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언서판 3.0 김상순|변호사 산업화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현대 지식인들에게 ICT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제 현대에 와서 그 국·영·수라는 단어만큼이나 많이 들리는 단어가 디지털(digital), 인터넷(internet), 컴퓨터(computer), 스마트(smart) 등의 단어다. 이제는 생활용어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러한 단어가 사용되는 ICT 산업군(群)은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 것일까?
만일 소송으로 다투어진다면, 운전을 했던 사람의 소송대리인은 보통의 교통사고와는 다른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일까?
제조물 책임의 문제로 보아 자동차 생산자의 책임으로 보아야 할까? 운행 관련 소프트웨어의 결함으로 보아야 할까?
디지털 시대의 온고지신
역사상 가장 기술이 발전한 시대인 현재에 우리가 미래로 지향해야 하는 관점은 과연 무엇일까? 이전 세대의 옛 선현들은 고대에서 중세로, 중세에서 현대로 바뀌던 시기에 어떤 관점과 프레임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 관점을, 그 프레임(frame)을, 우리가 현대에서 응용할 부분은 혹시 없는 것일까? 여러 의문이 든다.
특정 주제를 정해 이미지나 영상과 함께 번호를 붙여 나열하는 새로운「스토리텔링」을 뜻하는 단어다. 그런데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숫자를 붙여서 유형화하여 열거하는 방식은 그리 낯설지 않다. 「부모 살아 있고 형제가 모두 무탈한 것(父母俱存兄弟無故)이 첫째고,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굽어보아도 사람들에게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것(仰不愧於天俯不作於人)이 둘째고, 천하의 인재를 얻어 교육을 시키는 일(得天下之英材敎之)이 셋째다」라는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 이른바 군자삼락(君子三樂)과 같은 표현들이야말로 리스티클의 원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온고지신이라는 성현의 말씀이 ICT의 영역에서도 의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신언서판 1.0」과「신언서판 2.0」
중국 당나라 시대에 관리를 뽑을 때 기준으로 삼았던 네가지 판단기준이다. 신(身)이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가리킨다. 행동, 됨됨이가 세련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의미다. 언(言)은 사람의 언변을 말한다. 조리 있고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말하는 것을 말한다. 서(書)는 그 사람의 필적을 말한다. 즉, 문장과 글씨체를 말한다. 판(判)은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옛날에는 이러한 신언서판의 덕목을 갖춘 사람을 인재로 중용하였다. 과거(過去)의 신언서판이라는 사자성어의 원래 의미를 1.0 버전이라 한다면, 현재(現在)의 신언서판 버전은 2.0 버전이라 부를 수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1.0 버전과 2.0 버전은 그 내용과 범위에 있어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안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신언서판을 각 카테고리(category) 별(別)로 이를 대표할만한 각 인물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신(身) 1.0은 기골이 장대하다라거나 허우대 멀쩡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여포라는 장수의 경우는 키가 9척이라 한다.「 구척장신」이라는 단어의 그 9척이면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대략 209센티미터쯤 될 것이다. 당시에는 선천적으로 장군감의 체격을 갖추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후천적으로 전쟁터의 용맹한 장군이 되기는 쉽지 않았다. 과연 현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우리에게도 유명한 이름인 박지성이나 김연아 선수를 떠올리면 좋을 것 같다. 이들은 역발산의 힘을 가진 것도 아니고 구척장신도 아니지만, 발군의 신체능력을 후천적으로 계발하여 그 분야에서 성공한 경우라 할수 있다. 언(言) 1.0은 매끄럽고 품위 있으며 논리적인 언변을 가진 것을 말한다. 「악법도 법이다」라고 이야기한 소크라테스가 활동하던 고대 그리스 시대의 소피스트(sophist)라는 직업군을 떠올려 보면 될 것이다. 이들이 가진 여론형성력을 떠올려 본다면, 현대의 경우에는 언론 산업 종사자들이 이에 대응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수사법이나 화술에 능통한 정도를 넘어서서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냉철한 판단력까지를 갖춘 베테랑 미디어(media) 전문가들이 언(言) 2.0에 해당된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뉴스룸(The Newsroom)」에 등장하는 주인공 윌 맥어보이와 같은 캐릭터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서(書) 1.0은 지식 수준을 말해주는 문장과 글씨체를 말한다. 전화가 없던 시절에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도 정확한 의사전달을 하기 위해서는 문자가 필수였고, 그 해독능력이나 구사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인재로 대우받았다. 명필(名筆)로 알려진 한석봉이 대표적으로 이에 해당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붓과 먹과 벼루가 필요하지 않은 현대에는 어떨까? 