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코드같은 어중간한 짜맞추기와는 조금 차원이 다른 사고의 열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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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책 장사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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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책을 읽고 한편의 소설 스토리까지도 구상했었더랬죠.
그 만큼 많은 영감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작가인 그레이엄 헨콕은 본업은 언론인이지만 이런 류의 저술로 더 많은 돈을 번 작자죠.
이야기는 한장의 지도로 시작합니다.
지도는 남극대륙의 일부분을 그린 지도죠. 그런데 그 지도가 작성된 시기는
놀랍게도 남극대륙이 인류에게 발견되기 이전에 그려진 것입니다.
남극대륙은 19세기에 발견되죠. 하지만 그 지도는 기원전에 그려진 것.
대체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작가는 다시 전 세계에 공통으로 퍼져있는 홍수설화를 추적합니다.
그리고 이집트의 지하묘에 감추어진 거대한 범선과 중남미의 사라진 문명들.
그리고 신화들 속에 감추어진 지구의 세차운동에 대한 수치적 암시들..
지각 이동설등을 모두 종합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지구는 일정한 세월을 주기로 세차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시기에 이르면 극적인 극이동(폴라쉬프트)가 이루어지면서
자전축이 이동해버리는 대 재앙이 발생하는 거죠. 극점이었던 곳은 온대가 되고
온대였던 곳은 극점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기원전 수만년경. 인류는 고도의 문명을 이룹니다.
그들이 문명을 건설한 지역은 오늘날의 남극대륙.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폴라쉬프트로 인해 그들의 고향대륙은 빙점이
되어 버리고 그들은 세계 각처로 흩어져갑니다.
(아즈텍의 케찰코아틀이나 이집트의 신화등이 이런 문명인들의 방문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죠.) 세계 각지로 흩어진 그들은 멸망해버린 고대의 문명을
미개한 후손들에게 전수하다가 하나 둘 사라져갑니다.
(참고로..여기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은 급격한 폴라쉬프트가 발생하면 대규모의
홍수가 수반됩니다. 극점의 대량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는 반면 새로운
극점이 된 지역에 새로운 빙하가 생성되는데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들이 전파한 문명이 씨앗이 되어 오늘날 우리가 일컫는
이른바 4대 문명이 탄생하죠.
하지만 멸망의 순간에 이른 고대인들은 지구의 이런 세차운동이 일정한 주기를
갖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후손들에게 이를 경고할
방법을 찾습니다. 새로운 문명을 건설한 후손들은 이런 대 재앙을 극복할 수 있도록.....
그러나 당대의 문자도 사라지고 모든 전달수단이 소멸한 상태일
수천년 후까지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그건 바로 거대한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이죠.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피라미드들은 바로 이 메세지들이라는 거죠.
피라미드의 정교한 수치들(사실 단순한 무덤이라면 이런 정교한 수치가 불필요합니다.
즉.. 수치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작가는 주장합니다.)은 그 수치들을
계산하고 관측하고 이해할만한 문명이 출현했을 때 하나의 시기를 지정하도록
만들어진 이정표인 것이죠. 바로 지구의 다음번 세차운동.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거대한 빙하기.
뭐...
이 정도만 들어도 굉장히 쇼킹한 이야기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작가가 예시한 정황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니깐요..
굉장히 잘 쓴 책입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죠.
이 작자는 이집트와 중남미 위주로 상황을 전개하다보니
동아시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습니다.
같은 홍수신화라도.. 중동이나 기타 지방은 홍수를 "당하고" 끝나는데 반해
동아시아에선 홍수가 일어나지만 치수를 통해 다스리는 걸로 묘사되어있죠.
그 차이가 무얼 의미하는 건지. 혹은 동아시아에는 유독 중동이나
중남미같은 구전설화가 적은 까닭은 무엇인지.. 등등..
뭐.. 이런 정도의 작은 흠집만 빼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읽을 만 합니다.
만일 이걸 자료로 쓸거라면 소장가치도 만점이죠.
이 자체로 완전히 한편의 판타지 스토리가 됩니다.
고대에 마법문명을 번성시키던 인류는 폴라쉬프트로 인해 찾아온 대재앙으로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동아시아, 이집트, 중남미로 흩어진 각각의 무리들의 이야기..
마법문명을 모르는 하위인간들을 계몽하며 먼 훗날 문명의 새로운 여명을
기약하는 주인공들.
점점 격심해지는 세차운동으로 대 홍수가 일어나고
대 홍수의 와중에 엇갈리는 4대 문명의 이야기..
대홍수를 이겨낸 동아시아의 고대인들은 오늘날까지도 직계후손을 남기고..
반면 대홍수로 인해 고대인들이 멸망해버린 서구문명은 고대문명과 전혀 무관한
방향으로의 발전을 시작합니다.
동아시아에 남겨진 "기"와 온갖 철학들은 고대 마법문명의 유산인 것이죠.
마지막 고대문명의 잔재가 사라지고 수천년이 흐른 지금 한 현대인이
고대인과의 교감을 시작합니다. 동양에 남겨진 "마법"의 흔적을 통해서.
뭐.. 대충 이런식....
기가 막힌 건..
일본 애들은 이걸 만화로까지 만들었다는... 웃지못할...
(저 사는데 근처 만화방에 가보면 그레이엄 헨콕 시리즈를 원문 그대로
만화로 그린 시리즈가 나란히 꽂혀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