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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력평가원 고교 '한국사' 채택한 두 학교
학생, 학부모한테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아
윤근혁 '교육언론 창' 취재본부장
43만 4000명. 2025학년도 전국 2379개 고교에 다닐 1학년 학생 숫자다.
168권. 지난 10월 29일 교육부 교과서 관련 기관이 접수한 한국학력평가원의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인쇄 부수이다. 이 출판사 교과서는 친일 뉴라이트라고 비판 받아온 그 교과서 맞다.
문명고와 쉐마학교가 신청한 교과서 168권, 전체의 0.04%
이 인쇄 부수는 경북 문명고와 경기 쉐마글로벌학교(아래 쉐마학교) 단 2곳이 신청한 분량이다. 내년도 경북 문명고와 쉐마학교 1학년은 각각 145명과 15명으로 추산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두 학교는 전국 고교 1학년생 대비 0.04%만 보는 교과서를 갖고 공부하게 됐다. 고교'한국사' 교과서를 펴낸 출판사는 한국학력평가원 출판사 포함 모두 9곳이었다.
사실, 한국학력평가원 처지에서 보면 인쇄 부수 168권은 도저히 찍어낼 수 없는 수치다. 인쇄기를 돌려봤자 원가도 안 나와 손해만 보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쉐마학교 교감은 지난 10월 말, 기자의 전화를 받고서 "우리 학교만 유명하게 됐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름 없는 작은 규모 대안학교가 눈길 또는 눈총을 받게 되니 이런 말이 저절로 나왔을 것이다.
유명해지는 길은 두 종류가 있다. 좋은 일로 유명하게 되는 것과 좋지 않은 일로 유명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번 일은 뒤엣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초중고 과정을 운영하는 인정학교인 쉐마학교의 교원은 모두 17명이다. 이 가운데 초등부를 빼면 중고등부 교사는 10명이다. 이 학교엔 역사를 담당하는 교사도 없다. 사회교사 2명이 역사까지 가르치는 듯하다.
30일, 교육부가 검정 통과시킨 한국학력평가원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표지.
그나마 이 2명의 사회교사는 초등과정 담임을 맡고 있어 고교'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할 전문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 든다. 이 학교 교감에 따르면 이 두 명의 사회교사와 국어를 담당하는 교무부장 등 3명이 교과협의회를 열어 해당 교과서를 채택했다.
이 학교 교장과 교감은 모두 목사다. 이 학교는 올해 2월까지 '쉐마기독학교'였다가 이름을 바꿨다. '글로벌'이란 말을 넣으면 학생 모집에 유리할 것이란 셈속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뉴라이트 대부로 불리는 김진홍 목사(역사연구원 이사장, 전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는 지난 2022년 8월 26일, '역사연구원 제7차 학술세미나'에서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를 대표 집필한 경북 문명고 이병철 교사 등에게 다음처럼 말했다.
"참으로 장한 일이다. 다음 번(2024년) 검정에는 이분들이 주축이 되어 검정교과서를 서너 종 출원했으면 한다."
이 세미나 발제에서 한 역사 교사는 "지난 교학사'한국사'(친일 독재미화 지적을 받은 2014학년도 검정교과서) 교과서 실패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중의 하나는 얻어맞을 수 있는 표적이 하나였다는 것"이라면서 "'기독교계 대안학교용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서 바른 뜻을 마음껏 펼치고, 다음 단계로 그 '순한 맛'의 '검정교과서'를 내놓는 것이 맞는 순서"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 발언은 2022년 역사교육과정에 맞춘 검정교과서 출원 관련, 자신들의 전략 전술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런 기독교계 대안학교가 바로 쉐마학교인 것이다.
