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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선생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 시
퇴계선생문집 제1권 / 시(詩)
1) 월영대(月影臺)
늙은 나무 기이한 바위 푸른 바닷가 / 老樹奇巖碧海堧
고운이 노닌 자취 모두 연기 되고 말아 / 孤雲遊跡總成烟
이제 다만 높은 대에 달만이 머물러서 / 只今唯有高臺月
그 정신 담아내어 내게 전해 주누나 / 留得精神向我傳
[주] 월영대(月影臺) : 합포(合浦)에 있는 최치원(崔致遠)이 놀던 곳이다.
2) 七月望日。狎鷗亭卽事(7월 보름날 압구정(狎鷗亭)에서 본 바를 읊다, 4수 중 셋째 수)
이때에 호당(湖堂)에 사고가 있어 왕에게 아뢰고 여기로 옮겨 와서 거처하고 있었다.
강 위에 바람 일어 빗발이 어둑한데 / 江中風起雨冥冥
잎 위의 청개구리 그쳤다 다시 우네 / 葉上靑蛙止復鳴
쌍쌍이 뜬 고기잡이배 언덕에 기대 놓고 / 兩兩漁舟依別岸
해 저물자 낚시 걷어 사립으로 들어가네 / 晩來收釣入柴荊
3) 池方寺瀑布(지방사 폭포) 2수(二首) 중 첫째 수
맑디맑은 신선 바람 객의 옷에 스미는데 / 灑灑仙風襲客衣
우거진 수풀에는 괴이한 새 날아가네 / 陰陰山木怪禽飛
일 좋아하는 어떤 사람 같이 와서 구경하나 / 何人好事同來看
푸른 벼랑 홀로 대해 붓 가는 대로 쓰네 / 獨對蒼崖信筆揮
4) 退溪草屋。喜黃錦溪來訪。
(퇴계 초옥(退溪草屋)에서 황금계(黃錦溪)의 내방을 기뻐하며 경술년(1550, 명종5)
○ 군수(郡守)를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온 뒤이다.
시냇가서 그대 만나 의심을 풀어낼 제 / 溪上逢君叩所疑
즐거이 그대 위해 탁주를 가져왔네 / 濁醪聊復爲君持
매화꽃 늦게 필까 하늘이 걱정하여 / 天公卻恨梅花晩
잠깐 사이 눈 보내니 가지에 가득하네 / 故遣斯須雪滿枝
5) 李先生來臨寒棲(이 선생이 한서암(寒棲庵)에 왕림하다)
맑은 시내 서쪽 가에 오막살이 지었으니 / 淸溪西畔結茅齋
속객이야 사립문을 두드릴 일 있으리오 / 俗客何曾款戶開
고마워라 산 남쪽에 살고 계신 늙은 선백 / 頓荷山南老仙伯
견여 타고 꽃숲 속을 뚫고서 오셨다오 / 肩輿穿得萬花來
퇴계선생문집 제2권 / 시(詩)
春日閒居。次老杜六絶句。
(봄날 한가히 지내면서 노두(老杜)의 시를 차운하여, 절구 여섯 수 짓다)
6) 春日閒居。次老杜六絶句。其一
어제는 구름이 땅 위에 드리우더니 / 昨日雲垂地
오늘 아침 비내려 진흙을 적시었네 / 今朝雨浥泥
수풀을 틔워내어 들사슴 다니게 하고 / 開林行野鹿
버들가지 엮어서 뒤뜰의 닭을 막네 / 編柳卻園雞
7) 春日閒居。次老杜六絶句。其二
산꽃이 어지러이 피어도 상관없네 / 不禁山花亂
길가의 풀마저도 오히려 어여쁜 걸 / 還憐徑草多
그 사람 기약두고 이르지 아니하니 / 可人期不至
이 옥빛 술동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 奈此綠尊何
8) 春日閒居。次老杜六絶句。其三
물소리는 골짜기 어구를 삼키는데 / 水聲含洞口
구름 기운 산 허리를 감싸고 도는구나 / 雲氣帶山腰
조는 학은 모래톱에 가만히 서 있는데 / 睡鶴沙中立
놀란 듯 다람쥐는 나무 위로 오르네 / 驚鼯樹上跳
9) 春日閒居。次老杜六絶句。其四
산속의 밭일망정 콩과 조가 잘 자라고 / 山田宜菽粟
약초 심은 밭에는 싹과 뿌리 무성해라 / 藥圃富苗根
북쪽의 징검다리 남쪽으로 통해 있고 / 北彴通南彴
새로 이룬 촌락은 옛 마을과 닿았구나 / 新村接舊村
10) 春日閒居。次老杜六絶句。其五
나무꾼은 한가로이 골짝에서 나오고 / 樵人閒出谷
어린 새들 다투어 처마 끝에 깃들인다 / 乳雀競棲簷
조그만 집 마련하니 하윤과 같거니와 / 小閣同何胤
높이 솟은 누대는 송섬과는 다르구나 / 高臺異宋纖
11) 春日閒居。次老杜六絶句。其六
푸르게 물든 것은 천 가지 버들이요 / 綠染千條柳
빨갛게 타는 것은 만 송이 꽃이러라 / 紅燃萬朶花
웅장하고 호방한 건 산꿩의 천성이요 / 雄豪山雉性
사치하고 화려한 건 들사람의 집이라네 / 奢麗野人家
12) 聾巖先生來臨溪堂(농암(聾巖) 선생께서 계당(溪堂)에 왕림하다)
지난해는 시내 서쪽 띳집에서 지냈는데 / 溪西茅屋憶前年
금년에는 시내 북쪽 서당으로 옮겨왔네 / 溪北今年又卜遷
무엇보다 빛내 준 건 늙으신 선백께서 / 第一光華老仙伯
해마다 꽃 만발한 내 처소로 찾아 준 것 / 年年臨到萬花邊
溪堂偶興 十絶 (계당에서 우연히 흥이 일어 절구 열 수를 짓다)
13) 溪堂偶興 其一
사방의 산기슭은 붉은빛 비단이요 / 四麓唯紅錦
양옆의 깊은 숲은 푸른빛 비단일세 / 雙林是碧羅
누군들 알았으랴 순박한 이곳이 / 豈知淳朴處
도리어 조화옹의 자랑거리 될 줄을 / 還被化工誇
14) 溪堂偶興 其二
시냇물 소리 타고 징검다리 건너면 / 彴跨溪聲度
골짝 지세 의지하여 서당이 열려 있네 / 堂依壑勢開
너무 깊고 궁벽하다 남들은 웃지마는 / 從他笑深僻
내 본분에 이만하면 배회하기 넉넉해라 / 素履足徘徊
15) 溪堂偶興 其三
열어 놓은 거울처럼 연못을 만들고 / 開鏡爲蓮沼
구름을 헤치고서 돌문을 세웠네 / 披雲作石門
실바람 불어 화창한 날인가 하면 / 和風吹澹蕩
때맞춰 오는 비는 봄기운 감도누나 / 時雨發絪縕
16) 溪堂偶興 其四
바위틈에 솟는 샘물 멀리서 끌어 오고 / 石竇疏泉遠
산기슭 깊은 곳에 집 지으니 그윽해라 / 山根卜宅幽
손님이 오실 제에 험난한 것 걱정하나 / 客來愁絶險
오고 가는 그 길이 진실로 유유해라 / 還往儘悠悠
17) 溪堂偶興 其五
하루가 다 가도록 구름은 비 머금고 / 盡日雲含雨
새들은 봄을 불러 쉬지를 않는구나 / 移時鳥喚春
깊숙한 산골이라 범을 저어 아니하니 / 山村頗狎虎
시냇길에 오가는 이 만나는 일 드물구나 / 溪路少逢人
18) 溪堂偶興 其六
베개 베고 꿈속에서 신선되어 놀고 나선 / 已著游仙枕
주역을 읽으려고 창문 열어 두었노라 / 還開讀易窓
천종은 손으로 잡을 것이 못 되어라 / 千鍾非手搏
여섯 벗이 서로들 마음에 맞거니
소나무ㆍ대나무ㆍ매화ㆍ국화ㆍ연꽃과 나를 여섯 벗으로 삼는다. / 六友是心降
19) 溪堂偶興 其七
뻐꾹새는 뻐꾹뻐꾹 농사일을 재촉하고 / 布穀催田務
사다새는 객에게 시름을 자아내네 / 提壺勸客愁
더더욱 어여쁜 건 구름 밖의 학이어라 / 更憐雲外鶴
소나무 꼭대기에 말도 없이 서 있구나 / 無語立松頭
20) 溪堂偶興 其八
붉은빛 자줏빛은 난만히 쌓여 있고 / 爛熳堆紅紫
푸른빛 초록빛은 청신하게 둘렀는데 / 淸新遶綠靑
우연히 혼자서 석 잔 술 먹고 나니 / 三杯偶獨酌
만사는 본래부터 경영할 것 없구나 / 萬事本無營
21) 溪堂偶興 其九
병든 몸을 구실 삼아 한가한 몸이 되어 / 因病投閒客
깊숙한 곳 찾아와서 세속 인연 끊고 사네 / 緣深絶俗居
참으로 즐거운 일 무엇인지 알고파서 / 欲知眞樂處
백수가 되도록 경서를 끼고 사네 / 白首抱經書
22) 溪堂偶興 其十
샘물을 움켜다가 벼루에 따르고서 / 掬泉注硯池
한가로이 앉아서 새로 지은 시를 쓰네 / 閒坐寫新詩
그윽이 사는 취미 스스로 만족하니 / 自適幽居趣
남이 알고 모르고는 탓할 것이 없어라 / 何論知不知
紅桃花下。寄金季珍。
(홍도화(紅桃花) 아래서 김계진(金季珍)에게 부치다) 二首。
23) 紅桃花下。寄金季珍。其一
꽃 심었던 병든 객이 십 년 만에 돌아오니 / 栽花病客十年回
늙은 나무 나를 맞아 마음껏 꽃 피웠네 / 樹老迎人盡意開
꽃을 향해 물었으나 꽃은 잠잠 말 없으니 / 我欲問花花不語
비탄스러운 모든 일을 봄 술잔에 부치노라 / 悲歡萬事付春杯
24) 紅桃花下。寄金季珍。其二
저녁 비는 보슬보슬 새소리는 슬픈데 / 晩雨廉纖鳥韻悲
온갖 꽃들 말없이 어지러이 떨어지네 / 千花無語浪辭枝
어느 누가 피리로 봄 시름을 부는가 / 何人一笛吹春怨
향긋한 풀 하늘가에 한없는 생각일세 / 芳草天涯無限思
25) 虛興倉江上(허흥창(虛興倉) 강가에서)
봄 강물은 뱃머리에 푸른 기름 내뿜는데 / 春水船頭綠潑油
해 저문데 갈매기 떼 희롱함을 바라보니 / 晩來貪看戲群鷗
모를레라 만물 중에 그 어느 것이리오 / 不知萬類中何物
너희들과 짝할 만한 한가한 정 가진 것이 / 更有閒情與汝儔
憑家飮歸。詠溪月。二首。
(빙(憑)의 집에서 술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시내 달을 읊다)
26) 憑家飮歸。詠溪月 其一
술 거나해 돌아올 제 말 가는 대로 놓아두니 / 帶醉歸來信馬行
고리 같은 초승달이 시내를 밝히도다 / 一鉤新月照溪明
구불구불 물속의 달 여러 차례 건너는데 / 縈回屢渡溪中月
시내와 달 어울려 굽이굽이 맑아라 / 溪月相隨曲曲淸
27) 憑家飮歸。詠溪月 其二
달을 밟고 돌아올 때 서리는 하늘 가득 / 踏月歸時霜滿天
옷에 스민 남은 향기 국화꽃 자리였네 / 衣巾餘馥菊花筵
이 가운데 한결 마음 깨우는 곳 있으니 / 箇中別有醒心處
여울소리 울려대는 태고의 현악이라 / 水樂鏘鏘太古絃
28) 舟行。示宏姪寯兒。(배로 떠나며 조카 굉(宏)과 아들 준(寯)에게 보이다)
봄 구름은 아득하고 물결은 길고 긴데 / 春陰漠漠水悠悠
서울 떠난 외론 신하 일엽편주 올랐노라 / 去國孤臣一葉舟
늦게나마 맑은 날의 정경을 얻게 되면 / 好待晩天晴日景
물새 모여 노는 섬에 꽃다움을 구경하리 / 水禽多處玩芳洲
퇴계선생문집 제3권 / 시(詩)
29) 春日溪上(봄날 계상(溪上)에서)
눈은 녹고 얼음 풀려 푸른 물 흐르는데 / 雪消氷泮淥生溪
살랑살랑 실바람에 버들가지 휘날린다 / 淡淡和風颺柳堤
병중에 와서 보니 그윽한 흥 넉넉한데 / 病起來看幽興足
꽃다운 풀 싹트는 것 더욱더 어여뻐라 / 更憐芳草欲抽荑
30) 夕霽登臺 (저녁에 비 개자 대(臺)에 오르다)
하늘 끝에 가는 구름 천만 개의 봉우리요 / 天末歸雲千萬峯
파란 물결 푸른 산에 석양빛이 붉구나 / 碧波靑嶂夕陽紅
서둘러 막대 짚고 높은 대에 올라가서 / 攜筇急向高臺上
한 번 웃고 옷깃 헤쳐 만리 바람 쏘이누나 / 一笑開襟萬里風
서예 류성룡 선생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선생 시
1. 題花石亭 (화석정(花石亭)에 씀. 율곡의 정자 이름)
마주선 산 형세 본래 한 줄기이고 / 山形背立本同根
갈라진 강물도 한 근원이네 / 江水分流亦一源
화석 옛 정자에 사람 보이지 않으니 / 花石古亭人不見
석양에 돌아가며 거듭 넋이 사라지네 / 夕陽歸去重消魂
2. 次天將韻(중국장수의 시를 차운함)
영특한 이름 이로부터 사해에 진동하는데 / 英名從此動夷華
나라에 바친 정성 깊어 집 돌보지 않네 / 許國誠深不顧家
기특한 공 세워 돌아가는 날에 / 辦得奇功歸去日
압록강 봄나무에 정히 꽃 날리리라 / 鴨江春樹正飛花
3. 重次學己上人詩卷韻
(학기(學己) 상인(上人) 시권(詩卷)의 운을 거듭 차운함 병서(幷序)
동대는 한없이 높아 / 東臺高不極
바로 하늘 중앙에 솟았네 / 乃在天中央
대의 주위 계화는 가을바람에 지는데 / 臺邊桂花落秋風
철 늦은 골짜기 그윽한 꽃 많네 / 歲晩澗谷多幽芳
때마침 도사가 / 時有羽衣人
난새와 학 타고 와 방황하네 / 驂鸞駕鶴來彷徨
내가 스승을 찾아가 도를 묻고자 하나 / 我欲尋師往問道
애달파라 구름 깊고 돌 길이 머네 / 怊悵雲深石路長
4. 春日。定州公廨。閒居偶題。
重門深鎖獨棲遲。靜裏幽懷只自知。昨夜春風吹雨過。杏花新綻兩三枝。
5. 過東林古城( 城在鐵山。高麗時築之。以防北虜。)
古堞連雲秋草平。昔人曾此費經營。興亡百變山無語。落日荒原萬古情。
6. 靜觀齋春日有感
大道難從口耳傳。此心隨處自悠然。靜觀軒外千條柳。春入絲絲不後先。
7. 寒食後一日。歸覲定州。過延曙村。馬上偶吟。
孤村夜雨水生溪。野草靑靑山鳥啼。又是一年寒食節。獨騎羸馬出關西。
8. 遊洗心臺遇雨
危臺高出白雲端。松桂蒼蒼水石間。有客獨來還獨去。風吹暮雨滿空山。
9. 秋思
端居意不適。遠思在關河。風雨夜來集。滿庭黃葉多。
懷人旣輾轉。况復抱沈痾。百慮坐纏繞。心事日蹉跎。
10. 精舍梅花始開。方繞樹行吟。適有求詩僧。造次寫贈。
細草初生洛水湄。梅花又發驛南枝。斜陽獨抱巡簷興。偶寫山僧軸裏詩。
11. 慶雲樓。次李孝則韻。
眼中人事自紛紛。身外浮名更似雲。來坐竹軒新霽後。石溪終日洗心聞。
12. 癸未秋。精舍偶吟。
吾心了了猶能記。世事茫茫不可求。欲採江蘺遺遠客。滿天風雨倚西樓。
13. 望晦齋舊居
先生已在白雲鄕。故里惟餘草樹荒。歎息斯文興喪處。只今天意久茫茫。
14. 古屋
古屋秋來草滿庭。夕陽高樹一蟬鳴。悲凉二十年前事。欲說心懷淚自橫。
15. 早春。自遠志精舍步出江沙。偶得。
人生好醜何曾定。世上榮枯不足言。雨後一聲山鳥喚。梅花初動水南村。
16. 卜得書堂。與僧約將栽桃萬株。
急峽廻江擁數村。白雲靑壁近南軒。他年會種桃千樹。流出紅霞滿洞門。
17. 精舍晩興
晝闢看山戶。晨開讀易窓。塵氛近消散。芳草滿春江。
18. 承召到龍湫。忽聞杜鵑聲有感。
芳草生幽澗。春風動客衣。如何林外鳥。勸我不如歸。
19. 題書龕
一間藏得萬家書。盡日明窓俗慮疎。生世自知無補益。晩年甘作蠹書魚。
20. 仁同西軒十絶
20. 西軒
小院凉如水。靑山繞似屛。閒宵獨怊悵。秋月滿虛欞。
21. 金烏山
高峯出雲際。桂樹秋深碧。下有高人居。淸風吹不歇。
22. 洛東江
淸洛深千丈。魚龍出復沒。龜圖不可見。江昏風雨夕。
23. 天生城
世道日云下。干戈更相賊。天亦無柰何。留此待暴客。
24. 冶隱墓
路傍一抔土。云是注書原。誰知封植者。不是子與孫。
25. 蓮堂
處汚能全潔。逢秋更顔色。歲晩無人采。芳馨秖自悅。
26. 竹塢
高或出雲霄。短者猶出屋。生成雖不齊。箇箇有堅節。
27. 懷歸
小築臨江曲。圖書藏滿壁。何時一葉舟。穩泛西潭月。
28 自歎
吾衰那忍說。不復夢周公。經濟平生志。羈危半道中。
29. 悼夭
去者已冥冥。存者長惻惻。冥冥與惻惻。日日無終極。
30. 遠志亭
門掩蒼苔竹映堂。栗花香動午風凉。人間至樂無他事。靜坐看書一味長。
학봉 김성일 선생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 선생 시
학봉집 제1권 / 시(詩)
1. 敬次退溪先生韻 기일
퇴계 선생(退溪先生)의 운을 공경히 차운하다.
