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밥 먹는 양은 반 공기밖에 안 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먹지 않나 싶었다. 과일이나 간식을 좀 많이 먹는 편이다. 아무튼, 한 끼라도 좀 가볍게 먹자는 심산으로 점심은 도시락으로 간단히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두 달 전 일이다. 그리고 생각을 곧 실행에 옮겨 두 달간 도시락을 잘 싸서 다녔다. 아침에 도시락 준비하느라 약간의 번거로움이 따르긴 했지만, 올망졸망 먹을거리 채우는 재미도 있어서 않고 잘 이어왔다.
그런데 두 달간 숙소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이상스레 살이 붙고 배가 나오는 느낌이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도시락에 채워오는 음식의 칼로리가 만만찮지 싶었다. 삶은 달걀 2개, 인절미 다섯 조각, 파프리카 몇 조각, 포도와 방울토마토 몇 개, 호두 3개 분량을 채워왔으니 결코 가벼운 한 끼가 아니었다. 게다가 꿀을 넣어 달곰하게 탄 미숫가루까지 한 컵 곁들였으니 구내식당 점심보다 더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과식을 한 셈이었다.
또 하나 문제는 이렇게 도시락을 싸다 먹으니 육류 섭취를 거의 못 한다는 점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자취방에서 고기 먹는 일이 거의 없으니 두 달여 동안 고기를 거의 섭취하지 않은 꼴이었다. 달걀로 채우지 못할 단백질이 분명 몸에 필요할 터였다. 이런 상황이 파악되었으므로 당장 이번 주부터 도시락 싸 가는 걸 중단하였다. 그리고 다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니 편키도 하고 균형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듯해 마음이 한결 편하다.
살면서 가끔은 변화가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자칫 판단을 잘못하면 애당초 변화를 꾀하지 않음만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물론 처음부터 현명하게 시작했더라면 좋은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결과에 이르고 보니 역시 사람은 살던 대로 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달간 몸피를 늘리며 얻은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