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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27회>
씬 1 동 밖
지난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연화는 당당하게 그리고 결의에 찬 모습으로 왕건을 보고 있다. 왕건이 그런 연화를 보고 있고 .....
연화 공자님, 다시 한번 묻겠사옵니다. 그렇게도 폐하께서 두려우시옵니까?
왕건 .......
연화 저희들이 정혼을 했다는 사실이 그렇게 숨겨져야 하는 것이옵니까?
왕건 낭자, 그분은 이 나라의 주인이십니다. 그리고 나와 그대의 생사여탈권을 쥐신 황제폐하이십니다.
연화 정말 그 때문입니까? 그러하옵니까?
왕건 우리 두 사람이야 이까짓 목숨하나쯤 버린들 어떻겠소이까마는이 송악이 그리고 낭자의 저 신천이 불바다가 되고 피로 물들여질지 모르는 일이오. 이렇게는 아니되오.
연화 ........
왕건 지금은 돌아가야 하오. 그래야합니다, 낭자.
한참 왕건의 말을듣고 생각에 잠기던 연화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연화 공자께서 어쩔줄 몰라하시는 걸 보니 참으로 소녀는 민망스럽사옵니다. 그렇게 벌벌떨고 무서워하실 줄은 몰랐사옵니다.
왕건 .....낭자...
연화 정히 그러하시다면 돌아가지요. 나로 인하여 수많은 목숨이 걸려있다 하니 돌아갈 수 밖에요. 하지만 그렇게 쉽게는 아니될 것입니다. 폐하께서 아무리 이 몸을 택하였다 하여도 나는 아니갑니다. (밖으로 내려서며) 우리의 연은 아무도 못 끊사옵니다.
왕건은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쉰다. 유금필도 착잡하다. 연화는 잠시 왕건의 앞을 보다가는 그렇게 시녀와 함께 멀어진다. 그 얼마 후 모두들 나와 왕건을 본다. 민망한 듯 장수장이 중간의 사잇문을 닫는다. 왕건의 그 우울한 표정에서 디졸브...
씬 2 길
엄청난 행렬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황제의 행렬이 오고있는 것이다. 연도의 백성들이 모두 엎드려 있다. 궁예를 둘러싼 숱한 장수들의 모습하며 수많은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종간과 은부를 비롯한 신훤, 원회, 복지겸, 배현경, 환선길, 이흔암, 홍유, 김언, 김락, 종희, 염상, 금대, 장일 등 장수들과 환관들과 궁녀들 그리고 신료와 군사들이 끝도없이 밀려오고 있다. 그 위로
해설 서기 898년 단기로는 3231년 그 해의 2월, 궁예는 드디어 철원에서 왕건이 있는 송악성으로 천도를 한다. 그는 훗날 송악에 머물다가 다시 본래의 철원으로 돌아가는데 그가 왜 송악성에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되돌아갔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그 대답은 명확하게 내릴 수가 있다. 지금 송악으로 가고 있는 궁예의 결정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궁예의 잘못,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은 송악으로 오고있는 그를 쫓아가보자.
씬 3 송악길
송악의 모든 사람들이 왕건과 더불어 송악으로 들어서고 있는 궁예를 맞고 있다. 장관의 행렬이다. 긴 돌다리를 건너 궁예의 모습들이 들어간다. 기다리고 있던 왕건이 장자들을 대신해 나아가 궁예의 말 앞에 허리를 굽히고 선다. 은부와 종간들이 내려다 보고 있다.
왕건 대왕폐하, 어서오시오소서. 오늘의 천도 하심을 감축 드리옵니다.
장자들 (일제히) 감축드리옵니다.
궁예 고맙소. 왕성주. 그대의 이 엄청난 공은 두고두고 고려국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오. 가십시다.
왕건이 대답과 함께 궁예들을 모셔간다. 이들 일제히 궁궐의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린다. 엄청난 대 병력이 황제를 맞으러 집결해 있었다. 수백 수천의 깃발들이 휘날리는 가운데 큰 대북 수십개가 일제히 울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황제를 맞는 취타대 일제히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 위로 왕건이 천천히 들어서기 시작한다. 정전의 큰 대문이 군관들에 의해 소리를 내며 열린다. 궁예가 계단을 올라 열려진 문안으로 들어간다.
씬 4 동 대궐의 정전 바깥 뜰
궁예가 끝도없이 넓은 그 뜰 안으로 들어섰다. 그 앞으로 멀리 육중한 대궐의 중문이 보여온다. 그 열려진 중문 안 저 끝으로 아주 아득한 그 끝에 옥좌가 보여온다.
