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31. 나무날. 날씨: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있다. 날이 좋다.
아침열기-방앗간 가기-누룩 만들기-수학-점심-청소-설장구-누룩 무게 달기-토종 씨앗 갈무리(오이와 참외)-마침회-6학년 영어-교사회의
[누룩으로 교과통합]
아침 걷기로 텃밭에 들려 아이마다 빨간 고추 하나씩을 따고 토종찰옥수수 작은 걸 몇 개 건졌다. 낫을 들고가 쑥을 잘라 들고 와서 널어놓고, 지푸라기와 뽕잎을 따서 말려놓는다. 모두 누룩 공부에 쓸 재료다. 아이들과 다락으로 올라가 누룩 상태를 살펴보고 균들을 채집하는 누룩의 뜨거운 온도를 손으로 느낀다. 뽕잎을 더 덮어주고 교실로 들어와 피리를 불고 시를 암송하고 노래를 부르고 선생이 들려주는 좋은 어린이글을 들으며 그림 보이듯 관찰글을 쓰는 재미를 맛본다. 저마다 집에서 한 권씩 가져오기로 한 책을 모두 가져왔는데 두 어린이가 깜박했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책읽기를 특별하게 챙기고 싶은 선생 욕심이 있어 부탁했는데 모두 잊지 않았다. 저마다 돌아가며 11권을 모두 읽고 다시 책을 가져오고, 다음은 저마다 사고 싶은 책을 한 권씩 살 계획이다. 책을 읽을 시간과 기회를 만들고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도록 선생이 할 일을 찾는다. 어른들이 책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책이 삶을 가꾸는 모습을 보일 때라야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지 않을까. 본디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많아 사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책을 그다지 가까이 하지 않는 한두 어린이에게는 아주 필요한 계획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도서관도 가고, 서점에도 가고, 책 읽기 대회도 열고, 책 속에서 지식이 삶을 풍부하게 가꾸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겠다. 책 읽는 과정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교육과정 아니던가. 도서관이야말로 사실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사랑방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마을 도서관 때문에 동장에게 만나자는 전화가 왔는데 내일은 잊지 말고 가봐야겠다.
아침나절 공부는 누룩을 만들며 수학을 한다. 어제 밤에 씻어서 불려놓고 아침 일찍 물을 뺀 통밀을 아침열기 마치고 쉰 다음 방앗간으로 간다. 방앗간 가는 차 안에서 “썩었다”는 거친 말을 하는 어린이에게 한 소리를 하고 만다. 개학하고 집중해서 거친말과 거친 몸짓을 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바로 고쳐지지 않는다. 줄고 애써야 한다.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방앗간 할머니가 없고 이번에는 아저씨가 있다. 자주 뵌 분이라 우리 아이들을 반가워한다. 통밀 빻는 걸 자세히 관찰하는 아이들 표정이 아주 진지하다. 9키로에서 10킬로그램을 들고간 통밀인데 아저씨가 돈을 받지 않고 그냥 가라고 한다. 얼마전에 마을 누룩교실에서 빻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제값을 치뤘는데 아이들 공부에 잘 쓰라고 값을 받지 않는게다. 우리 아이들과 교육을 귀하게 여겨주시는 마음이 고마워 거절하지 않고 고맙단 인사를 드리고 나오며 아이들에게 말했더니 놀라워한다. 나눔과 고마움을 느끼는 기회가 된다. 마을이 학교이고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의 선생이 된다. 빻아온 통밀가루가 조금 질어 말리며 넷, 셋이서 둘러앉아 강당에서 손으로 비비며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는 손끝활동의 큰 재미다. 통밀가루가 조금 마르는 동안 들고 온 수학 공책에 천의 보수와 만의 보수를 쓰며 셈을 익힌다. 원리를 이해하는 아이들이라 만의 보수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저마다 열다섯 문제씩을 내고 바꾸어 맞춰보며 서로 도우며 셈을 푸는 모습이 참 예쁘다.