바람 맑고 달빛 흰데 담박하여 잠 안 옴에 / 風淸月白淡無眠
그 자리서 몸 바뀌어 정말로 신선 됐네 / 立地眞成換骨仙
장막 안에 밤이 깊어 사람들 조용하자 / 虛幌夜深人復靜
일반의 그윽한 뜻 우는 시내 거기 있네 / 一般幽意在鳴川
1-2.敬次退溪先生韻 기이
동쪽 서쪽 흐름 달라 본원을 잃었으니 / 派別東西失本源
분분한 말세에는 학문 모두 참 아니네 / 紛紛末路學非眞
주자께서 연평 노인 만나지를 못했다면 / 紫陽不遇延平老
몸과 마음 가져다가 찰진 받들었으리라 / 幾把身心奉刹塵
2. 暮春。寓居景出山舍。琴景休 鳳瑞 忽至。仍留宿。臨別贈此。
학가산 앞길에서 헤어지던 그날에 / 鶴駕山前分路日
두 사람의 심사를 서로 간에 알았었지 / 兩人心事只相知
늙어 버린 지금 둘 다 쓸모 없게 되었으니 / 如今老大俱無用
얼굴 쇠해 옛날의 일 이야기함 부끄럽네 / 羞向孱顔話舊時
3. 敬次退溪先生韻。題誾師軸。
퇴계 선생의 운을 공경히 차운하여 은사(誾師)의 시축(詩軸)에 제(題)하다.
사직하고 고향에 가 세속의 일 사양한 채 / 落珮歸田與俗辭
뜬세상이 바보라고 비웃어도 맘 안 쓰네 / 任他浮世笑全癡
고승이 막대 짚고 날 찾아와 방문하니 / 高僧振錫來相訪
제비 새끼 날로 크는 초여름 시절이네 / 燕子日長初夏時
4. 陶山梧竹滿庭。乘月徘徊。感淚潸然。
오동나무와 대나무가 가득한 도산(陶山)의 뜨락을 달빛을 타고
배회하노라니 느꺼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다.
저녁 구름 떠 있는 가 유정문 닫혀 있고 / 幽貞門掩暮雲邊
사람 없는 뜨락 가엔 달빛만이 가득하네 / 庭畔無人月滿天
천 길 높이 날던 봉황 어디로 날아가고 / 千仞鳳凰何處去
벽오동과 푸른 대만 해마다 자라는가 / 碧梧靑竹自年年
5. 競渡日有感
경도일(競渡日)에 느낌이 있어서
짙은 구름 막막하여 먼 하늘에 꽉 찼는데 / 愁陰漠漠漲遙空
강마을에 처음으로 박탁풍이 불어오네 / 水國初生舶趠風
사람들이 초강을 건너는 걸 생각는데 / 遙想楚江人競渡
저녁 구름 저 멀리서 죽지가 끊어지네 / 竹枝聲斷暮雲中
6. 端午日宣醞有感
단옷날에 선온(宣醞)을 받고 느낌이 있어서
일천 년의 운수 마침 황하 맑을 때임에 / 一千年運屬河淸
성상의 깊은 은혜 녹명에 화합하네 / 聖主深恩叶鹿鳴
뉘라 알리 굴원이 멱라수에 빠진 날에 / 誰識屈原沈汨日
사신이 일 없어서 선온 술에 취할 줄을 / 詞臣無事醉霞觥
7. 舟行 배를 타고 가다.
해는 지고 바람 약해 뱃길은 아득한데 / 日落風輕鷁路賒
강 가득히 안개 물결 푸른 비단 너울대네 / 滿江煙浪舞靑羅
난초 돛대 계수 노로 푸른 허공 솟구치면 / 蘭槳桂棹凌空碧
드넓기가 팔월사에 기댄 것과 같으리라 / 浩浩如憑八月槎
8. 雙關河 쌍관하
풍속과 말이 달라 불러도 응답 없어 / 異俗殊音喚莫譍
객창에 깜빡이는 외로운 등 마주했네 / 客窓相對耿孤燈
새벽 오자 잔설은 녹아서 빗물 되고 / 曉來殘雪融成雨
이월이라 시냇물 얼음 위로 올라오네 / 二月溪痕欲上冰
9. 殘菊 지다 만 국화
하양의 오얏 복사 분수 아니고 / 不分河陽樹
초택의 국화 가지 유독히 좋네 / 偏憐楚澤枝
서로 보자 무궁한 뜻 다하지 않아 / 相看意不盡
해 저묾에 다시금 슬픔 머금네 / 歲暮更含悲
10. 劍歌 칼 노래
칼의 노래 부르자니 정히 괴로워 / 劍歌歌正苦
장사의 얼굴빛이 쇠잔해지네 / 衰颯壯士顔
문 나서서 어디로 향해 가는가 / 出門欲何適
문 앞에는 가는 길이 험난하리라 / 門前行路難
11. 壺隱亭十二詠 기일 (壺隱亭)의 열두 경치를 읊다)
뜰 앞에 한 거울이 펼쳐져 있어 / 庭前開一鑑
하늘빛과 구름빛이 비치이누나 / 天光與雲影
새벽녘에 바람 살랑 불어서 오자 / 曉來風颯然
맑은 향기 옥 샘물에 연하였구나 / 淸香連玉井
위는 하지(荷池)이다.
12. 壺隱亭十二詠 기이
지난해에 줄지어서 심었더니만 / 去歲種成行
금년에는 푸르른 동산 되었네 / 今年翠有菀
펄펄 나는 꾀꼴새 그 속에 있어 / 翩翩黃栗留
나를 위해 긴긴 날을 울어 대누나 / 爲我啼永日
위는 유제(柳堤)이다.
13. 壺隱亭十二詠 기삼
나무는 못나야만 장수 누리고 / 木以散而壽
사람은 졸해야만 보전하니라 / 人應拙自全
우연히도 둘이 서로 마주쳐서는 / 偶然兩相値
애오라지 하늘 분수 편히 여기네 / 聊與安其天
위는 역사(櫟社)이다.
14. 壺隱亭十二詠 기사
고조 증조 때부터 사시던 이 집 / 高曾桑梓宅
청계의 물가에 터를 잡았네 / 住在淸溪濆
이곳에서 노래하고 통곡하였고 / 歌於哭於斯
아들 낳고 또다시 손자 낳았네 / 生子又生孫
위는 계장(溪庄)이다.
15. 壺隱亭十二詠 기오
강가 따라 모래 뚝방 호위해 있고 / 沿江護沙堤
강안 따라 옛집을 에워싸 있네 / 繞岸圍古宅
사람들아 낫질하여 베지를 말라 / 今人且勿翦
옛사람이 몸소 심은 숲이나니라 / 昔人所封植
위는 연림(煙林)이다.
16. 壺隱亭十二詠 기육
강과 성곽 새벽이라 망망도 하고 / 江郭曉茫茫
시냇물과 들판 색깔 한 색이구나 / 川原同一色
촌 노인네 돌아오며 숲섶 헤치자 / 村翁斫路歸
걸음마다 구슬 자취 생기는구나 / 步步生瑤跡
위는 설경(雪逕)이다.
17. 壺隱亭十二詠 기칠
짓는 것을 아함에게 맡기었더니 / 起廢屬阿咸
새 정자가 푸른 산을 의지해 있네 / 新亭倚翠微
때때로 흰 구름이 찾아와서는 / 有時白白雲
내 곁의 처마 앞을 날아가누나 / 傍我簷前飛
위는 운정(雲亭)이다.
18. 壺隱亭十二詠 기팔
모래 시내 숨었다간 다시 가는데 / 沙流伏而行
비 지나자 맑은 여울 졸졸 흐르네 / 雨過生淸漪
어느 누가 이 시내의 이름 지었나 / 何人名此溪
시냇물의 모양새와 딱 들어맞네 / 適與溪相宜
위는 우계(雨溪)이다.
19. 壺隱亭十二詠 기구
예쁜 꽃 차례대로 심어져 있어 / 名花次第栽
사시토록 오래오래 봄이 머무네 / 四時長留春
가없는 조물주의 무궁한 뜻이 / 無邊造化意
꽃 한 번 필 적마다 다시 새롭네 / 一開一回新
위는 화체(花砌)이다.
20. 壺隱亭十二詠 기십
모심을 땐 푸른 깃털 땅에 꽂히고 / 翠羽揷春秧
김맬 때는 푸른 물결 일렁이누나 / 靑波飜夏畦
가을 오자 즐거운 일 많이도 있어 / 秋來樂事多
온 들판에 늙은이들 노래 소리네 / 遍野歌毛齯
위는 가전(稼田)이다.
21. 壺隱亭十二詠 기십일
그윽한 이 한 가지도 일이 없으니 / 幽人無一事
바둑 장기 두는 것이 차라리 낫네 / 博奕賢乎已
한낮이라 대 창 속은 그윽도 한데 / 晝永竹窓深
바둑돌 놓는 소리 쩡쩡 울리네 / 丁丁響敲子
위는 국희(局戲)이다.
22. 壺隱亭十二詠 기십이
닭을 잡고 인근 사람 모두 모임에 / 殺雞聚比鄰
세모라서 부역 가는 수레 멈췄네 / 歲暮役車休
즐거운 일 오늘은 길고 길어서 / 好樂永今日
한 해를 끝마치는 걱정 늦추네 / 且寬終歲憂
위는 동회(洞會)이다.
23. 次愛日堂重新錄韻 기일
애일당(愛日堂)을 중건한 데 대한 시의 운을 차운하다.
어느 해에 독특한 모양새로 집 지었나 / 結構何年心匠施
둥그런 달 푸른 강가 하얗게 빛 비치네 / 銀鉤輝映碧江湄
지금 와선 그 당시 일 돌이킬 수 없음에 / 至今無復當時事
추모 속에 부질없이 돌아가심 슬퍼하네 / 永慕空成沒世悲
24. 次愛日堂重新錄韻 기이
만겹 겹친 상산이 진천 격해 있는데 / 商山萬疊隔秦川
당우 시대 읊조리나 흥취는 묘연하네 / 高詠唐虞興杳然
누가 알리 영지산 아래 사는 노인네가 / 誰識靈芝山下老
산앵두꽃 그늘에서 유편 짓고 있을 줄을 / 棣華陰裏續遺編
25. 匡州阻雪。六言三首。
광주(匡州)에서 눈에 막혀 육언시로 세 수를 짓다.
큰 눈 내려 산에 가득 들에도 가득 / 大雪漫山積野
거센 바람 땅 울리고 하늘 흔드네 / 狂風動地掀天
삼천리 밖 길을 가는 나그네 심사 / 三千里外行客
하룻밤을 머무는 게 일 년 같으네 / 一夜淹留抵年
26. 匡州阻雪 기이
그 누구가 청양절의 때라고 했나 / 誰道靑陽節序
변방 산엔 흰 눈이 가득 덮였네 / 依然白雪關山
열흘 동안 경원 객관 머무노라니 / 十日匡州客舍
꿈 속에도 남쪽 길은 멀기만 하네 / 夢中南路曼曼
27. 匡州阻雪 기삼
새 시름과 옛 한만이 눈에 뵈는데 / 觸目新愁舊恨
만 줄기 물 천 개의 산 지나가누나 / 隨身萬水千山
객지 생활 가는 세월 빠르기도 해 / 客裏光陰倏忽
타향 땅에 봄 돌아와 문득 놀라네 / 異鄕驚卻春還
28. 次慶興東軒韻 기일
경흥(慶興) 동헌에 걸려 있는 시의 운을 차운하다.
