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배추에게 드림
여름 내내 태양의 기를 모았다
영광의 화환을 목에 걸 자(者)
신토불이 땅의 기를 힘껏 모아
푸른 날개로 솟아오를 님
ㅡ 현송희
〚쪽수필/오정순〛
김치는 음식 예술품이다. 재료 수집에서부터 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예술품이 되기까지 무한한 변수를 품고 태어난다. 성장의 역사를 달리 한 식재료를 버무려 맛을 내는 일은 오랜 경험이 필요하며 혀를 만족시키기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 중 배추김치는 완제품이 소멸될 때까지 생기가 살아 숨 쉬며 인간에게 살아있는 기운을 즉시 제공하는 예술 식품이다.
김치를 담는 과정 중 양념을 준비하는 일은 회화에서 물감을 준비하는 것과도 같다. 캔버스인 배추는 자르고, 절여지고, 씻고, 물 빠지기 기다리는 여정을 거쳐 마련된다. 캔버스에 색 잔치를 벌이는데 그 중에서 제일은 붉은 색 고춧가루이다. 초록색, 하얀색, 연한 노랑색, 살색, 갈색을 넣고 치대어 손붓질을 한다. 붉은 색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화환을 걸고 등장하는 일이 그다지 부당하지는 않다.
캔버스 없는 물감은 무용하지만, 물감 없는 배추캔버스는 열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화려해도 배추김치라고 하지 고추김치라고 하지 않는다. 화자는 영광의 화한을 ‘드림’이란 공대어를 사용하여 가장 강렬한 색의 주인공으로 고추의 막을 내린다. 고추가 주인공인 '가을배추에게 드림'이란 시 한 편에서 김치 한 포기 공동체로 사유를 확장한다.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첫댓글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긴 예술 작품이지요
매일 먹는 평생을 먹어도 좋은 고마운 음식이지요
감사합니다
손끝에서 빚어내어
혀끝에서 완성되는
작품성입니다
붉은 고추가 가장 빛날 때는 배추라는 짝을 만날 때 비로소 부재의 존재가 완성되지요.
그림의 문외한이 저에게 미술 감상 같은 고추 평도 이채롭습니다.
비닐장갑 끼고 그림 그리는 재미가 있었지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날 아침, 오정순 선생님의 쪽수필을 성탄 선물로 받습니다 ♡
김치의 예술을 맛깔나게 써주신 글을 읽고 앞으로 김치를 먹을 때마다 더욱 심오한 세계를 맛보게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성육신의 날, 기쁜 하루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
빛으로 소리로 말씀으로 오시어
우리 곁에 계시는 그 분을 실감하며
방금 집에 왔습니다.
감동의 눈물이 마른 줄 알았더니
오늘도 미사 중에 주시네요
메리 크리스마스
제목이 센스넘치셨어요. 빛깔도 너무 고운 사진과 함께 한 디카시와 김치 이야기...공동체의 사유 확장까지 잘 감상하였습니다^^
드림이 아니었으면 이 쪽수필이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한 단어 선택의 중요성을 또 알았지요
가을 배추에게 드림
제 눈에도 띄어서 다같이 감상했던 작품이네요.
오정순 선생님의 해박한 지식과 어우러지니
금상첨화 입니다.
현송희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드림이 촉발시키더군요
한번 저렇게 고추를 말리던 사람은
해마다 말리더라고요
아무튼 각양각색의 특별한 시선과 마주치는 일상이 복됩니다
팔은 나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