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too short
The here and the now
You’re only given one shot
('The Spirit Carries On' 中)
3시간 30분으로 예정된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Six Degrees Turbulence 2002” 서울 공연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장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우리에게는 또 다시 단 하루,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지금, 여기’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하며,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은 너무도 아쉽게 지나가 버린다.
4월 21일(일), 5시 정각 들어선 공연장의 플로어는 조금은 허전해 보였다. 또한 지난 해 공연이 이뤄졌던, 드림 씨어터의 음악과 아귀가 잘 맞았던 테니스 경기장의 구조와 비교되는 펜싱 경기장의 비루한 모습도 그에 한몫. 그러나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의 'Rooster'가 반갑게 경기장을 채우고 있다. 4월 19일 세상을 떠난, 레인 스탤리(Layne Staley)를 애도하는 뜻에서 드림 씨어터 본인들이 주문한 곡. 지나치게 지연 되지도, 그렇다고 늦은 관객들의 입장을 무시한 채 무자비하게 시작하는 것도 아닌, 예정 시간을 얼마 넘기지 않은 때에 시작된 공연. 많은 사람들이 이 번 공연의 오프닝 곡으로 기대했던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의 ‘The Glass Prison’이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미리 준비된 인트로의 연주가 흐르고 난 뒤 드림 시어터 네 명의 멤버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고 늘 그렇듯 제임스 라브리에가 뒤따라 나타나 노래를 더한다. 근 1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는 드림 씨어터의 모습은 조금씩 바뀌어 있었다. 존 명이나 마이크 포트노이, 제임스 라브리에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으나, 단발머리에 수염을 기른 조던 루디스, 머리를 깔끔하게 치어올린 존 페트루치의 모습은 상당히 낯선 풍경.
해외 아티스트가 짧은 시일 내에 두 차례 이상의 내한 공연을 갖는 경우가 결코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드림 씨어터의 두 번째 공연은 말 그대로 우리 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이다. 지난 해 “Metropolis 2000 Seoul Tour”가 [Metropolis Part2: Scenes From A Memory]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할애, 아니 전적으로 이 앨범을 위한 공연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곡들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팬들에게 그들의 재방문은 더없이 반가운 일.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에는 2001 공연에서 메들리 형식으로 짧게 연주되어 아쉬움을 남겼던, 이들의 명작 [Images And Words]의 대표적인 곡 ‘Pull Me Under’와 ‘Take The Time’도 함께 했다. 게다가 ‘Pull Me Under’는 이번 공연에서 연주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Master Of Puppet’가 중간부에 삽입돼 연주됐으며, ‘Take The Time’ 끝에는 러쉬(Rush)의 ‘Working Man’과 ‘Tor And Snowdog’이 덧붙여 연주됐다. 이 두 곡은 아마도 이번 공연에서 양대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인터미션으로 나뉘어진 1부(거의 정확히 93분의 시간이 소요됐다)의 마지막 곡인 ‘Take The Time’은 이들 특유의 속공 연주를 만끽할 수 있는, 다이내믹한 곡으로 첫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키보드 인트로가 나오자 관객들은 이미 흥분 상태에 접어들었으며, 루디스가 일부러 뜸을 들이며 연주하자 관객들의 열기는 더욱 높아졌다. 모든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던 ‘Pull Me Under’는 팬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최대 히트곡(?)이 아닐까 싶은데, 거기에 메탈리카(Metallica)의 ‘Master Of Puppet’까지 합세하였으니 메틀 팬들을 흥분시키고도 남음직하다. 관객들은 저마다 손을 치켜 올리며 “pull me under, pull me under, pull me under, I'm not afraid…”를, “master! Master!”를 합창하는 장관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양대 하이라이트를 뛰어넘는 순간이 있었으니, 두 번째 무대를 온통 다 채운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Part 1 ‘Overture’가 먼저 준비된 연주 음악으로 흐른 후 두 번째 파트 ‘About To Crash’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42분에 이르는 대곡을 앨범 그대로 완벽하게 연주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이제 드림 씨어터를 바라보는 팬들에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저 이 곡은 드림 씨어터가 단지 완벽한 연주를 넘어서서 다양한 심층, 이미지를 하나의 곡에 어떻게 응축 시키고 풀어내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몸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단지 이 한 곡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이번 공연의 전체에 걸쳐, 그리고 지금까지의 그들의 모든 앨범에서도 변함없었던 점이다.
이 날 공연에서 드림 씨어터는 예의 몇몇 발라드 곡들을 연주. 많은 메틀 밴드들이 마구 후려치는 곡들 사이에 발라드 트랙을 수록하는 것은 팬들을 위한 관례처럼 보이는데, 사실상 그것은 관례라는 표현처럼 의도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드림 씨어터의 많은 발라드 트랙들은 뛰어난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 완벽한 그들의 테크닉에 인간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불어 발라드 트랙에서는 대부분 절제된, 혹은 대중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드림 씨어터는 발라드 트랙에서도 나름의 실험적인, 정교한 연주, 진지함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이들의 발라드를 듣는 일이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모처럼 과거의 명곡들이 연주되는 마당에, 드림 씨어터의 발라드 곡으로는 (아마도) 최대 명곡이라 할 ‘Another Day’까지 기대한 관객들이 많았을 듯하지만, 또한 이들 팬들은 이 곡을 쉬이 공연에서 만나기 어려울 것이란 것도 알고 있다. 고난도의 두성, 고음역대를 오가는 보컬은 라브리에가 지금으로서는 완벽하게 공연에서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종 드림 씨어터의 공연 이후에는 라브리에의 자질에 관해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공연 이후에도 똑 같은 논쟁이 오고 간 듯하다. 스튜디오에서 가장 완벽한 드림 씨어터의 사운드를 구사하는 라브리에의 보컬은 조금도 손색이 없다. ‘Another Day’가 명곡이라면 그것을 가능케 한 화룡점정은 바로 라브리에라는 것. 무엇보다 지난 해 공연이나 근래 라이브 앨범에 비해 이번 공연에서 그는 별다른 부족함 없이 충실한 보컬을 들려주었다. 공연 전 우려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최상에 가까운 컨디션이었다는 것.