쌀쌀한 봄 추위에 안자 갖옷 껴입고서 / 惻惻靑春襲晏裘
흰 머리의 나그네가 두만강 가 도착했네 / 白頭來倚滿江頭
백 년 전쟁 겪었건만 산하는 그대로라 / 百年征戰山河在
예와 지금 망망함에 변새 뜨며 시름하네 / 今古茫茫出塞愁
29. 次慶興東軒韻 기이
한 줄기 강 물결이 오랑캐 땅 격했는데 / 江流一帶隔氈裘
삼 리 되는 외로운 성 북녘 바닷가에 있네 / 三里孤城北海頭
여기에서 서울까진 얼마나 멀으려나 / 此去長安知幾許
저녁 구름 바라봄에 시름 금치 못하겠네 / 暮雲回首不勝愁
30. 西水羅堡。觀日出。
서수라보(西水羅堡)에서 해돋이를 보다.
함지에서 한밤중에 붉은 해가 목욕하고 / 咸池半夜浴紅旭
부상에서 날아 나와 푸른 하늘 올라가네 / 飛出扶桑上碧霄
온 세상이 지금 한창 코를 골며 잠을 자 / 萬國此時方鼾睡
외로운 성 자던 객이 가장 먼저 아침 맞네 / 孤城宿客最先朝
회재 이언적 선생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선생 시
1. 登前峯觀望 기일 (앞산에 올라서 바라보다)
구름 걷힌 하늘가엔 씻은 듯이 산뜻한 산 / 雲收天際山如洗
비 그친 강 머리엔 방석처럼 깔린 풀들 / 雨歇江頭草似茵
가지가지 경치들을 누가 홀로 관할하나 / 景致千般誰獨管
높은 산에 서서 보는 한가로운 사람이지 / 蒼山高處倚閑人
2. 登前峯觀望 기이
녹색으로 덮인 촌엔 한 줄기 맑은 연기 / 一抹淸煙綠樹村
푸른 산 뿌리에는 천 층의 짙은 안개 / 千層濃霧碧山根
절경을 바라보매 참 흥취가 더해지니 / 望中奇勝添眞興
물외의 강산 또한 임금님의 은혜로다 / 物外江山亦主恩
3. 次魚子游壁上韻(어자유의 벽상 시에 차운하다)
검붉게 변해 가는 저녁 산을 바라보며 / 坐看山光變紫藍
가난하게 은거하는 즐거움을 깨닫는다 / 幽棲偏覺一瓢甘
서성이다 청진한 곳에 발이 닿았는데 / 逍遙遠涉淸眞界
하늘에는 구름 없고 달은 못에 떠 있구나 / 雲盡天空月印潭
4. 次魚子游壁上韻 기이
외솔이 못과 대를 의지하여 서 있는데 / 孤松相伴倚潭臺
날 저물자 산새들이 절로 가고 오는구나 / 山晩幽禽自去廻
세상에 어찌 이리 경치 좋은 곳 있던가 / 勝景人間那有此
괴이해라 유람객들 전혀 오지 않는 것이 / 怪他遊客不曾來
5. 謝金戚丈 嗣 山中見訪(김 척장사 께서 산중으로 찾아와 주신 것에 사례하다)
산속의 고요한 삶 속된 생각 멀어지고 / 幽棲樂靜遠塵機
오래된 내 깊은 수풀 세속 자취 드물다오 / 澗古林深俗迹稀
한나절 한가하게 모시고 있노라니 / 半日閑窓陪杖屨
온 산의 푸른 연무 또한 빛을 더하누나 / 滿山嵐翠亦增輝
6. 벗에게 주다〔贈友人〕
거친 학문 성취 없어 고인에게 부끄럽고 / 鹵莽無成愧古人
반평생을 흐리멍덩 풍진 속에 내달린 몸 / 半生鶻突走風塵
멋진 경치 힘입어서 참 흥취를 찾느라고 / 探眞賴有林泉勝
머리에 맑은 서리 덮인 줄도 모르도다 / 不覺淸霜染鬢新
7. 贈友人 기이
경박하고 나태해서 끝내 도를 벗어나고 / 病生輕惰終離道
마음 단속 애쓰지만 성현과는 멀어지네 / 心苦提防遠聖賢
고요 속에 묘체를 보존함만 같겠는가 / 那似靜中存妙體
본연의 참 즐거움 천도에서 나오리라 / 從容眞樂自天然
8. 贈友人 기삼
늙은 부모 봉양 위해 벼슬한들 어떠하랴 / 親老何嫌仕爲貧
궁통은 천명이요 인력으론 안 되는 것 / 窮通由命不由人
고을 일이 한가할 땐 연단에 힘을 써서 / 官閑須着鍊丹力
임금님께 바치고 백성 편히 살게 하길 / 要獻君王壽我民
9. 復用賢字韻 別寓遠送之懷
(다시 현 자 운을 써서 멀리 보내는 심회를 별도로 부치다)
강하고도 꿋꿋한 그대 지업 전일하여 / 强矯多君志業專
경전의 뜻 연구하며 전현들을 사모했지 / 潛心經訓慕前賢
겸허하게 처세하며 자취를 숨길지니 / 虛懷處世要沈晦
본래 도를 지키는 덴 암연이 귀하다오 / 存道由來貴闇然
10. 첫눈〔新雪〕
오늘 아침 온 천지에 홀연히 첫눈이 와 / 新雪今朝忽滿地
마치 내가 수정궁에 앉아 있는 것만 같네 / 怳然坐我水精宮
사립문에 섬계를 찾아줄 이 누구일까 / 柴門誰作剡溪訪
앞산의 푸른 솔을 홀로 서서 바라본다 / 獨對前山歲暮松
11. 新雪 기이
근래 도를 탐구하여 참된 성품 기른지라 / 探道年來養性眞
상쾌한 마음속에 먼지 모두 사라졌네 / 爽然心境絶埃塵
안연이 누항(陋巷)에서 만족한 걸 누가 알랴 / 誰知顔巷一簞足
산천에 눈 덮이니 나는 가난하지 않네 / 雪滿溪山我不貧
12. 早春遊山(이른 봄 산에서 노닐다) 기일
길옆으로 졸졸대는 냇물 소리 새로우니 / 沿路潺湲聽更新
골짝에 봄이 이미 돌아와서 기쁘구나 / 喜看林壑已回春
산속에서 부앙하며 천지조화 탐색하다 / 幽居俯仰探玄化
천만 가지 붉은 꽃을 직접 목격하는구나 / 萬紫千紅目擊眞
13. 早春遊山 기이
맑은 시내 구불구불 바위 돌아 흐르는데 / 曲曲淸溪繞石流
꽃과 버들 구경하니 흥을 가눌 길이 없네 / 尋花問柳興難收
세상사람 숲에 사는 즐거움을 모르고서 / 世人不曉林居樂
바위 옆에 집을 지은 은거자를 비웃으리 / 應笑巖邊卜築幽
14. 次南士渾韻(남사혼의 시에 차운하다) 기일
연무와 노을 덮인 깊고도 먼 골짜기로 / 洞天幽遠鎖煙霞
찾아 주니 우리 그대 깊은 정을 알겠어라 / 相訪知君故意多
십 년 동안 세상에서 겪은 일들 화제 삼아 / 却將十載塵寰事
서쪽 산에 달이 반은 기울도록 얘기하네 / 話到西巖月半斜
15. 次南士渾韻 기이
이미 몸을 이끌고서 연무 속에 정착하여 / 已將身世落雲煙
흥이 나면 경계 밖의 하늘 아래 서성이네 / 乘興逍遙境外天
암혈에서 어찌 감히 단비를 비길쏜가 / 敢擬藏巖蘇旱雨
한 시내의 바람 달을 무엇보다 사랑하네 / 一溪風月最堪憐
16. 次金彦叔韻(김언숙의 시에 차운하다)
어린 종을 대동하고 산골짝을 찾아 주니 / 杖藜尋壑帶山童
촌 노인네 거처하는 산속의 조용한 집 / 林下蕭然一野翁
그대의 깊은 정을 십 년 동안 보았으니 / 款款情懷十年舊
한세상을 그대와 함께함이 뿌듯하네 / 自多生世與君同
17. 江上贈同遊諸君(강가에서 함께 노니는 제군들에게 주다) 기일
산은 병풍 되어 주고 풀은 자리 되어 주니 / 山爲屛障草爲筵
끝없이 뻗은 들에 갠 날씨가 싱그럽네 / 滿目平郊霽景鮮
묻노니 먼지 속을 땀 흘리며 달리는 걸 / 試問塵間揮汗走
술잔 들고 안개 강에 노는 것과 견줄쏜가 / 何如把酒坐江煙
18. 江上贈同遊諸君 기이
산과 호수 맑은 흥취 끝도 없이 아득한데 / 湖山淸興浩無邊
꽃이 피고 꾀꼬리가 지저귀는 사월 왔네 / 又値鶯花四月天
은거하는 사람 누가 시냇가로 불러내어 / 誰喚幽人碧溪畔
한 병 술로 풍광을 감상하게 하는 건가 / 一尊留與賞風煙
19. 偶吟(우연히 읊다)
고생스레 학문하여 머리가 다 세려 하나 / 種學辛勤鬢欲華
평생의 사업 끝내 무얼 이뤄 놓았던가 / 生平事業竟如何
십 년간을 명성에 힘을 기울였음에도 / 十年用力明誠地
부끄럽게 팔과에 이름 들지 못했구나 / 却愧無名預八科
20. 壽母生辰 次友人韻(어머님 생신날 벗의 시에 차운하다)
당 위의 모친 얼굴 백발이 덮였는데 / 堂上慈顔鶴髮垂
오늘 작은 마루에서 생신잔치 열었어라 / 小軒今日壽筵開
천년토록 변치 않을 솔과 대의 푸른빛이 / 蒼松翠竹千年色
봄바람을 대동하고 술잔에 비춰 드네 / 共帶春風入酒杯
21. 醉成 謝殷佐開筵勝境見邀
(취한 뒤에 은좌가 경치 좋은 곳에서 연 잔치에 초대해 준 것을 사례하다) 기일
저물녘의 붉은 노을 흰 술잔에 비치는데 / 落照明霞映白尊
은근하게 술병 들고 남은 봄을 보내누나 / 慇懃携酒送殘春
누런 바위 녹색 물은 옛 모습 그대로요 / 黃巖綠水渾依舊
흰머리 푸른 얼굴 모두 옛 친구로세 / 素髮蒼顔盡故人
22. 醉成 謝殷佐開筵勝境見邀 기이
성벽이 본래부터 산수를 사랑하여 / 性僻由來愛水山
경치 좋은 곳 만나면 돌아갈 줄 모르노라 / 每逢佳處便忘還
좋은 봄날 잔치를 연 그대 뜻을 알기에 / 開筵勝日知君意
홀짝홀짝 마시면서 한나절을 즐기누나 / 細酌聊成半日歡
23. 次殷佐韻(은좌의 시에 차운하다)
맑은 새벽 들에는 새가 우짖고 / 野鳥弄淸晨
늦은 봄날 산엔 꽃이 남아 있는데 / 巖花殿晩春
술병 들고 시냇가에 나와 앉으니 / 一樽臨碧澗
흥에 취한 한가로운 사람이로다 / 幽興屬閑人
24. 病起 登詠歸亭(병을 앓고 일어나 영귀정에 오르다) 기일
앓고 나서 정자에 올라 먼 산 바라볼 제 / 病起林亭望遠峯
듬성해진 머리 위로 가을바람 부는구나 / 蕭蕭兩鬢又秋風
눈앞의 경물들은 계절 따라 바뀌지만 / 眼中景物隨時換
산 아래로 흘러가는 내는 멈춤 없는 것을 / 山下流川浩不窮
25. 病起 登詠歸亭 기이
비가 그친 들판에는 맑은 경치 싱그럽고 / 雨歇平郊霽景新
시야 가득 구름 산은 한가한 이 위로하네 / 雲山滿目慰閑人
벼슬할 땐 괴롭게도 시끄러운 일이 많아 / 人間苦厭多喧競
내가 살던 시내와 산 자주 꿈을 꾸었었지 / 舊隱溪山入夢頻
26. 山亭卽景(산속 정자에서 경치를 읊다)
산새가 지저귀니 봄이 더욱 고요하고 / 幽鳥弄春春更靜
물고기가 뻐끔대니 수면에 파문 이네 / 游魚吹水水生紋
담담한 이 즐거움 알아주는 사람 없어 / 無心淸樂無人會
온종일 난간에서 흰 구름과 짝하노라 / 竟日憑軒伴白雲
27. 川上敬次朱先生韻 示同遊諸子
(냇가에서 삼가 주 선생의 시에 차운하여 함께 노닌 사람들에게 보이다) 기일
시야 가득 호수와 산 갠 경치가 새로운데 / 滿目湖山霽景新
넓디넓은 천지간에 한가로운 사람 하나 / 浩然天地一閑人
물결 위의 흰 새는 참된 흥취 제공하고 / 蒼波白鳥供眞興
꾀꼬리 노랫소리 늦은 봄을 부르누나 / 更有流鸎喚晩春
28. 川上敬次朱先生韻 示同遊諸子 기이
시냇가를 한가하게 느릿느릿 걷노라니 / 溪畔閑行步步遲
물에 잠긴 밝은 달이 유난히도 어여뻐라 / 獨憐明月印澄漪
물가에서 저물도록 돌아가길 잊었는데 / 芳洲日暮忘歸去
물결 위에 맑은 바람 산들산들 불어오네 / 波面淸風細細吹
29. 初夏野興(초여름 들판의 흥취)
들판에 시냇물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 野水潺湲流不盡
그윽한 새 정겹게 사람 향해 지저귀네 / 幽禽款曲向人啼
한가롭게 읊조리며 걷다 그냥 앉았는데 / 閑吟閑步仍閑坐
강을 향한 십 리 들에 해가 지려 하는구나 / 十里江郊日欲西
30. 林居卽事(숲 속 집에서 즉흥적으로 읊다)
운림에 누운 뒤로 세월은 흐르는데 / 一臥雲林歲月流
저물녘에 흥이 나서 숲 언덕을 거니노라 / 晩來乘興步林丘
돌밭에 심은 콩은 쑥대만 무성하고 / 石田種豆蒿萊茂
나무 사이 매미 소리 가을 기운 띠었구나 / 碧樹蟬聲已帶秋
31. 초봄〔早春〕
깊은 숲에 봄이 와서 경치가 새로우니 / 春入雲林景物新
시냇가의 복사 살구 생기가 충만하네 / 澗邊桃杏摠精神
지금부터 짚신 신고 지팡이 짚고 나가 / 芒鞋竹杖從今始
시내와 산을 찾아 참된 흥취 느끼리라 / 臨水登山興更眞
32. 늦봄〔暮春〕
봄이 깊어 산과 들에 온갖 꽃들 새로운데 / 春深山野百花新
한가하게 홀로 걷다 시냇가에 서노라 / 獨步閑吟立澗濱
묻노니 봄의 신은 하는 일이 무엇인가 / 爲問東君何所事
붉은 꽃 하얀 꽃이 저절로 피었거늘 / 紅紅白白自天眞
33. 초여름〔初夏〕
시내와 산이 다시 사월을 맞이하니 / 又是溪山四月天
한 해의 봄이 이미 아득하게 사라졌네 / 一年春事已茫然
교외에 홀로 서서 공연히 슬퍼하며 / 郊頭獨立空惆悵
고개 돌려 구름 덮인 산봉우리 바라보네 / 回首雲峯縹緲邊
34. 가을 소리〔秋聲〕
〈고이〉에 “어떤 본에는 ‘가을날의 심회〔秋懷〕’로 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오늘 밤엔 달빛이 유난히도 밝은데 / 月色今宵分外明
난간에 서서 이미 가을 소리 듣는구나 / 憑欄靜聽已秋聲
한 곡조의 상음을 아는 사람 없건마는 / 商音一曲無人會
귀밑에 네댓 가닥 흰머리를 보태 주네 / 鬢上霜毛四五莖
〈고이〉에 “‘네댓 가닥〔四五莖〕’이 어떤 본에는 ‘이미 만 줄기로다.〔已萬莖〕’로 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35. 가뭄 걱정〔悶旱〕
농가에서 가뭄을 매년 근심하거니와 / 農圃年年苦旱天
근래에는 숲 속에 샘물마저 말랐어라 / 邇來林下絶鳴泉
농부가 은거하는 사람 마음 몰라주고 / 野人不識幽人意
푸른 산을 다 태워서 화전을 만드누나 / 燒盡靑山作火田
36. 비를 기뻐함〔喜雨〕
밤사이 격자창에 빗소리가 요란하니 / 松櫺一夜雨聲紛
나그네 놀라 깨어 기뻐하며 듣는구나 / 客夢初驚却喜聞
이로부터 청구에 큰 가뭄이 없으리니 / 從此靑丘無大旱
산사람 바위 구름 아래 누워 지내리라 / 幽人端合臥巖雲
37. 무위〔無爲〕
만물은 변천하여 일정한 자태 없고 / 萬物變遷無定態
한 몸은 한적하게 절로 때를 따르노라 / 一身閑適自隨時
연래로 경영하는 힘을 점차 줄인지라 / 年來漸省經營力
산을 오래 바라보며 시조차도 짓지 않네 / 長對靑山不賦詩
〈고이〉에 “‘오래 바라보며〔長對〕’가 어떤 본에는 ‘부질없이 대하여〔空對〕’로 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38. 관물〔觀物〕
당우의 사업 실로 천고에 우뚝하나 / 唐虞事業巍千古
한 점 구름 창공을 흘러가는 것과 같네 / 一點浮雲過太虛
맑은 시내 굽어보는 조촐한 정자에서 / 蕭灑小軒臨碧澗
종일 마음 맑게 하고 물고기를 구경하네 / 澄心竟日玩游魚
39. 계정〔溪亭〕
옆 숲에서 아름다운 산새 소리 들려오니 / 喜聞幽鳥傍林啼
〈고이〉에 “‘옆 숲〔傍林〕’이 어떤 본에는 ‘처마 옆〔傍簷〕’으로 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새로 지은 초가 정자 작은 내를 굽어보네 / 新構茅簷壓小溪
〈고이〉에 “초가 정자〔茅簷〕‘가 어떤 본에는 ‘산속 정자〔山亭〕’로 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홀로 술을 마시면서 밝은 달을 맞이하고 / 獨酌只邀明月伴
한 칸 집에 흰 구름과 함께 깃들이도다 / 一間聊共白雲棲
40. 독락〔獨樂〕
〈고이〉에 “다른 본에는 ‘유거(幽居)’로 되어 있다.”라고 하였다.
