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에 대한 모든 것
막걸리와 양은주발 한국 고유의 전통주로 알려진 막걸리.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있지만 '맛이 다 거기서 거기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정말 막걸리 맛은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일까.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집집마다 술을 빚어 먹었다. 이를 '가양주(家釀酒)'라고 부르는데 같은 곡식으로 술을 만들어도 집집마다 비법과 누룩이 다르기 때문에 맛이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일제시대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집집마다 갖고 있던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게 됐다. 현재는 생산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입쌀을 사용하거나 일본식 '흩임누룩'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막걸리 하면 흔히 양은 주발과 주전자를 떠올린다. 농사일 중에 새참으로 먹었을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드는 술이다. 거리낌 없이 접할 수 있어 얕보이지만 막걸리에 거름망(용수)를 박아 맑게 거르면 청주, 재발효하거나 증류하면 다른 전통주가 될 수 있다.
① 막걸리 정의
막걸리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정의를 갖는다. 국어사전에서는'곡류(찹쌀, 멥쌀, 보리, 밀)를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 시킨 한국 고유의 술'로 정의한다. 막걸리의 '막'은 거칠게 혹은 금방을 의미하고, '걸이'는 걸러진 술의 의미로 '막걸리'가 됐다는 것이다. 주세법에서는 '발효시킨 술을 여과하지 않고 만든 술 또는 여기에 법적으로 정해진 재료만 첨가된 술'로 정의한다. 탁주라고도 부른다. 전통문화에선 '한번 발효시켜 얻은 탁한 술에서 청주를 얻어낸 후 남은 것을 거칠게 걸러 얻은 술'로 정의한다.
간혹 막걸리와 동동주의 차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막걸리는 탁주 중 거칠게 여과한 술이고 동동주는 쌀알이 동동 떠있는 고급 약주다.
② 막걸리 이름
막걸리는 재료, 담그는 시기, 거르는 방법과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재료는 쌀 외에도 보리 수수 옥수수 좁쌀 등이 사용된다. 보리를 껍질째 갈아 보리누룩을 넣고 만든 군산의 '보리 막걸리', 수수죽을 쒀 엿기름을 넣고 끓여 조청과 버무린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 평안도의 '계명주', 쌀과 옥수수 가루에 엿기름을 넣고 약불에서 두 번 식히고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 강원도의 '욱수수엿술', 좁쌀가루를 익반죽한 후 끓는 물에 넣어 건져 으깬 후 누룩과 물을 넣은 제주도의 '오메기술' 등이 있다.
③ 생막걸리? 그냥 막걸리?
막걸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살균막걸리는 술을 열처리해 안에 들어있는 균을 모두 죽인 것이다.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균들도 같이 죽인다. 막걸리 고유의 맛과 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생막걸리는 살균막걸리와 달리 효모와 유산균이 그대로 살아 있다. 살균막걸리에 비해 유통기한은 짧지만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가술을 개발해 전국 유통이 가능해졌다. 다양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막걸리의 발자국
① 태동기(삼국시대, 고려 시대)
막걸리는 벼농사가 행해진 삼국시대 이전 시기부터 빚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삼국시대엔 곡물 발효주를 빚는 방법이 완성된 시기다. 고구려의 '곡아주', 백제의 '수수보리 양조주', 신라의 '신라주'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고려 시대엔 탁주 약주 소주의 기본 형태가 완성된 시기다. 이때부터 막걸리는 서민의 술로 자리매김했다.
② 도약기(조선시대)
조선시대는 유교의 영향으로 가양주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막걸리 종류가 다양해지고 재료도 고급화됐다. 막걸리가 꽃을 피운 시기다. 집집마다 술을 빚어 수많은 가양주가 등장했다.
③ 소생기(해방 후~1970년대)
해방 후 197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막걸리 소비가 늘어 농주와 노동주로서 국민주의 자리를 차지했다. 1974년에는 주류 생산의 77%를 차지할 정도였다.
④ 쇠퇴기(1980~2000년대 초반)
막걸리의 저온유통이 일반화되지 않아 유통 중 변질이 심했다. 사람들의 소득이 올라가면서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막걸리의 소비는 급격히 감소했다. 전체 주류 중 막걸리 출고량은 1977년 73%에서 1990년에는 20%로 떨어졌다.
⑤ 중흥기(2000년대 중반~2012년 초반)
2000년대 중반 이후 한류 문화와 웰빙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막걸리 열풍이 불었다. 칵테일 막걸리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좋은 원료를 이용해 품질을 개선했다. 막걸리 카페 등 새로운 소비문화도 등장해 다채롭게 막걸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2년 3월까지 막걸리는 꾸준히 소비량이 증가했다. 특히 2009년 말에는 전년대비 94.6% 성장했고 2010년 1분기에는 전년대비 139.3%까지 소비량이 증가했다.
⑥ 막걸리의 오늘, 어떻게 하면 좋을까
2012년 1분기 11.8%의 성장률을 기록한 후 성장세가 꺾였다. 2014년에 0.7%로 조금 증가하긴 했지만 2015년 3분기에는 7.7% 감소했다. 올해 2분기 막걸리 수출량도 전년 대비 17.5% 줄었다. 여러 업체들은 과일과 커피 등을 이용한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여전히 반응은 시들하다. 반면 수입맥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올 3분기 말 수입맥주의 누적판매량은 작년대비 38.9% 증가했다.
주류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 싼 것보다 가성비가 좋은 것이 인기를 얻는다. 그렇다면 막걸리는 어떨까.
