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12) 일이 많음을 불만 갖지 마라.
[흔한 중국직원들의 마인드]
중국인을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앞으로 네가 할 일은 무엇 무엇이다.’라고 업무를 분장한 후 시간이 지나 그 직원이 그 업무에 익숙해지거나 업무량이 줄어들어 시간이 남게 되면 상급자는 당연히 그에게 다른 업무를 맡기려하게 된다. 그러면 그 중국인 직원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계약할 때 그런 일은 안하기로 했잖아요!”
대개 이런 식이다. 그럼 상급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따지기 좋아하면 나도 똑같이 해줄까? 인터넷 선 빼! 업무시간에 채팅하기로 계약하진 않았잖아?”
“그래도 그건 너무하잖아요!”
“뭐가 너무한 거지? 업무시간에 친구랑 채팅하고 쇼핑하는 것은 괜찮고, 일이 많아지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무슨 논리지?”
[일이 많음을 불만 갖지 마라]
제발 일이 많음을 불만 갖지 마라. 특히 일의 양보다 종류가 많아짐은 반가운 일이며 너희에게 일을 많이 준다는 것은 상관이 너희들의 실력을 인정하거나 너희를 키우기 위해서 그런 것임을 알아라.
20대 중반. 내가 설계 일을 시작하던 그때, CADAM을 이용한 설계 속도가 너무도 빨랐기 때문에 컴퓨터가 도저히 내 속도를 못 따라가서 명령어 수 십개를 쳐 놓고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거나, 아예 컴퓨터 2대를 양손으로 잡고 일을 하곤 했다. 속도가 워낙 빨라서 다른 사람들 3배의 일을 같은 시간에 해 냈기 때문에 나에게 일을 주던 여러 명의 상관들은 서로 자기의 일을 먼저 해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적당히 안배하지 않으면 그들 중 한명은 그날 기분이 나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의 양, 중요도, 납기 등을 감안해 일을 해야 했다. 물론 더 빨리 할수록 더 많이 만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열성적으로 일했다.
설계같이 두뇌를 쓰는 일이 육체적으로 얼마나 피곤한지 아는가? 보통 인간의 뇌는 몸 전체가 필요로 하는 산소의 25%를 소모한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말이다. 두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직업인들은 당연히 -일반인들보다- 그것을 훨씬 많이 소모하게 되고 그래서 나는 내가 섭취하는 에너지의 적어도 50%는 생각하는 것으로 소모했을 것이다.
힘들었지만 그렇게 일하였더니 그들이 나를 평가하는 점수는 언제나 A였다. 문제는; 나는 파견업체 소속이었고, 때문에 내가 원청 직원들로부터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파견업체 소속 과장이 메기는 점수에는 그것이 반영되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업무량이 1/3 밖에 안 되는 지각대장 새끼가 20% 더 많은 월급을 가져가고, 인터넷으로 주식투자하느라 겨우 1/8을 하는 호로 새끼가 나보다 40% 많은 월급을 가져갔다. 그들이 더 많은 급여를 가져갔던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과장과 같은 취미인 스타크레프트를 한다는 것이었고 나는 그 시간에 영어공부를 한 것이 잘못이었다.
지금 이글을 읽는 20대 젊은이들아! 너희에게 저런 개좆같은 불공평이 있거든 핵심 기술을 최대한 빨리 익힌 후 이직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일이 많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라. 너희들의 상관은 너희가 고생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여름 벌레에게 겨울의 혹독함을 설명하려 애쓰지 마라]
몇 년전, 우리 사무실에는 두 개의 설계팀이 있었고, 나는 그중 한 팀의 팀장을 맡고 있었다. 나는 내 부하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딴 짓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몇몇은 그것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업무는 개떡같이 하는- 한 새끼가 말했다.
“저쪽 설계팀은 업무시간에 인터넷을 하는 것을 놔두는데 왜 우리는 안 됩니까?”
하였다. 이 새끼는 안 그래도 평소 업무태도가 극히 불성실하여 다른 사람들 업무의 1/3을 겨우 해내는 새낀데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말했다.
“그럼 저쪽 설계팀으로 가거라. 저쪽에서 안받아주면 저기 문이 있지?(나는 손으로 현관문을 가리켰다.) 저리로 나가서 집에 돌아가라”
나는 모든 직원들의 업무 성취량을 DATA로 만들어서 공개된 장소에서 발표해버렸고 그건 그에게 모역적인 일이었다. 그는 갖은 이유로 변명하였지만 상관과 부하직원간에 논쟁이 붙으면 언제나 상관이 이긴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 새끼뿐만 아니라 평소 인터넷으로 노닥거리는 시간이 업무시간보다 많던 다른 새끼들도 결국에는 다 회사를 나가야 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직원들은 나로부터 제도규정에 의거한 정확한 도면작성법을 터득하게 되었고, 여러 가지 다양한 설계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현장 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에 모든 설계직원들은 반드시 현장에서 조립 작업을 해야 했고, 하청업체나 원청업체들의 현장 또한 견학하게 했는데 그 덕분에 업무 이해도는 높아졌다.
