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가까워지는 53편의 에세이
개정판 서문
서문
1. 베스트셀러 읽기
2. 베스트셀러에서 벗어나기
3. 지하철에서 읽기
4. 얇은 책 일기
5. 두꺼운 책 읽기
6. 밑줄 그으면 읽기
7. 가방에 책 넣고 다니기
8. 인터넷이 아니고 책이어야 할 이유
9. 타이머앱 사용기
10. 고전 읽기
11. 소설 읽기
12. 시(詩) 읽기
13. 인터넷서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14. 침대와 밤 그리고 조명
15.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16. 책과 술
17. 읽기 싫으면 그만 읽기
18. 책의 쓸모
19. 도서관의 책들
20. 문장 수집의 기쁨
21. 독서모임
22. 답을 찾기 위한 책 읽기
23. 전자책 읽기
24. 틈틈이 읽기
25. 천천히 읽기
26. 당신의 인생 책은?
27. 동네책방에서
28. 다음에 읽을 책은
29. 기쁨과 불안 사이에서 책 읽기
30. 영화와 소설
31. 친구와 나누는 책 수다
32. 한 번에 여러 권 읽기
33. 묵독과 음독
34. 공감의 책 읽기
35. 성공과 실패를 뛰어넘는 책 읽기
36. 휴가 때 (책) 읽기
37. 문장의 맛
38. 부모가 책을 읽으면
39. 넓게 읽은 후 깊게 읽기
40. 독서 목록 작성하기
41.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책 읽기
42. 서평 읽기
43. 서평 쓰기
44. 등장인물에 푹 빠져들기
45. 서재 정리하기
46. 도끼 같은 책 읽기
47. 관심이 이끄는 책 읽기
48. 관심을 넘어서는 책 읽기
49. 절망을 극복하는 책 읽기
50. 어려운 책 읽기
51. 나를 지키는 위한 책 읽기
52. 요즘 무슨 책 읽어요?
53. 이 세상에서 책이 사라진다면
도움받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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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시간의 독서로 누그러들지 않는
어떤 슬픔도 알지 못한다."
- 샤를 몽테스키외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 마르틴 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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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름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휴대
전화를 만드는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서른 살에 회사를 그만 두며 마흔 살까지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계획했는데,
벌써 찾았다.
가능하면 평생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매일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난생처음 킥복싱》,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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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건 내게는 어쩔 수 없는 일
같은 거다. 삶에서 문제가 생기면
결국은 책에서 답을 구해야 하니까.
책이 매번 명확한 길을 알려 주진
않았지만, 단서는 줬다. 어느 길로
들어서면 네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복잡할 때면 책이라는 방(房)에
들어가 뒹굴었다.
책 읽는 재미에 살풋이 빠져들면
좋겠다.
나를 사로잡는 단 하나의 문장을
마주하는 설렘이 있다.
바쁜 와중에 10분이라도 책에
몰입하면서 느끼는 뿌듯함이 있다.
친구와 함께 책 읽고 감상을 나누는
즐거움이 있다.
소설 속 인물을 '절친'처럼 느껴 보는
재미가 있다.
책상에 앉아 제법 진지하게 삶을 되돌아
보는 비장함이 있다.
책이, 책을 읽는 당신의 하루하루가,
당신이 가고자 했던 곳으로 당신을
데려다 주기를 바란다.
뒷부분 내용이 더 알고 싶지 않으면
큰 고민 없이 책을 덮는다. 중간까지
읽다가 읽는 것을 아예 그만둔 책도 많다.
사람 사이에도 딱 그만큼의 인연이 있듯,
책과 사람 사이에도 딱 그만큼의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 관심과 내
호기심이 이 책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는 읽었던 그 책을 그만 내려놓아도
좋다. 상황이 변하고 생각이 바뀌면
읽고 싶은 책도 달라지기 마련이니 그때
꺼내 읽도록 하자. 거듭되는 포기 끝에
드디어 완독한 책, 《○○》의 경우, 그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전에 보지 못했던
문장에 새롭게 빠져든다.
'너는 책에 무얼 바라니?', '너는 무얼
바라길래 이렇게 책을 읽어대?'
나는 책이 재미있어서 읽는다.
책의 쓸모를 사회적 성공에서 찾을 수는
없다. 책을 읽으며 더욱 단단해지고, 덜
흔들리고, 더 의젓한 사람이 되기 바란다.
감정에 솔직해지길 바라지만, 감정에
휘둘리지도 않게 되길 바란다. 결핍이
사람을 이끌듯, 수많은 부족함이 나를
책 속으로 이끈다.
알베르트 망구엘이 《밤의 도서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규모가 어떻든 간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두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기억과
망각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독서가는
이익을 얻는다."
도서관에 가서 이 책, 저 책 눈에 띄는 대로
둘러보다가 '이 책이다' 싶은 책을 발견하면
그 책을 대출해서 집으로 가지고 (나는
망구엘처럼 나만의 도서관이 없으니)
내 방에 읽는다. 평소 읽지 않던 주제의
책을 빌리기도 하고(역시나, 별로면 반납
하면 그만이니까) 기다리던 작가의
신간을 빌리기도 하고(읽다가 소장해야
겠다 싶으면 산다) 가끔은 예전에 읽다가
만 그 책을 문득 끝까지 읽고 다시 빌리기도
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두 번, 나는
도서관에 (=도서관으로) 간다.
한 달 단위로 책 목록을 작성한다.
책 다 읽고 나면 그 책의 제목과 저자,
그리고 출판사 등을 적고, 제목 앞에
번호도 매긴다(이렇게 번호까지 적어
넣으면 이 책이 이번 달 몇 번째 읽은
책인지 한눈에 알 수 있어 편하다.)
읽은 책이 뭔지 정도 기억해 두자고
시작했던 일인데, 나중에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도서목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내 독서 패턴과
읽는 속도(=완독할 때 걸리는 일수)가
절로 파악됐다. 때로는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동기부여로 이어져
책을 더 읽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