종간 폐하. 대왕폐하의 황궁이옵니다. 이제 곧 저 중문을 지나 정전에 있는 옥좌로 오르셔야 하옵니다. 황금 면류관과 폐하의 위엄을 드러낼 대례복이 준비되어 있사옵니다. 갈아입으시고 어서 폐하의 자리로 오르시오소서.
궁예 .....
종간 하늘아래 오로지 한분 뿐이신 황제폐하의 궁성이옵니다.
궁예 ........
둘러보는 궁예의 감격어린 표정에서.... 길게 디졸브
씬 5 정전 뜰(부감)
수천의 기치창검이 휘날리고 있고, 문무백관과 내관, 궁녀들이 정전 뜰을 가득 메우고 있다.
'대왕 폐하 납시오!' 하는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취타대가 연주를 시작하고 면류관에 곤룡포를 입은 궁예가 다소 상기된 모습으로 들어선다. 도열해 있던 문무백관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황제 궁예를 맞는다. 그들 사이를 지나쳐 걸어와 마침내 옥좌에 오르는 궁예.
은부 국궁...! 바이......! 평신.......!
신하들이 일제히 절을 한다. 그 절은 계속 이어져 네 번을 마친다.
은부 황제 폐하 만세!
모두들 만세.....! 만세....! 만만세!
은부 대왕폐하 만세!
모두들 만세.....! 만세....! 만만세!
궁예가 손을 들어 만세를 부르는 신하들을 상기된 표정으로 보고 있다. 함성은 오래도록 들끓는다. 그 함성을 잠재우면서....
궁예 모든 대소신료들은 들을지어다.
모두들 예......이...
궁예 짐은 오늘 비로소 이곳 송악에 대 고려의 도읍을 지어 안착하였노라. 짐과 더불어 새로운 고려가 시작되는 것이니라. 짐은 그동안 미륵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나라를 세웠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무하여 왔노라. 이제 이곳 송악에서 만년대계의 기업을 다지고 열어 우리의 기상이 옛 고구려의 영광을 기필코 되찾을 것임을 만천하에 선포하노라!
함성이 터져나온다. 은부가 다시 만세를 선창한다.
은부 황제폐하 만세!
모두들 만세.....! 만세....! 만만세!
은부 고려제국 만세!
모두들 만세.....! 만세....! 만만세!
그 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굽어보는 궁예의 모습에서. (디졸브)
씬 6 황궁의 정전
궁예가 용상에 높히 앉아 있고 문무 신료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궁예 참으로 감회가 새롭소이다. 이제야 나라다운 나라가 세워진 듯하오. 그러나 황궁의 건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라의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오. 오래전부터 내원의 종간 군사와 의논하여 새롭게 관부를 정했으니 경들은 유념하여 들으오
모두들 예.
궁예 아울러 각 관부의 수장을 임명토록 하겠소. 종간 군사.
종간 예, 폐하.. 폐하의 영을 받들어 내외관직을 발표하겠사옵니다. (두루마리를 펴고) 국정의 최고관부인 광평성의 광치나에 박지윤.
박지윤 (너무도 황송하여)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종간 군사관계의 일을 맡아보는 병부의 병부령 겸 내군장군에 은부를 명하노라. .
은부 망극하옵니다, 폐하.
종간 호구, 조세, 공납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대룡부의 대룡부령에 유천궁을 명하노라.
유천궁 망극하옵니다, 폐하.
종간이 계속 발표하는 동안 해설이 흐른다.
해설 궁예의 체제정비. 궁예는 송악에 도읍을 옮기기 전에도 관부를 제정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임시적 기구였다. 본격적인 국가 체제를 갖춘 것은 송악으로 오면서부터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호족들의 의결기구로서 국정의 최고관부인 광평성, 군사관계의 행정을 맡아보는 병부, 호구, 조세 공납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대룡부, 나라의 대소사와 각종 의식을 맡아보는 수춘부, 외교의 일을 맡아보는 봉빈부, 법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의형대, 궁궐안의 재물을 맡아보는 납화부, 대왕의 측근에서 인사를 맡아보는 내봉성 등등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관직을 수여받은 사람들의 이름은 명확하게 남아 있지 않다. 어지러운 전시국가였기 때문이다. 이때 여전히 종간은 벼슬을 받지 않았다. 그가 거처하는 후원의 이름을 따서 그가 있는 곳을 내원이라 하였을 뿐 그는 여전히 황제인 궁예의 자문으로써 그렇게 남아있었다.
종간이 읽기를 마치고 조용히 옆으로 물러나면 궁예가 다시 말한다.
궁예 이제 여러 직제와 그 책임을 맡은 수장들이 정해졌소이다. 짐은 오늘 특별하게 송악의 성주에게 벼슬을 더해 주고 싶소이다. 왕성주는 앞으로 나오라.
왕건 (대답하고 나오며) 예, 폐하.
