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의 시각
[기자의 시각] 서울대 피부과의 연구비 구태(舊態)
고유찬 기자
입력 2024.06.06. 00:09
https://www.chosun.com/opinion/journalist_view/2024/06/06/KIM2ZL572ZC75K25OC4GTHG2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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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 피부과학교실(서울대병원 피부과)에서 2017년부터 연구비 6억원이 사라져 최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6년 동안 한두푼도 아니고 억대의 돈이 사라졌는데 대학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입장을 들으려 피부과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긴 한숨을 쉬더니 20초 넘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지난해 6월, 피부과 학과장 회계 담당자로 일했던 A씨가 퇴사했다. 후임자가 회계 내역을 살펴보다 횡령 정황을 발견했다. 서울대 당국은 같은 해 12월에야 경찰에 고소했다. 한 교수는 “방만한 연구비 관리의 폐해가 이제야 드러났다”며 “터질 게 터졌다”고 했다. 피부과는 이른바 ‘풀링’이라고 하는 연구비 공유제를 시행해왔다. 교수 개개인이 따온 연구비를 풀링 계좌에 한꺼번에 모아 여러 교수가 함께 쓰는 방식인데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이다.
경찰은 A씨가 이 풀링 계좌에서 5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피부과 안팎 얘길 들어보니 이 사건은 2016~2022년 피부과 학과장을 지낸 B 교수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교수는 “B 교수가 풀링된 연구비 관리를 도맡아오며 해당 계좌를 자신의 전리품처럼 자랑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관계자는 “B 교수가 회계 내역 또한 제때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B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모두 음해”라고 했다.
서울대 피부과뿐 아니라 대학·병원·연구기관의 각종 학과·연구실 등에서 풀링은 일상적이라고 한다. 과거 풀링은 학과 살림이나 대학원생 인건비 배정 등 편의를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경제 발전으로 국가 지원이나 산학 협력 규모가 조 단위로 늘어나며 풀링 계좌가 일부 일탈 교수의 축재(蓄財)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비를 따오는 학과장이나 선임 교수들이 풀링 계좌를 자신의 개인 계좌처럼 사용하는 일도 음성적으로 비일비재하다고 복수의 대학 관계자는 말한다. 교수들이 연구비로 용역 등 월급을 주는 대학원생들은 물론이고, 후배 교수들조차 자신이 따온 연구비가 풀링 계좌에 섞여 들어가 선배 교수 마음대로 사용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피부과 관계자의 한숨은 이런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풀링 계좌를 통해 대학원생 인건비 일부를 정기적으로 상납받아 자기 생활비로 쓰는 교수도 있다고 한다. 교수가 제자의 ‘코 묻은 돈’까지 뜯어가는 현실에 절망한 많은 청년 연구자가 대학을 떠난다. 정부는 올해 26조5000억원 연구·개발(R&D) 예산을 책정했다. 일부 대학에선 본부나 산학협력단이 각 연구실에 배정된 연구비 관리 현황을 중앙에서 통제, 부정 가능성을 차단한다. 이번 서울대 피부과 논란이 연구비 풀링 구태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고유찬 기자
밥좀도
2024.06.06 04:53:08
한국은 돈이나 힘이 있으면 갑질하는 인간이 부지기수다. 인성교육 부재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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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살잡이
2024.06.06 04:49:25
연구비만 그렇겠냐? 전공단위로 들어오는 발전기금 관리는 더 개판일 듯. 제약사에서 학회비 면목으로 들어오는 돈이나 환자가 임상연구 목적으로 해당 과에 기부하는 돈이 적지 않은데 매년 우수논문 시상식 명목으로 몇천만원씩 돌려가며 받고 있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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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4.06.06 06:19:34
연구비 풀링. 정부나 기업에서 연구비 받은 돈을 한 곳에 모아두고 사용은 마음대로. 불법 사용 증거를 흐리기 위한 제도. 대학은 반드시 산학협력단에 등록하여 입출금 하도록 되어있는데 이는 산단도 한 패거리란 이야기. 부정 부패의 온상은 항상 개인 사용을 못하도록 하는 데서 시작. 이는 정부의 연구비 검증 시스템에 부정이 개입되었다는 의미. 그 돈이 정부 요인 정치에 까지 흘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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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이
2024.06.06 07:06:10
이런 연구비 비리 잡겠다고 연구비 심사 어렵게 했더니 지들 죽는다고 난리잖아? 그런 거짓 비명에 넘어간 개, 돼지들이 빨치산 찍은거고. 왜 이들은 평소엔 가만히 있다가 비리가 밝혀지면 이런저런 뒷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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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gene
2024.06.06 06:14:29
정말 중요한 기사 이다. 참된기자들은 이런 류의 각종 사회 문제들을 파해쳐야 한다. 인터넷 돌아다니며 오락성 기사 표절해다 써데는 무자격 기자들은 청산 되어 야 한다.서울대는 국립대이다. 철저히 조사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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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k
2024.06.06 05:18:51
중소기업도 연구비는 못 먹는 X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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