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자른 지는 얼마 안 된 것 같다.
잘려진 부분이 옅은 색이고
며칠 전 그곳을 지나갔을 때도 저렇진 않았다.
두 그루의 나무를 왜 그렇게 싹둑 베었을까?
중학교 앞 오고 가는 길 가운데 터에서
저렇게 굵은 밑동이 되기까지는 긴 세월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의 음성을 듣고
오고 가는 차들도 바라보고
햇빛과 비 와 바람도 만나고
천둥과 번개와 지진에 가슴을 졸였을 것이다.
동네 단층집, 이층집을 내려다 보며 뻐꾹새 우는
사연도 나무는 다 알고 있을테지 .
한 세월을 그곳에 뿌리내렸던 두 나무가
가지를 잃어 잎이 한 개도 없다.
그 나무들이 베어진 이유는 분명 있을 테지.
그래도....
그나마
뿌리 채 뽑히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새 잎이 나겠지.
새 가지가 생기겠지.
내 나무가 생각이 났다.
동생하고 둘이서 미류나무 막대기 한 개씩
땅에다 꽂아놓고 네 나무, 내 나무 하기로 했다.
두 나무는 무러무럭 잘 자랐다.
그러다 아랫동네로 이사를 갔다.
아주 가끔 그 나무를 보러 갔다 .
그러다 그 나무는 차츰 잊혀졌다 .
몇 년 전 동생과 우리들의 나무 이야기를 했다.
너도 그것을 기억하는구나.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 가끔 그 나무 생각이 나더라 .
그땐 우리 아버지, 엄마도 계셨었지.
소도 한 마리 있었는데 가끔 송아지도 낳고
돼지도 한마리 있었고 문간방 아저씨도 있었어.
그렇지? 맞아 그랬어.
50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동생과 했었다.
동생은 상록수 더 좋다고 하고
나는 낙엽수가 더 좋다고 했다.
계절 따라 잎이 변해가고 나목도 되어보고
한 곳에 서 있어도 덜 지루할 것 같아서
낙엽수를 더 좋아한다고 했다.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베어진 나무는 어떤 나무였더라?
잎이 약간은 도톰하고 동그랗고
겨울에 살짝 노란색 잎이 떨어지긴 했었다.
나는 기다린다.
저 나무 어디에서라도 새 잎이 나오기를....
며칠이 지난 오늘 그곳에 가보니 저렇게 변했습니다 .
다시는 새 가지 새 잎을 볼수가 없습니다 .
꽃이라도 심어주면 좋으련만 ....
첫댓글 두 자매의 추억을 온전히 먹고 자란 두 나무가
육신이 다 잘려 나갔군요.
그래도 그 추억은 밑둥 뿌리로부터 올라오겠지요.
제 글이 두서가 없나 봅니다 .
어렷을적 나무는 동생과 나눈 이야기 였고요.
저 잘려진 나무는 우리 동네 나무 이야기 입니다 .
아마 몇일전에 육신이 잘려 나간것 같아요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 .
@아녜스 두서가 없다니요?
그 나무와 내 나무는 서로 다른 나무지만
나무로서는 동일체지요.
그래서 제가 독후감을 그렇게 쓴거랍니다.ㅎ
댓글을 축약하다보니 그리 된 것 같네요.
@석촌 아 하 !
역시 석촌님이세요 .
제가 깊은 뜻을 헤아리기에는 모자람이 많습니다 .
또 배움을 얻습니다 .ㅎㅎ
사물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울아녜스님의 심성이 매우 잘 묘사된 글 잘 읽고 갑니다. ^^♡
수피님 오랜만이지요?
늘 쓸데있는 생각보다 쓸데 없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지요 .
장마가 왔다 하던데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무지막지하게 베어진 나무 밑둥지가 아프게 하네요.
저는 가로수 아랫쪽에 시멘트 벽돌로 덧씌운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무작정 베푸는 나무에게
우리는 땅 한 조각 배려한 여유가 없음에 말입니다.
