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상담프로를 보다보니 이런 질문이 있더군요.
40년 동안 살아오면서 음식투정을 하는 남편 때문에 괴롭다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제가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1. 남편이나 나나 도찐개찐.. 같은 모습입니다.
40년 동안 반찬투정을 멈추지 않는 남편이나..
그런 남편에 대해 불평을 멈추지 않는 나나..
남편이 언제 멈출까만 기다리지 말고
'나는 언제나 멈출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이 상황을 남편의 문제로만 여기지 않고
나의 문제로 돌이켜 바라볼 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남편의 문제로만 여기는 한 해결의 길은 없을 것입니다.
2. 지금 남편은 극히 정상이라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고요? 평소 반찬투정 안 하던 사람이 투정을 해야 문제이지
원래 투정하던 사람이.. 그것도 40년 동안이나 투정하던 사람이 투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혀로, 그 사람의 잣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 상황은 정상이다.. 하고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혹시나 밥상 앞에 앉아서 하는 남편의 반찬투정이 그리울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만약에 남편이 중환자실에라도 누워 있으면.. 그래도 반찬투정할 때가 좋았구나..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그냥 그러려니.. 원래 그러려니.. 그럴 기력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감사하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나의 괴로움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잖아요?
평생토록 못 고친 것을 지금 어떻게 고치겠습니까?
고칠 수 없으면 즐길 수밖에요..
남편을 위해서? 아니 나를 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위해서!!
3. 아무리 그래도 도저히 못 참겠다.. 하신다면..
참지 마세요. 참으면 병 됩니다. 화병..
그럼 싸우라는 것이냐? 싸우면 업(業)이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감정을 표현하세요.
남편 보고 "그러지 마라!"고 지적하듯, 윽박지르듯, 나무라듯 하면 안 되고요..
그러면 남편은 옳고 그름을 떠나 자기가 공격 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더 삐뚜루 나갈 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말해보세요.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내 마음이 너무 서운해. 너무 슬퍼. 너무 화가 나려고 해.."
이런 언어기법을 '나 메시지'라고 한다고 합니다.
상대방을 질책하듯 말하는 대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죠.
그러면 상대방은 공격 받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한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저도 몇 번 써먹어보았는데 괜찮은 것 같더군요. 한 번 해보세요.
하여간에, 어떻게든..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기술적으로 내 감정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에 쌓여 있는 감정을 그렇게라도 빼주지 않으면
언젠가는 터질지도 모르니까요..
마치 풍선처럼, 또는 시한폭탄처럼..
4. 그리고 불자라면 이런 생각도 한 번 해보세요.
'만약, 관세음보살이라면 지금 나처럼 괴로워하실까? 아닐까?
만약 아니라면.. 관세음보살님 마음과 내 마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래서 그 마음을 수행과제로 삼아 수행하면 참 좋겠죠?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해볼만 합니다. '혹시 남편이 관세음보살이 아닐까?
나를 깨우쳐주려고, 마음공부 시켜주려고 관세음보살이 남편의 모습을 빌려 나에게 이러는 건 아닐까?
관세음보살 보문품에 보면 관세음보살은 중생제도를 위해 온갖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신다고 하던데..'
이렇게 한 생각 돌이켜 마음공부를 하게 되면 언젠가.. 문득 알게 되실 겁니다.
'아.. 남편이야말로 나의 스승이었구나. 나를 깨우쳐주려고 그렇게 구업을 지어가면서까지 나를 공부시켰구나..'
이렇게 되고나면 그때는 웬수같은 남편이 아니라 고마운 은인으로 바뀌어질 것입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열심히 수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