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송남순
한 움큼 베어 문 풋사과의 시린 맛이 가시기 전
딱따구리는 속으로 속으로만 부풀어 오른 단단한 껍질의 기억을
연신 부리로 쪼아 댔다
봄꽃이 되어 돌아온 여린 몸속에는
또 하나의 심장이 움트고
바람이 입술을 불어 넣듯 돋아난 새싹의 두 잎
봄볕 아래서 허공을 만지고 있다
- 시집 『너에게, 첫』 (천년의 시작, 2022.11)
* 송남순 시인
경기도 용인 출생.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시집 『너에게,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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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겨울인데, 체감온도는 아직도 영하 10도 아래를 맴돌고 있는데 벌써 봄이 기다려지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요.
여름이면 겨울이 기다려지고 겨울이 오면 봄이 기다려집니다.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고 말하는데요, 겨울 봄을 기다리는 것은 간사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운 무채색의 겨울보다 봄을 더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은 춥고 배고픈 계절입니다.
특히 야생의 새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눈으로 덮인 산과 들에서 먹을거리를 찾는 것은 여간 고된 일입니다.
풋사과의 시린 맛도 달콤하게 느껴질 정도로 겨울은 혹독한 계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기억을 따라 사과나무를 찾아 연신 부리로 껍질을 쪼아대지만, 나무는 나무일 뿐 열매가 아닙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 맛이 난다면 좋을 텐데요. 배나무에서 배 맛이, 감나무에서 감 맛이 난다면 좋을 텐데요.
겨울마다 과일 나뭇가지를 꺾어 배를 채울 수 있을 텐데요.
우리는 짐작도 할 수 없지만, 그 또한 다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올해의 봄은 언제 찾아올까요.
3월일까요. 3월이면 따스한 훈풍이 불어오고, 바람이 입술을 불어 넣듯 새싹의 한 잎 두 잎이 돋아날까요.
그렇게 돋아난 새싹이 봄볕 아래에서 허공을 간지럽힐 수 있을까요.
2022년이 그러했듯 2022년 흔적의 겨울도 재빠르게 지나갈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겨울이 다 지나갔을 때 안도하기보다 아쉬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일들이 가득했다는 의미이니까요.
이번 겨울이 우리 모두에게 축복이 가득한 계절이 될 수 있기를 희원합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