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마련한 신년 방담에서 제기된 주요 화두는 `우리`였다. 현재 울산에는 `너와 나`의 개별적 요소만 존재할 뿐 공동체 의식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신과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비슷하면 我軍이고 그렇지 않으면 敵으로 간주하는 `피아 이분법`이 만연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흔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인데 이를 적절하게 조율, 화합시킬 수 있는 중간 매개체가 없다는 게 울산이 직면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울산의 경우 이런 이분법은 주로 정치권과 노조가 진원지라고 할 수 있다. 수십년간 영남권이란 보호막 속에서 안주해 온 울산 보수 정치세력은 그 동안 철저히 피아를 구별했다. 경제ㆍ사회ㆍ문화 전반에 걸쳐 조그만 직책 하나라도 같은 색깔이 아니면 절대 기용을 허용치 않았다. 그 결과 수십년간 배제돼 왔던 세력들이 권력을 쥐자마자 상대방을 거침없이 제거하는 부메랑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자신들의 권익확보를 위해 기업과 다투던 노조도 편 가르기에 한몫했다. 한 때는 사측과 타협을 거쳐 `수십년 임단협 무분규 타결`이란 용어까지 나돌았지만 이제 1~2년 넘기기가 예사다.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끝까지 가 보자는 식이다. 회사야 망하든 말든, 지역경제야 곤두박질치든 말든 내 것부터 챙겨야겠다는 것이다.
그간 누적돼 왔던 이분법의 폐단이 지금 울산을 엄습하고 있다. 이전 지자체 집행부에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 반대편으로 간주돼 소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전 보수 집권층이 행하던 구태를 답습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적`이 `나`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 집행부를 위해 열심히 일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언제 어떤 정권이 들어서 다시 `왕따` 당할지 모르는 판에 누가 구태여 이런 위험까지 감수해가며 죽기 살기로 일하려 하겠는가.
노조도 기업을 더 이상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노사 관계는 양자가 존립하는 상태에서 타협과 양보를 거쳐야 원만해지는데 한 쪽이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면 애당초 타협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노사가 결국 대결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지역 사회만 골탕 먹는다. 그곳이 평화로워야 지역 경제가 돌아가는데 노사가 모두 지역 사정을 외면하니 죽어나는 게 지역 영세상인이고 하청업체들이다.
`우리`라는 공동체 개념을 되찾지 않으면 울산의 미래는 어둡다. 우선 현 집권층부터 화합의 자세를 취하고 상대방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십년 전부터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한 쪽으로 밀려난 인재들이 적지 않다. 구태를 반복해 이런 사람들을 내치는 건 국가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해에는 울산 집권층부터 통큰 화합의 장을 펼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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