궁예 무릇 한 나라의 황성을 세우는 막중대임을 경은 훌륭히 해냈도다. 짐은 오늘 경에게 송악성주의 벼슬을 더하여 정기대감에 봉하노라.
왕건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궁예 자, 장군의 관인을 받으라.
궁예가 특별히 장군을 뜻하는 관인을 주면 왕건이 패검과 함께 그 관인을 받는다. 궁예와 왕건의 시선이 뜨겁게 오간다.
왕건 망극하옵니다, 폐하.
궁예 정기대감이란 장군을 뜻하는 것이오. 그대는 천하의 대장군이 될것이야, 하하하....
종간,은부 ..............?
왕건이 하례하고 뒷걸음질 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궁예 (다시 신료들 보며) 그리고 짐은 나라에 국모가 있어야 한다는 여러 신료들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소이다. 많은 신료들이 이미 그에 합당한 사람을 물망하여 올렸으니 또한 그것을 따를 것이오. 조속한 시일내에 길일을 정하여 국혼을 마무리 짖도록 하오. 신천 강장자의 여식을 황후로 맞아들일 것임을 이 자리에서 공표하는 바이오.
신료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왕건 .........
박지윤 폐하, 국혼을 치르려면 마땅히 국혼도감을 설치하시고 그 책임자인 집사를 임명하셔야 할 줄로 아옵니다.
궁예 그래야겠지요. 누가 그 일을 맡았으면 좋겠소?
종간 (눈치보다 나서며) 아무래도 정기대감 왕건이 그 적임인 듯 싶사옵니다, 폐하.
그 말에 왕건도 놀라고, 강장자와 박지윤은 물론이요, 은부도 의아한 표정이다.
궁예 음....?
종간 예, 폐하.. 송악성주 왕건은 신천과 아주 가까이 지낸 사이였사옵니다. 또한 폐하를 위하여 황궁을 지었고 이곳을 폐하께 바친 사람이옵니다. 이에 더하여 국혼까지 주선하여 올린다면 그 이상의 큰 기쁨이 어디있겠사옵니까?
궁예 (미소) 듣고 보니 그도 또한 그렇구먼... 암, 의미가 있고 말고...하하하...이보시게, 왕성주?
왕건 예, 폐하.
궁예 기왕에 짐의 집을 지어주었으니 이제 장가까지 들여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아니 그런가?
왕건 망극하옵니다, 폐하.
궁예 자네 말고는 없네 그려. 이번 혼례의 집사를 맞도록 하게. 내원의 종간군사가 참으로 적임을 골랐구먼, 적임을 골랐어, 하하하
자, 오늘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날이오. 어찌 술한잔이 없을 수 있겠소. 모두 후원으로 나가 오랜만에 한번 즐겁게 마셔보십시다. 하하하...
신료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씬 7 연회장
풍악소리가 은은하게 울리고 있다. 궁예를 상석으로 모든 문무신료들이 모여 있다.
궁예 (잔을 치켜들며) 자 드십시다. 그 동안 전장을 누비고 나라의 기틀을 세우느라 노고들이 많았소이다.
모두들 황공하옵니다, 폐하.
모두들 기분 좋게 술을 마신다. 왕건도 묵묵히 잔을 든다. 변사부가 그런 왕건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그 한쪽에서는 웃음꽃이 만발해 있다. 환선길과 이흔암이 대작하고 있다.
이흔암 장군, 감축드리옵니다. 장군께서 병부령 나으리가 되셨사옵니다. 허허허...
은부 허허허.. 고맙소이다. 다 폐하의 은덕이 아니시겠소이까?
이흔암 이렇게 웅장한 황궁이 지어졌고, 또 폐하께오서 국혼을 치른다 하시고.. 참으로 기쁜 날이옵니다. 허허허..
환선길 암.. 그렇고 말고.. 자 한 잔 더 하시게나, 매제.. (술을 따라준다)
이흔암 마셔야지요. 오늘 같은 날 아니 마시고 또 언제 술을 마시겠사옵니까? 형님도 한 잔 받으시지요.
그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복지겸이 우울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흔암 어딜 가시오, 복장군?
복지겸 속이 좀 편치 않아서요...
이흔암 ......?
씬 8 후원
궁녀의 복색을 한 월이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미향의 처소로 사라져 간다.
씬 9 미향의 처소
미향이 눈을 지그시 감고 염주를 굴리고 있다. 그 때 들려오는 월이의 다급한 소리.
월이 (E) 마님, 월이옵니다.
미향 들어오너라.
월이가 안으로 들어온다.
월이 (울상이 되어) 마님... 그예...
미향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나라의 집을 옮겨온 경사스러운 날에 눈물을 흘리다니..
