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예고편
1959년, 미국 버몬트 주의 개신교계 귀족 학교인 웰튼 아카데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는 아이비리그 합격자 순위에서 늘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미국 최고의 명문 학교이다. 이 학교 출신들은 대부분 명문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 졸업 후에는 의사, 변호사, 교수, 정치가 등 미국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온갖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부모들은 앞 다투어 자식들을 웰튼 아카데미에 들여보내려 한다. 닐 페리의 아버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그는 자식을 비싼 사립학교에 보낼 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하지만 아들을 의사로 만들겠다는 욕심에 지금 온갖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며 학비를 대고 있다. 아들이 의사가 되기만 하면, 현재의 모든 희생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아들 닐은 아버지가 어떤 희생을 치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버지의 말에 무조건 순종한다. 이 점은 이 무렵에 이 학교에 새로 전학 온 토드 앤더슨도 마찬가지이다. 토드의 형은 이 학교 졸업생으로 재학 시절 웰튼 아카데미 최고의 우등생으로 이름을 날렸다. 얼마나 우수했는지 지금도 교사나 학생들 사이에서 이름이 회자될 정도다. 그의 부모는 동생 토드도 역시 이 귀족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다른 학교에 다니는 토드를 강제로 이 학교로 전학시킨 것이다.
처음 기숙사에 들어가는 날, 토드는 닐과 같은 방을 배정받는다. 내성적인 성격의 토드는 룸메이트인 닐은 물론 그 주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이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게 된다.
토드가 웰튼 아카데미로 전학 온 것과 비슷한 시기에 이 학교에 새 선생이 부임해 온다. 영어 교사인 존 키팅이다. 존 키팅은 웰튼 아카데미 출신으로 이번에 모교에 와서 후배들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는 이른바 괴짜 선생이다. 첫 수업에서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서슴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시(詩)에 대한 비평 이론을 서술한 교과서의 서론 부분을 찢어버리라고 하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졸업생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 즉, “현재를 즐겨라”라고 속삭인다. 학생들에게 시 구절이 적힌 쪽지를 나누어 주고 공을 차면서 그 구절을 외치게 하고, 책상 위로 올라가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한다.
괴짜 선생 존 키팅
어느 날, 존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 캡틴, 마이 캡틴. 이 말이 누구 시에 나오는지 아는 사람? 아무도 없나? 전혀 모르겠나? 이것은 에이브러햄 링컨을 찬양한 월트 휘트먼의 시다. 이 수업에서는 나를 키팅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좋고, 아니면 대담하게 ‘캡틴, 마이 캡틴’이라고 불러도 좋다.”
이 말처럼 존 키팅 선생은 서서히 학생들의 ‘캡틴’이 되어 간다. 그전까지 학생들은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채 부모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왔다. 그런데 존 키팅 선생을 만난 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제야 비로소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토드는 어느새 친구들 앞에서 큰 소리로 자기 마음속의 시를 토해내는 용기를 발휘하고, 아버지의 희망대로 의사가 목표였던 닐은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연극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키팅 선생과 학생들
그러던 어느 날 학생들은 존 키팅의 졸업 앨범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글귀를 보고 그에게 그 뜻을 묻는다. 존 키팅은 자기가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던 비밀 동아리의 이름이라고 말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의 원제인 ‘Dead poets society’를 직역해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사실 여기서 society는 일종의 ‘동아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Dead poets society’는 다른 말로 하자면 ‘죽은 시인을 기리는 동아리’ 정도가 된다. 존 키팅은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약간 떨어진 산속에 있는 동굴에서 이 모임을 가졌다고 얘기해준다.