인사에 있어서도; DATA를 분석하여 업무량이 많은 직원들이 먼저 진급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서 -그전에는 다 끝난 일을 붙들고 일하는 척 하던 직원들이- 이젠 스스로 내게 와서 일을 요청하게 만들었다. 그런 열성적인 직원들을 볼 때마다 대견하고 고맙다.
다른 팀원들의 업무태도에 대해 내가 해당 팀장에게
“우리 팀원들에 나쁜 영향이 있으니 업무시간에 인터넷으로 쇼핑하고 게임하는 것 통제 좀 하죠?“
하고 조언을 했을 때 그는,
“중간에 벽이라도 칠까요?”
라고 댓구하였다. 자신의 부하직원들 태도가 문제가 있으면 부끄러워하고 시정해야 할 일이건만 ‘안보면 될 것 아니냐’며 오히려 내게 화를 내는 것이었다. ‘여름 벌레에게 겨울의 혹독함을 설명하려 애쓰지 마라.’ 내 부하직원이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그는 내 부하가 아니다. 나는 그에게 더 이상 말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그렇게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맡아본- 내 부하직원들과 그의 부하직원들 간 설계능력의 격차는 커져만 갔다.
[새로운 일은 곧 새로운 기회이다]
같이 일하던 어떤 부서장이 이번에 한국으로 복귀함으로서 그의 업무를 나머지 부서장들이 나눠맡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내 업무와 관련성이 상당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내게 배당되었는데 유일한 이유는; 그 문서들이 모두 영어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내 상관이 그것을 내게 배당하며 의견을 물었을 때 나는 당연히 환영하였고 고마운 일이다.
‘조직을 재편성하면서 다른 설계팀까지 맡아야 할 경우 어떡하겠냐?’는 상관의 물음에 나는 ‘이미 그걸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있었노라’고 답했다. 부하직원이 10명에서 20명으로 늘면 그만큼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많아지겠지만 내 팀은 이미 시스템화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새로운 팀 역시 그렇게 시스템을 갖추면(그동안엔 분명 바쁘겠지만) 이 또한 그렇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나의 영역은 더욱 넓어지는 것이다. 나는 이미 원래의 팀원을 이끌고 본사에서 5~6개 부서가 할 일을 하고 있고 이번에 영문 문서 관리와 팀을 하나 더 맡게 된다는 것은; 이미 예전에 맡아본 자재, 생산관리, A/S, 영업지원에 더불어 설계 또한 모든 업무를 맡게 되는 것으로 조직에서의 내 업무 영역이 그만큼 늘어나며, 감원 등의 상황이 벌어져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음을 의미한다. 또한 내가 독립을 했을 경우; 해당 직원을 채용하지 않아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훌륭한 밑받침이 될 것이다. 즉, 그렇게 나의 벽돌은 많아지게 된다.
[조직에서 영역을 넓히는 시나리오]
매 3년마다 대리 -> 과장 -> 부장 -> 임원으로 진급하는 조직이 있다고 가정하자.
대개의 경우 1년이면 맡은 일을 대충 할 수 있고, 3년이면 제법하게 된다. 이렇게 내가 맡고 있는 업무에서 적어도 3년 이상 꾸준히 경험을 쌓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최소한 ‘제법’하는 일이 하나는 있게 되는 것인데 대학에서 주전공을 배우는 것에 해당하며 3년이 지나면 그는 대리를 달게 된다.
5년이면 베테랑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레벨에 오르게 되면 본 업무를 시스템적으로 하는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업무 관련도가 높은(75%로 가정) 옆 사람 일의 일부를 같이하여도 곧잘 해내게 된다. 그렇게 1년이 지나면 이미 ‘제법’하는 본업은 고수가 되어 있을 것이며 새로운 일은 -겨우 1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업무 연관성으로 인해 ‘제법’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대학에서 부전공을 배우는 것에 해당하며 6년이 지난 그는 과장을 달게 된다.
다시 3년이 지나면; 본 업무는 최고수의 경지에 오르게 되며 관련성이 높은 업무(75%)는 과장만큼은 알게 되고, 관련성이 떨어지는 업무(50%)도 약간의 맛을 보는데 곁눈으로 보는 그 업무를 1년만 해도 대리급만큼 알게 된다. 그는 부장을 단다.
다시 3년이 지나면; 본 업무는 신의 경지에 오르나 급변하는 세상 때문에 구식으로 취급받기도 하지만 오랜 경륜에서 나오는 노하우는 남이 쉽게 범접하기 힘들다. 관련성이 높은 업무(75%)는 부장만큼, 떨어지는 업무(50%)는 과장만큼, 관련성이 미미한 업무(25%)는 겨우 1년을 해도 대리만큼은 알게 된다. 그는 임원이 된다.
회사 같은 조직에서 일을 하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경매 같은 프리랜서로 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을 하는 것이지만 각 분야에서 성공한다는 목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 열정이라는 것은 동일하며, 그런 열정을 가지고 최고가 되고자 한다면 주 업무는 깊이 있게, 보조 업무는 넓게 알아두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므로 당신의 상관이 새로운 일을 주거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사히 생각하라. 당신 상관의 자리를 가장 빨리 차지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 될 테니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