무리 떠나 홀로 사니 누가 함께 시를 읊나 / 離群誰與共吟壇
산새와 물고기가 나의 낯을 잘 안다오 / 巖鳥溪魚慣我顔
개중에서 특별히 더 아름다운 정경은 / 欲識箇中奇絶處
두견새 울음 속에 달이 산을 엿볼 때지 / 子規聲裏月窺山
41. 관심〔觀心〕
빈산에서 한밤중에 정좌(正坐)하고 있노라니 / 空山中夜整冠襟
한 점의 푸른 등불 한 마음을 비추누나 / 一點靑燈一片心
본체를 밝은 데서 이미 징험하였기에 / 本體已從明處驗
진원을 고요한 가운데서 다시 찾네 / 眞源更向靜中尋
42. 존양〔存養〕
산속에 비가 내려 절로 꿈이 깨었는데 / 山雨蕭蕭夢自醒
홀연히 창밖에서 들려오는 들꿩 소리 / 忽聞窓外野鷄聲
인간세상 온갖 걱정 모조리 사라지고 / 人間萬慮都消盡
오직 한 점 마음만이 밝은 빛을 드러낸다 / 只有靈源一點明
43. 황촉규〔秋葵〕
가을까지 변함없이 고운 꽃을 피우는데 / 開到淸秋不改英
길옆에서 봄의 영화 다투려고 하겠는가 / 肯隨蹊逕鬪春榮
적막한 산속 집에 감상하는 사람 없이 / 山庭寂寞無人賞
그저 붉은 마음 안고 해를 향해 기울었네 / 只把丹心向日傾
고운 최치원 선생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 시
1. 가을밤 비 내리는 속에〔秋夜雨中〕
가을바람 속에 오직 괴롭게 시 읊기만 / 秋風惟苦吟
온 세상 통틀어 알아주는 이 드무니까 / 擧世少知音
창문 밖에 내리는 삼경의 빗소리 들으면서 / 窓外三更雨
등잔 앞에서 만고를 향해 이 마음 달리노라 / 燈前萬古心
2. 우정의 밤비〔郵亭夜雨〕
여관에 내리는 막바지 가을의 비 / 旅館窮秋雨
썰렁한 창 고요한 밤 하나의 등불 / 寒窓靜夜燈
내가 봐도 가련해라 시름 속에 앉은 모습 / 自憐愁裏坐
참으로 삼매에 든 중과 다름없구나 / 眞箇定中僧
3. 도중에 짓다〔途中作〕
먼지 자욱한 세상길 동쪽 서쪽 떠돌면서 / 東飄西轉路歧塵
홀로 야윈 말 채찍질하며 고생이 심하도다 / 獨策羸驂幾苦辛
돌아가면 좋은 줄을 나도 모르지 않지만 / 不是不知歸去好
다만 돌아가도 집이 가난한 그 연고로 / 只緣歸去又家貧
4. 요주 파양정에서〔饒州鄱陽亭〕
석양에 읊조리며 서니 끝없는 감회 / 夕陽吟立思無窮
만고의 강과 산이 나의 한눈 안에 / 萬古江山一望中
원님이 백성 걱정하여 풍악을 멀리하는지라 / 太守憂民疏宴樂
강 가득 바람과 달은 오직 어옹의 차지라오 / 滿江風月屬漁翁
5. 산양에서 고향 친구와 작별의 이야기를 나누며〔山陽與鄕友話別〕
서로 만나 잠깐 누린 초산의 봄날 / 相逢暫樂楚山春
다시 헤어지려니 수건에 눈물 가득 / 又欲分離淚滿巾
바람결 창망한 표정 괴상하게 생각 마오 / 莫怪臨風偏悵望
타향에서 고향 사람 만나기가 어디 쉽소 / 異鄕難遇故鄕人
6. 우강역정에 제하다〔題芋江驛亭〕
모래밭에 말 세우고 돌아갈 배 기다리나니 / 沙汀立馬待回舟
한 가닥 내 낀 물결 실로 만고의 시름일세 / 一帶煙波萬古愁
산이 평지 되고 바다가 육지 되어야만 / 直得山平兼水渴
인간 세상에 이별의 슬픔 없어지려나 / 人間離別始應休
7. 봄날에 지우를 불러도 오지 않기에〔春日邀知友不至〕
고생 심했던 장안의 일 늘상 떠오르는데 / 每憶長安舊苦辛
고향 동산 봄날을 어떻게 그냥 보낼 수야 / 那堪虛擲故園春
산에 가자는 오늘의 약속 또 저버리다니 / 今朝又負遊山約
속세의 명리 좇는 사람 내가 왜 알았는지 / 悔識塵中名利人
8. 서경 김 소윤 준 과 작별하며 남겨 준 시〔留別西京金少尹 峻〕
만나서 두 밤 자고 다시금 이별 / 相逢信宿又分離
갈림길에 또 갈림길 시름겹기만 / 愁見岐中更有岐
소진되려 하는 손안의 계수 향기 / 手裏桂香銷欲盡
헤어지면 누구와 속마음 얘기할지 / 別君無處話心期
9. 금천사 주지에게 주다〔贈金川寺主〕
백운 계곡 가에 인사를 창건하고 / 白雲溪畔刱仁祠
삼십 년 내내 주지하고 계시는 분 / 三十年來此住持
웃으면서 가리키는 문 앞의 한 가닥 길 / 笑指門前一條路
산 아래 떠나자마자 천 갈래가 된다나요 / 纔離山下有千岐
10. 재곡 난야의 독거하는 승려에게 주다〔贈梓谷蘭若獨居僧〕
솔바람 소리 들리는 외엔 소음이 일체 없는 / 除聽松風耳不喧
흰 구름 이는 깊은 산골에 띳집을 엮었나니 / 結茅深倚白雲根
세상 사람 길 아는 것이 오히려 한스러워 / 世人知路翻應恨
바위의 이끼가 신발 자국에 오염될 테니까 / 石上莓苔汚屐痕
11. 황산강 임경대〔黃山江臨鏡臺〕
연무 낀 봉우리 옹긋쫑긋 강물은 넘실넘실 / 煙巒簇簇水溶溶
인가가 산을 마주하고 거울 속에 잠겼어라 / 鏡裏人家對碧峯
바람 잔뜩 외로운 돛배 어드메로 가시는고 / 何處孤帆飽風去
새 날아가듯 순식간에 자취 없이 사라졌네 / 瞥然飛鳥杳無蹤
12. 희랑 화상에게 증정하다〔贈希朗和尙〕 기일
보득이 금강지에서 설한 가르침을 / 步得金剛地上說
부살들이 철위산에서 결집하였네 / 扶薩鐵圍山間結
필추가 해인사에서 강경하였으니 / 苾蒭海印寺講經
잡화가 이로부터 삼절을 이루리라 / 雜花從此成三絶
13.희랑 화상에게 증정하다〔贈希朗和尙〕 기이
용당의 묘설을 용궁에서 들여온 뒤 / 龍堂妙說入龍宮
용맹이 용종의 공을 제대로 전했네 / 龍猛能傳龍種功
용궁의 용왕이 정녕 환희함은 물론이요 / 龍國龍神定歡喜
용산은 의룡의 걸출함을 더욱 표하리라 / 龍山益表義龍雄
14. 희랑 화상에게 증정하다〔贈希朗和尙〕 기삼
마갈제성의 광명이 두루 비치고 / 磨羯提城光遍照
차구반국의 불법이 더욱 빛나네 / 遮拘盤國法增耀
오늘 아침 부상에서 떠오른 지혜의 해 / 今朝慧日出扶桑
문수가 동묘에 강림한 것을 알겠도다 / 認得文殊降東廟
15. 희랑 화상에게 증정하다〔贈希朗和尙〕 기사
천언의 비교를 하늘에서 전수받고 / 天言祕敎從天授
해인의 진전을 바다에서 꺼내 왔네 / 海印眞詮出海來
멋지도다 해인의 뜻 해우에서 밝힘이여 / 好是海隅興海義
천의는 단지 천재에게 맡기려 할 뿐이라오 / 只應天意委天才
16. 희랑 화상에게 증정하다〔贈希朗和尙〕 기오
도수의 고담은 용수가 해석했고 / 道樹高談龍樹釋
동림의 아지는 남림이 번역했네 / 東林雅志南林譯
빈공이 피안에서 금성을 떨쳤다지만 / 斌公彼岸震金聲
가야에서 불적을 이은 것과 같으리오 / 何似伽倻繼佛跡
17. 희랑 화상에게 증정하다〔贈希朗和尙〕 기육
삼삼의 광회의 숫자는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 三三廣會數堪疑
십십의 원종의 뜻이야 잘못될 리가 있겠는가 / 十十圓宗義不虧
유통을 말한다면 현험을 밀고 나가야 하리니 / 若說流通推現驗
경의 미진한 해석은 문자가 이상한 탓이로다 / 經來未盡語偏奇
야은 길재 선생
야은(冶隱) 길재(吉再) 선생 시
1. 與杏村李 嵒
鳥則山飛魚則水。各隨其性世間斜。如何園裏東風蝶。纔向紅花又白花。
2. 次圃隱朴松隱畫像韻
鳳目虎眉十尺身。淡紅半白兩相眞。畫圖省識先生面。不死精神影裏人。
3. 次朴貞齋宜中韻
朝別不朝峴。諸君何所之。丹忱由。哀怨結絲絲。夜色歸雲濕。漏聲旅夢遅。莫論忠烈士。義出死生期。
4. 贈洪可臣
人間悲白髮。閉戶落寒梅。京友斷書札。山禽猶往來。
5. 感懷
滄海千千頃。長城萬萬重。信舟來去地。一夢侍天容。
포은 정몽주 선생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선생 시
1. 내주 해신묘〔萊州海神廟〕
해신의 옛 사당이 바닷가에 우뚝하니 / 海神遺廟壓滄茫
천자가 때로 수리하고 향을 내리시네 / 天子時修爲降香
본래 성조에서 제사를 숭상한 것이니 / 自是聖朝崇祀典
왕괴의 지난 일은 또한 황당할 뿐이네 / 王魁往事也荒唐
2. 구서역에서의 나그네 밤〔客夜在丘西驛〕
객지의 밤이라 누가 찾아오리오 / 客夜人誰問
읊조리다 보니 한밤중 되어 가네 / 沈吟欲二更
시구는 베개 위에서 얻고 / 詩從枕上得
등불은 벽 사이에서 밝네 / 燈在壁間明
묵묵히 지나온 일 생각하고 / 默默思前事
아득히 걸어갈 길 헤아리네 / 遙遙計去程
별안간 선잠을 깨고 보니 / 俄然睡一覺
동복이 닭 울었다 알리네 / 僮僕報鷄鳴
3. 4월 1일 고밀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四月初一日 高密縣聞鸎〕
한낮 되어 옛 현성을 지나가노라니 / 日午來過古縣城
녹음의 깊은 거리에 여름 바람 맑네 / 綠陰深巷暑風淸
은근히 벽을 털고 시구를 적을 때에 / 殷勤拂壁題詩句
맨 먼저 들은 꾀꼬리 소리 떠오르네 / 記取流鸎第一聲
4. 일조현〔日照縣〕
바닷가 외로운 성에는 초목이 황량한데 / 海上孤城草樹荒
부상에 솟는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네 / 最先迎日上扶桑
내가 와서 동쪽 보며 그냥 머리 긁적이니 / 我來東望仍搔首
바다 물결이 저 멀리 고향에 닿아 있으리 / 波浪遙應接故鄕
5. 술을 마시다〔飮酒〕
나그넷길 봄바람에 솟는 흥이 미친 듯하니 / 客路春風發興狂
좋은 곳 만날 때마다 곧장 술잔 기울이네 / 每逢佳處卽傾觴
귀가할 때에 돈이 바닥남을 부끄러워 말라 / 還家莫愧黃金盡
새로 얻은 시구들이 시낭에 가득할 터이니 / 剩得新詩滿錦囊
6. 한신묘〔韓信墓〕 회안부(淮安府) 성 서쪽 40리에 있다.