어릴 적 집 앞에 있던 호두나무가 생각납니다.
시멘트 벽돌 무게로 넘어지는것을 방지 하려 했을까요?
그래도 나무들은 잘 참아 낼테지요 .
싹둑 베지만 않는다면 ...
저는 아직도 호두나무를 모른답니다 .ㅎㅎ
대추나무 , 밤나무 ,감나무 .....아는것도 많은데요.
나무를 저렇게 싹둑 베어버린
이유가 궁금하군요.
그래도 뿌리는 살아 있으니
언젠가는 새잎이 돋아 나겠지요?
얼마전 집앞 공원에서 전지작업을 할때
마구잡이로 가지를 자를까봐
조마조마하며 지켜봤던 생각이 납니다.
그렇죠?
학교 앞이라 학생들 안전을 위해서 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답니다 .
싹아 돋아나면 수국화님께 알려 드릴게요.
감사 합니다 .
베어진 나무를 보며,
아녜스님의 마음을 읽겠습니다.
어쩌자고,
그자리에서 많은 세월을 보냈을 나무에게
한 번에,
허황히 싹뚝 잘라내 버린 가지...
완전 이산가족이 되었네요.
새로운 잎이라도 나서
나무를 달래야겠습니다.
잘린 나무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는것을
알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
골프장에 100년도 넘었을 나무가 베어졌을때
저는 섭섭해 했고 다른이들은 시원해져서
좋다고 하더군요 .
콩꽃님이 제 맘을 알아주시니 감사 합니다 .
나무의 생존력은
생각보다 강해요
우리 집에 느티나무가
15그루 있는데
10년이 지나다 보니
하늘을 다 가려
위 사진같이 봄에
싹뚝 잘라 버렸는데
아 글쎄 이렇게
자랐습니다
그 외에
많은 나무들이 너무 자라
감당키 힘듭니다
큰일 났습니다
도와주세요
ㅎ
그러네요 . 홑샘님께서 너무 바쁘실것같아요.
나무도 잘 자라지 .. 풀도 잘 자라지 ... 연꽃도 피면 들여다 보셔야지..
합덕 장에도 가셔야지 ....
제가 나무는 어떻게 도와 줄 수는 없지만 풀은 잘 뽑습니다 .
일당 안 받고 잔치국수 한 그릇이면 됩니다 .
자주 뵈니 좋습니다 홑샘님
.
미류나무는 우애를 상징하죠.
동생분과 대화하는 모습 연상하며
정겹다는 생각과 함께 훈훈함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아네스님 글을 많이는 안 읽었지만..
간혹 글 읽다보면 문학을 모르는 제가 생각해도
문학의 향기가 이런건가~감탄합니다.
멋진 글입니다~~^^
미류나무는 흔하디 흔했지요.
피리도 만들고 ..가지 꺾어 땅에 꽂으면
잘 자럈던것 같아요 .
우애의 상징인줄은 몰랐습니다 .
제 글을 많이 안 읽으셔서 그러신거 아닐까요?
행여 많이 읽으시면 아실것입니다 .
형편 없이 지맘대로 쓴 글임을요 ㅎㅎㅎ
저도 산책을 하다보면 나무 밑동
부근을 싹뚝 잘라낸 걸 더러 보는데
보기에 섬뜩하지요.
왜 저렇게 자를까... 궁금해하다가
그냥 나무 전염병 때문에 커뮤니티에서
요구해서 그런가 보다고 짐작만 합니다.
정말 그렇네요.
저는 전염병은 생각 못 해 봤답니다 .
다만 캘리포니아는 지반이 약해서 가지치기를
해 주지 않으면 뿌리 채 뽑힌다고 하더라고요.
집들이 참 예뻐요 .
베어진 나무를 보면서도
예사로이 넘기지 않고 동생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아녜스님이 넘 사랑스러워요~(죄송) ㅎ
베어진 나무에서도 새순이 돋아 나겠지요..
ㅎㅎㅎ
고마워요 . 사랑스럽다 해 주셔서요 .