그 말을 들은 닐과 토드, 녹스, 찰리, 리처드, 스티븐, 제라드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재결성하기로 한다. 밤에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와 동굴로 가서 옛 시인들의 시를 돌아가며 낭송하기도 하고, 자기가 지은 시를 발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누드 사진을 보는 등 청소년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가벼운 일탈 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키팅 선생 역을 맡아 명연기를 펼친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지난 8월 자살로 생을 마감해 이제 고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큰 사건이 터진다. 아버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개구쟁이 요정 퍼크 역으로 출연한 닐이 아버지가 연극하는 것을 반대하고 자기를 강제로 사관학교에 보내려고 하자 그만 자살을 한 것이다. 이 일로 학교가 발칵 뒤집힌다. 학교 측에서는 이 모든 것을 존 키팅의 탓으로 돌린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존 키팅 선생이 시켜서 했다는 자술서에 서명하게 한다. 부모들까지 대동한 학교 측의 설득 작전에 학생들은 모두 백기를 들고 자술서에 서명한다. 하지만 이 중 유일하게 찰리만 서명을 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존 키팅 선생이 학교를 떠나는 날이다. 이날 영문학 수업은 존 키팅을 대신해서 교장인 놀란 선생이 맡기로 되어 있다. 교장이 막 수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존 키팅이 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교실로 들어온다. 그리고 물건을 챙긴 다음 조용히 교실 문을 나선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토드 앤더슨이 갑자기 책상 위로 올라가 존 키팅을 향해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친다. 토드 앤더슨의 돌발 행동에 다른 학생들도 용기를 낸다. 하나씩 책상 위로 올라가 떠나는 존 키팅을 향해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당황한 교장이 이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학생들의 단호함에 그는 흠칫 놀란다. 존 키팅이 눈을 들어 제자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Thank you, my boys, Thank you”
학생들은 떠나는 키팅 선생을 향하며 책상 위로 올라가 외친다. “캡틴, 마이 캡틴”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로빈 윌리엄스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제자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용기, 그리고 삶의 의미를 깨우쳐준 참 스승의 표상이 되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존 키팅이 학생들과 공을 차는 장면이다. 축구를 하는 장면에 나오는 음악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의 ‘환희의 송가’이며, 존 키팅이 학생들에게 쪽지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공을 차면서 거기에 적힌 것을 크게 외치라고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은 헨델의 <수상음악> 모음곡 제2번 D장조 중 알레그로이다. 트럼펫과 호른이 연주하는 승리의 팡파르. 그 음악을 배경으로 학생들이 세상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세상의 모든 항구를 구경할 선원이 되기 위해”
“참된 시인이 되기 위해”
“내 인생의 노예가 아닌 지배자가 되기 위해”
“총구 앞에서도 태연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기 위해"
“승산 없는 싸움에 도전, 겁 없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키팅 선생과 학생들
<수상음악>의 작곡가 헨델은 바흐와 쌍벽을 이루는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다. 일생 동안 자기 나라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바흐와는 달리 헨델은 유럽의 여러 나라를 드나들며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다 나중에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 왕실의 보호를 받으며 작곡가로서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엄격한 대위법 양식을 사용한 바흐와는 달리 헨델은 선율과 화성에 중점을 두었다. 그는 탁월한 솜씨로 한 작품 안에서 이 두 양식의 대비를 이루어냈으며, 그런 면에서 18세기 작곡가 중에서 가장 시대를 앞서 간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헨델이 처음 영국으로 간 것은 1711년이었다. 그 전해인 1710년 그는 독일 하노버의 궁정악장으로 취임했는데, 이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곧바로 영국에 갈 수 있도록 휴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고용주인 게오르크 선거후는 영국 왕위 계승자였는데, 헨델의 속셈은 이것을 계기로 영국 궁정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헨델은 1711년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오페라 <리날도>를 무대에 올렸다. 이때 영국 왕실 행사에 필요한 음악을 작곡하는 행운도 거머쥐었다. 여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앤 여왕 탄신일의 송가’, 위트레히트 평화조약이 체결된 것을 기념하는 ‘테 데움’과 ‘유빌라테’는 바로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헨델은 이에 대한 공로로 앤 여왕으로부터 200파운드의 연금을 받았다.
1714년 앤 여왕이 세상을 떠나고, 그 뒤를 이어 하노버에서 헨델을 고용했던 게오르크 선거후가 영국 왕이 되었다. 그가 바로 조지 1세이다. 조지 1세는 즉위 후 헨델의 연금을 두 배로 올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황태자비 캐럴라인의 아이들에게 쳄발로를 가르치는 대가로 200파운드를 더 얹어주었다.
영화에 나오는 <수상음악>은 헨델이 조지 1세의 부탁을 받고 작곡한 곡이다. <수상음악>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곡은 물 위에서 초연되었다. 1717년 6월 17일, 조지 1세는 측근들과 함께 템스 강에서 물놀이를 즐겼는데, 이때 배 위에서 연주한 것이 <수상음악>이다. <수상음악>은 대표적인 여흥 음악이자 야외 음악이다. 작곡할 때부터 수상 파티의 분위기를 띄운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수상음악>의 연주에는 50여 명의 악사들이 참여했으며, 하프시코드를 제외한 바로크 시대의 모든 관현악기들이 동원되었다. 음악은 프랑스 풍 서곡으로 시작해 미뉴에트, 부레, 호른 파이프 등 20개에 이르는 이탈리아 풍의 짧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악기는 야외 연주에서의 효과를 고려해서 편성했다. 연주하는 악기는 곡마다 다른데, 전체적으로 플루트 하나, 오보에 둘, 바순 하나, 호른 둘, 트럼펫 둘, 현악기, 통주저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템스 강에서 조지 1세 왕에게 <수상음악>을 설명하는 헨델. 에두아르 함만 그림
영화에 나오는 <수상음악> 모음곡 제2번 D장조 중 알레그로에서 트럼펫과 호른은 마치 대화를 주고받듯이 연주한다. 먼저 트럼펫이 당당한 소리로 특유의 금빛 광채를 발산하면, 호른이 따뜻한 소리로 이에 화답한다. 트럼펫은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던지고, 호른은 이런 트럼펫을 포근한 목소리로 격려한다. 그 당당한 음악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세상의 중심에서 외친다. 참된 시인이 되기를. 내 인생의 노예가 아닌 지배자가 되기를.