태자는 유약하고 장수들은 강성하니 / 嗣子孱柔諸將雄
고황이 다시 옛 공훈을 생각지 않았네 / 高皇無復念前功
초왕이 저승에서 통한을 삼킬 것이니 / 楚王飮恨重泉下
천고에 마음 아는 이는 회옹뿐이리라 / 千載知心只晦翁
7. 고우호〔高郵湖〕
남행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운 유람이니 / 南歸日日是遨遊
호수 위 맑은 바람이 조각배 불어 주네 / 湖上淸風送葉舟
두 언덕의 부들은 가도 가도 끝없는데 / 兩岸菰蒲行不盡
또 밝은 달을 따라 방초 모래톱에 묵네 / 又隨明月宿芳洲
8. 함께 가는 젊은이에게 재미 삼아 주다〔戲贈偕行年少〕
듣자 하니 두목은 풍류가 최고인지라 / 曾聞杜牧最風流
매양 양주에서 몰래 놀기 좋아했다지 / 每向楊州好暗遊
오늘날 주남 땅은 왕의 교화 가까우니 / 今日周南王化近
나그네는 머리 잘못 돌리지 말지어다 / 行人且莫錯回頭
9. 배 안의 미인〔舟中美人〕
미인이 목란주에 가볍게 떠 있으니 / 美人輕漾木蘭舟
등에 꽂은 꽃가지 푸른 강에 비치네 / 背揷花枝照碧流
남북으로 가는 배의 수많은 나그네 / 北楫南檣多少客
일시에 애끊으며 홀연 머리 돌리네 / 一時腸斷忽回頭
10. 4월 19일에 강을 건너 용담역에 이르다 〔四月十九日渡江 至龍潭驛〕기일
눈 내릴 때 압록강을 지나와서 / 雪落來過鴨綠
꽃 날릴 때에야 용담에 닿았네 / 花飛始到龍潭
아스라한 종산 푸르고 푸른데 / 隱約鍾山蒼翠
흰머리로 강남 땅 또 밟는구나 / 白頭又踏江南
11. 四月十九日渡江 至龍潭驛 기이
지세는 가운데로 오초 땅 나누고 / 地勢中分吳楚
강 근원은 위로 상담에 이어졌네 / 江源上接湘潭
자수 차고 와서 대궐로 달려가니 / 紫綬來趨闕下
푸른 산이 회남 땅에 바라보이네 / 靑山却望淮南
12. 백로주에 배를 대다〔舟次白鷺洲〕 백로주는 관음산(觀音山) 아래에 있다.
백로주 가엔 물결이 하늘에 닿았고 / 白鷺洲邊浪接天
봉황대 아래엔 풀이 연기와 같도다 / 鳳凰臺下草如煙
삼산과 이수는 모두 예전과 같은데 / 三山二水渾依舊
그 당시의 이 적선은 보이지 않누나 / 不見當年李謫仙
13. 양자도에서 북고산을 바라보며 김약재를 애도하다〔楊子渡 望北固山悼金若齋〕
홍무 계축년(1373, 공민왕22)에 선생과 함께 북고산의 다경루(多景樓)에 올랐다.
선생의 호방한 기상 남주를 뒤덮었는데 / 先生豪氣蓋南州
다경루에 함께 올랐던 예전 일 생각나네 / 憶昔同登多景樓
오늘 거듭 노니나 그대 보이지 않나니 / 今日重遊君不見
촉강 어느 곳에 외로운 혼백 노니실까 / 蜀江何處獨魂遊
14. 배 안의 밤 흥취〔舟中夜興〕
맑고 맑은 호수가 거울인 양 펀펀한데 / 湖水澄澄鏡面平
배 안의 숙객이 맑은 정취 겨워하네 / 舟中宿客不勝淸
쓸쓸히 한밤중에 실바람이 일어나니 / 悄然半夜微風起
십 리의 줄과 부들이 빗소리 지어 내네 / 十里菰蒲作雨聲
15. 남쪽을 바라보다〔南望〕
필마로 아침에 건업을 하직하고 / 匹馬朝辭建業
조각배로 저녁에 유양에 닿았네 / 扁舟暮抵維楊
애가 끊겨 남쪽은 차마 보지 못하고 / 腸斷不堪南望
먼 강과 긴 산만 부질없이 쳐다보네 / 空看水遠山長
16. 요동 방 진무의 부채에 적다〔題遼東龎鎭撫扇〕
밝은 달은 사람 가까이서 흰빛을 드날리고 / 皎月近人揚素輝
맑은 바람은 그대 위해 무더위를 물리치네 / 淸風爲子却炎威
요동 길이 멀다고 가져가기를 꺼리지 마오 / 提携莫憚遼東遠
이 부채에 지휘받는 삼군을 보게 될 테니 / 當見三軍屬指揮
17. 단옷날 재미 삼아 적다〔端午日戲題〕
올해 단옷날은 우정에서 지내노니 / 今年端午在郵亭
창포주 한 병을 그 누가 보내 줄까 / 誰送菖蒲酒一甁
이날 강물에다 각서도 못 던지니 / 此日不宣沈角黍
내가 도리어 깨어 있는 굴원이라오 / 自家還是屈原醒
18. 호수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다 〔湖中觀魚〕 기일
깊은 못에 잠겨 있다가 때로 펄쩍 뛰어오르니 / 潛在深淵或躍如
자사는 어떤 뜻을 취하여 책에다 드러냈던가 / 子思何取著于書
다만 두 눈을 통하여 분명하게 볼 수 있다면 / 但將眼孔分明見
물건 물건이 참으로 활발한 물고기가 되리라 / 物物眞成潑潑魚
19. 湖中觀魚 기이
물고기는 응당 나 아니고 나도 물고기 아니니 / 魚應非我我非魚
사물의 이치란 들쑥날쑥하여 본디 같지 않다네 / 物理參差本不齊
장생이 펼친 호수 다리에서의 한바탕 논변이 / 一卷莊生濠上論
지금까지 천년토록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네 / 至今千載使人迷
20. 제성현에서 퉁소 소리를 듣다〔諸城縣聞簫〕
황매우 그치자 선들선들한 기운 생겨나고 / 黃梅雨歇嫩涼生
푸른 나무엔 그늘 짙어 더운 기운 맑아지네 / 綠樹陰濃暑氣淸
베개에 기대어 잠시 대자리에서 잠들었다가 / 欹枕暫眠風簟上
담장 너머로 이따금 봉소 소리를 듣는다네 / 隔墻時聽鳳簫聲
21. 공 주사에게 주다〔贈孔主事〕 이름은 관(觀)이고 자는 청백(淸伯)이고, 태주(台州) 사람이다.
공자의 후손을 천 년 뒤에 만나게 되니 / 聖門千載見雲仍
은미한 말씀 한 번 듣고 가슴에 새기네 / 一聽微言爲服膺
이별 뒤에 어찌 편지 보내기를 잊을까 / 別後何忘寄書札
더구나 후의를 입어 종이까지 받음에랴 / 況蒙厚意惠溪藤
22. 석교포에서 도 포사에게 보이다〔石橋鋪 示陶鋪司〕
동산의 접시꽃은 해를 향해 붉은 꽃봉 터뜨리고 / 園葵向日紅房拆
정원의 나무는 바람 품고서 푸른 일산 일렁이네 / 庭樹含風翠蓋搖
백발의 포병이 할 일 하나 없는지라 / 白髮鋪兵無一事
녹음 짙은 긴 날에 홀로 서성이도다 / 綠陰長日獨逍遙
23. 즉묵현〔卽墨縣〕
제나라가 온통 차례로 항복함을 목도하고 / 眼見全齊次第降
모신이 이에 버려진 활이 될까 염려했었지 / 謀臣於此慮弓藏
두 성이야 여력을 쓸 필요도 없을 터이니 / 二城不待勞餘力
악의가 진정 혜왕을 먼저 저버린 것이리라 / 樂毅眞先負惠王
24. 전횡도〔田橫島〕
오백 사람 앞다투어 그를 위해 자결하니 / 五百人爭爲殺身
전횡의 드높은 의기가 천추를 감동시키네 / 田橫高義感千春
그 당시 땅 잃은 것이야 어찌 책망하리오 / 當時失地夫何責
한나라가 관대하여 만백성을 얻은 것이니 / 大漢寬仁得萬民
25. 봉래각〔蓬萊閣〕
약 캐러 간 사람 돌아오지 않고 창해만 깊으니 / 採藥未還滄海深
진 시황이 동쪽 바라보며 이 누각에 올랐었다지 / 秦皇東望此登臨
서생의 거짓 계책은 알기 어려운 게 아니건만 / 徐生詐計非難悟
본래부터 군왕에게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네 / 自是君王有欲心
26. 금주에서 위 지휘사 댁의 매 그림을 보고 짓다〔金州韋指揮宅畫鷹 走筆〕
좌객들이 감탄하며 매 그림을 바라보니 / 坐客咨嗟看畫鷹
바람 서리 가득한 벽에서 날개 치려 하네 / 風霜滿壁欲揚翎
군왕은 종산 아래에서 사냥하실 터이니 / 君王羽獵鍾山下
못난 사신 어느 때에 보라매를 바쳐 볼까 / 賤介何時獻海靑
27. 화각 소리를 듣다〔聞角〕
화각 소리 여운이 허공 아득히 울리니 / 畫角吹殘入渺茫
높은 하늘 지나는 기러기도 맴돌고 있네 / 高空過雁亦回翔
한밤중에 들려오는 〈매화농〉 한 줄기 소리 / 一聲半夜梅花弄
요동 땅 장사의 간장을 모두 다 끊어 놓네 / 斷盡遼東壯士腸
28. 안시성에서 옛일을 생각하다〔安市城懷古〕
황금 전각에 앉아 의상을 드리우고 있어도 / 黃金殿上坐垂衣
백번 싸운 영웅의 마음 억제하지 못했으니 / 百戰雄心不自持
생각해 보면 태종이 친히 정벌 나섰던 날은 / 想見太宗親駕日
풍부가 수레에서 내린 때와 완연히 같았으리 / 宛如馮婦下車時
29. 양자강〔楊子江〕
초를 꿰고 오를 삼켜 기상이 웅혼하니 / 貫楚呑吳氣象雄
오늘날 천하가 이 강을 조종으로 삼네 / 如今四海此朝宗
물길 거슬러 올라 강 근원 물어 간다면 / 泝流若問江源去
곧바로 아미산 제일봉에 닿게 되리라 / 直到峩眉第一峯
30. 복주에서 앵두를 먹다〔復州食櫻桃〕
오월인데도 요동 땅은 더위 기운 미약하니 / 五月遼東暑氣微
앵두가 처음 익어 가지를 눌러 나직하구나 / 櫻桃初熟壓低枝
객로에서 새 앵두 맛보며 애간장 끊어지니 / 嘗新客路還腸斷
우리 임금 사당에 올릴 때 미처 못 가서일세 / 不及吾君薦廟時
31. 경성에서 오이를 먹다〔京城食瓜〕
기억하건대 관개가 풍부한 청문에서도 / 憶在靑門灌漑多
저문 봄 되어서야 자라난 새싹 보았거늘 / 暮春方見長新芽
강남 땅이 따뜻하여 생장이 빠르다 보니 / 江南地暖生成早
사월의 중순에 벌써 오이를 먹어 보네 / 四月中旬已食瓜
32. 사탕수수〔甘蔗〕
흰 살을 곱게 자르면 처음에 씹기가 좋고 / 玉肌細切初宜啖
진액을 짙게 달이면 이 또한 먹을 만하네 / 靈液濃煎亦可飡
씹어 보아야 훌륭한 맛 더해짐을 알 것이니 / 漸入始知佳境遠
세상의 어떤 맛으로도 이와 견주지 말지라 / 莫將世味比渠看
33. 새벽 북소리를 듣다〔聞曉鼓〕
밤 깊도록 잠 못 이루며 시름에 잠겼더니 / 更深耿耿抱愁懷
성 위의 새벽 북 재촉 소리 홀연히 듣노라 / 城上俄聞曉鼓催
나그넷길 반년을 외로운 침상에서 지내니 / 客路半年孤枕上
격자창은 변함없이 밝은 새벽빛 보내오네 / 窓欞依舊送明來
34. 강남에서 도은을 생각하다〔江南憶陶隱〕
나그넷길 강남에서 매양 홀로 읊나니 / 客路江南每獨唫
시낭에 든 천 편 시가 지나온 세월일세 / 錦囊千首是光陰
아쉽게도 시의 병통이 예전과 같으니 / 只嫌詩病還依舊
뒷날 그대에게 한번 일침을 부탁하리라 / 他日煩君試一針
35. 시를 읊다〔吟詩〕
아침 내내 크게 읊고 또 나직이 읊조리나니 / 終朝高詠又微吟
괴롭기가 모래 헤쳐 금을 찾는 것과 같다네 / 苦似披沙欲鍊金
시 짓느라 크게 야윔을 괴이히 여기지 말라 / 莫恠作詩成太瘦
단지 좋은 구절 매번 찾기 어렵기 때문일세 / 只緣佳句每難尋
36. 강남곡〔江南曲〕
강남 땅 계집아이 머리에 꽃을 꽂고 / 江南女兒花揷頭
웃으며 짝을 불러 방주에서 노니네 / 笑呼伴侶游芳洲
노 저어 돌아올 때 해 저물려 하는데 / 蕩槳歸來日欲暮
원앙새 쌍으로 날아 한없이 시름겹네 / 鴛鴦雙飛無限愁
37. 발해에서 옛일을 생각하다〔渤海懷古〕
당나라가 군사를 내어 해동을 평정하니 / 唐室勞師定海東
대조영이 따라 일어나 왕궁을 지었었지 / 太郞隨起作王宮
청컨대 그대는 변방의 계책 말하지 말라 / 請君莫說關邊策
예로부터 그 누구인들 끝까지 보전했던가 / 自古伊誰保始終
38. 금산사〔金山寺〕
금산이 완연히 푸른 물결 사이에 있어 / 金山宛在碧波間
산 아래의 조각배가 마음대로 오고 가네 / 山下扁舟信往還
눈 밑으로 참 면목을 이미 다 보았으니 / 眼底已窮眞面目
다리에 힘을 들여 다시 오를 것 없겠네 / 不須脚力更登攀
‘등(登)’은 ‘제(躋)’로도 쓴다.
