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언니 주치의 예약이 있어서 병원 가기 전에 성당 자매님들이 부탁한 배추. 무. 총각무 네박스를 차에 싣고 언니와 함께 냅다 병원으로 향했다. 주치의가 같아서 두팀을 같은 시간에 예약했던지라 오늘은 병원 봉사가 수월하게 끝났다. 언니가 생굴 사러가자고 해서 한시간을 고고씽씽 crisfild 바닷가로 향했다. 아침에 깐 싱싱한 굴 3galon을 사고 꽃게탕을 끓여먹을 암게 2다즌을 산 후에 근처에서 늦은 점심으로 clab soup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가까운 교우 부터 야채를 배달해주고 마지막 교우집에 총각무 배달을 하러갔더니 형제님께서 잡아오신 엄청 큰 생선을 주었다. 앗싸~가 저절로 나와 콧노래를 부르며 신바람 나게 언니를 모셔다주고 생굴과 게를 얻어서 집에 오니 저녁 5시가 다되었다.
그때 부터 언니가 준 게 5마리 손질해놓고 신통치않은 칼로 생전 처음 횟감 filet을 치려고 무지 애를 쓴 결과 겨우 걸레 신세를 면한 filet 두조각을 떴다. 그 큰 생선이 신통방통하게도 내 손에서 완벽하게 해체가 되어 큰머리와 살이 덕지덕지 붙은 뼈만 남았다. 횟감 한조각과 손질한 게 세마리를 포장해서 내년 1월 중순에 10박 11일 쿠르즈 여행을 보내주는 조카(언니 아들)네로 총알 배달해 주었다. 심한 가뭄에서 농작물 지켜내느라 차열하게 싸운 조카에게 횟감 한조각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집에 와서 남은 생선 머리와 뼈부분과 게 두마리 넣고 기똥차게 맛난 매운탕을 끓여놓았다. 내일은 생선탕에 싱싱한 회와 생굴들로 먹을 것이 풍년~
온몸에서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것 같아서 개운하게 샤워를 했다. 침대에 눕기 전에 뒷마당에 나갔더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뿌연 하늘에 보름달이 떠있었다. 밤비와 달님의 해후! 처음 보는 현상이다. 대낮에 해뜨고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 내리는 것은 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 하면서도 구름 속에 교교하게 떠있는 보름달을 보며 한참을 '달멍비멍' 하다가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하루의 피로가 싹 사라졌다. 어제의 누군가에게 그렇게도 간절했을 오늘 하루도 온갖 일들로 정신없이 휘리릭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