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박씨부인전 / 여검객
- 주니어 한국고전시리즈
이혜숙 저자(글) 과학과이성 · 2025년 10월 15일
『박씨부인전』과 『임진록』은 다 같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박씨부인전』은 『임진록』과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박 씨 즉 주인공의 이름이 붙여진 소설 제목이다. 춘향이 주인공이어서 『춘향전』, 심청이 주인공이어서 『심청전』이 된 것과 같다. 전쟁이라면 예로부터 으레 남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싸우는 무대이다. 『임진록』 역시 영웅적인 남자들의 활동 무대이다. 반면 『박씨부인전』의 경우 남자들도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여자들이다. 박 씨가 대표적이지만 박 씨의 하녀 계화도 한몫을 하고 있으며 그들과 맞서는 호국의 기홍대도 여자이다. 이렇게 『박씨부인전』의 이야기 한 마당에는 여성들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점을 『박씨부인전』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보면 더욱 흥미롭고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박씨부인전』을 국문 소설이라고 부른 것은 처음부터 한글로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여검객」은 본래 한문으로 기록된 한문 소설이다. 『박씨부인전』의 경우 병자호란을 다룬 그야말로 국가 대사를 이야기로 엮은 것이다. 따라서 등장인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스토리도 복잡하게 얽혀 펼쳐지고 있다. 반면에 「여검객」은 서사가 한 가정 내에서 시작되어 끝이 난다. 단선적인 구성 수법을 쓴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박씨부인전』이 장편적이라면 「여검객」은 단편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 이혜숙(소설가) 이 책의 총서 (5) 전체목록
작가정보 저자(글) 이혜숙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 졸업.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장편소설 「노을에 타는 나무」 당선. 장편소설 「노을에 타는 나무」 · 「먼 길 위의 약속」, 단편집 「바람 속의 얼굴들」 · 「마음이 하는 일」· 「슬픈 해후」(공) · 「매운 바람 부는 날」(공) 등. 청소년 고전 시리즈 「토끼전」 · 「도깨비 손님」 · 「계축일기」 · 「금방울전」 · 「혜곡 최순우」 등.
목차
- 머리말
주니어 박씨부인전 1. 이시백의 탄생 2. 박 처사의 딸 3. 신부를 찾아서 4. 금강산 선녀라고? 5. 피화당 6. 하룻밤 사이에 조복을 짓다 7. 말값이 삼만 팔천 냥 8. 장원 급제 이시백 9. 박 씨 허물을 벗다 10. 박 씨 조화를 부리다 11. 이시백의 벼슬살이 12. 이시백과 임경업 호국을 구하다 13. 호국이 조선을 넘보다 14. 호국 자객 기홍대 15. 난리 16. 용홀대의 죽음 17. 분통 터진 용골대 18. 난리가 끝나고
주니어 박씨부인전 해설
주니어 여검객
주니어 여검객 해설
책 속으로
득춘은 곧 행장을 차려 길을 떠났다. 금강산 명월암에 들어가 이레 동안 정성을 다해 기도하고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서였다. 외당에서 책을 읽다가 책상머리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었는데, 한 노인이 대지팡이를 짚고 짚신을 신은 채 백발을 휘날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대가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자식 복이 없었는데 기도하는 정성이 기특해서 특별히 아들을 점지하겠노라. 귀하게 잘 길러 가문을 빛내도록 하여라.” 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소매 속에서 기이하게 생긴 구슬을 한 개 꺼내 주었다. 득춘이 구슬을 받아 들고 감사 인사를 하려는 순간 노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구슬은 어느새 푸른 옷을 입은 동자로 변하여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득춘이 깜짝 놀라서 깨고 보니 한바탕 꿈이었다. 꿈이 너무 생생해서 눈앞에 아직도 꿈에서 본 푸른 옷의 동자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득춘의 발길이 저도 모르게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에서는 부인이 초저녁잠이 들었다가 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 깨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득춘을 바라보았다. 득춘이 멋쩍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방금 책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꾸었어요. 백발에 대지팡이를 짚은 신선 같은 노인이 나타나서 구슬을 한 개 주고 갔는데 그 구슬이 글쎄 푸른 옷을 입은 동자로 변해서 안방으로 들어가는 게 아닙니까? 꿈을 깨고 나서도 꼭 생시인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동자의 뒤를 따라왔네요.” 부인이 깜짝 놀란 얼굴로 대꾸했다. “어쩌면 저와 똑같은 꿈을 꾸셨을까요? 제 꿈에도 신선이 나타나 구슬을 한 개 주고 가셨는데 그 구슬이 변해서 동자가 되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깬 참입니다.”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똑같은 생각을 하였다. ‘정말로 신선이 나타나서 자식을 점지해 주고 가신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 11~13쪽