39. 용강관〔龍江關〕
목란주로 아침 일찍 봉황대를 출발하니 / 蘭舟早發鳳凰臺
성궐이 높고 높아 머리 거듭 돌려 보네 / 城闕崔巍首重回
종산을 위하여 시 한 구절 지으려 하나 / 欲爲鍾山題一句
용강 나루 관리가 길을 몹시 재촉하네 / 龍江津吏苦相催
40. 고소대〔姑蘇臺〕
풀 시들고 해 기우는 저물어 가는 가을에 / 衰草斜陽欲暮秋
고소대 위에 오르자 이내 마음 슬퍼지네 / 姑蘇臺上使人愁
앞 수레가 뒤 수레의 경계가 되지 못하여 / 前車未必後車戒
고금에 몇 번이나 사슴 놀이터 되었던가 / 今古幾番麋鹿遊
41. 탕참에서 묵다〔宿湯站〕
반평생의 호탕한 기운이 다 없어지지 않아 / 半生豪氣未全除
말에 걸터앉아 압록강 둑에서 거듭 노니네 / 跨馬重遊鴨綠堤
들판 반석에 홀로 누워서 잠들지 못하는데 / 獨卧野盤無夢寐
산 가득한 밝은 달에 소쩍새가 울어 대네 / 滿山明月子規啼
42. 다시 이 절에서 노닐다〔再遊是寺〕
시냇물 바위 감돌고 푸른빛 일렁이는데 / 溪流遶石綠徘徊
지팡이 짚고 시내 따라 동구로 들어왔네 / 策杖沿溪入洞來
문 닫힌 옛 절에는 승려가 보이지 않고 / 古寺閉門僧不見
떨어진 꽃만 눈처럼 못과 누대 덮고 있네 / 落花如雪覆池臺
42. 관음사에서 노닐다〔遊觀音寺〕
들판 절에 봄바람 불어 푸른 이끼 자랐는데 / 野寺春風長綠苔
종일토록 와서 노닐며 돌아갈 줄을 모르네 / 來遊終日不知回
동산 가운데 수없이 많은 매화나무들 / 園中無數梅花樹
모두 이곳의 승려가 손수 심은 것이네 / 盡是居僧手自栽
43. 양자강〔楊子江〕
용처럼 날아 하루에 신묘한 공을 세워서 / 龍飛一日樹神功
곧바로 건곤이 한나라 궁궐 감싸게 했네 / 直使乾坤繞漢宮
단지 장강으로써 남북을 한계 지었으니 / 但把長江限南北
그 누가 조공을 일러 영웅이라 하였던가 / 曹公誰道是英雄
한강 정구 선생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 시
1. 夙夜齋。望倻山。(숙야재(夙夜齋)에서 가야산(伽倻山)을 바라보며)
전신의 참모습을 아니 내놓고 / 未出全身面
기묘한 한 꼭대기 살짝 드러내 / 微呈一角奇
조물주 숨은 뜻을 알겠고말고 / 方知造化意
인간 행여 천기를 보게 할 수야 / 不欲露天機
2. 曉起偶吟 (새벽에 일어나 우연히 읊다)
솔숲 사이 집에서 잠자리 들고 / 夜宿松間屋
물가의 누각에서 새벽잠 깨니 / 晨興水上軒
앞뒤에서 우렁차다 맑은 물소리 / 濤聲前後壯
이따금 고요 속에 귀를 기울여 / 時向靜中聞
3. 次李玉山韻 (이옥산(李玉山)의 운자를 따라 짓다)
이내 허리 굽힌 게 부끄럽거니 / 媿此長腰折
몇 말의 녹봉 때문 그게 아닌가 / 寧非爲斗粟
먼지 티끌 두 눈 가려 흐릿한 나날 / 塵埃眯兩目
어느 제나 관복 벗고 고향에 갈꼬 / 何日反初服
4. 別金東岡,朴大菴。 (김동강(金東岡), 박대암(朴大菴)과 작별하며)
산속에선 흰구름 구경을 하고 / 山中雲共賞
매화 아래 술잔 함께 기울였건만 / 梅下酒同傾
어인 일로 기쁨이 아니 족하여 / 如何歡未洽
이별의 정 이다지도 안타까울까 / 還惜別離情
5. 自省 (자신을 반성하며)
대장부 그 마음과 하는 일이란 / 大丈夫心事
밝은 해 푸른 하늘 다름없어라 / 白日與靑天
말끔하고 툭 트여 누구나 보니 / 磊落人皆見
번쩍이는 빛이여 위엄 넘친다 / 光芒正凜然
6. 春帖 (춘첩)春帖)
할아비는 고이 앉아 날을 보내고 / 翁惟靜坐終日
아이 또한 글 읽으며 몸을 닦노라 / 兒亦讀書自修
거친 밥 나물국도 즐겁고말고 / 蔬食菜羹亦樂
이 밖에 하많은 일 구할 게 뭐냐 / 萬般此外何求
7. 始卜海亭。示同來諸君子。
(해정(海亭)을 지을 자리를 정하고서 함께 따라온 여러 군자에게 지어 보이다)
나는야 바닷가에 정자 하나 지으련다 / 我欲爲亭近海灣
이 좌중에 그 누가 채서산이 되려는가 / 坐中誰作蔡西山
치자 유자 매화 대 일찌감치 심어두고 / 梔橘梅筠須早植
여섯 해를 비바람에 시달리지 않게 하소 / 莫敎風雨六年間
8. 戊午七月十二日。酒席次門下諸生韻。
(무오년 7월 12일 술자리에서 문하생들의 운자에 맞추어 짓다)
비통 끝의 회포가 이내 가슴 저미는데 / 悲痛餘懷脈脈長
그대들은 어이하여 술자리를 마련했나 / 諸賢何用又開觴
위로하기 위해서지 즐겁도록 함이겠나 / 只緣致慰非爲樂
집안 가득 맑은 얘기 고마울 뿐이로세 / 多謝淸談也滿堂
9. 題晴暉堂 (청휘당(晴暉堂)에 쓰다)
근사한 집 유숙하니 의기 절로 넘치는데 / 一宿華堂意欲驕
시원할사 아침나절 단비 또 만났다오 / 更逢佳雨便崇朝
어느새 해 나오고 먹구름이 걷히니 / 須臾日出雲收盡
푸른 나무 맑은 햇살 다리 위에 어우러져 / 綠樹晴暉映小橋
10. 昌山衙閣偶吟 기일(창산(昌山) 관아에서 우연히 읊다)
실책으로 창산 부임 일마다 잘못되니 / 失計昌山事事非
아무리 생각해도 돌아감만 못하여라 / 思之百爾不如歸
꿈속 넋은 헛이름에 몸 매인 줄 모르고 / 夢魂不省虛名縛
지난날의 낚시터를 까닭 없이 맴돈다오 / 夜夜無端遶故磯
11. 昌山衙閣偶吟 기이 (창산(昌山) 관아에서 우연히 읊다)
관아와 산림에서 하는 일 같을쏘냐 / 官府山林事豈同
장부며 문서 속에 끊임없이 시달리네 / 勞勞役役簿書中
백성 고통 그대론데 신병만 더해가니 / 民病未醫身病急
아서라 돌아가서 북창 아래 누워볼까 / 何如歸臥北窓風
*역역(役役)이 다른 대본에는 종일(終日)로 되어 있다.
12. 次趙明府伯玉 瑗 韻 기일 (명부(明府) 조백옥(趙伯玉) 원(瑗) 의 운자를 따라 짓다)
매화나무 에워싼 집 물 감아 도는 마을 / 寒梅圍屋水圍村
솔 계수나무 그늘 속 사립문 닫아걸고 / 松桂陰中獨掩關
개인 날 처마 밑에 저 멀리 마주하네 / 茅簷霽日遙相對
한 조각 외론 구름 겹쌓인 산봉우리 / 一片孤雲數疊山
13. 次趙明府伯玉 瑗 韻 기이 (명부(明府) 조백옥(趙伯玉) 원(瑗) 의 운자를 따라 짓다)
뜻밖이라 우리 성주 외진 마을 오시다니 / 朱幡不意到窮村
오랫동안 닫힌 문 부랴부랴 열어젖혀 / 顚倒初開久閉關
헤어진 지 얼마런가 찾아주어 고마우이 / 契闊幸承明府問
집가에는 흐르는 물 물가에는 산뿐인데 / 屋邊流水水邊山
14. 題川谷書院誠正堂 (천곡서원(川谷書院) 성정당(誠正堂)에 쓰다)
갓 세운 성정당을 늘그막에 찾아드니 / 舊長來尋新院成
부끄럽네, 세속 먼지 이내 의관 찌들었다 / 却羞塵土滿衣纓
어느 제나 유감없이 관복을 내던지고 / 何年可遂投簪計
진종일 창가에서 옛 글을 뒤적일꼬 / 盡日晴窓閱古經
15. 武屹夜詠 (무흘정사(武屹精舍)에서 한밤에 읊조리다)
산봉우리 지는 달 시냇물에 어리는데 / 峯頭殘月點寒溪
나 홀로 앉았을 제 밤기운 싸늘하다 / 獨坐無人夜氣凄
여보게 벗님네들 찾아올 생각 마소 / 爲謝親朋休理屐
짙은 구름 쌓인 눈에 오솔길 묻혔거니 / 亂雲層雪逕全迷
16. 以承旨入直。次壁上同僚韻。
(승지로 입직(入直)하여 벽에 걸린 동료의 운자를 따라 짓다)
한평생 장한 뜻이 늙어도 아니 쇠해 / 壯志平生老未殘
갈고 닦은 소매 속 칼 빛이 싸늘하다 / 新磨袖裏劍光寒
텅 빈 집 깊은 밤에 행여 얼어죽지 마소 / 不須凍死虛堂夜
날 밝으면 온 천하 안온함을 함께 보리 / 白日同瞻萬國安
17. 甲申春帖 (갑신년 춘첩)
양기 돌아온 대지에 화한 기운 감도니 / 陽回地上天和發
이 세상 그 무엇이 이 봄 함께 아니 할꼬 / 何物人間不共春
병든 이 몸 다행히 바깥 세상 일 없이 / 猶幸病夫無外事
문 닫고 종일토록 마음이나 닦았으면 / 閉門終日養吾眞
18. 偶吟(우연히 읊다)
봄 산은 비단 같고 물빛은 쪽빛인데 / 春山如錦水如藍
두세 관동 어울려 바람 쏘이며 읊노라 / 風詠冠童共數三
그때 당시 공자님의 한탄하신 뜻을 알면 / 若會當時夫子歎
요순 시대 기상을 그대들도 느끼리 / 唐虞氣像許君參
19. 歎時(시대를 한탄하며)
삼백 명의 내관이요 삼천 명 외직 중에 / 內官三百外三千
나랏일에 마음 둔 이 몇몇이나 되느뇨 / 王事留心有幾人
우리 임금 밤낮으로 근심 걱정 깊은데 / 聖上憂勤勞夙夕
군신들 너나없이 술에 취해 즐기다니 / 群臣嬉戱醉昏晨
20. 閱昌山舊蹟偶吟 (창산(昌山)의 옛 자취를 돌아보며 읊다.)
백성 가난 못 구하고 백성 병 못 고치며 / 貧未相賙病未醫
선을 권장 못하고 악도 징계 못하면서 / 善難爲勸惡難治
부질없는 헛이름에 임금 치하 잘못 입어 / 虛名秖誤楓宸獎
오품이라 현감 벼슬 분수 넘게 취했구나 / 偸取當時五品資
21. 題檜淵草堂(회연초당(檜淵草堂)에 쓰다)
변변찮은 산 앞에 자그마한 초당이라 / 小小山前小小家
동산 가득 매화 국화 해마다 늘어난다 / 滿園梅菊逐年加
게다가 구름 냇물 그림같이 꾸며 주니 / 更敎雲水粧如畫
세상에서 내 생애 누구보다 호사로워 / 擧世生涯我最奢
22. 題社倉新構 (새로 지은 사창(社倉)에 쓰다)
변변찮은 생애에 아담한 보금자리 / 小小生涯小小家
앉을 자리 있으면 그걸로 만족이라 / 志存容膝更無加
초가 지붕 밑에서 반평생을 살아온 몸 / 半生已熟茅茨下
기와집 새집살이 호화롭기 그만일레 / 瓦覆新居便覺奢
23. 無題 (무제)
흐린 달밤 산골에 호랑이를 만났고 / 月沈空谷初逢虎
바람 거센 바다에 배 띄워 저어간다 / 風亂滄溟始泛槎
아서라 세상만사 평탄할 땐 말을 마소 / 萬事莫於平處說
인생살이 이러할 제 아슬아슬 살얼음판 / 人生到此竟如何
24. 檜淵偶吟 (회연(檜淵)에서 우연히 읊다)
가천 고을 나에게 깊은 인연 있거니 / 伽川於我有深緣
저 좋은 한강에다 회연까지 얻었노라 / 占得寒岡又檜淵
흰 돌이요 맑은 시내 종일토록 즐기나니 / 白石淸川終日翫
세간의 무슨 일이 이내 마음 스며들까 / 世間何事入丹田
25. 次金陜川 昌一 韻 (김 합천(金陜川) 창일(昌一) 의 운자를 따라 짓다)
다정하고 친근할사 우리 벗 만났거니 / 故人相見卽情親
지난날 복건 차림 등불 아래 여전하다 / 燈下依然舊幅巾
비바람 치는 저녁 오손도손 맑은 얘기 / 款款淸談風雨夕
가난하다 말 마소 소반 그득 봄나물 / 滿盤春菜未爲貧
사가정 서거정 선생
사가정(四佳亭) 서거정(徐居正) 선생 시
1. 驪興道中遇雪。次子武韻。
(여흥(驪興)으로 가는 도중(道中)에 눈을 만나 자무(子武)의 운에 차하다)
역정에 날린 눈발은 매화를 시샘한 듯한데 / 驛程飛雪妬梅花
서글픈 이 맘은 자연 경치 때문이 아니라네 / 惆悵非因管物華
내가 입은 해진 옷은 자모가 지은 것이라 / 身上弊餘慈母線
해마다 떠돌이 생활에 집 생각이 간절쿠나 / 年年作客苦思家
2. 讀原州興法寺碑(원주(原州)의 흥법사비(興法寺碑)를 읽다)
*고려(高麗) 태조(太祖)가 지은 것인데, 당 태종(唐太宗)의 글씨를 집자(集字)하였다.
