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토벤과 바쿠스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A장조 작품92'는 몰아경의 춤과 광란의 축제를 연상시키는 '대교향곡' 으로 정평이 나 있다.
베토벤이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쿠스이며, 그렇게 빚은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 고 했듯이, 이 곡은 바쿠스가 빚은 술 자체이며, 그 술에 취하여 엑스타시 축제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특히 4악장을 일명 '바쿠스의 향연' 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쿠스가 누구인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다.
그래서 '바쿠스의 향연'을 '디오니시아(Dionysia)' 라고 한다.
디오니소스를 숭배 하는 여신도를 '마이나데스(Mainades, 미친 여자들)' 라 부른다.
이들은 밤마다 담쟁이굴로 만든 관을 쓰고 무리지어 모여서 손잡이가 둘 달린 큰 술잔인 칸타로스에 술을 가득 채워 마시고, 추한 채 회향나무 가지에 포도덩굴의 잎을 엮어 매고 끝을 담쟁이덩굴로 장식한 지팡이 티르소스를 미친 듯 흔들면서 팀파논이라는 작은 북을 쳐대면서 발악하듯 소리 지르며 광란이 춤을 춰댄다.
그러다가 광기가 극히 다다르면 산 짐승을 갈기갈기 찢어 살과 피를 날것 그대로 미친 듯 먹어댄다.
이렇게 축제가 절정에 이르면 탈진하여 쓰러진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A장조 작품92'가 바로 '바쿠스의 향연' 에 초대하는 곡이며, 산자로서 죽음을 황홀하게 맛보게 하는 곡이며, 육체로부터 이탈한 영혼을 영원의 세계로 이끄는 곡이 아닐까 싶다.
◈ 바그너와 세멜레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은 '혼례의 합창' 으로 익히 알려진 곡이다.
브라반트 성주의 딸 엘자와 백조가 이끄는 쪽배를 타고 온 성배의 기사 로엔그린이 혼례식을 마친 후 신방에 들어설 때 연주된다.
헌데 이 곡이 끝나면 곧 둘 사이가 파국을 맞는다.
신랑의 고향, 이름, 신분을 묻지 않고 오로지 절대적인 믿음만을 지키기로 맹세 했던 엘자가 첫날 밤에 이를 어기고 '금지된 질문' 을 하자 로엔그린은 '성벽의 노래, 여러분이 갈 수 없는 먼 나라에' 를 부르며 엘자 곁을 떠나 배를 타고 사라진다.
'금지된 질문' 이 비극으로 치닫는 그리스신화가 있다.
제우스와 세멜레 이야기이다.
바그너는 이 오페라 대본을 쓰면서 그 신화에서 비극적 모티브를 찾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세멜레는 누구인가?
디오니소스의 어머니이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를 뜻하는 'dia_ '에 아들을 뜻하는 '_nysos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세멜레가 잉태한 '제우스의 아들' 이다.
헌데 디오니소스는 '둘' 을 뜻하는 'dyo_'와 '태어나다' 를 뜻하는 'nys_'의 결합이라고도 한다.
'두 번 태어난 자' 라는 뜻이다.
또 디오니소스를 '디메토르(Dimetor)', 즉 '어머니가 둘인 자' 로 불리기도 한다.
왜 두 번 태어났닥 하는가?
왜 어머니가 둘이라고 하는가?
그 사연은 이렇다.
세멜레는 제우스와 사랑하면서 본래 모습을 보여 달라고 소원한다.
정체를 밝히라고 '금지된 질문' 을 한 것이다.
할 수 없이 제우스는 번개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세멜레는 그 번갯불에 타 죽는다.
제우스는 세멜레의 자궁에서 태아를 꺼내 자신이 넓적다리에 넣었다가 달이 차자 아이를 꺼낸다.
이 아이가 디오니소스다.
그래서 두 번 태어난 자라고 하고, 어머니가 둘 인 자라고 한다.
제우스와 세멜레 신화나 로앤그린과 엘자의 설화는 '금지된 질문' 이 불러온 비극의 이야기이다.
◈ 심장마비와 복상사
바그너는 한때 그의 망명생활에 도움을 주던 베젠동크의 부인 마틸다와 사랑에 빠진 적이 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가 이렇게 해서 태어난 곡이다.
또 자휘자인 한스 폰 뷜로의 부인 코지마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다.
우습게도 "트리스탄 이졸데" 는 뷜로의 지휘로 초연된다.
여하간 오페라 '로엔그린' 에 감동한 바이레른 국왕 루트비히 2세의 열렬한 지원 아래 빚에 쪼들려 도피 생활하던 바그너가 안정을 취했지만 결국 70년의 인생을 마감한다.
사인은 심장마비, 헌데 복상사라는 말도 떠돈다.
복상사(腹上死)란 말 그대로 성교 중 여성의 복부 위에서 심장마비로 죽는 것이다.
그러나 성교 후 몇 시간이 지나 성교 때 입은 정신적, 육체적 소진상태의 후유증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는 것도 통틀어 복상사라고 한다.
'성교에 의한 중풍' 이라는 뜻으로 색풍(色風) 이라고 한다.
성교 중 돌연사는 상마풍(上馬風), 성교 후 돌연사인 작과사(作過死) 는 하마풍(下馬風) 이다.
평소에 심열(心熱)이 있으면 복상사 위험이 크다.
심열은 심장기능의 열성 이상항진을 말한다.
심열이 있으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얼굴이 빨갛게 홍조를 띠며, 가슴에 열이 가득 차서 답답해진다.
만사에 조급해지고 불안해 하며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이명, 어지러움, 두통이 있다.
이를 잘 갈며, 입이 말라 찬물을 찾는다.
입안과 혀가 헐어 뚫어지거나 혀가 붉은 물감에 염색된 듯 빨개지고 혀가 아리며 혓바늘이 잘 돋는다.
소변색이 짙어지고 냄새가 심해지며, 배뇨 때는 뻑뻑한 느낌이 있어 불쾌하다.
평소에 심혈 증상이 있으면서 40대 이후로, 심혈관계 지병이 있거나, 특히 비만하고 담배를 많이 피운다면 두운 물 물욕 직후, 과음 후, 혹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의 성교는 피하며, 과도하게 성적 흥분이 안 되게 조절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압을 올리며, 호흡을 빠르게 하면서 전신 근육이 수축되어 심장근육에 혈액이 부족한 현상을 야기하여 심열을 한층 가증시키기 때문이다.
신재용 / 해성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