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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때 이미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여기는.. 의과대 실습실인가..
" 교수님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
" 응 수고했다. 내일 보자꾸나. "
" 예. 수고하셨습니다. "
드르륵. 탁.
" 으음.. "
" 일어났나? 몸은 좀 어떤가? "
" 괜찮습니다... 제가 얼마나 자고 있었나요? "
" 흠.. 대략 4시간 정도네. 가벼운 빈혈 증상이야. 음식문제는 아닌거 같고.. 수면 부족이군. "
" ... "
" 마침 다행이구만 이제 나도 돌아가봐야 할 시간이니. 정신차렸으면 나가도록 하게. "
" 예.. 감사합니다. "
문을 닫고 의과대 건물을 나오자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정신을 잃고 이곳으로 운반되어졌을 내게 당연히 우산은 없었다.
" 하늘에 구멍이라도 내신겁니까... "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넋두리를 내뱉으며 빗속으로 발을 향하려고 할 때
누군가 내 소매를 잡았다.
" 응? "
처음 보는 여자애가 나에게 노란색 우산을 내밀고 있었다.
....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그녀도 내민 상태로 가만히 있는다..
3초
5초
10초..;;;
내가 졌다.
" 고.. 고마워.. 그런데 너는? "
그녀는 말없이 자신의 옷을 가리켰다.
노란색 우비였다.
그녀는 우비의 모자를 머리에 씌우고는 빗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 나 지금 무지 당황했다.
" 야! 그냥 같이 쓰고 가자!! "
그녀는 쳐다보지도 않은채로 고개를 젓는다.
" 아놔.. 그럼 이름이라도 말해주던가! "
걸어가던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섰다.
그리고 무표정한 시선으로 날 쳐다보며 조용히 얘기한다.
" 민상향. 03학번 의예과. 그리고...
반말하지마 "
타다다다다닥 타다닥 후두두둑
쏟아지는 빗소리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가 마치 다른 세상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몽환적이다.
그녀의 푸른색 눈동자가 빗물에 반사되어 반짝거리고 있다.
엄청난 폭우속에서도 그녀는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처럼 초연하다.
그러나 난 사실 선배인걸 알았었기 때문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 네.. 죄송합니다 선배. 우산 감사해요. 나중에 꼭 돌려드릴게요 "
내 착각이었을까. 그녀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것만 같았다.
그녀는 조용히 뒤로돌아 빗속으로 걸어갔다.
세상사에 초연한듯한,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그녀의 표정이 내 가슴을 쑤신다.
어라라.... 왜이러지..? 가슴이 욱씬욱씬거린다.
뭐야 이 느낌은?
멀리 교정밖으로 아스라이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이 가슴이 저릴만큼 아름다워 보였다..
이것도 나의 착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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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지몽 3화 - 푸른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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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편하게 잔 것 같다. 매번 젖어있던 침구류도 뽀송뽀송하고 심박수도 안정적이다.
이 말은... 좋은 꿈을 꿨다는 거겠지?
어제 비를 맞았다면 분명 악몽 플러스알파 몸살이었을 텐데..
문득 민상향 그녀가 생각난다.
아무리 우비를 입었다고 해도.. 그 정도 폭우면 사정없이 젖을 텐데...
나중에 보면 밥이라도 한끼 사야겠다.
오해할까봐 하는 말인데, 흑심 따위는 없다. 정말로. 아마도.
오늘은 금요일이고 수업도 없는 날이지만,
어제 쓰러지기전 사학과목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올라 그 교수를 만나러 학교에 왔다.
지나가다 행정실에서 커리큘럼 팜플렛을 가져왔다.
그 교수의 이름이.... 어디보자... 김요한...
요한? 그렇다면 기독교인? 상관없나..
그 교수는 분명히 나에게 텔레파시 같은 기술을 썼어.
텔레포트도 봤는데 텔레파시 쯤이야 놀랄 것도 없지만..
그렇다면 그 교수도 드림 체이서인지 하는 그 단체의 1인 이란 말인가?
젠장.. 마음 단단히 먹어야 겠군.
30분 정도 헤매다가 겨우 '사학 선임교수 김요한'
이라는 명패가 붙어있는 방을 발견했다.
으아... 완전 구석탱이에 쳐박혀 있어서 순간 그 교수란 자가 실존하는 인물인가 생각했었다.
이곳의 위치가 구 문과대건물 중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 이었기 때문이다.
똑똑.
" 들어오세요. 이서결군. "
??!
어떻게 안거지?