월이 마님.. 국혼이 발표되었사옵니다요.
미향 ......새삼스럽게 웬 호들갑이냐?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 아니냐?
월이 마님...?
미향 그만 나가보거라..
월이 마님..
그 때 밖에서 복지겸의 소리가 들려온다.
복지겸(E) 마님.. 복지겸이옵니다.
미향 .....? 들어오세요.
복지겸이 들어와 예를 갖춘다. 착잡한 표정이다.
미향 어인 일로 예까지 오셨습니까?
복지겸 국혼이 선포되었사옵니다.
미향 알고 있습니다.
복지겸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미향 고맙습니다. 그래도 날 잊지 않고 위로해주시는 분은 복장군 뿐입니다.
복지겸 마님께서는 옛 상전의 따님이시옵니다.
미향 하지만 이러시면 주위의 의심을 받으실 것입니다.
복지겸 소장은 옛 의리로서 이곳에 온 것이옵니다.
미향 고맙습니다....
복지겸 두려워하지 마시오소서. 마님의 신상은 소장이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소장을 믿으시오소서.
미향 (눈물)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복장군.
복지겸 ........
풍악 소리는 계속해 들려오고 있다.
씬 10 연회장
풍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주연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강장자가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주위의 술잔을 받고 있다.
박지윤 감축드리오이다. 이제 폐하의 장인어른이 되셨소이다. 허허허..
강장자 고맙소이다.
유장자 감축드리옵니다. 이는 신천의 영광일 뿐 아니라 패서 전체의 경사올습니다. 허허허..
강장자 고맙소. 참으로 고맙소. 허허허허...
기뻐하는 강장자의 모습 위로
연화 (E) 이럴 수는 없사옵니다. 세상에 남의 정혼녀를 배앗는 임금도 있사옵니까?
씬 11 강장자의 집
놀라는 백씨. 연화와 마주해 있다.
백씨 얘 얘야,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연화 아무리 임금이고 대왕이라 하여도 이미 정혼한 사이를 갈라 놓을 수는 없사옵니다.
백씨 큰 일 날 소리를 하는구나..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연화 들으라지요. 폐하께서도 그걸 아셔야 하옵니다.
백씨 연화야..
연화 그래도 어머님께서는 제 편이 되어주실 줄 알았사옵니다.
백씨 네 마음을 이 에미가 어찌 모르겠느냐? 하지만 산천초목도 떤다는 폐하의 영이시니라..
연화 소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사옵니다.
백씨 황제의 영을 어기면 어찌 되는 줄 모른단 말이냐? 은부 장군이 와서 그랬느니라. 정혼한 사실이 폐하께 알려지면 모두 다 죽는다고 말이다.
연화 ......소녀는 결코 폐하와 혼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옵니다.
백씨 연화야...
씬 12 동 밖
진서방이 방쪽을 보고 있다가 돌아선다.
진서방 (한숨) 어쩌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누... 송악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겐지...
도리질을 친다.
씬 13 왕건의 집 외경
왕평달 (E) 뭐라, 국혼도감의 집사?
씬 14 동 집 왕건의 거소
왕평달, 왕식렴, 마사부, 유금필, 능산, 박술희들이 모여 있다.
왕평달 (어이 없어) 허... 이런 일이 있는가. 조카가 폐하와 연화의 혼례를 주관하다니... 대체 어쩌다가 그리 되었단 말이냐?
왕식렴 자세한 내막은 아직 모르옵니다. 하옵고 형님께서는 또한 정기 대감을 제수받으셨다 하옵니다.
왕평달 정기대감? 정기대감이라면 군사 편제상 장군이 아닌가?
마사부 그렇사옵니다. 전장터로 가라는 것이지요.
능산 어차피 송악은 황도가 되었사옵니다. 별볼일 없는 한직에 머물러 계시기보다는 차라리 전장에서 공을 세우시는 편이 나을 것이옵니다.
왕평달 ....그렇긴 하지만...이렇게 빨리 쫓아낼 수가.....
박술희 난세에는 장수가 천하를 호령하는 법이옵니다. 서운하게만 생각할 것은 아니옵니다.
유금필 그러하옵니다. 이제 와서 송악에만 연연할 것은 아닌 줄로 아옵니다.
왕평달 .....(고민이 많다)
씬 15 황궁 궐담길(밤)
문무 신료들이 나오고 있다. 환선길과 장수들이 나오고 있다. 환선길이 술이 거나해 비틀거린다.
배현경 술이 많이 되셨소이다, 환장군?
환선길 하하하 좀 마셨지요. 하지만 아직 끄떡없소이다. 어디 가서 우리끼리 한 잔 더 하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배현경 아 좋지요.
환선길 가십시다. 내가 좋은 곳으로 안내하리다.