디지털의 시대에는 하드웨어(hardware)와 소프트웨어(software)를 잘 다루는 사람이 이에 해당된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s)인 페이스북(facebook)의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를 들 수 있겠다. 그를 비롯한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은(현대의 명필들)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또 활용하여 전 세계인을 하나로 엮어내는데 성공했다. 판(判) 1.0은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유능한 참모, 책사의 상징(symbol)이라 할 제갈공명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현대의 시대에는 뛰어난 지식뿐 아니라 이를 결합시키고 융합하는 능력까지도 필요해졌다. 그는 지식뿐 아니라 판단력과 결단력도 함께 갖추었는데, 이로 인해 세상은 좀 더 편리하게 변화하였다. “현대의 지식인들에게 ICT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 대하여는, “그것이 크리에이티브(creative)의 시작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서(書) 2.0」과「판(判) 2.0」 디지털 시대에서 유용한 도구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점을 바꾸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다. 외장 하드디스크를 이용하여 컴퓨터의 내장 하드디스크를 가볍게 만드는 것처럼, 외뇌(外腦)의 시대에는 머리를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다. 굳이 외우려 들 것이 아니라, 사정거리(射程距離) 내(內)의 어딘가에 항상 기억해 두어야 할 무언가를 저장해 두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뇌를 가볍게 만들어 두어야 비로소 창의적인 사고가 활개 칠 공간이 만들어진다. 특히 이 글에서는 도구의 서(書) 2.0와 관점의 판(判) 2.0에 대하여 짧게 이야기한다 스마트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함에 있어서, 무언가 대단한 기기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잘 알고 익숙한 기본적인 프로그램들을 더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메일(e-Mail)이라는 도구를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답장하기를 통하여 서로 오고 간 긴 논의의 타래(thread)들을 잘 정리하여 둔다면 그것만으로도 협업의 과정과 결과를 저장하고 기록하는 도구로도 충분히 활용가능하다.
보다 진화된 피드(feed)라 할 만한 이프(IF)라는 서비스도 쓸만하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즈 테크놀로지 분류의 여러 기고문들 중에서 그날 가장 많이 읽힌 10가지 글들만 나에게 이메일로 보내도록 하라」라는 레시피(recipe)를 이용한다면, 피드가 긁어 오는 수많은 게시물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즉,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정보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선택하게 만들어 둠으로써, 직접 정보를 선별하는데 시간을 쏟는 것을 막아준다. 이렇게 절약한 시간은 창의적인 무언가에 몰두할 때 사용하면 된다.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어를 입력하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 특정 웹사이트내 검색(특정 사이트 또는 사이트 유형에서 결과를 얻고 싶을 경우에는 검색어 앞에 site:를 붙이면 된다. 예를 들어 site:nytimes.com으로 검색하면 검색어를 뉴욕타임즈 사이트 내에서만 해당 검색어로 검색하게 된다)」이나「파일 형식별 검색(검색어 다음에 filetype:를 붙여서 파일 확장자 약어를 추가하면, 예를 들어 검색어 다음에 filetype:pdf를 붙이면, pdf 파일이 첨부된 게시물을 검색해준다)」등은 알아두면 요긴하게 쓰이는 팁들이다. 뿐만 아니라 브라우저 자체에도 여러 애드온(add-on) 기능을 설정하여 두면, 게시물 갈무리나 팝업(pop-up) 사전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좀 더 특별한 용도에 특화된, 에버노트(evernote), 드랍박스(dropbox), 각종 마인드맵(mindmap) 프로그램, 스캐플(scapple), 스크리브너(scrivener), 트렐로(trello) 등의 소프트웨어들도 시간을 절약하게 해 주는 아주 유용한 도구들이다. “현대의 지식인들에게 ICT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에 대하여는, “그것이 크리에이티브(creative)의 시작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ICT는 시간과 공간을 절약하게 해 주는 도구(tool)이자 현재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주는 관점(frame)이다. 도구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지식과 목적을 가지고 도구를 활용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과거의 인재가 신언서판 중 하나 씩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현재의 인재는 신언서판 중 하나 이상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미래의 인재는 신언서판이 모두 융합될 것이다.
미래를 대비하는 시작은 과거와 현재의 법과 사회현상의 재해석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다. 서 2.0이라는 이름의, 여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하는 기량이 다가올 미래(3.0)를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감사원 : 계간·감사 2015·여름호 |
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
첫댓글 감사와고마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