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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하얀미소가 머무는 곳 원문보기 글쓴이: 솔거 최명운
연말연시 / 솔거 최명운 주말여행 신년여행 외국여행 누구나 꿈을 꾸며 한 번쯤은 갔다 왔으리라 다녀오지 못했더라도 계획을 잡을 것이다 지금 하는 일 다 이루고 나면 가리라 조금 여유가 생기면 꼭 다녀오리라고 의미심장 자신에 약속한다 해외여행 1년에 1천만을 넘긴 지 오래다 우리 국민 5천만 명 잡는다면 5명꼴로 1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실로 엄청난 숫자다 언제부터 우리 수준이 이렇게 높아졌나 아직도 해외는커녕 국내여행 가보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이 편중되었다는 증거다 수년 전부터 매해 다니던 신년여행 올해는 이사 때문에 갈 수가 없다 십여 년 전부터 4식구가 국내 주제여행이나 외국여행 함께 다닌다 남들은 흔해 여행이랄지 모르지만, 해외여행하려면 매달 적금 들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일부는 빚은 내어야 한다
가파르게 치솟은 물가는 고액 연봉자라 할지라도 가계 통장은 늘 마이너스며 이자를 내야 한다 살림을 잘하라고 뽑아준 정부는 복지정책 한답시고 구석구석 이 잡듯이 서민들 속을 헤집으며 세금폭탄이다 무엇을 위한 복지고 누구를 위한 술래잡긴지 아리송하다 세상이 뒤뚱뒤뚱 거릴 때가 있다 해와 달 뜨고 지면서 지구표면 이리저리 기울 것이라
회사 옆 바닷가 길로 출근할 때 어느 땐 바닷물이 방파제까지 밀려 들어와 출렁이고 어느 때는 썰물로 바닷물이 빠져나가 갯바위 바닥까지 들어내 게가 옆으로 기어 다니고 갯고둥 미쳐 빠져나가지 못하고 나팔처럼 생긴 주둥이 모래에 처박거나 벌러덩 드러누워 바닷물 들어올 때까지 사체처럼 죽은체한다 올해 겨울은 생선회를 먹지 못했다
어시장에서 장사꾼의 이끌림에 꾀여 물고기 한 접시 값을 내고 초장 집에 들어가 취중 운전할 수 없다고 아쉬워하며 소주와 생선회의 기막힌 궁합 식도락 맛을 보지 못했다 동해안으로 여행하며 대게도 먹지 못했고 작은 포구 고기잡이 어선 어창에서 문어 몇 마리 구매해 온천 콘도에서 즐기지도 못할 거 같다 이럭저럭 세월인 가는 듯하다 오늘은 후딱 지나가고 한 달도 소리 없이 지나가며 한 해도 빛바랜 추억만 남긴 채 유수처럼 흘러 흘러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