2015년 기준 매출액 상위 30위 안에 든 업체의 수입쌀 사용 비율은 82.1%였다. 2014년(34.9%)보다 높아졌다. 수입쌀을 사용할 경우 오래된 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막걸리의 품질이 낮아진다. 업체들은 수입쌀과 국산쌀의 가격 차이가 3배 이상 나기 때문에 100% 국산쌀을 쓰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저렴함이 큰 장점인 막걸리의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평주조의 '지평 생 쌀막걸리'는 이런 생각을 뒤집었다. 750ml 사이즈 1800원에 판매되는 이 막걸리는 다른 막걸리에 비해서 조금 비싸지만 올 1월부터 10월까지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했다. 100% 국산 햅쌀과 물로 빚어 만들었다. 저도수 트렌드에 맞춰 알코올 도수를 5도 낮췄고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경로를 확대했다. 막걸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트렌드에 맞춰 막걸리의 품질을 높이고 유통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가진다.
조선시대에는 어디서 술을 마셨을까?
신윤복의 주사거배 오른쪽 그림은 신윤복의 '주사거배'다. 조선시대 때 서서 마시는 선술집을 그린 그림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주막이나 기방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들이 빈번하게 나온다. "주모! 한 그릇 더~"라는 대사도 낯설지 않다. 우리 선조들은 어디서 술을 마셨을까. 책 <한국의 술 문화>에선 7가지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병술집'은 단순히 술만 소매로 파는 곳으로 바침술집이라고도 불렸다. 가장 많이 들어봤을 '주막'은 술과 밥을 함께 파는 곳으로 장터, 고개형, 갈림길형, 나루터형, 시골길 주막으로 분류된다. 책에선 주막을 '길손을 채워주는 곳'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길손이란 먼 길을 가는 나그네로, 주막은 나그네들의 쉼터이기도 한 셈이다. '내외술집'은 주인과 손님이 서로 만나지 않고 팔만 내밀어 손님에게 술을 따라주는 술집이다. 몰락한 양반 여인이 주인인 경우 외간 남자와 심하게 내외를 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포장마차 @픽사베이 '목로술집'은 술을 따라 놓는 긴 탁자에 목로(木爐)를 차려 놓고 술을 팔아 붙여진 이름이다. 시장 사람들의 휴식의 장겸 정보를 얻던 사교의 장이었다. '색주가'는 젊은 여자가 나와 앉아서 노래도 하고 술시중을 드는 술집이다. 이와 비슷하게 '기방'은 18세기 이후 기생이 민간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술집으로 주로 상인이나 역관, 서리, 무사들이 고객이었다. 마지막으로 '들병장수'는 직접 집에서 술을 빚어 잔술을 파는 사람을 말한다.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포장마차의 기원이라고 한다.
막걸리, 가치 알아보자
① 막걸리의 영양성분, 열량은 몇?
막걸리의 열량은 다른 술에 비해 낮다. 300ml로 환산했을 때 막걸리의 열량은 99kacl로 생맥주(74.4kcal)보단 높지만 소주(331.67kcal), 레드와인(232kcal)보단 낮다.
막걸리는 물 80%, 알코올 6~7%, 단백질 2%, 탄수화물 0.8%, 지방 0.1% 등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10%는 식이섬유와 비타민 유산균 효모 정도다. 막걸리에 들어있는 영양성분은 막걸리의 맛과 관련이 있다. 포도당과 올리고당은 단맛, 탄산과 유기산은 청량한맛, 단백질과 아미노산은 구수한맛, 유산은 떫은맛, 발효된 에틸알코올은 매운맛, 무기염류는 짠맛, 글루텐 및 효소 분해물은 쓴맛 등을 낸다.
맛있고 재미있는 한식이야기 ② 변비와 대장암 예방
막걸리에는 식이섬유와 유산균이 풍부해 만성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는데 좋다. 유전자와 조직을 손상시켜 신체의 균형을 깨트리고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 생성 인자를 제거해 암이나 갱년기 장애를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2011년 한국식품연구원은 막걸리에서 항암물질인 파네졸(Farnesol)을 발견했다. 파네졸은 항암, 항종양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막걸리는 포도주나 맥주보다 10~25배 더 많은 150~500ppb의 파네졸을 가지고 있다.
③ 심혈관계 질환 개선
막걸리는 혈관에 지방이 쌓이거나 혈전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데 좋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개선한다. 2009년 한국식생활문화학회에 따르면 막걸리 주박 추출물 첨가량이 많아질수록 섭취 기간이 길어질수록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④ 비만 억제, 피부미백 효과
막걸리의 필수아미노산은 지방축적을 억제하고, 비소화성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줘 비만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아미노산과 비타민B는 피부 재생에 도움을 주고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생합성 되는 것을 막아 피부 미백에도 효과가 있다.
술을 얼마나 마시는게 좋을까 ⑤ 그렇다면 얼마나 마시는게 좋을까?
막걸리의 다양한 효능이 입증됐지만 막걸리도 술이다. 과음하면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알코올 중독 등 술을 많이 마셔 생길 수 있는 질환들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역효과를 내지 않도록 적당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하루 400ml정도의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대한보건협회에서는 칼로리 등을 고려해 저위험음주량 기준을 정했다. 저위험 음주량은 어떤 술이든 남성 2잔, 여성 1잔, 노인 1잔이다. 반대로 위험은주량은 남성 5잔, 여성 4잔이다. 또한 안주 없이 술을 마시는 것은 건강에 해로우므로 두부 고기 치즈 생선 등 고단백 저지방 식품을 안주로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