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 그것은 또 다른 현실의 세계 "
글: 이성희(id:eliphs)
십이국기(十二國記)
원작 :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
제작 : 2002, studio 피에로
캐릭터 디자인 : 야마다 아키히로
장르 : 판타지
[십이국기]는 동제목의 소설을 원작한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이다.
오리지널 창작이 아닌 원작을 가지고있는 모든 형식의 결과물이 그렇듯, 원작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리는가. 혹은 그 안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재창조하였는가는 중요한 관건이며 감상의 주 요인이된다.
그렇기에 원작인 소설을 이미 읽어버리고 팬이 되버린 나로서는 기대되는 한편, 염려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작 소설의 방대하고 치밀한 구성, 오노 후유미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캐릭터의 성격등을 애니메이션, 더군다나 tv시리즈의 한 화 분량인 25분 가량으로, 얼마나 원작에 가깝게 표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아닌 노파심이었다.
tv시리즈인 경우는 긴 러닝타임을 가진 극장용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이전 방영분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하나의 기점을 만들어 회를 나누며 진행해 나가기 때문에, 자칫하면 스토리의 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십이국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보기를 꽤나 망설이다가, 20화 정도까지 진행이 되어버렸을 때에야 비로소 첫 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의 방영분을 따라잡기까진 단 이틀이 걸렸다.
+ 12나라의 12왕과 12기린의 이야기.
이야기의 배경은 하늘이 천계(天啓)를 내려 기린이라는 생물을 통해 왕을 정하고, 그 왕은 신적(神籍)에 들어 병들거나 늙지 않고 나라를 다스리는 세계. 왕이 옥좌에 있는 것만으로도 요마들은 물러가고 나라는 안정된다. 왕을 인도로 이끄는 건 영수인 기린. 왕이 그릇된 정치를 하면 기린은 실도(失道)하여 병들고 기린이 죽으면 왕 또한 죽게된다. 사람은 ‘리목(里木)‘이라는 나무에 알로 태어나고 ‘식(蝕)’이라는 재해로 가끔 봉래(일본)으로 흘러 들어가 태어나게된다. 그런 사람들을 ‘태과‘라 한다.
이야기는 태과인 주인공 요코가 영문도 모른 채 십이국의 세계로 끌려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1부인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는 요코가 십이국으로 와 온갖 고난을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경국(景國)의 왕으로 즉위하기까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원작에서는 홀로 의지할 곳 없는 이계에서 오직 살아 남기 위해 여행을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스기모토와 아사노라는 친구가 함께 오게되며 이야기는 원작과 다른 이면을 보여 주게된다. 스기모토는 자신이 선택받은 사람이라 믿어 요코와 적대하게되고 아사노는 여행 중에 실종되는 등, 원작과는 다른 변수들이 들어가 있는데, 후에 일본으로 돌려보내지는 스키모토의 역할 역시 뒷이야기와 맞물려 중요하게 부각되어진다.
원작 십이국기에는 특별히 주인공이라고 정해진 캐릭터가 없다. 각 부마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달라진다. 아마도 애니메이션에서까지 그런 구성을 따르기엔 무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을 1부의 주인공인 요코로 정하고 요코를 중심으로 뒷 이야기가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그 두 인물을 포석으로 깔아놓은 것이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3부 [동의 신 서의 창해]편의 연왕과 안국의 기린, 엔키의 이야기는 왕이 되기를 망설이는 요코에게 안국의 신하가 들려주는 식으로 1부에 포함되며, 2부인 [바람의 바다 미궁의 언덕]편은 요코가 왕이 된후 천칙(天則)를 받으러 봉산에 갔을 때 여선으로부터 듣게되는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이다.
스토리 면이나 비주얼적인 면에서 애니메이션으로의 이식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작화도 회를 거듭해가며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기본 캐릭터 디자인 역시 삽화를 맡았던 야마다 아키히로가 주도하면서 캐릭터들의 분위기를 원작과 가깝게 만들어 냈다.
내용상 다소 지루하게 진행될 수 있는 1부의 요코편도 함께 온 두 친구가 각각의 다른 구도를 만들어내며 몰입도를 높혔다.
문제는 원작 소설이 완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진행속도를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완결되지 않은 소설의 내용을 따라잡아 버린다는 것이다.
소설 상의 스토리를 배제하고 이어나갈 것인가, 아니면 마무리를 지을 것인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떠나서 현재 진행중인 이 이야기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만약 독자가 ‘이계로 오게된 소녀는 온갖 고초 끝에 결국 행복하게 살았다’ 따위의 결말을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만만하지도 간단하지도 않다.
판타지의 이름을 단 허구이지만 어느 이야기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열된다.
자신의 현실과 상황을 직시하고, 삶에 있어서의 끊임없는 갈림길과 어려운 문제들. 그 안에 존재하는 당신.
당신은 얼마나 현명한 답을 찾아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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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제가 모 회지의 원고로 쓴 글이었으나
회지가 무산되는 바람에 남아버렸습니다.
애음사 이외의 곳을 글을 옮기는 것은 절/대/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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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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