홍유 환장군께선 벌써부터 송악을 훤히 꿰고 계시는 모양입니다?
이흔암 원래 저 형님은 술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분입니다. 하하하....
씬 16 그 일각 어느 길
박지윤 등과 패서의 장자들이 오고 있다. 그 한참뒤로 강장자와 왕건이 얘기를 나누며 오고 있다. 변사부와 장수장이 사이를 두고 따르고 있다. .
강장자 ......(눈치를 보다가) 지난 일은 다 잊도록 하세나..(사이) 섭섭하게 생각말게. 다 자네 부친이 이리 만든 것일세. 혼례를 진작 서둘렀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야.
왕건 .......
강장자 폐하의 측근에서 신신당부를 해왔네 그려. 지난 일은 절대로 입에 올리지 않도록 하라고 말일세. 알겠는가...?
왕건 예, 장자 어르신.
강장자 고맙네.....자네만 믿네.. 참 우리 유금필 장사는....?
왕건 예.. 잘 지내고 있사옵니다.
강장자 이젠 자네 사람이 다 되었구먼. 허허허...자 그럼 가네.
왕건 ......
강장자와 패서의 호족들이 왕건들을 스쳐지나간다. 그들의 뒷모습을 착잡하게 보는 왕건과 변사부의 모습에서..
씬 17 왕건의 집/어느 거소
능산과 유금필, 박술희가 술을 마시고 있다.
능산 이상한 일이 아닌가? 종간 그 사람은 분명 주군과 연화 아씨의 정혼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일세. 헌데.. 그걸 알면서도 국혼도감의 집사를 맡기다니...
박술희 참으로 잔인한 처사가 아니옵니까?
유금필 ......뭔가가 있어. 그 종간이란 사람 말일세.. 차갑기가 뱀같은 사람이야.
박술희 폐하께서도 답답하시옵니다. 남의 정혼녀를 가로채시다니요?
유금필 폐하께서는 우리 주군과 연화아씨의 일을 모르고 계실 걸세.. 그 종간이라는 사람이 중간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어. 그리고 주군께서 연화아씨를 피하신 것도 부인할 수 없네..
박술희 예?
유금필 자세한 건 모르지만 돌아가신 왕성주님께서 그리 하라 이르신 것 같네...
박술희 ........?
능산 .....(한숨) 어찌 됐건 형님 마음은 편치 않으실 것일세.. 어린 시절부터 서로 사모한 사이시라 하지 않았는가? 정이 많으신 분이니 잊기 힘드실 게야..
씬 18 왕건의 집/정원
왕건이 홀로 나와 있다. 풀벌레 소리가 높다. 참으로 착잡한 모습이다. 그의 모습 위로 연화와의 추억이 지나쳐 간다. 어린 시절 서라벌에서 목걸이를 사와 걸어주던 모습, 함께 말을 달리던 모습, 그 즐거웠던 추억이 지나쳐간다. 왕건의 눈시울이 벌개지면서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다시 그의 모습 위로 도선과 왕륭의 말이 흐른다. (18회 씬 32, 22회 씬 3)
도선 (E-책망하듯 날카롭게 에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라 하였어. 진실로 자신을 보고 우주를 보라 하였어. 미망에 잠겨 있기 떄문에 아무것도 보질 못하는 게야. 자신을 돌아보게. 자신을 보아.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우주를 끌어내란 말일세. 그대는 누구인가? 뭣하러 이 세상에 왔는가?
왕륭 (E) 너는 큰 대해로 나갈 것이니라. 그러자면 아직 여자를 알아서는 아니 되느니라. (사이) 나는 천하를 너에게 물려주기 위해 이 송악까지 버리려 하고 있는 것이니라. 이놈아. 계집 하나가 그리도 소중하더냐? 이미 궁예가 다가오고 있어. 얼마후면 이 송악도 사라진다. 계집일은 다 잊거라. 그럴 시간도 없을 것이야.
왕건 아버님.. 도선대사님.. 어찌 제게 이토록 무거운 짐을 안겨주고 가셨사옵니까? 한 여인의 인생을 짓밟는 일이옵니다. 사람으로선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이 아니옵니까?
씬 19 강장자의 집 외경(밤)
강장자 (E) 지금 네가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
씬 20 동 집 거소
강장자와 연화, 백씨가 마주해 있다.
강장자 뭐라? 혼례를 파기해...?
백씨 연화야...
강장자 폐하의 영이시니라. 국혼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니라.
연화 ....... 소녀는 못 가옵니다. 그리는 못하옵니다.