당 태종의 글씨는 용이 꿈틀거린 듯하고 / 唐宗宸翰動龍螭
여 태조의 문장은 유부의 말과 흡사하네 / 麗祖奎章幼婦辭
오늘날엔 누가 그 탁본을 세상에 전해서 / 今日誰敎傳墨本
만지는 순간 귀밑털이 흰 걸 느끼게 할꼬 / 摩挲不覺鬢成絲
3. 春日遊靑坡。用太初韻。(봄날 청파(靑坡)에서 노닐면서 태초의 운을 사용하다)
봄놀이 하러 작은 다리 서쪽을 건너오니 / 尋春來渡小橋西
떨어진 꽃잎들은 말발굽에 달라붙는데 / 零落殘紅襯馬蹄
숲 너머에선 그윽한 새들이 재치도 많아 / 隔林幽鳥多才思
청산을 도맡아서 자유자재로 우는구나 / 管領靑山自在啼
4. 病餘。未赴朝衙。仍有雪。
(앓은 나머지 미처 조정(朝廷)에 출사하기 전에 인하여 눈이 오다)
작은 집 쇠잔한 등불에 창문이 어둑해라 / 小屋燈殘紙帳陰
밤새에 짙은 눈이 문밖에 흠뻑 내렸구려 / 夜來密雪擁門深
병든 나머지 일찍 출사할 건 생각지 않고 / 病餘不管朝衙早
이웃 닭이 다 울도록 이불 덮고 누웠노라 / 唱盡鄰鷄尙擁衾
5. 次韻朴仁叟學士早春見寄。
(박인수(朴仁叟) 팽년(彭年) 학사(學士)가 부쳐준 조춘(早春) 시에 차운(次韻)하다) 3수
항아리의 탁주는 향기를 한창 풍기는데 / 瓦盆濁酒釀氤氳
새벽에 남은 추위 겁나 문 닫고 앉아서 / 曉怯餘寒尙閉門
새 시에 화답하려고 언 붓을 녹이노라니 / 欲和新詩呵凍筆
대숲에 덜 녹은 눈이 반은 아직 남았네 / 竹林殘雪半猶存
6. 次韻朴仁叟學士早春見寄。기이
한 화로 향 연기는 가늘게 피어 퍼지는데 / 一爐香縷細氤氳
버들 빛은 봄을 갖고 금문을 들어오누나 / 柳色將春入禁門
해가 화전에 오를 제 늦게야 출사하여라 / 日上花磚衙赴晩
옹졸함으로 도가 지금 보존됨을 알아야지 / 須知用拙道今存
7. 次韻朴仁叟學士早春見寄。기삼
원림의 바람과 햇빛이 하도 화창한지라 / 園林風日好絪氳
청산에 이를 잡으며 문 닫고 있노라니 / 捫蝨靑山爲掩門
향 연기는 발을 감돌고 긴 대는 고요한데 / 香縷縈簾脩竹靜
《중용》 일부를 인하여 도심이 보존되누나 / 中庸一部道心存
8. 題姜景愚山水圖
(강경우(姜景愚) 희안(希顔) 의 산수도(山水圖)에 제(題)하다)
검은 모자 뿌연 먼지에 두 눈이 캄캄하여 / 烏帽黃塵兩眼昏
고원에 돌아갈 생각이 날마다 성화로구나 / 故園歸思日紛紛
강산은 아스라이 삼천 리나 뻗어 있는데 / 江山一望三千里
어느 곳이 가랑비 내리는 우리 마을인고 / 何處吾家煙雨村
9. 春坊入直。寄德輿。3수
춘방(春坊)에 입직(入直)하면서 덕여(德輿)에게 부치다.
검은 구름이 널리 퍼져 궁성을 지나더니 / 陰雲漠漠度宮城
비가 와서 도성 거리 늦게까지 개질 않네 / 小雨天街晩未晴
의관 정제 않고 홀로 남창 기대 있노라니 / 獨倚南窓冠不整
대궐 도랑에서 새로 낙계성을 보내는구나 / 御溝新送落階聲
10. 春坊入直。寄德輿。기이
냉관이라서 열관 두려워할 것 없고말고 / 不用冷官怕熱官
문묵 속에 몸담아서 소일하면 그만이지 / 藏身文墨可盤桓
장인은 어쨌거나 같은 또래가 아니거늘 / 丈人畢竟非儕輩
온 세상이 다 스스로 뻔뻔스레 구는구려 / 擧世滔滔自强顔
11. 春坊入直。寄德輿。기삼
부재한 사람이 대관의 양만 축내다 보니 / 不才虛費大官羊
궁정의 시위들에게 스스로 부끄러워라 / 自愧宮庭陛楯郞
사문을 빛내는 데는 누가 제일이겠나 / 潤色斯文誰巨擘
문장 같은 말기쯤이야 빛이 안 되고말고 / 文章末技未爲光
12. 讀王荊公集。題後。
(왕형공집(王荊公集)을 읽고 그 후미에 제(題)하다)
두견새가 당일에 천진교에서 울더니만 / 杜鵑當日哭天津
천하의 창생들이 만사가 새로워졌었지 / 天下蒼生萬事新
상업이 세상 그르친단 걸 일찍 알았다면 / 相業早知能誤世
반산은 진정 시인이 되기엔 합당했는걸 / 半山端合作詩人
13. 洪同年日休。用工部絶句 六首 韻見示。次韻。
(홍 동년 일휴(洪同年日休)가 공부(工部)의 절구(絶句)
여섯 수의 운(韻)을 사용하여 시를 지어서 나에게 보여주므로, 여기에 차운하다)
울타리 대는 깨끗하기 씻은 듯하고 / 籬竹淨如洗
못의 연은 진흙 밖에 높이 나왔는데 / 池荷高出泥
작은 창 아래서 잠을 막 깨고 나니 / 小窓初睡覺
띠지붕 위에서 낮닭이 울어대누나 / 茅屋午時鷄
매화 열매는 노랗게 막 익어가고 / 梅子黃初熟
연꽃은 붉은빛이 점점 많아지는데 / 荷花紅漸多
명아주 지팡이 짚고 때로 산보하니 / 杖藜時步屧
시 짓는 흥취가 정히 어떻겠는가 / 詩興定如何
죽순은 담장 모서리를 뚫고 나오고 / 小筍穿墻角
찬 샘물은 돌부리를 씻어 흐르는데 / 寒泉漱石根
두어 꾀꼬리는 버들골목에서 울고 / 數鶯啼柳巷
개 한 마리는 주막에서 짖어대누나 / 一犬吠花村
검은 구름은 땅 위에 널리 깔리고 / 黑雲遮地面
소낙비는 산 허리에 죽죽 내리는데 / 白雨映山腰
처마의 제비는 저들끼리 지저귀고 / 簷燕自相語
연못의 고기는 수시로 뛰곤 하누나 / 池魚時復跳
벽려 넝쿨은 교묘하게 벽을 뚫고 / 薜荔巧穿壁
포도 넝쿨은 처마 가득 나직한데 / 葡萄低滿簷
작은 창엔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 矮窓風細細
외로운 걸상엔 초승달이 비치누나 / 孤榻月纖纖
울타리 막아서 밭 토란 보호하고 / 揷籬防隴芋
물 끌어다가 정원의 꽃에 대도다 / 引水灌園花
땅이 후미져 수레와 말은 드물고 / 地僻少輪鞅
담장 너머 두세 집이 있을 뿐이네 / 隔墻三兩家
14. 再和 (六首)
(여섯 수에 재차 화답하다)
대 뿌리는 공교히 돌을 얽어매고 / 竹根工絡石
채소 싹은 교묘히 진흙을 뚫누나 / 蔬甲巧穿泥
휘장 걷어 제비를 왕래하게 하고 / 卷幔通飛燕
창은 열어 싸우는 닭을 구경하네 / 開窓看鬪鷄
묵은 정원은 차지한 땅이 조그만데 / 荒園占地少
고요한 나무는 뜰을 온통 차지했네 / 幽樹得庭多
홀로 앉은 이 몸은 부쳐 삶 같거니 / 獨坐身如寄
덧없는 인생 늙어감을 어찌할거나 / 浮生老奈何
밭두둑 지어 부추 뿌리 옮겨 심고 / 開畦移薤本
물은 가두어 꽃 뿌리를 적셔주네 / 貯水灌花根
궁벽한 집에 세상사 거리낌 없으니 / 窮巷無塵鞅
그윽한 살이가 후미진 마을 같구나 / 幽居類僻村
죽순은 송아지의 뿔같이 나오고 / 筍抽黃犢角
버들은 소만의 허리처럼 춤추네 / 柳舞小蠻腰
나무 까치는 바람 살펴 지저귀고 / 枝鵲占風語
못 개구리는 비를 맞으며 뛰누나 / 池蛙得雨跳
구름 보며 때론 지팡이 기대 서고 / 看雲時倚杖
대를 사랑하여 처마도 혹 도는데 / 愛竹或巡簷
주렴 장막엔 실바람이 일어나고 / 簾幕微風動
못 둑엔 가랑비가 조용히 내리네 / 池塘小雨纖
천천히 걸어서 향기로운 풀을 찾고 / 緩步尋芳草
한가히 읊으며 떨어진 꽃을 세기도 / 閑吟數落花
시를 요구한 이는 속된 이가 없고 / 乞詩無俗客
술을 보내준 이는 이웃집이 있구나 / 送酒有鄰家
15. 娛賓驛樓次韻
(오빈역루(娛賓驛樓)에서 차운하다)
가래나무 깊은 숲에 봄날은 저물어가는데 / 榟樹林深春日殘
차가운 빗소리에 발구 소리가 끊어졌네 / 鵓鳩聲斷雨聲寒
한 거룻배 강남의 꿈을 불러 되돌리면서 / 喚回一艇江南夢
주렴 걷으니 청산 속의 십이난간이로세 / 簾捲靑山十二闌
16. 秋夜有懷
(가을밤에 회포가 있어 짓다)
비 오는 밤에 등잔 불똥은 떨어지고 / 小雨燈花落
가을바람에 제비는 돌아갔는지라 / 西風燕子歸
오동나무에 밤비 내리는 가운데 / 梧桐作夜雨
베개에 기대어 어버이를 생각하네 / 欹枕憶庭闈
17. 寄家兄
(가형(家兄)에게 부치다)
머나먼 고향에 서신을 부치려 하노니 / 故里迢迢欲寄書
청산은 여전히 우리 집을 둘러쌌으리 / 靑山無恙擁吾廬
추풍에 홀로 높은 누각에 올라서 바라보니 / 秋風獨上高樓望
낙엽진 텅 빈 숲엔 나는 기러기도 드물구나 / 葉盡空林雁正疎
18. 將向大丘覲親。踰鳥嶺。
(대구(大丘)에 가서 근친(覲親)하기 위해 조령(鳥嶺)을 넘으면서 짓다)
조령의 험난한 산길은 양장판과도 같아서 / 崎嶇鳥嶺似羊腸
파리한 말이 벌벌 떨며 걸음마다 넘어지네 / 瘦馬凌兢步步僵
행인들에게 알리노니 나를 원망하지 마소 / 爲報行人莫相怨
높은 곳에 올라 고향을 바라보고파서라네 / 欲登高處望吾鄕
19. 題栗峯驛
(율봉역(栗峯驛)에 제(題)하다)
은하수는 반짝반짝 달빛은 나지막하고 / 耿耿銀河月欲低
작은 누각 서쪽으로 연꽃은 만발했는데 / 藕花開盡小樓西
미인이 자고 일어나 이별 인사 나눌 제 / 美人睡起話離別
철적 한 소리에 마음이 더욱 헷갈리네 / 鐵笛一聲心轉迷
20. 聞慶縣八詠 (문경현(聞慶縣) 팔영(八詠)
뜰 앞의 버드나무〔庭前楊柳〕
영남의 수많은 나그네들에게 / 嶺南多少客
꺾어주어 이젠 남은 게 없으련만 / 折贈已無餘
화창한 춘풍이 불어줌을 힘입어 / 倚被春風拂
긴 가지는 아직 그대로 남았구나 / 長條故自如
창 밖의 오동나무〔窓外梧桐〕
실바람이 한 잎새를 떨어뜨릴 제 / 微風吹一葉
조각달은 성긴 가지에 걸려 있네 / 缺月掛疎枝
갑자기 이 삼경 밤 비 오는 가운데 / 忽此三更雨
고향 생각을 어찌 견딘단 말인가 / 那堪萬里愁
푸른 절벽의 빨간 단풍〔蒼壁丹楓〕
단풍잎이 푸른 절벽을 장식하니 / 赤葉藏靑壁
강산이 별천지 중에 으뜸이로다 / 江山擅別區
내가 온 때가 마침 늦은 가을이라 / 我來適秋晩
이런 경치는 일찍이 못 보았었네 / 佳致見曾無
그늘진 절벽에 쌓인 눈〔陰崖積雪〕
깊은 겨울엔 얼음이 골짝에 가득고 / 冬深氷滿壑
봄 중간엔 물이 계곡에서 나오나니 / 春半水生溪
자연 형태는 때를 따라 달라지는데 / 物態隨時異
인정은 늙으면서 헷갈리려 하누나 / 人情老欲迷
오정의 종루〔烏井鐘樓〕
객창에서 시름겨워 잠 못 이룰 제 / 旅窓愁不寐
외로운 베개맡에 달빛만 비추는데 / 孤枕月低佪
어느 곳이 그 한산사란 말인가 / 何處寒山寺
종소리가 한밤중에 들려오누나 / 疎鐘半夜來
용담 폭포(龍潭瀑布)
옥홍은 용이 꿈틀대듯 드리우고 / 玉虹垂蝘蜒
백설 가루는 청신하게 뿌려대네 / 白雪洒淸新
날고 잠기는 술법은 물을 것 없이 / 莫問飛潛術
변화의 신통함을 꼭 알아야 하리 / 須知變化神
주흘의 영사〔主屹靈祠〕
험준한 산은 하늘 끝에 닿았고 / 孱顔倚天末
절벽은 구름 위에 솟았네그려 / 絶壁入雲中
만물을 적셔준 자취는 없지만 / 潤物雖無跡
절로 구름 일으킨 공은 있고말고 / 興雲自有功
관갑의 잔도〔串岬棧道〕
굽이굽이 양장판 같은 길에다 / 屈曲羊腸路
구불구불 조도가 기괴도 하여라 / 逶迤鳥道奇
봉우리 하나하나 다 빼어났으니 / 峯巒一一勝
말일랑 더디 가도록 맡겨 두련다 / 遮莫馬行遲
여헌 장현광 선생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 선생 시
1. 訪金烏(금오산(金烏山)을 방문하다)
대나무는 당시의 푸르름 그대로 유지하고 / 竹有當年碧
산은 옛날과 다름없이 높아라 / 山依昔日高
청풍에 아직도 머리털 쭈뼛해지니 / 淸風猶竪髮
누가 고인을 멀다 말하는가 / 誰謂古人遙
2. 題朴松堂漁磯(박송당(朴松堂)이 고기잡던 낚시터에 쓰다)
사람은 떠났으나 낚시터는 그대로 남아 있으니 / 人去磯猶在
이 곳 찾는 나그네 마음 쓸쓸하구려 / 來尋客意寒
당년에 다하지 않은 흥취 / 當年不盡興
천년 동안 달은 강가를 비추누나 / 千載月江干
3. 冬夜偶吟(겨울밤에 우연히 읊다)
긴긴 밤 괴로운 마음 끝이 없는데 / 長夜苦漫漫
천지엔 어이하여 새벽이 더디 오는가 / 天地何遲曉
뭇쥐들 평상(平牀) 가에 시끄러우니 / 群鼠亂牀邊
유숙하는 나그네 꿈이 절로 적어라 / 宿客夢自少
