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언(醒言) 60. 〔망국의 군주와 죽음〕
예로부터 망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지만 나라가 망할 때에 함께 죽은 임금은 세 사람뿐이다.
명나라 의종(毅宗)과 금나라 애종(哀宗), 그리고 주(紂)도 그 속에 들어갈 만하다.
양(梁)나라 말제(末帝)와 당나라 폐제(廢帝)는 나라가 망할 적에 죽기는 죽었지만 적들에게 위협을 받아 죽었을 뿐이고, 한(漢)나라 은제(隱帝)는 적병들에게 죽었고, 송나라 제병(帝昺)은 바다에 빠져 죽었지만 정승 육수부(陸秀夫)가 업고 뛰어들어 같이 죽은 것이다. 그 밖에는 구슬을 입에 물고 관을 끌면서 항복하거나 포로로 붙잡혀 끌려갔으니, 한 번 죽기가 어렵지 않은가.
[주-C001] 성언(醒言) : 사람을 깨우치는 말이란 뜻으로, 총 3권에 인물평 및 일화, 사론(史論), 필기(筆記), 한문단편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주-D001] 의종(毅宗) : 명나라 마지막 임금으로 1644년 3월 19일 이자성(李自成)이 북경에 쳐들어올 적에 만세산(萬歲山)에서 목매어 죽었다.
[주-D002] 애종(哀宗) : 몽고군(蒙古軍)이 송군(宋軍)과 함께 금나라를 공격하여 채주(蔡州)를 포위하자, 1233년 1월에 동면 원수(東面元帥) 승린(承麟)에게 전위(傳位)하고 스스로 목매어 죽었다.
[주-D003] 주(紂) : 은(殷)나라의 마지막 임금으로 포학한 정치로 인심을 잃어 주(周)나라 무왕(武王)에게 멸망될 적에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들어 죽었다.
[주-D004] 말제(末帝) : 오대(五代) 후량(後梁)의 마지막 임금이다.
[주-D005] 폐제(廢帝) : 오대 후당(後唐)의 마지막 임금이다.
[주-D006] 은제(隱帝) : 오대 후한(後漢)의 마지막 임금이다.
[주-D007] 제병(帝昺) : 남송(南宋)의 마지막 임금이다.
[주-D008] 육수부(陸秀夫) : 남송의 충신으로 자는 군실(君實)이며 염성(鹽城) 사람이다. 몽고군이 침입하자 1277년에 복주(福州)에서 단종(端宗)을 옹립하여 거병(擧兵)하였고, 다음 해 왕이 죽자 다시 위왕(衛王) 제병(帝昺)을 받들어 광동(廣東)의 애산(崖山)에 옮겼으나, 1279년에 애산이 함락되자 해상(海上)으로 도망하여 위왕을 업고 투신자살하였다.
[주-D009] 구슬을 …… 끌면서 : 항복을 형용한 말이다. 《춘추좌씨전》 희공(僖公) 6년 조에 “채 목후(蔡穆侯)가 허 희공(許僖公)을 데리고 초자(楚子)를 만날 때, 허 희공은 두 손을 뒤로 묶고 입에는 구슬을 물고, 대부(大夫)는 상복을 입고, 사(士)는 관을 수레에 싣게 하였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