강장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야. 네 마음과는 무관한 것이다. 폐하께서 하고자 하시면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선택이 없어. 어차피 깨진 혼약이었느니라.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이렇게 한 것이 아니라 돌아간 왕성주의 뜻이었느니라. 요승 도선의 말을 믿고 너를 피한 것인 게야. 송악에 임금이 난다는 요설 말이다. 그러나 지금 어찌 되었느냐? 지금 용상에 계신 분이 누구시더냐?
연화 .......?.
강장자 주인은 따로 있었느니라.. 너는 그 주인의 황후가 되는 것이야. 국모가 되는 것이니라.
연화 폐하를 뵈올 것이옵니다.
강장자 뭐라? 폐하를 뵈어? 그래서....?
연화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사옵니다.
강장자 뭐.. 뭐라? (혈압이 치솟아 오른다) 어, 어이구......머리야...
백씨 나으리.. 괜찮으시옵니까? (연화에게) 연화야.. 이제 제발 고집을 꺾고 아버님의 말씀을 따르거라.
연화 .....폐하께선 인정이 많으시고 사리가 분명하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국혼을 파기하실 것이옵니다.
강장자 어이구.. 어이구 뒷골이야. 이 어릭석은 것아. 국혼을 파기한다는 것은 황실을 모욕하는 일이니라. 그러고도 우리가 살아 남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네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야. 어이구, 이것아....
연화 ......
씬 21 황궁 외경 (인서트, 낮)
씬 22 궁예의 대전
두 사람이 마주하고 있다. 궁예는 다시 예전처럼 승복을 걸치고 있다. 그러나 누더기 옷이 아닌 비단 승복에 황금고깔을 쓰고 있다.
궁예 국혼 준비는 어찌 되어 가고 있소?
종간 곧 황후가 되실 분께 예물을 보낼 예정이옵니다마는...
궁예 국혼을 진행하는 과정이 몇달씩 소요된다지요?
종간 그렇사옵니다. 당나라 황실의 예를 따르면.....
궁예 여기는 당나라가 아니오. 그리고 지금은 전시상황이오. 검소하게 하시오.
종간 하오나 황실의 위엄을 높히는 일이옵니다.
궁예 모든 것을 화려하게 하고 크게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오. 백성들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이르는 대로 해 주시구려.
종간 폐하의 뜻이 정 그러하시오면.. 그리하겠사옵니다. 하옵고, 폐하
궁예 말씀하시구려.
종간 국혼이 치루기 이전에 후원 마님의 거취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사옵니다. 새로 오실 황후마마께서 불편해 하실 것이옵니다.
궁예 그 일은 내게 맡겨두시구려..
씬 23 미향의 거소
미향과 시녀가 마주해 있다.
시녀 마님께서는 이제 어찌 되시는 것이옵니까?
미향 .......(처연한 미소) 낸들 알겠느냐?
시녀 (눈물 글썽거리며) 너무도 야속하시옵니다요. 마님께서는 어찌되었든 폐하의 조강지처시옵니다.
미향 그만 하거라. 되었다. 처음부터 잘못되었던 운명이 아니었더냐?
시녀 .....하지만?
미향 내 아버님은 폐하의 적이 되셨다. 원수가 되신게야. 적의 딸이 어찌 국모가 될 수 있겠느냐?
양길 (E,대노해서) 뭐라, 국혼!!
씬 24 북원성 (낮)
양길 (E) 궁예가 국혼을 해?
씬 25 동 양길의 거소
양길이 대노해 소리치고 있다.
양길 내 딸 미향이는 어쩌구 또 장가를 든단 말인가? 아이도 낳았다면서? 제 자식을 낳은 안해를 버려?
사위2 그 아이도 어디론가 유폐되었다 하옵니다.
양길 뭐라, 유폐? 제 혈육을 버렸단 말인가? (더욱 노해서) 이런... 이런 천하에 되먹지 못한 놈이 있나? 더는 참을 수가 없구나.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어.. 그래도 내 딸을 버리지 않는 것을 보고 한가닥 미련을 갖고 있었거늘...
명길 의를 배반하고 천륜을 저버린 자이옵니다. 군사를 일으켜 그 자를 응징하시오소서.
사위1 그리하시오소서, 폐하.
양길 장수들을 모두 불러들이도록 하라. 속히 전투준비를 서두르도록 하라!
명길 예, 폐하.
양길 그리고 견훤이에게 사자를 보내도록 하게. 궁예를 칠 테니 군사를 보내달라고 하게. 자네가 직접 가보게.
사위2 예, 폐하.
양길이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움켜쥔다.
양길 기다려라.. 궁예.. 내 이 놈을....! 아이고 미향아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어쩌다가 이렇게 뒤죽박죽 되었단 말인가, 아이구 가슴이야..... 네 이놈, 두고 보거라. 절대 그냥 두지 않으리라.