4. 元堂偶吟 (원당(元堂)에서 우연히 읊다)
작은 집 큰 들에 임해 있으니 / 小堂臨大野
들녘 밖이 바로 장강이라오 / 野外是長江
강가에 층층이 늘어선 산악들 / 江上列層嶽
내 항상 창문 열고 보노라 / 使余常闢牕
5. 臥遊堂十一詠 (와유당(臥遊堂)에서 11수를 읊다)
○ 반석(磐石)
인력으로 배열한 것 아니니 / 不是人力排
응당 축회(丑會)로부터 개벽되었으리 / 應從肇丑闢
먹을 때엔 수정의 소반이 되고 / 食作水精盤
앉으면 청담하는 자리가 되네 / 座爲淸話席
○ 괴석(怪石)
큰 것은 곤륜산 같고 / 大可象崑崙
작은 것은 갈석과 비슷해 / 小可擬碣石
그 누가 알까 만리의 지취(旨趣) / 誰知萬里趣
묵묵히 생각하면 어느덧 이른다오 / 默想於焉格
○ 반송(盤松)
손수 심은 지 이제 몇 년인가 / 手植今幾年
그늘지니 내마음 서로 사귀네 / 蔭我心交會
때때로 어루만지며 서성대지 / 有時撫盤桓
정신이 노니 천지처럼 크구려 / 神遊天地大
○ 노송(老松)
하룻밤 풍상 겪으니 / 風霜一夜經
온갖 초목들 모두 누렇게 시드는데 / 百卉皆黃落
뜰가에 홀로 우뚝 솟아 / 庭畔獨偃蹇
창연한 옛빛 그대로구나 / 蒼然依舊色
○ 죽림(竹林)
당 앞에 보이는 것 그 무엇인가 / 堂前何所見
대나무와 소나무 서로 연해 숲을 이루었네 / 竹與松連林
아침저녁으로 조용히 상대하니 / 朝夕靜相對
바야흐로 마음 의탁함 깊음을 알겠구려 / 方知托契深
○ 방당(方塘)
구덩이 위는 비어서 빛을 받고 / 坎上虛受暎
구덩이 아래는 막혀서 못이 되었네 / 坎下塞爲塘
이에 한가운데가 꽉 차 있어 / 乃由中陽實
하늘빛과 구름빛 머금고 있네 / 涵得天雲光
○ 매화(梅花)
섣달 그믐 눈 속에 피었으니 / 開在臘雪裏
봄소식 극도의 음에 이르렀네 / 春信到窮陰
해마다 때를 잃지 않으니 / 歲歲不失時
천지의 마음 볼 수 있구나 / 可見天地心
○ 사계화(四季花)
사시에 각기 계월이 있는데 / 四時各有季
반 달은 토기(土氣)가 왕성한 절기라오 / 月半皆旺土
시절 따라 언제나 꽃 피니 / 隨節必吐花
사시의 저묾을 아는 네가 고맙구나 / 感爾知時暮
○ 석류(石榴)
꽃 피니 천지의 조화 곱게 꾸미고 / 花開賁化工
과일 익으니 제수에 바치누나 / 顆熟呈籩實
너는 네 본성 다하는데 / 爾能盡爾性
나는 헛되이 늙어 부끄럽구나 / 愧我空白髮
○ 포도(葡萄)
드리워진 모습 신선의 구슬 쌓아놓은 듯 / 垂垂纍仙珠
둥근 모양 가을철의 이슬이 맺혀있는 듯 / 團團結秋露
삼켜보니 상쾌함을 느껴 / 呑來快覺爽
해묵은 고질병 고칠 수 있네 / 可已經歲痼
○ 국화(菊花)
홍범의 수는 끝에 하나가 되고 / 範數竟爲一
주역의 괘는 미제가 끝이라오 / 周卦未濟終
너는 늦가을 기다려 피니 / 爾開須秋末
실로 내년 연사(年事) 시작하누나 / 實兆來歲功
6. 立巖十三詠 (입암(立巖)에서 13수를 읊다)
○ 입암촌(立巖村)
외로운 마을 바위 밑에 있으니 / 孤村巖底在
작은 집이지만 본성 기를 수 있네 / 小齋性足頤
늙어서 갈 만한 곳 없으니 / 老矣無可往
이제부터 변함 없는 저 바위 배우리라 / 從今學不移
○ 만욱재(晩勖齋)
말로에 인간사 하도 많으니 / 末路人事茂
그 누가 일찍부터 노력할 줄 알까 / 誰從早時勖
이는 실로 늙은이의 고민이라 / 此固耄翁悶
부디 힘써 미치지 못할 듯이 하여야지 / 勉修如不及
○ 사사헌(四事軒)
강절의 이때의 뜻 / 康節此時意
산중 사람의 입에 회자되네 / 膾炙山人口
비록 세상 일 관여치 않으나 / 雖不關世務
가난한 가운데에 절로 부유함이 있다오 / 自有貧中富
○ 수약료(守約寮)
근래에 생각하니 노년의 사업은 / 近思耄年業
요약을 지킴이 제일 중요하네 / 守約爲大要
일마다 번거롭지 않으면 / 事事能不煩
이내몸 하늘 높이 솟아나리 / 身可出雲霄
○ 계구대(戒懼臺)
성인의 가르침 위미(危微)를 경계하였으니 / 聖訓戒危微
그 누구인들 이 마음 없을까 / 何人無此心
이 학문 전해지지 않은 지 오래이니 / 此學不傳久
묵은 책 어느 누가 다시 찾을런가 / 陳篇誰復尋
○ 학욕담(鶴浴潭)
산은 낙문사 뒤에 있는데 / 山在樂聞後
이곳에 학욕이란 못이 있다오 / 有潭名鶴浴
학 또한 영물인데 / 鶴亦物之靈
그림자 끊기니 언제나 한번 목욕할까 / 影斷何嘗浴
○ 피세대(避世臺)
시중에 은자(隱者)가 있으니 / 隱有市中者
하필 깊은 곳에서 찾아야 할까 / 何須深處覓
농군들 벼랑 길을 끊어놓으니/ 農人斷崖徑
나뭇가지가 자취를 쓰는 것보다 낫구려 / 猶勝枝掃迹
○ 인학산(引鶴山)
학욕담 위에 있는 산 / 浴鶴潭上山
인학산이라 칭해오네 / 山名稱引鶴
그동안 학이 오지 않았으니 / 邇來鶴不至
어떤 사람 우학이라 이름하였나 / 何人名耦鶴
○ 상천봉(象天峯)
수많은 봉우리 둥글게 늘어서니 / 團圓秀列峀
상천봉이란 이름 마땅하구려 / 得名宜象天
거주하는 사람들 산을 닮고자 한다면 / 居人欲象山
마음가짐을 어찌 편벽되게 하겠는가 / 立心盍無偏
○ 산지령(産芝嶺)
지초(芝草) 찾아도 지초 보이지 않으니 / 覓芝芝不見
황황하여 무엇을 잃은 듯하네 / 遑遑如有失
하필 밖에서 구할 것이 있나 / 何必求諸外
한 경(敬) 자 기이한 효험 진실하다오 / 一敬奇效實
○ 구인봉(九仞峯)
산봉우리 아홉 길에 이르니 / 有峯仞至九
어찌 삼태기의 흙으로 쌓아 만들었겠나 / 豈待簣土積
와서 입암과 상대해 있으니 / 來爲立巖對
아침저녁으로 항상 바라보며 향하노라 / 瞻向窮朝夕
○ 도덕방(道德坊)
몸 가는 곳마다 도 아님 없고 / 身往無非道
마음에 둔 것이 모두가 덕이라오 / 心存皆是德
우리 인간 똑같이 얻은 것이니 / 吾人所同得
지(知)와 행(行) 내 어찌 홀로 하겠는가 / 知行我何獨
○ 경운야(耕雲野)
산중에 살며 한 해를 마치려 / 峽居謀卒歲
쟁기와 호미 메고 새벽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네 / 耒鋤以晨昏
구름과 연기 속에 왕래하니 / 往來雲煙裏
부자와 형제간 함께 한다오 / 父子與季昆
7. 城洞偶吟 (성동(城洞)에서 우연히 읊다)
천만 가지 일 모두 제쳐두고 / 捨他千萬事
오직 한 잔 술 마시노라 / 唯進一盃宜
가을 국화 참으로 좋으니 / 黃花秋政好
이몸 태평시절에 있구려 / 身在太平時
8. 松崖 (송애,松崖)
우연히 벼랑 아래 앉으니 / 偶然崖下止
좌객들 모두 빈한한 선비라오 / 坐客皆寒士
무엇에 마음을 의탁할까 / 何以托心期
세 소나무 의지할 만하구려 / 三松爲可倚
9. 무제(無題)
대도는 세로의 나뉨 돌리기 어려우니 / 大道難廻世路分
산운(山雲)에 누워있는 이몸 참으로 합당하네 / 此身端合臥山雲
산운은 적막하고 진세는 아득히 머니 / 山雲寂寞塵寰遠
인간의 시비 모두 관여치 않노라 / 人是人非摠不聞
10. 元堂春帖 (원당(元堂)의 춘첩(春帖)
오늘 아침 봄소식 뜰 앞의 매화에 이르니 / 今朝春信到庭梅
세 양이 이미 와서 회복함을 아노라/ 知是三陽已復來
다만 산중에 세상의 시끄러움 없어 / 只願山中無外撓
밝은 창가 고요한 책상에 항상 책 펴보기 원하노라 / 牕明几靜卷常開
11. 皓首吟 (호수음,皓首吟)
백발에도 적자의 마음 그대로 보존하니 / 皓首猶存赤子心
이때에야 비로소 한 근원이 깊음을 알겠네 / 此時方會一源深
눈 안에 천지가 모두 진경이니 / 眼中天地都眞境
외물의 유혹 어찌 나의 마음 침노하랴 / 外誘何從得我侵
12. 次洪使君 瑞翼 韻 (홍 사군(洪使君) 서익(瑞翼) 의 시운에 차운하다)
공무의 여가 틈타 잠시 강가에 나오니 / 暫乘公暇出江濱
쓸쓸한 풍미 세상사 사절한 사람 같구려 / 風味蕭如謝事人
석양이 이르도록 그대로 앉아 세상일 잊으니 / 坐到夕陽忘世撓
산빛과 물빛 옷과 자리에 가득하네 / 山光水色滿衣茵
출처 : 서예세상 (https://cafe.daum.net/callipia)
조선시대 사림(士林) 오현(五賢) 중에서 이황‧이언적‧김굉필‧정여창 선생이 영남 출신입니다.
아울러 금년은 퇴계 선생 탄신 5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영남학파 선비들의 시문을 작
품소재로 삼아 이를 현창하는 서예전을 개최하여 영남선비의 정신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대경서
예축전 특별전은 회원전, 영호남교류전, 대경우수작가초대전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첫째, 회원전 : 본 협회 회원의 창작의욕 고취와 발전을 위해 열리는 회원전에 빠짐없이 반절지 작품을 5월 18일(화)까지 반드시 출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부스전 : 전국에 우리 회원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알리고자 합니다. 부스는 ㄷ자 3개 벽면 총길이 12~14미터 내외로 10작품(소품 15호 기준)을 전시할 수 있으며 1개 부스에 50만원이고, 사무국에서 선착순으로 접수마감합니다.(4월 15일(목)까지 신청마감)
우수작가초대전 부스는 1인, 2인, 단체(서실, 그룹)별 1부스 신청 가능합니다.
셋째, 교류전 : 명가초대 및 영호남 특별교류전을 열어서 교류의 장을 펼치려고 합니다.
▣ 전시명칭 : ‘영남선비정신 조명 대경서예축전 특별전’
▣ 전시기간 및 장소
가) 1차 전시(대구문화예술회관 1~5 전시관) : 2021년 6월 29일(화) ~ 7월 4일(일)
개막식 : 6월 29일(화) 오후 4시 부스전 및 회원전(예정)
나) 2차 전시(경북도청 동락관) : 7월 6일(화) ~ 9일(금)교류전 및 회원전
개막식 : 7월 7일(수) 오후 3시(낮 12시 법원 앞 버스출발 예정)
▣ 전시소개 : 신문, 방송 및 서예잡지(특집기사로 소개), 인터넷 매체 홍보
▣ 작품반입 : 부스전 출품자 2021. 6. 28(월) 오전 10시까지(대구문화예술회관)
▣ 작품반출 : 부스전 출품자 7. 4(일) 오후 3시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 작품내용 : 최치원‧안향‧이제현‧이색‧정몽주‧길재‧김종직‧김굉필‧손중돈‧조광조‧이언적‧이황‧
류성룡‧김성일‧이현보‧정여창‧허유‧곽종석‧정구‧장현광‧권구‧조목 선생의 시(詩)와 관계된 내용(권장)
▣ 작품규격: 대경서예축전(회원전)은 반절지 권장(세로), 전지(세로) 중 택일(족자표구)
▣ 입금계좌 : 대구은행 505-10-199004-6(사단법인 대구경북서예가협회) 본인 명의로 입금
▣ 출품비용 : 대경서예축전(회원전) 반절지(5만원), 전지(6만원), 도록 및 표구비 포함
▣ 출품방법 : 출품마감 5월 18일(화)까지 출품작품과 원서를 사무국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원서와 인물사진은 웹하드로 올려주셔도 됩니다.
LGU+웹하드 : 아이디 : chang3738, 비번 : 3738 (대경서예축전) 폴드
•출품원서는 협회홈페이지에서 다운 가능 http://www.dgca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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