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띠방에서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오프라인 모임이 아주 활발하던 시절이었는데, 키와 체구가 큰 여자가 아주 우아한
모습으로 나와 조용조용 말하는 게 퍽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녀가 내 글에 관심을 가지면서 개인적인 관계가 이어졌는데, 둘이서만 만난 적은
없다. 그는 상당히 여유가 있는 집안의 사람이라 늘 조심했고 무수리(?) 같은 친구와
항상 붙어 다녔다.
아직 철없던 시절의 내게 그녀는 조곤조곤 조언을 많이 해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면, 이제 몸을 아껴라, 영양제를 먹어야 할 나이이다, 글을 주제별로 써봐라,
얼굴에 점을 빼라, 선크림을 왜 바르지 않느냐 등이었는데 마치 바로 위의 누나처럼
따뜻하게 나를 조금씩 변화시켰다. 참 우아한 아우라를 가진 좋은 사람이었다.
그 후 오랫동안 가끔씩 소식을 주고 받고 더러는 셋이서 만나면서 인연을 이어왔는데
얼마 전부터 소식을 보내도 답이 없다. 처음엔 무슨 일이 있나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가 나를 '인연(因緣) 다이어트'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인연이 다 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의외로 덤덤한 내가 스스로도 낯설었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주로 불가에서 쓰는 말로 중국 명나라 말기 승려가 편찬한 책에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어제 쉬면서 핸드폰 전화번호와 카톡 명단을 쭉 살펴봤더니 이제는 오가는 소식없이
이름만 남은 사람이 많고, 미리 차단해버린 사람도 여럿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인연 밖으로 밀어낸다 해도 서운해 할 일도 나이도 아닌 때에
다다른 것이다. 몸이 성할 때 가벼워져야 하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읽는 김훈의 산문 '허송세월' 에 나오는 인상 깊은 글을 옮기며 글을 마무리한다.
노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여 읽으며 흐뭇했다.
"화장장에 다녀온 날 이후로 저녁마다 삶의 무거움과 죽음의 가벼움을 생각했다.
죽음이 저토록 가벼우므로 나는 이가벼움으로 남은 삶의 하중(荷重)을 버티어 낼 수
있다"
2024.07.09
앵커리지
첫댓글
초년병 시절에
어느 여회원이 어느 분의 댓글에서,
카페인연은 만나면 반갑고,
헤어져도 그립지않다는 말을 남기더니
얼마 후에 카페를 떠나더군요.
그말이 지금까지도 귀에 남아있습니다.
허망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지난 과거를 구태어 들어 낼 필요도...
지금을 즐기는 것이 슬기로운 행동인 것 같습니다.
시절인연, 카페활동에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네요.
뼈 빠지게 살아 온 나날들이,
죽음 가까운 거리에 와서 '허송 세월'이라면...
김훈의 산문 '허송 세월' 을
왜 허송세월인지 읽어 보겠습니다.^^
인연을 대하는 자세는 당연히도 사람마다
다를 테니, 이를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의
의견을 일반화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김훈의 허송세월은, 시간을 허송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갖고 자연과 시간을 누린다는
의미였습니다. 강추합니다
벌써 몇 해 전부터 가끔씩 심심풀이로 전화번호를 정리하곤 했었습니다.
내 스스로 먼저 전화하기를 주저하지만 어쩌다 단체문자로 보내오는 번호부터
정리하게 되더군요.^^
많은 것보단 자주 주고 받는 소식의 번호 몇 개가 훨씬 귀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이리저리옮기며 신산스런 세월을 살아온
탓으로 인연 또한 많지만, 떠나보내기도 하고
잘리기도(?) 하면서 사는 게지요.
허송세월..김훈의 산문 형태로
구성된 신간이군요.
꼭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인상적인 글귀를
메모해 둡니다.
글을 보며 삶의 무게와 죽음의 가벼움을
깊히 생각하게 되는데요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 허망한 죽음이
어찌 가볍기만 할는지요.