아냐 겨우 이정도에 놀라면 이서결이 아니지.
" 찾아올 것이란건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군요. "
" 궁금한건 참을 수 없는 성격인지라.. "
예상하긴 뭘 예상해. 난 자꾸 신경을 긁는 말을 해대는 교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꾸했다.
" 서결군도 예상했겠지만 저 역시 드림체이서의 일원입니다. 아니 일원이었다고 말하는게 정답이겠군요. "
" 그렇다는 말은.. "
" 제명되었지요. 드림 체이서의 이상향에 반대하는 논리를 계속 펼쳐왔거든요. "
" 전 그 단체와 관련도 없고, 관련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이상이 뭔지 목적이 뭔지 아무것도 몰라요.
이런 저를 붙잡고 무슨 얘기를 하시려는 겁니까? "
" 길지 않은 얘기입니다. 잠시만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
" 저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야. "
" 솔직한 친구로군요. 이미 영후는 만나봤겠지요? "
" 영후? "
" 유영후. 그 녀석은 자신을 알토이드라고 말하고 다니지요. "
< -- 이녀석
" 아~ 그 변태같은 녀석 말인가요? 예 만나봤습니다. 게이같더군요. "
" 하하 게이는 아닙니다. 그 녀석은 저의 제자였지요. 본성이 나쁜 녀석은 아닌데 다만 장난이 좀 심해서 문제지요. "
교수는 알토이드란 녀석을 생각하는지 잠시 쓴웃음을 짓고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어째... 이 교수란 작자와 이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는 내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 영후가 대략적인 이야기는 했을 겁니다. 그리고 혼란스럽겠죠. 도대체 왜 이곳으로 왔는지. 왜 자꾸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생기는 건지.. "
" ... 그렇긴 하죠. "
" 그에 대한 해답은 제가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
도와준다던 뜻이 이런 말이었나.. 하긴 궁금증만 해소되도 충분하다.
" 이곳으로 소환되는 전제 조건은 아주 간단합니다. 무언가를 아주 강하게 희망했을 때 이지요. 제가 연구한 바로는 인간의 염원을 담은 베타파와 세타파가 지열과 기압, 풍량, 온도, 습도 같은 기상요소들과 부합되었을 때 일어나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다른 차원으로 소환되는 개체들에게는 기존의 인간들은 할 수 없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특수한 능력들을 갖게 됩니다. 영후의 텔레포트나 저의 어웨이커닝 같은 능력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드림 체이서내에 알려진 능력들로는 힐링, 써드사이팅, 마인드컨트롤 등 20여개의 능력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하나 있지요. "
할말이 없다. 환타지 세계 아니라면서 알토이드 자식아.
" 설마 power overwhelming 은 아니겠지요 "
"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 치트키 같은 일이 일어날리가 없지요. "
지금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거 같은데..-_-;
" 소망하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진다는 Wisher. "
" 뭐라고요? 무슨 신입니까? "
" 놀랄것 없습니다. 사실 놀랄 건덕지도 아니지요. "
" 놀랄 것 없다니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세계는 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말입니까? "
" 제약이 있으니 그 정도 까진 아닐 겁니다.... 그리고 한번 실험해 보고 싶긴 하군요. 그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흐 "
갑자기 눈이 가늘어지면서 야릇한 표정으로 변한 교수.
알토이드가 변태같은 이유가 있었구만.
" 그리고 그 실험은 당신이 담당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
" !!!?? "
" 당신이 바로 Wisher 니까. "
사이코 교수(그렇게 명명하겠다)는 그 뒤로도 드림 체이서의 이상과 괴리라는 주제로 장차 2시간을 주절거렸지만 난 내가 wisher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머릿속이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아무 말도 귀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아 짜증나' 였고 난 교수에게 관심없어요 라는 말을 끝으로 그 후줄근한 건물을 나왔다
집으로 가기 위해 정문 쪽으로 향하는데 구 문과대 건물과 신 문과대 건물 사이의 구름다리 끝에 낯익은 인영이 보였다.
황홀한 푸른 눈동자다.
" 상향 선배? "
그녀는 내가 다가가자 조용히 말했다.
" 생명을 갉아먹어 "
" 네? "
" 능력. 생명을 갉아먹는다 "
" ?? "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돌아서서 의과대 건물로 향했다.
정말 이 사람은 정체가 뭔지 알수가 없구만... 밑도 끝도 없이 뭘 갉아먹어.
그녀가 있던 자리에 희미하게 박하향인지 아카시아 향인지 달콤한 흔적이 남아있다.