씬 26 인서트
사위2와 양길의 사자들이 전령기를 꽂고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씬 27 무진주 성 외경
씬 28 동 견훤의 대전
견훤과 능환, 최승우, 능애, 박씨 등이 모여 있다. 지도를 확인해가며, 또 서책을 넘기며 견훤이 능환과 최승우를 맞아 국사를 논의하고 있다.
능환 완산주의 공사는 족히 몇 달은 더 지나야 될 것 같사옵니다. 아무래도 버려진 옛 건물들을 손보는데는 시일이 필요할 것 같사옵니다
박씨 공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백성들을 피곤하게 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전쟁에 시달리고 흉년에 시달리고 이제 또 공사까지 힘을 지운다면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견훤 황후말이 옳아요. 서두를 이유가 없어. 나는 이것이 더 급하이.. (서책보며) 이것 보게나. 우리 서남해는 들판도 넓지만은 곳곳이 강과 바다야. 소금이 많이 나고 철도 많이 나고....
최승우 그렇사옵니다. 이제부터는 한편으로는 전투력을 키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궁예가 더 커지기 전에 백성들의 인심을 확고하게 안정시켜야 할 것이옵니다. 그것은 곧 나라의 재정을 일으키는 일이옵니다. 폐하.
견훤 백번 옳은 말이야. 그렇고 말고... 지난번에 만났던 그 오다린이란 장자 말일세. 그 끝도없는 소금밭을 내가 보았어. 그것이 바로 황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승우 그렇사옵니다.
견훤 그런 자들은 오랫동안 많은 재화를 축적하였을 것이야. 장자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있는 자들의 것은 거두어 들여서 좋은 곳에 쓰도록 해야지.
능환 철의 생산도 대폭 늘려서 발해국이나 오월국 등에 교역을 하게 되면 국가의 재정을 더욱 늘릴 수가 있사옵니다.
견훤 좋은 생각이야.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더욱 중요하단 말이야.
박씨 옳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의당 그리하셔야지요.
능환 궁예가 송악에 터를 잡았사옵니다. 머지않아 발해국까지 이르는 그 넓은 북쪽 땅이 모두 궁예의 차지가 될 것이옵니다. 아무래도 폐하께서는 사벌주를 폐하의 영토안에 두셔야 할 것이온데....
박씨 사벌주라면 아버님 말씀이옵니까?
능환 그러하옵니다, 황후마마.
박씨 (어둡다) 그 일이 되겠습니까?
견훤 (도리질) 그 얘기는 꺼내지도 말게.
최승우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폐하께서는 사벌주를 넘어야 궁예의 땅을 도모하실 수가 있사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을 보아야 할 것이옵니다.
견훤 지긋지긋허이... 아버님만은 내가 어쩔 수가 없어. 그 얘기는 다음에 하세.
그때, 밖에서 김총의 소리가 들려온다.
김총 (E) 폐하 북원에서 사자가 왔사옵니다.
견훤 양길이가....? 들여보내거라.
사위2가 들어와 예를 갖춘다.
견훤 양길이가 보낸 사람이라고?
사위2 ....(기분이 상하지만) 예, 그러하옵니다. 우리 폐하께오서..
견훤 폐하? 하하하하... 양길이가 폐하란 말이지?
사위2 ......?
견훤 말해보게.
사위2 우리 폐하께오서 궁예를 토벌하시고자 군사를 일으키셨사옵니다.
견훤 (웃음기가 사라지며) 군사를 일으켜?
사위2 그러하옵니다. 우리 폐하께오서 견훤 대왕께 지원군을 청하신다 하시었사옵니다.
견훤 지원군이라... 지원군을 보내달라...?
사위2 .......
견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구나.. 그대들의 장군 양길이 말이야. 일전에는 짐의 호의를 물리치더니 이제와서 다시 지원군을 달라..?
사위2 ...그 때는 때가 무르익지 않아...
능환 폐하, 군사를 움직이는 일은 참으로 중대한 사안이옵니다. 성급히 결단을 내릴 문제가 아니옵니다.
견훤 .... 그건 그러하이.. 그대는 일단 돌아가도록 하라.
사위2 폐하, 촌각을 다투는 일이옵니다. 우리 폐하께오서는 견훤 대왕의 군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견훤 그건 그대들 사정이고.. 돌아가서 하회를 기다리거라.
사위2 폐하..?
능환 돌아가시라고 하지 않는가?
사위2가 어쩔 수 없이 물러간다.
견훤 양길이 그예 군사를 일으켰구만 그래..
능환 (미소) 이해가 가옵니다. 그럴만 했을 것이옵니다.
견훤 그럴만 하다니..?
능환 세작들의 보고에 의하면 궁예가 근자에 국혼령을 내렸다 하옵니다.