살아갈 날이 많지 않으니 이제 모든걸
내려놓고 그나마 몸이 성할때 차분히
주변을 정리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남은 삶의 하중을 버티어 내기 위해~^^
요즘 좋아하는 김훈의 신간 산문을 읽으면서
참 많은 걸 배우고 느낍니다.
그리고 아직은 60대지만 주변을 돌아보며
결산(?)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라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삶의 하중이라는 말이 참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
인연 다이어트.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과의
왕래도 뜸해지더군요.
이사를 오고나니 더 뜸해지는
관계의 사람들.
김훈 작가 님의 글이
너무 마음에 와닿네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앵커리지 님의 글이 마음에
빗물처럼 젖어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가끔씩 하던 행위인데 이름을 붙이고 보니
새롭습니다 ^^
인연 다이어트란 불필요한 인연을 잘라낸다는
뜻도 있지만, 아낄 인연은 끝까지 잘 관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시절인연. 인연 다이어트 저도 이제 시절 인연을 잘 정리해야겠습니다.
시절인연이야 다가오는 것이니 우리가 어쩔 수
없겠지만, 그것을 잘 유지하느냐 끊어내느냐의
문제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한번 맺은 인연이 오래가면 좋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입디다
충성
그 많은 인연이 다 오래간다면 그걸 관리하느라
본인의 삶이 없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
시절인연으로 내게 온 사람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다이어트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감정노동 하기 싫어서
모임 아니면 혼자 다녀요
혼자 놀기, 재밌어요~ㅎㅎ
혼자 파스타 먹으러 왔어요
부슬부슬 비가 오네요
맞습니다. ^^
저는 혼자 산에 다닌지 20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물론가끔 동행도 있지만, 산길을 걷는 시간만은
감정노동하기 싫거든요.
저 파스타 먹고 싶어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ㅋ
인연 다이어트 .
인연 정리 .
제가 요즘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
익숙치 않은것을 하다보니 마음이
편치는 않네요 .
그게 익숙한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요.
저 역시 비슷한데, 새로운 인연을 마음속에 깊이
들여놓기가 저어됩니다.
감당할 만큼만 유지하고 싶어요 ^^
요즘은 소통 과잉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날아오는 소통의 메시지.
드물 땐 반갑기도 하지만, 넘쳐나니 귀찮기도 하데요.
이젠 혼자 사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소통이나 정보나 음식이나 모두 과잉입니다.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듯 인연 또한 너무 많으면
자신을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쯤
허송 세월이란 말이 나올 법도
한데
꼭 맞게 책을 낸 김 훈
아마도 우리 정서와 비슷할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ㆍ
허송 세월이 우리에게 던지 메세지는
나머지 세월을 가볍게 살라는
뜻도 되것지라ㆍ
전
이미 다이어트를 했는데
10분의 1로 줄어듭디다 ㆍ
인연 다이어트 시절 인연
새겨 볼 만한 단어입니다.
인연인지 악연인지 그간의 정인지
그걸 끊지 못하고 모질게 이어지는 마음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나이는 먹어가지만 그 부담을 등에 지고 걸어가는 건
그 만큼 수양이 덜 된 탓이겠지요.
글 잘 앍었습니다. 다이어트 해 보려 노력하렵니다
한스님 정도이면 평소에도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연 정리도 좀 모질어야 가능하다고 보는데
꼭 몰아서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새 인연은 눈 앞에 보이는 길 인연이고,
원래 가졌던 인연은 점점 줄어 갑니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인연 다이어트가
남들보다는 더 쉬운 것 같습니다.
멀리 떨어져 살아가니 자연스레 다이어트가
될 겝니다. 좁은 곳에서 많은 이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는 그게 필요해요.
가는 인연 잡지 말고, 오는 인연 막지 말라지만
우리 나이는 다가올 인연도 많지 않지요 ^^;;;
글이 참 좋습니다.
현직 수필가의 글이라 해도 믿겠습니다.
^(^
과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