H?ndel, Water Music Suites Nos. 1, 2, 3, HWV 348, 349, 350
Herv? Niquet, conductor
Le Concert Spirituel
BBC Proms 2012
Royal Albert Hall, London
2012.07.18
글 진회숙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기획물 전체>음악의 선율>영화 속 클래식 2012.10.27
첫댓글 좋은 님!
오랜만에 뵙는 반가운 인사도 드릴 겨들도 없이
아름아운 영화에 가슴을 울렁이며 봅니다.
그때의 뜨거웠던
마지막 장면의 감동에 전율하면서...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아득한 기억에
다시 영화를 감상하는 듯 설레어 오네요.
정해진 통념의
성인들의 생기 없이 고착된 울타리에 갇혀있던
한참 크는 청소년들의
신선했던 깨달음... 자아의 발견... 마음이 열리는 자유로움의 환희...
부모 몰래 동굴 속에 하나 둘 모여들어
불 밝혀들고
열린 마음으로 시를 나누며
자유로운 자아를 찾는 장면도 잊지 못할 기억입니다.
신선하고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흐르던 음악,
로빈 윌리암스의 싱그럽고 아름다웠던 연기며
모두가 잊을 수 없는 명화였지요.
그 기억 때문에 자살 소식에 마음 아프던...
영화와 현실은 분명 다른 걸요.
독일의 작곡가 헨델과 바흐.
같은 땅,
같은 해(1685)에 같이 태어났으나
음악의 길은 같았어도
평생을 통해 한 번도 조우한 적이 없는 두 거장이지요.
삶의 색채도 전혀 다른...
어쩌면 헨델은 음악을 통해
능란하게 세상 삶을 누린
음악가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추억하며 마지막 가는 한해를 보네네요.
한해를 마감하며
또 새해의 기쁨을 벅차게 나눌
제야의 종소리가 내일이면...
좋은 님.
한 해 동안 베풀어주신 많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님을 비롯하여
온 우리 아트힐의 모든 님들,
제야의 종소리가
새로운 시작의 소망과 함께
따습게 가슴 가슴으로 전해지는 새해가 되기를...!
다시 감사드립니다.
좋은 님.^^
Thank you, my Captain, Thank you!!^^
@songbird 저는 사람에 대해서는 심경변화가 심하지 않은 편이에요..왠만하면 그 사람 자체를 인정해 주는 편이지요
그 뿐입니다...모든 분들을 다 사랑하고 싶은데 저도 인간인지라 그게 잘 되지는 않네요 ㅎㅎ
새해에도 변함없이 언제나 좋은 날이시고 하시는 일 다 잘되시고 복 많이 받으시고
돈도 많이 버세요`~!
참으로 아륻다운 사람입니다!
세심함과 간절함이 계절에 어울리며
아트힐에서 보는 시와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영혼들을
감사합니다.
이런 멋진 공간을 허락한 카페지기 님의 마음도 감사드립니다
와서 즐기시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는 것 만으로도 저 역시 감사드립니다....^^*
나리는요
로빈 윌리엄스의 앞치마를 입은 모습이 정말 좋았더랬습니다.
john님요.
나리가 자꾸만 유식해지면 우얍미껴?히힛^^*
ㅎㅎ 저도 동감입니다.~~~ 나리님 오늘도 좋은 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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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 입니다......ㅎㅎ 밥먹고 못살면 집지어먹고 살면 되네요 뭘 ㅎㅎ
요즘같이 어려운 때 건축과는 배부른 과 이지요
축하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하늘로간 2014년이 저물어 갑니다
이 음악을 들으니 그의 명연기가 떠올라 더 많이 아쉽고 그립습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는 참 독특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죠 그쵸?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의 명연기로 빛났던 영화..아마도 세 번은 본 것같습니다
이 음악을 들으니 영화의 장면들이 기억납니다.새해 축복 많이 받으시길 ^^*
동감입니다....멋진 명대사도 참 많았던 명화~~!
연주영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