얼터너티브 메틀이 기세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드림 씨어터는 항상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그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앨범을 발표해 왔다. 이것이 드림 씨어터의 새 앨범들이 지속적으로 평단과 팬들로부터 호의를 얻을 수 있는 연유일 것이다. 더불어 철학적인 사고를 반영하고 있는 이들의 노래는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에서 이들이 드러낸 트렌드화 된 사운드와의 접목은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오로지 이들은 태생부터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을 업으로 받아들인 듯 그에 대한 탐구를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으며, 그것은 감히 넘볼 수 없는 하이 테크닉과 뛰어난 곡구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결실을 맺는다. 그 모든 것을 몸소 경험할 수 있는 장이 바로 이 날의 공연이었고, 그것은 지난 해의 공연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메틀 밴드답게 이들의 공연에는 젊은 힘이 함께 넘친다. 3시간 30분에 이르는 공연은 그 장시간에도 불구하고 하룻밤의 꿈처럼 지나쳐 갔지만, 그로부터 비롯된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요는 오래도록 지속된다.
Plus…
이 공연을 주최하는 공연 기획사에서는 얼마 전부터 대형 스크린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대형 공연의 특성에 맞게 무대 양측에 대형 스크린이 비춰져서 공연을 관람하는 데에 즐거움을 더해줬다. 그러나 종종 연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카메라 웤이 안타까운을 선사하기도 했는데, 루디스와 페트루치의 배틀 상황에서 포트노이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포트노이가 페트루치를 비추라고 고개짓을 하는 풍경이 스크린에 나타나기도 했다.
포트노이는 이 날 공연에서 드럼 셋트에 꽹과리를 한쪽 달아놓았다. 이것은 한국 팬이 공항에서 그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이 날 투베이스 드럼에는 예의 신문의 한면이 새겨져 있었으며, 포트노이는 그의 장기(?)인 손가락으로 스틱 돌리기를 여러 번 시도. 때론 스틱을 공중에 쏘아올린 후 되잡고 즉각 드럼 연타하기를 선보였다. 그러나 공연 후반 부에는 그만 실수로 공중에 쏘아올린 스틱을 잡아내지 못했다. 포트노이는 이 날도 어김없이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때에는 복싱 가운을 입고 무대 앞으로 나섰다.
아마도 포트노이 이외 모든 드림 씨어터의 팬들은 비교적 조용히 연주에 몰두하는 편이다. 그 중 존 명이 가장 조용한 무대 매너를 보여주는 편인데, 지난 해 공연보다는 한결 자주 무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곤 했다. 대부분 그것은 페트루치와의 유니즌 플레이를 선 보일 때였다.
이 날 공연 전에는 앨리스 인 체인스의 ‘Rooster’이, 인터미션에는 팻 분(Pat Boone),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Crazy Train’ 등이, 공연 후에는 ‘Finally Free’ 등이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사용됐다.
’Take The Time’의 연주가 시작될 때 라브리에가 포트노이 옆에 앉아 함께 트윈(?) 드러밍을 잠시 선보였다. 그리고 마이크를 포트노이 앞으로 가져가 그가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몇 소절을 소화(?)한 포트노이는 라브리에가 계속 마이크를 가져가지 않자 그를 추궁(?)하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루디스는 솔로 연주에서 최근 앨범에서 드러난, 사운드에 대한 그의 새로운 관심을 반영하듯, 앰비언트를 살린 - 반젤리스(Vangelis)나 케빈 무어(Kevin Moore)를 연상 시키는 - 연주를 먼저 선보이고, 이후 그의 특기인 고난도 테크니컬 연주를 들려줬다.
공연이 끝난 후 이별 인사는 오래도록 계속 됐다. 특히 멤버들 모두 나란히 서서 서로 어깨를 두르고 허리 굽혀 인사를 전하는 예의 바른(?) 모습을 보이기도. 그 순간 포트노이 혼자 허리를 뻣뻣이 세우고 서서 다른 멤버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장난을 쳤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난무하는 변박으로 인해, 헤드뱅잉보다는 점핑으로 무대에 화답했다. 앵콜곡으로 연주된 ‘The Spirit Carries On’에서 많은 관객들이 라이터를 켜들었고, 또한 큰 소리로 시종일관 라브리에와 함께 노래했다.
Set List
1. The Glass Prison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2. 6:00 [Awake]
3. Strange Déjà vu [Scenes From A Memory]
4. Surrounded [Images And Words]
5. Another hand/The Killing Hand [Hollow Years (Single)]
6. The Great Debate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7. Jordan Rudess Solo
8. Lines In The Sand [Falling Into Infinity]
9. Take The Time(+ Working Man/By Tor And Snowdog) [Images And Words]
(Imtermission)
10.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Encore)
11. Home [Scenes From A Memory]
12. The Spirit Carries On [Scenes From A Memory]
13. Pull Me Under(+ Master Of Puppets) [Images And Wo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