이제 통밀가루를 저울에 재서 셈을 해볼 때다. 우리가 빻아온 통밀의 무게는 9.3킬로그램이다. 세 개의 대야에 나눠담아 놓아서 어떻게 무게를 잴까 물어보니 아이들이 금세 알아차린다. 먼저 대야 무게를 달아서 안 다음 통밀가루를 넣어 무게를 재서 대야 무게를 빼면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세 번 거쳐 9.3킬로그램을 찾아내며 소수점과 무게를 재는 단위 킬로그램과 그램을 익힌다. 소수를 몰라도 되고 그냥 쓰면 어느 틈에 익숙해지는 법이다. 그러다 소숫점이 왜 필요한지 배우면 그만이다. 준비한 누룩틀에 통밀가루를 넣어 동그랗고 두툼한 누룩을 만든다. 이번에는 씨누룩을 중간에 넣어서 균들이 잘 모이도록 새로운 시도를 한다. 틀에 넣고 수건으로 잘 덮은 다음 돌아가며 발로 밟는다. 아이들은 괜찮은데 선생은 땀이 난다. 두 개를 만들때쯤 점심 시간이다. 잘 생긴 누룩이 두 개 나왔다. 점심 때 줄곧 관심있는 아이들 도움을 받아 누룩 일곱 개를 만들었다. 발효를 배우며 미생물과 균을 가깝게 배우고, 건강한 먹을거리로 보리단술과 술빵, 막걸리, 많은 발효식품에 넣을 누룩이니 여름에 땀을 흘릴만한 가치가 있다. 아이들과 현미경으로 균들을 관찰할 것이라 미생물학과 사람에게 유익한 균 이야기를 줄곧 하게 되겠다. 낮 공부 설장구를 친 뒤 모두 모여 다시 완성된 일곱 개의 누룩을 하나씩 저울에 달아보았다. 통밀가루가 9.3킬로그램이었는데 누룩마다 다른 무게가 나온다. 누룩 하나마다 2킬로그램, 1.6킬로그램 범위에 걸쳐있는데 무게를 다 합치니 13.27킬로그램이 나왔다. 처음 통밀가루 무게와 누룩을 합친 무게가 다른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집에서 그 까닭을 부모님과 이야기해보고 오라는 숙제가 나가게 된다. 까먹지 않는 아이들은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할 것이고 그 까닭을 알아올 것이다.
완성된 누룩을 키울 상자에 아침에 준비해놓은 지푸라기와 뽕잎, 솔잎, 쑥을 넣고 누룩을 넣었다. 누룩 키우는 과정을 줄곧 관찰해서 기록하며 과학과 수학을 하게 될 것이라 발효과학 공부가 쏠쏠하다. 과학은 관찰과 호기심이 시작이다. 우리 아이들은 줄곧 관찰하고 기록하며 새로운 호기심을 싹틔울 것이다. 그 경험이 쌓이면 다시 과학과 수학책으로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지식을 탐구하니 얼마나 재미나겠는가. 그 맛을 알아가려면 한참이 걸리겠지만 한 번이라도 탐구의 기쁨을 느끼면 된 것이다.
5, 6학년이 경기도청소년예술제 사물놀이 참가로 옷을 입어보고 연습하는 게 눈에 보이는 날이다. 6학년 영어 시간에 집중해서 영어를 익히는 6학년을 보니 졸업하기 전에 더 많이 부지런히 그리고 재미나게 수업을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가르치고 배울 준비를 철저히 할 때다.
저녁에는 전환마을 과천을 꿈꾸는 적정기술학교 강사들 대상으로 하는 나눔교육 시간이 잇었다. 과천시민들에게 전환마을운동을 소개하고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기획한 일인데 여러 가지 챙길 실무가 많다. 9월에는 일요일마다 전환마을 이야기를 하는 적정기술학교가 열린다. 양지마을 주민들을 위한 적정기술학교와 과천 시민들을 위한 적정기술학교가 함께 열리는 셈이다. 기후변화와 석유정점에 시대에 삶의 방식을 바꾸자는 전환의 시작은 사실 마을과 도시에서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부터다. 거창하고 거대한 것이 아닌 작고 소박한 실천부터,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슈마허 말처럼 작은 것이 아름답게 모닥불을 피워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누군가 하겠지 기다리지 말고 아는 만큼 실천하고 조금씩 삶을 바꾸어가는 것만큼 아름다운 실천이 어디있을까. 교육이 삶을 바꾸고 지역과 마을을 연결하고 함께 전환을 꿈꾸는 그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