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목양실 천장 밑으로 길게 늘어선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개미 떼 '아나이'였다.
아나이는 가구와 목재를 갉아 먹어 뼈대만 남기는 고약한 녀석이다.
한 달에 한두 번 살충제를 뿌리는데,
요즘 좀 게을렀더니 그 녀석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나 보다.
그렇다고 천장에 기생할 줄은 몰랐다.
앞으로 천장까지 뿌려야 할 것 같다.
교회 마당과 외벽에도 살충제를 뿌리는데,
바람에 액체가 눈에 들어가
급히 수돗물로 씻었다.
살충제 냄새에 목양실에 들어갈 수 없어,
제자 훈련 준비를 위해 카페에 왔다.
아침부터 꽉 찬 ‘카공족’ 사이로 빈 곳에 앉았는데
옆 테이블의 자매가 플러그 고장으로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눈짓을 주었다.
가방에서 연장선을 꺼내 한 방에 문제를 해결했더니,
너도나도 같이 쓰게 되었다.
미리 준비하길 잘했다.
어제 아내와 대화하면서,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서 "꽃들도" 찬양을 불러달라고 했다.
연명치료는 하지 말고, 장기는 기증하는 것으로
이 글이 공식적인 문서로 차후에 적용되면 좋겠다.
대학 준비,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출산 준비, 노후 준비 등...
참 준비 없는 인생을 살았는데
죽음 준비는 후회가 없으면 좋겠다. .
카페에 한두 시간 앉아있으니 춥다.
얇은 잠바에 남방을 입어야 했는데,
조금만 버티다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