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둘러 싸고 있는 수많은 인파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아니 기자들.
나는 지금 서울대학교 2005학년도 대학 수학 능력시험 합격자 발표 게시판 앞이다.
"이서결씨!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서결씨! SiBaSSe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한말씀 부탁드릴게요!~"
왜... 다들 나에게 이렇게 관심이 많지?
난 무심코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펼쳐보았다.
2009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P고등학교 3학년 2반 이서결
국어 100
수학 100
국사 50
윤리 50
지리 50
근현대사 50
외국어 100
일본어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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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 인건가?
"이서결씨!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수능 만점을 받으셨는데요? 비결이 무엇인가요?"
"이서결씨! 전국 2등과 점수차가 무려 25점이나 차이납니다. 역사상 최고로 어려웠다는
2005학년도 수능시험인데요! 어떻게 공부를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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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 공부방법?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제 정말 편히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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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편히 쉬어도 될꺼야.. 엄마.. 나 성공했어...
내 온몸에 있는 세포 하나마저 죽어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난 그 느낌에 만족하며 눈을 감았다.
몸이 천천히 앞으로 기울어진다.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거 같아..
하지만 정말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약간의 휴식이 필요할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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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흐흐흐.."
"얘가 미쳤나! 서결아~~ 학원가야지!! 아후~ 얘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늦잠이야?"
어라라..
"엄마..? 학원이라니? 무슨 소리야? 나 서울대학교.."
"쯧쯧쯧... 어여 밥먹고 학원가야지. 씻고 준비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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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런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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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발.... 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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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지몽 :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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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 불이 안들어올때가 많아서 저도 불키는데 한몫하려고 글쓰기 시작합니다~
그냥 제 얘기를 좀 섞어서 써보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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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이서결. 나이 20세.
2004년 수능을 좆망크리하고 군대를 갈까하다가 주변인들의 만류로
맘잡고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나같은 사람보고 이렇게 말한다.
재.수.생
난 오늘도 노량진으로 만원 지하철을 타고 부대끼면서 가고 있다.
답답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젊은 남녀가 서로 엉덩이를 만져대면서 볼을 부비고 있다.
미츤.... 만원지하철에서 뭐하는 짓거리여..
년놈들 하는 짓거리 보니까 공부 의욕이 조낸 생겨난다.
1교시 언어.
관동별곡이 어쩌구 저쩌구 서경별곡이 어쩌구 저쩌구
의미없는 단어들의 나열. 인간 개인의 해석을 무시하는 정해져있는 해석법.
엿이나 먹으라지.
2교시 윤리.
루터인지 칼뱅인지 그딴넘들 알게 뭐임. 입으로 나불대는건 pc방에 널부러져있는 쵸딩들도 하는거야.
3교시 수학.
미분 해서 뭐 어쩌라고. 아니 그걸 다시 적분하는건 무슨 수작?
점심시간.
2800원 짜리 싸구려 도시락 아니랄까봐 싸구려티 팍팍나네..
4교시 외국어.
외국어가 아니라 외계어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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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정신상태가 이상해진다. 모든것을 부정하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
제기랄... 어제 꿈은 정말 좋았는데.... 에효..
6교시가 끝나자 수업이 종료되었다.
입시학원은 수업이 끝나면 자율학습을 하던지 다른 단과수업을 들으러 가던지 한다.
하지만 난 둘다 할 수 없었다.
내 손에 지난 6월에 본 모의고사 성적표가 들려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 6월 학업 성취도 평가
DaeSu학원 14반 이서결
언어 82
수학 92
국사 44
윤리 42
지리 38
근현대 32
외국어 62
일본어 100
그래. 이게 내 현실이다.
서울대 가려면 한 5수는 해야 하려나.
누가 일덕 아니랄까봐 일본어는 다 맞았구나. 하하하하..
집이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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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O게임넷 스타리그를 잠깐 보고, 스타한판 쎄리고 씻고 책상에 앉아 책을 피니까
오후 10시다. 시ㅋ망ㅋ
그냥 자자..ㅋ
침대에 누워서 책상위에 세워논 D-Day 달력을 힐끔 보니 이렇게 써있다. D-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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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결아! 서결아!!"
"으...으음.."
"학교 늦었어! 오늘이 입학식인데 빨리 가야지!!"
"으..응? 무슨 학교?? 설마 고등학교??!!!"
"얘는 참 호호.. 서.울.대.학.교 말이야~"
"아.. 맞다.. 나 전국 수석 했었지..?"
멍미 그거 꿈 아니었대??
뭔가 깨름칙한 기분이었지만 대충 씻고서 학교를 갔다.
ㅅㅑ
라는 정문이 너무나도 낯이익다.
정문 위에는 2005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만점자 이서결 경영학과 입학 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래서 난 그 앞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이거 정말 현실인건가...
만약 꿈 이라면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달콤한 꿈이다.
이게 현실이라면 내 미래는 정말 창창하겠지...
만약 매트릭스의 모피어스가 와서 빨간약과 파란약을 내민다면..
주저없이 빨간약을 먹을 것이다.
나의 현실은 너무나도 비참하니까..
.
.
밤이다. 모피어스는 오지 않았다.
나는 어렴풋이 이 세계에 대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악마의 유혹인지.
천사의 선물인지....
잠들면 다시 이 세계는 사라지는 건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은 잠들어야 한다는 것.
그거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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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얘기가 없지요? 다음 편부터 나와용ㅇㅇㅇ
호접지몽 :
나비가 된 꿈이라는 뜻으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또는 인생의 무상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첫댓글 여나옹도 쓰는 건가요? ㅎㅎ 건필하세요~~^^
허..허접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감자전 다시 활성화되겠네여 ㅎㅎㅎ 아.. 서울대...ㄷㄷㄷ... 건필하세여~~ ㅋㅋㅋ
두기님 글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오ㅋ 신선하네요ㅋ 건필하세요ㅋ
신선할뿐... 필력도 없는게 깝쳐서 죄송해요 ㅠ
고1때 첨 배우는 구운몽에서 배운 언어네요. 호접지몽의 인생무상
모티브가 구운몽과 장자의 호접지몽이에요! 순식간에 들통난 모티브..;
오호...이 무슨....신선한 시츄에이션.....팔딱 팔딱...너무 너무 신선한 글 들..ㅋㅋ
뉴캐슬 파이팅입니다. 제 글에도 뉴캐슬이 팀이에요 ㅎㅎ
뭔가 새로운 컨셉 2가지의 생활인가요 허허 건필
2가지 생활은 아니구요 그냥 차원이동 같은 거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