학운위 안 연 쉐마학교, 학운위 안내 안 한 문명고… 법규 위반 논란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다. 이들에게 물어는 봤나? 친일 뉴라이트 논란이 있는 교과서로 학생들을 가르쳐도 되느냐는 것을. 물론 '물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금방 들통났다.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를 열지 않고 교과서를 채택, 신청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명고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 학교 홈페이지 어디를 살펴봐도 교과서 채택을 위한 학교운영위 개최 사실을 알리는 공지문이 없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의2 ②항은 다음처럼 규정하고 있다.
"학교운영위를 소집하려면 회의 일시, 장소 및 안건을 정하여 회의 개최 7일 전까지 각 위원에게 알리고, 회의 개최 전까지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여야 한다."
이런 규정은 학생과 학부모가 회의 안건을 미리 알고 의견을 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문명고는 '회의 사전 공개'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문명고는 교육계에선 제법 유명한 곳이다. 물론 좋지 않은 일로 유명한 게 탈이다.
2017년 2월, '박근혜 국정교과서'란 별칭을 가진 고교'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채택했던 곳이 바로 이 학교다. 당시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 연초부터 큰 혼란에 휩싸였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서고, 같은 해 5월 첫 업무지시로 국정교과서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이 와중에 이 학교 홍택정 이사장은 김태동 당시 교장 등과 함께 지난 2020년 '문명고 역사지키기 77일 백서'를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서문에서 다음처럼 시작한다.
"문재인 정권은 정치 논리로 국정역사교과서를 폐기했고, 8종의 검정역사교과서를 다시 발행해 2020년 학기부터 이 책을 학교마다 선택적으로 사용하도록 제도화했다. 그 책들은 정권의 홍보물에 불과하고, 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이 주어지는 고3에게 세뇌를 목적으로 전략 전술의 매체로 활용하려고 했으며, 이념적으로 편향돼 교과서로서 균형감을 잃고 있다."
정말 그런가? 고교 과정에서 국정교과서를 내는 곳은 북한 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와 아프리카 몇몇 국가뿐인 사실을 이들은 알고 이런 소리를 한 것일까? 이들 국정교과서를 내는 국가들이야말로 세뇌가 목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출판사가 공정 경쟁하는 검정교과서를 '세뇌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엉뚱한 소리다.
이런 문명고에서 근무해 온 역사교사 이병철이 대표 집필한 교과서가 바로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다.
올해 3월, 이승만 찬양 영화 '건국전쟁'을 집단 관람시킨 경북 문명고. 문명고 홈페이지
이 학교는 올해 3월 30일, 학교 차원의 행사를 벌였다. 이승만 찬양 영화인 '건국전쟁'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청소년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키우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독재자를 찬양하는 영화를 보여주는 게 '민족사학'이라는 이 문명고의 교육방식인 셈이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물어는 보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
민주국가의 교육목표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민주시민양성'이다.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는 상당수의 역사학자로부터 '친일과 독재를 옹호하는 몰상식 뉴라이트 교과서'란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교과서를 일반고 중에 유일하게 채택한 문명고와 쉐마학교는 과연 교육목표에 합당한 일을 한 것일까? 왜 99.9%의 학교가 이 교과서를 외면했는지 생각은 해봤나?
좋지 않은 일로 유명해진 문명고와 쉐마학교에 묻고 싶다. 그 학교 학생과 학부모에게 물어는 봤나? 그 교과서를 갖고 공부해야 할 학생들의 처지에 대해 생각은 해봤나?
출처 :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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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덕일 박사와 함께 여러 분들이 한국사 교과서를 출간하신 것으로 압니다. 추천합니다.
서점에 가서 잠깐 펴 봤는데, 청동기 시대에 대한 년대 표기가 없더군요. 예만한 문제거든요. 기존 학계(?)에서는 만주와 한반도에서는 청동기 시대가 10~15세기에 형성되었다고 설명하는데 발굴되는 청동기 유물은 BC25 세기 것들도 있는 등의 문제가 있지요. 어쨌거나 한사군부터 배운 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시야가 넓기도 하고 보다 근거가 정확한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일신상의 문제로 저는 구입을 못했습니다. 하지만 추천은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