견훤 국혼? 헌데?
능환 궁예가 본래 양길의 사위가 아니옵니까? 한데 제 딸을 버리고 새로운 여인을 황후로 맞아들이니 양길이 화가 날만도 했지요. 허허허...
모두들 웃는다.
견훤 허허허... 그런 일이 있었구만.. 궁예 그 사람, 승려의 신분으로 두 번씩이나 장가를 가? 거 재주도 좋구만 그래.. 하하하하..
씬 29 송악길
왕건과 은부가 군사들과 짐꾼들을 이끌고 지나쳐 가고 있다. 나귀에는 예물로 가져가는 짐바리들이 가득하다. 은부가 왕건의 표정을 슬쩍 본다. 그러나 왕건은 표정이 없다. 백성들이 연도에 나와 그런 왕건을 바라보며 혀를 찬다.
백성1 왕성주님이 아닌가?
백성2 국혼도감의 집사를 맡으셨다더니, 강장자 따님께 예물을 드리려고 신천으로 가시는 모양일세.
백성1 안되셨네.. 참으로 안되셨어.. 성도 내주고, 그 많던 가산도 다 궁궐을 짓는 데 쏟아붇고, 이제 정혼자까지 내주시는구먼..
백성2 그러게 말일세..
씬 30 강장자의 집
하인, 가병들이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강장자와 백씨가 마당에 나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진서방이 대문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진서방 어르신, 국혼도감의 집사께서 당도하셨사옵니다.
강장자 오 그래..?
잠시 후 왕건과 은부가 들어선다. 순간 어색해 하는 강장자와 백씨.
강장자 어서들 오십시오. 은부 장군도 오셨습니다?
은부 예...
왕건 폐하께오서 따님께 예물과 교지를 내리셨사옵니다. (짐꾼에게) 짐들을 내리게.
짐꾼이 예물을 내려놓는다. 한쪽에서 슬이가 왕건들을 보고는 놀라 황급히 사라진다.
강장자 별당에서는 어찌 하고 있는가?
진서방 아씨께서는 영을 뫼시고저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강장자 속히 뫼셔오도록 하게.
진서방 예.. (가려는데)
은부 아니옵니다. 장차 황후마마가 되실 분을 오라 가라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저희들이 그리로 가겠사옵니다. 앞서시게.
진서방 예.
은부 가십시다.
왕건 ......
이들 진서방을 따라 연화가 있는 후원쪽을 가고 있다. 강장자 부부들도 급히 앞서간다. 왕건은 예물과 교지를 정중히 받들고 의식을 집전하러 간다.
씬 31 동 집 후원 연화의 처소
씬 32 동 연화의 방안
연화가 싸늘한 표정으로 슬이를 보고 있다. 방문은 닫혀 있다.
연화 공자께서...오셨다고 했느냐?
슬이 예, 아씨.
연화가 마음을 진정시키려 길게 호흡을 고른다. 그녀의 표정이 더욱 표독스럽게 변해간다. 그때 밖에서 왕건의 소리가 들려온다.
왕건 (E) 국혼도감의 제조 왕건 아뢰옵니다. 대왕폐하께오서 내리신 교지와 예물을 받들어 왔사옵니다.
연화 .....?
왕건 (E) 속히 나오시어 예를 갖추시오소서.
연화 .......(입술을 앙 다문다)
씬 33 동 밖
왕건과 은부가 기다리고 있다. 강장자와 백씨도 와 있다.
왕건 다시금 청하옵니다. 폐하의 교지와 예물을 받으시오소서.
은부가 그런 왕건의 모습을 보고 있다. 안면근육이 실룩거린다.
왕건 다시 이르옵니다. 폐하의 영을 받으시오소서.
그러자 한참 사이를 두었다가 문이 벌컥 열리고 연화가 거기 보인다. 모두들 숨을 삼키고 연화를 본다. 왕건과 은부가 고개를 숙인다. 연화가 그 앞으로 나선다. 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연다.
연화 ........폐하의 교지를 받으라 하셨습니까?
왕건 그러하옵니다... 또한 예물을 모시고 왔사옵니다. 교지부터 받으시오소서.
은부 .........?
연화 무슨 교지이옵니까?
은부 (더는 안되겠다 싶어) 이미 국혼의 영이 만천하에 공표되었사옵니다. 이를 받아 뫼셔왔사오니 받으시오소서.
강장자 부부는 안절부절이다. 왕건은 표정이 굳어있다. 그런 왕건을 한참보다가 연화가 냉소를 머금는다.
연화 국혼의 예물을 왕공자께서 가지고 오셨단 말입니까? 참으로 큰 소임을 맏으셨사옵니다, 공자님? 대단하십니다?
그런 연화의 표정에서....
27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