다네.
지극히 성실하고 속이지 않은 이는
사람들이 믿고 받드는 대상이 되며
몰랐던 것 나중에 밝게 깨닫고
덕과 지혜 갖추어 존경을 받는다네.
오복(五福)이 법을 벗어나 나와
하늘 사람과 짝을 이루며
태어남이 억만 배쯤 되나니
진리는 너무나도 분명하네.
말법 세상에 온갖 악한 사람들
믿지 않고 의심만 많으며
어리석은 이 도를 구별하지 못하여
죄만 깊어 곧바로 어둠 속에 빠지네.
성인을 가리고 정각(正覺)을 헐뜯다가
죽으면 큰 철성으로 된 지옥에 들어가네.
식신(識神)이 그 속에 놓여 있어
머리 위에 쇠바퀴를 인다네.
죽으려고 하지만 죽지도 못하고
잠깐 사이에 모습이 변하고 마네.
창과 창이 서로 꿰고 찌르며
몸뚱이는 항상 갈기갈기 찢어지네.
어찌할꼬? 이와 같은 세상
바른 것 등지고 귀신만 믿으니
부적 만들어 압박하고 점쟁이에게 묻기 좋아하며
제사를 지낸다며 살생하여 불인을 저지르네.
죽으면 18지옥에 떨어졌다가
두루두루 흑승(黑繩)지옥까지 거치면서
8난을 당하기는 이 세계에 으뜸이고
다시 사람 몸 얻기는 더욱 어렵네.
어쩌다가 사람 몸을 얻더라도
오랑캐 같아 의리가 없으며
어리석고 아둔함은 구멍과 같고
다리는 절름발이 말 못하는 벙어리 되네.
어리석고 미련하여 사물을 통달하지 못하고
모질고 모질어서 서로 걸고 넘어지네.
이렇게 온갖 갈래 중생으로 전전하다가
새나 짐승 6축(畜)의 몸을 받아서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여
가죽 벗겨지고 입으로 들어가네.
숙세(宿世)의 원한을 갚기 위하여
고기를 공급해 사람에게 돌리네.
도가 없으면 악도(惡道)에 떨어져
벗어나기 구하기란 매우 어렵네.
사람의 몸 얻기 이미 어렵고
부처님의 법 듣기 어려워라.
세존께선 중우(衆祐) 되시어
특별히 높은 자리에 안주하시며
감로법(甘露法) 펴 남기시오니
후학들 크게 받들어 행하옵니다.
저희들을 애달피 여겨 이미 지혜 얻으사
온 중생들 가엾이 여기시어
열어 깨우치고 도의 참됨 보이시니
총명한 이는 곧 괴로움에서 벗어납니다.
복 있는 이는 향하여 가는 데마다
진리를 깨닫고 배워서 성취하며
큰 복 밭 얻어 스스로 귀의하고
죽음 없는 길에 씨를 뿌리누나.
자비와 은혜 이보다 나은 이 없으신
부처님께서 법륜을 굴리시네.
원하오니 일체 사람들로 하여금
감로의 즙을 마시게 하옵소서.
지혜의 배는 피안에 이르고
법의 소리 대천세계 끌어들이네.
너와 나 둘이 아니니
부디 위없는 참됨을 발하소서.
아난이 이와 같이 설하자 그 모임의 대중들이 승나대개(僧那大鎧 : 四弘誓願)을 믿고 이해하였으며, 감로의 음성은 향기 되어 삼천세계를 쪼였으며, 이를 따라 해탈하고 도의 땅[道地]을 열어 보여 교량(橋樑)을 삼게 하였다.
국왕ㆍ신하ㆍ인민ㆍ하늘ㆍ용ㆍ귀신들은 경전에 기록된 것과 아난이 설한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슬퍼하고 한편으로는 기뻐하기면서 부처님 발에 이마를 조아리고, 아난에게 예를 올리고는 가르침을 받고 물러갔다.
『불설아난분별경』 1권(ABC, K0770 v19, p.793a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