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져주었다고 사랑해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그만한 여건이 된다 할지라도 사랑은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들이 얽혀 있습니다. ‘프레디’와 ‘리즈’는 그냥 친구로 지냅니다. 미묘한 상황에서 잠깐 감정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리즈는 이성을 되찾고 프레디의 품에서 벗어납니다.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외간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입니다. 프레디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도를 넘으면 서로가 매우 불편하고 나아가 알고 지내는 그 남편과도 자칫 원수가 되어버립니다. 좀 알고 지내는 경찰 ‘게리 피기스’는 프레디의 다소 순진한 그러 면을 탓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프레디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래 전 바로 그 여성을 구출하다가 부상을 입어 한 쪽 귀의 청력을 잃었고 경찰이 되고자 하던 꿈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소 한가하다고 하는 게리슨 지역 보안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비하면 행사하는 힘이 약합니다. 그러니 경찰들의 무법을 눈감아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동료 보안관의 항의를 무마하면서까지 특혜를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들의 힘이 막강하게 행사되는 지역이기도 하고 그만한 호의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자기 권한 안에서 아량을 베푸는 것이지요. 법이 정의를 구현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법을 집행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사람의 개인적인 상황과 나름의 사정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뉴저지 게리슨 마을에 몇 명의 경찰들이 자기네만의 마을을 구성하였습니다. 그 우두머리는 ‘레이 돈랜’입니다. 경력도 있고 꽤 이름난 경찰입니다. 그러니 그만한 힘도 행사할 수 있겠지요. 경찰의 힘으로 어떻게 자기네만의 마을을 조성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자기네 꿈을 이루었다고 하겠지만 누구나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아무나 그런 혜택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대부분이 돈의 힘과 관련되어 있는 것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 권력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과 조직입니다. 서로가 상부상조(?)하는 것이지요. 괜스레 껴들었다가는 뜻하지 않은 보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레이의 조카 ‘머레이’도 경찰입니다. 어느 날 퇴근길에 그는 다리 위를 달리며 두 청소년의 위협을 받습니다. 더구나 총까지 겨누면서 위협합니다. 타이어까지 터지면서 그 소리가 총소리로 들렸습니다. 머레이는 쫓아가며 권총으로 두 청년을 사살합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조사를 합니다. 죽은 청년들의 차에는 총이 없었습니다. 레이의 동료는 조사가 마친 그 자동차에 몰래 권총을 놓아두고는 총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머레이는 어쩌지 못하고 당황합니다. 그리고 다리 아래 물로 투신합니다. 레이는 그럴 꾸밀 필요 없이 자살로 마무리지려 합니다. 분명 오인 사살입니다. 그러나 레이는 자신의 입지가 곤란해질까 염려하여 자살로 바꾸려 합니다.
문제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건이 미결로 남아 언제든 추가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프레디는 머레이가 레이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조카를 숨겨주고 있던 레이는 자칫 모든 것이 들통 나게 생기자 조카를 없애려 합니다. 머레이를 찾아온 프레디를 레이가 알아채고 프레디를 잡아 청력이 남은 쪽의 귀에 가까이 대고는 총을 발사합니다. 완전한 장애인으로 만들려 한 것입니다. 아마도 모든 증거룰 무시하도록 만들려는 심산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프레디는 레이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레이도 그의 단짝도 사살됩니다. 그곳을 떠나려던 동려 경찰 게리 피기스의 도움으로 해결됩니다.
경찰국 내사과에서 조사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협조하려 하지 않습니다. 책임자인 형사 ‘모’가 부탁을 하지만 프레디도 소극적으로 대합니다. 얼마 후 상부에서는 사건 종결을 명합니다. 조사하던 모든 서류를 사무실 한쪽 구석에 방치합니다. 이들의 비리를 참아오던 프레디가 모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도울 테니 진상조사를 하자고 합니다. 그러나 상부의 지시를 받은 모는 더 이상 권한이 없습니다. 마침 사무실을 나오면서 방치된 개리슨 지역 경찰들에 관련된 서류를 집어 들고 나옵니다. 결국 프레디가 나서서 사건을 파헤치려 합니다. 그러다가 총격전까지 벌어진 것입니다. 결과는 비리의 주체였던 레이와 단짝 경찰이 사살되고 머레이는 체포됨으로 끝납니다.
아무리 착하고 순덕이처럼 보인다 해도 사람의 감정이 언제까지나 물 흐르듯 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사람들 앞에서 기죽어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어쩌면 아직 도화선에 불이 당겨지지 않은 상태일 뿐 언제라도 폭발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경찰의 꿈을 접고 견디며 살고 있는 프레디가 살인사건까지 덮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전혀 차원이 다르겠지요. 자신의 입지를 위해 숨겨주었다가 위험해지자 조카도 살해해버리려는 레이의 처신은 사람의 도리를 넘은 것입니다. 악은 악을 재생산하며 그 심도가 더 깊어지게 마련입니다. 영화 ‘캅랜드’(Cop Land)를 보았습니다. 1997년 작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경찰공화국’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