시백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흰 수건 밑에는 어떤 얼굴이 감춰져 있을까? 예식을 치른 후에 내실에서 나온 아들의 손을 잡고 득춘이 박 처사에게, “저의 못난 아들을 사위로 삼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차렸다. 박 처사는, “아드님의 좋은 인물로 제 딸의 추한 용모를 대하게 하니 송구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것이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인 것을 아는 까닭에 오늘 혼례를 치른 것이니 바라건대 하해 같은 은덕으로 제 딸의 모자람을 용서하시고 슬하에 거두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했다. “처사께서는 겸양이 너무 심하시군요. 따님의 용모가 선생의 말씀처럼 비록 아름답지 못한 구석이 있을지라도 여자의 도리는 현숙함이 으뜸이요, 생김새가 너무 아름다우면 오히려 미인박명이라 하였으니 선생은 조금도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 마음이 놓이고 기쁘기 한이 없습니다.” 박 처사는 감격한 표정으로 술상을 차려 득춘을 대접하였다. 밤이 저물어 신랑 신부가 신방에 들 차례가 왔다. 시백이 아버지 득춘의 인도를 받아 먼저 신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드디어 신부의 얼굴을 보게 되는가 싶으니 가슴이 더욱더 두근거렸다. -29~30쪽
하루는 박 씨가 시백과 함께 이 판서 부부에게 아침 인사차 들어 왔다가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였다. 이 판서가 무슨 말인지 해 보라고 하자 박 씨가 아뢰었다. “지금 집안 형편이 어렵지는 않으나 풍족하지도 못 하옵니다. 저에게 한 가지 방책이 있사온데 한 번 시험해 보고자 합니다.” “그 방책이란 것이 무엇이냐?” “내일 종로 시장통에 온갖 장사꾼들이 모여드는 중에 마장도 서서 각처 사람들이 말을 팔려고 모여들어 있을 것이옵니다. 그곳에 하인들을 보내시어 잘 살펴보고 여러 말 중에 비루먹고 파리하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말이 있거든 돈 삼백 냥을 주고 사 오게 하소서.” 터무니없는 말에 시백은 놀란 눈으로 박 씨를 바라보았고, 이 판서 부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면서 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 판서는 박 씨가 그런 말을 하는 데에는 무슨 깊은 속내가 있으려니 하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아침 이 판서는 젊은 남자 하인 중에서 평소 영리하다고 생각한 갑돌이와 을쇠를 불러서 삼백 냥을 내주면서 분부를 내렸다. “지금 곧 종로에 가서 마장 선 곳을 둘러보고 여러 말 중에 비루먹고 파리한 말이 있거든 이 돈 삼백 냥을 주고 사 오너라.” 말을 사 오라는 분부는 이상할 것이 없지만 하필이면 비루먹고 파리한 말을 사 오라니 하인 두 사람은 행여나 잘 못 들은 것이 아닐까 싶어 되물었다. “비루먹고 파리한 말이라 하셨습니까?” “그렇다. 긴히 쓸 곳이 있어서 그러니 꼭 비루먹은 말을 사 와야 한다.” 이젠 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갑돌이와 을쇠는 ‘예에’ 대답하고 물러났으나 대문을 나서자마자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54~55쪽
날이 저물어 안팎 손님들이 다 돌아간 뒤에 이 판서가 시백과 함께 내당으로 들어가 저녁상을 받는데 얼굴빛이 그리 밝지 못했다. 나름대로 속이 상해 있던 이 판서 부인이 참지 못하고 한 마디를 꺼내었다. “오늘 같은 경사에 얼굴빛이 좋지 못하신 것은 며느리가 같이 나와 즐기지 못해서이겠지요. 참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오늘 며느리 때문에 여러 부인네들 앞에서 어떤 수모를 당한 줄이나 아십니까?” 푸념이 시작되려는 것을 이 판서가 안 들어도 뻔하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 “그동안 며느리를 슬하에 두고 본지가 몇 해인데 아직도 속에 든 재주는 보지 못하고 생김새만으로 못마땅하게 여기니 참 한심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며느리가 부인과 시백이의 박대를 받고도 얼굴 한번 찌푸린 적 있습니까? 항상 온순하게 시부모 공경하고 시백에게도 불평 한 번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바느질 솜씨 뛰어나서 조복 한 벌을 하룻밤 새에 지어내고 이번에 시백이가 과장에 들어갈 때도 신기한 연적을 주어서 그 물로 먹을 갈아 글씨를 쓰니 평소보다 더 잘 써졌다고 합니다. 따져보면 우리 가문에 과분한 며느리인 걸 어찌 겉모습만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한답니까?” 이 판서 부인은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한편, 아무도 찾는 사람 없이 적막한 피화당에서는 계화가 속이 상해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박 씨가 그 눈치를 채고 왜 우느냐고 물었다. “아씨께서 적막한 후원에 거처하시면서 집안의 대소사에도 일절 참예를 못 하실 뿐 아니라 오늘 같은 경사에 온 집안에 웃음꽃이 피었건만 홀로 피화당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 하시니 제가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계화의 말에 박 씨는 오히려 웃음 띤 얼굴로 달래듯 말했다. “나를 생각해 주는 네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오직 서방님께서 급제하신 것만이 기쁘다. 사람의 길흉화복에는 다 정해진 이치가 있어서 괴로울 때가 있으면 반드시 즐거운 때가 온단다. 지금 나는 기쁘기만 하니 너도 속상해하지 마라.” 계화는 박 씨의 넓은 마음 씀에 또 한 번 감동했다. -72~73쪽
기본정보 ISBN발행(출시)일자쪽수크기총권수시리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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