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형님과 처형은 시애틀 동쪽에 있는 이사쿠아라는 동네에서 장사를 합니다.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엔 매상이 떨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은 어떤 식당이든지 다 마찬가지의 일이기도 합니다. 저만 해도 바깥에서 사먹는 것보다는 도시락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니까요.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외식을 하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려울 때는 별별 아이디어를 다 짜내려 하고, 그러다보니 형님과 처형은 일단 음식 사진을 담은 메뉴를 만들어 보려 준비하고 있습 니다. 어제는 이 작업에 차출(?)되어 음식 사진을 찍었습니다. 형님이 만들어내신 스시들을 사진에 담아 내는 작업을 한 거죠. 꽤 많은 양의 초밥이 촬영을 위해 만들어졌고, 그리고 그 덕에 모처럼 초밥으로 포식을 했습니다. 사실 이런 절박함들이 표면으로 떠오르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전술했다시피 경제적인 어려움이 그 한 축이긴 하지만, 또 하나는 갑작스런 중국 자본의 유입이 다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겠지만, 최근의 중국의 정치 및 경제 상황은 북미주, 특히 캐나다 뱅쿠버를 중심으로 엄청난 중국 자본의 유입을 불러왔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의 부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과세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중국 자본의 외국 탈출 러시를 불러온 것이라고 할까요.
이들 신흥 중국 부자들은 자기들의 캐시 자본으로 바로바로 비즈니스로 뛰어드는데, 이중 요식업 쪽으로 방향을 튼 자본도 많았습니다. 문제는 이들 중국 자본들이 대형 식당들을 차리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식 뿐 아니라 여기에 일식까지 가미해서 아예 부페 형식으로 만들어 여는 식당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소규모 중국 식당이나 일본 식당들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대형 식당이 들어선 곳의 인근의 소형 식당들은 경쟁이 되지 않아 속속 문을 닫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사실, 유통업의 코스트코 같은 경우도 처음엔 도매만 하다가 점점 소매 쪽의 비율을 늘리더니, 지금은 아예 그들이 손대지 않는 사업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행 상품 패키지, 자동차, 지붕 물받이 공사는 물론 인테리어 공사에 보험업까지... 이렇게 대형화될 뿐 아니라 종합패키지화되는 '원스탑 샤핑'들이 늘어나면 편리할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경제의 근간인 중산층 자영업자들은 점점 무너져버리게 되는거죠.
아무튼,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더 잘 해보자고, 우리만의 모델을 찾아보자고 이렇게 사진도 찍어보고, 또 나름으로 메뉴에 대한 고민도 나누어 봤습니다. 동서 형님과 저는 베린저의 나파 밸리 피노 느와를 열었는데, 처음엔 시큼하기도 하고 집에서 만든 술같은 냄새가 먼저 올라오기에 산화됐구나 했다가, 조금 있으면서 장미와 다른 꽃향기들이 살아나기에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피노느와는 그 산도와 깔끔함 덕분에 레드 중에서는 초밥과 괜찮게 가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캘리포니아의 피노는 그 우아함과 무게의 조화를 보이는 오리건과는 달리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편이라 조금 밸런스가 깨지긴 했었습니다. 오히려 조금은 달콤함이 돋보이는 워싱턴주 콜럼비아 밸리의 콜럼비아 와이너리의 셀라매스터즈 리즐링이 더욱 부드러우면서도 조화로운 페어링이 되어 주었죠.
세상은 계속해 소시민들에겐 힘들어져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자본이 그 힘을 규제하는 아무런 방비 수단들이 없이 원초적인 정글의 규칙으로 게임을 끌어갈 때, '인간'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져 버립니다. 그리고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는 사회는 더욱 공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우리는 극소수의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짓눌리는 절대 다수의 약자 중 하나로 전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대자본의 힘을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조세정의의 실천을 통한 부의 올바른 분배, 그리고 이것을 통한 자본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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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eattle Story 원문보기 글쓴이: 권종상
첫댓글 한국에서 와인을 수입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와인 관련 글을 보게되어 깜놀! 하고 들어왔네요 ㅎㅎ
베린저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고, 오레곤 피노누아는 특히 인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혹시 미국 쪽에서 좋은 와인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그러시군요. 오리건 피노느와는 단가가 세서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워싱턴 쪽의 와인들이 숨은 것들이 좋은 게 많죠. 원래 와인 관련 칼럼들을 써 왔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것도 와인 때문이었구요.
제 블로그 주소는 http://josephkwon.blog.me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