그래도 저 만큼 남겨 놓은것을 보니
희망은 있어 보입니다 ..
잘 지내세요 ~ 루루님
베어진 나무를 보니까 한적한 도로길옆
이네요.
밑둥을 저만큼 남겨 두었으니 곧 새가지가
자랄것 같습니다.
초등 6학년때 손가락만한 포플러 한그루를
남새밭길옆에 심었더니 고등학교 즈음에 엄청
자랐더군요.
나무를 바라보면 마음속에 소박한정이
느껴집니다.
포플러랑 미류나무랑 같은 나무였나
잠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포플러 나무는 이곳에서 종종 본것 같아요 .
가끔 여기가 한국인가 ?
그런 착각이 되시는 시차적응은
되셨겠네요 .
저는 골프 나왔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무악산님 .
동생들과 나눌 추억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베어진 나무 이야기도 추억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요.
저 베어진 나무에 파릇파릇 새순이
올라올 때가 너무 보기 좋더라고요.
밤새 비가 내려 심란한 마음에
더 이상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충청도쪽, 특히 세종시 쪽은
며칠 째 비가 내리고 있는데
경보 메시지가 계속 오고 있네요.
이런 시간에 아녜스 님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고운 글 잘 읽었습니다.
장마철이라 들었어요 .
비 피해는 없으신지요?
이베리아님이 세종시에 사시는가 봅니다 .
저는 청주쯤에 사시나 생각 했답니다 .
제 고향이 지금 세종시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
연기군이었거든요 .
늘 친근함 있는 댓글 감사 드려요 .
@아녜스 아~~
그렇군요.
저는 청주에 살고요.
딸이 세종시에 살고 있습니다.
남편 고향이 연기군 서면입니다.
@이베리아 저는 연기군 전동면이예요.
조치원 여중 졸업했어요.
서면이 부대 있던곳이었던가요?
서면에서도 조치원으로 중학교 다닌것으로
알고 있어요 ㅎㅎ 아무튼 반갑습니다 .
@아녜스 아구, 반갑습니다.
시아버님께서 전동초등학교에서
근무하셨답니다.
서면 봉암에 부대가 있었지요.
조치원에서 몇 년 살았답니다.
동생과 나눈 정다운 나무이야기가 마치 동화를 읽는듯해요.. 나무가 짤려도 무지막지하게 짤리었어도 언젠가는 다시 푸른 잎으로 숲을 만들어줄겁니다. 이승만대통령이 하와이병원에서 쓸쓸히 임종하던 1965년 7월19일 낮에
천둥번개가 치더니 제가 공부하던 학교운동장의 몇백년된 회화나무기둥이 쾅 꺽어져 버렸답니다. 그분이 공부하던터의 고목나무가. 제가 중학교2학교때 일입니다.
가끔 드라마에서 보던 일이 언덕저편1님이 실제 경험 하셨네요.
어렷을적에 오래된 나무는 함부로 베는게 아니라는 말을
어른들께 자주 들었습니다 .
제가 일요일마다 만나는 어르신 한분의 남편이 하와이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잘려진 나무를 자세히 사진으로 보니 상당히 단단한
나무같습니다. 쉽게 병충해에 무너질 나무는 아닌듯도 하고~
나무 중간도 아니고 저렇게 밑둥을 자를거면 애초에 심지를
말던가~ 심었으면 끝가지 자라게 두던가^
인간은 무슨 특권으로 나무를 마구 자르는지 생각해 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무는 인간에게 많은걸 주지만 실상 인간은 나무에게 별
해주는게 없지요.
아네스 님의 나무 사랑과 그 애틋함이 곱게 전해져 옵니다
법정 스님도 돌아가셔서 불일암 앞 후박나무 아래 잠드셨지요
마론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
늘 자연을 카메라에 담으시는 마론님이시니
잘려진 나무를 자세히 보셨나 봅니다 .
법정 스님의 글을 저는 자장가 삼아 많이 듣습니다 .
수필방에 자주 오세요 마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