아찔하구만..
그리고 난 결심했다.
" 선배!! 상향선배!!! "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 가던길을 간다...
질 수야 없지.
" 선배! "
내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자 그녀가 가던 길을 멈추었다.
" 선배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요? "
" ... 아니 "
옳커니!
" 그럼.. 부족하지만 저와 사귀어 주시겠어요? "
그녀는 그 말에 잠깐 멈칫하더니 어깨를 붙잡던 내 손을 치우고 돌아서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두근.두근.
" 싫어. "
그녀의 잡티없이 새파란 눈동자가 순간 고양이 동공처럼 가늘어 지면서, 얼굴근육이 아주 조금 움직인것 같았다.
뭐지.. 웃는 건가?
하지만 그녀는 그 말만을 남기고 다시 가던 길을 가버렸다.
" 나.. 차인거야?? "
뭐가 뭐든지 이루어 준다는 Wisher 라는거냐... -_-;;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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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도 이미지는 없네요;;; 자꾸 날림으로 되가는거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
에휴.. 축구얘기는 언제 나올 것인가....
나오긴 하겠지만 생각보다 분량이 오래가야 할 듯 하네요.
대하 장편 소설 나오나...?ㄷㄷㄷ
이번화 주인공은 민트향이 날것만 같은 민상향이군요..
4화앞부분 조금 짤라와서 평소보다 좀 긴 글이 되버렸네요 ^^;
리플은 언제나 감사히 받습니다 ^^
ps.2 이미지 추가해 봤어요.. 음 그런데 주인공 이미지가 안맞는..;
첫댓글 시크하군요.. ㅠ.ㅠ
제가 젤로 다가 사랑하는 스타일입니다. 일명 쿨데레. 두번째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스포츠형 ㅎㅎ
스포츠머리?
ㅡ,.ㅡ 아니 운동하는 소녀들 소녀!소녀! 소녀아아아아앜 -_
잘 봤습니다 ^^ 쏘 쿨~하게 차이다니 ㅠ.ㅠ
사실 차였다기 보다는.. ㅎㅎ 쿨데레의 매력이죠 헤벌~
아무래도 내멋으로 가셔야할듯ㅋㅋㅋ
헉 ㅠㅠ 안되요 이것도 엄연히 감독 자서전인데... 아직 축구의 축자도 안나왔지만;
선배를 사랑하는군요 ㅋㅋㅋㅋ 민상향ㅋㅋㅋ
민트향상자님 이름으로 멋대로 조합한거...ㅎㅎㅎㅎ;;
수정도 하셨네요 ㄷㄷ 민상향 생각보다 귀여운 ㅋㅋ
제 사랑 나가토유키입니다 ㅋㅋㅋㅋ
축구얘기만 죽어라 기다립니다 ㅋㅋㅋㅋㅋㅋ
5화에서 나올거에요 유벤군이 주인공인 그 화에 '축구' 라는 말이 언급이 되죠;;
변태라니.. 게이라니..... 나쁜놈....
어?? 등장인물이 실제인물??? ㅎㅎㅎㅎ 이거 끌리는 설정인데여??? ㅋㅋㅋㅋ 제 글에 출연해 주실 분은 없으신가.... ㅋㅋㅋㅋ
게이가 어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토이드 설정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ㅎㅎㅎ
게이는 임마 무옹도 있고 매스크옹도 있고 많잖아... 왜 하필 순결한 나를 끌어들이다니 ㅠㅠ
소설인데 뭐 ㅋㅋ 명떡 컨셉으로 만들수는 없잖아
순수남컨셉
순떡남
<--- 이녀석 이라니.....
글의 전개가 너무너무 흥미롭네요...앞으로 어떻게 전개 될지..ㅎㅎ
뭐.. 사실 뻔해요 ㅎㅎ 동료들을 모아서 적을 쳐부수러;;
이번 편으로 확실해졌네요 이것이 진정한 환타지스타!
얘네들은 선수가... 아닌 ㅠㅠ
재밌긴 한데..이건 축구소설이... 근데 재밌고.. 계속 보게 되고. 왠지 출판사에서 전화 올거 같고...하지만 여긴 감독 자서전이고. 난 머리가 아파오고.. 하... ㅋ
축구얘기 나올거에요 ㅠㅠ;; 갑자기 떠나는것도 이상해서.. 어떻게든 개연성을 짜집기 하고 있어용
싫어..
좋으면서 싫다고 하는 거 아닐까요? 데레니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