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자유로운 새는 날아오르네
바람결을 타고
그리고 날아 내려가네
바람이 멈출 때까지
그리고 날개를
주황색 햇빛에 반짝이며
하늘이 자기 것이라고 감히 주장하네.
하지만 좁은 새장 속을
침울하게 걷는 새는
분노의 쇠창살 너머
바깥을 거의 볼 수 없네
날개는 짧게 잘렸고
발은 묶여 있네
다만 입을 열어 노래할 뿐이네.
새장에 갇힌 새는 노래하네
겁에 질린 떨리는 울림으로
자신이 알지 못하면서도
여전히 갈망하는 것들에 대해
그 목소리는
먼 산등성까지 들리네
새장에 갇힌 새가
자유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새는 생각하네, 또 다른 부드러운 바람을,
나무들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지나가는 순한 바람을,
그리고 새벽 햇살에 빛나는 잔디 위의 살찐 벌레들을,
그리고 하늘을 자기 것이라고 말하네.
하지만 새장 속에 갇힌 새는 꿈이 묻힌 무덤 위에 서 있네
그의 그림자는 악몽의 비명을 지르고
날개는 짧게 잘렸고 발은 묶여 있네
다만 입을 열어 노래할 뿐이네.
새장에 갇힌 새는 노래하네
겁에 질린 떨린 울림으로
자신이 알지 못하면서도
여전히 갈망하는 것들에 대해
그 목소리는
먼 산등성까지 들리네
새장에 갇힌 새가
자유를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번역 / 필자)
마야 안젤루는 1969년 자서전적 소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를 썼다. 이후 일곱 권까지 쓰게 되는 그녀의 자서전의 첫 권이다.
1970년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수상 후보로 지명되었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2년 넘게 등재되는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에서 부모가 이혼하자 세 살인 마야가 캘리포니아에 있던 부모의 집을 떠나, 당시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던 남부 아칸소의 할머니에게 가서 살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마야가 16살에 미혼모가 되는 시점에서 끝난다.
책에서 마야는 인종차별의 희생자로서 열등감을 느끼며 자란다.
하지만 인종적, 남녀 차별적 편견에 떳떳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신감과 인간의 존엄성을 자각하는 굳건한 젊은 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안젤루는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통하여 흑인의 정체성, 인종차별, 문맹, 자신이 당한 성폭행 등을 다루면서 백인과 남성 위주의 미국 사회에서의 흑인 여성의 삶을 조명하였다.
소설 속의 어린 마야는 "미국에서 자라는 모든 흑인 소녀를 대표하는 상징" 으로 불렸다.
이 시는 그녀의 소설과 같은 제목이며, 소설에서 다룬 문제들의 연장선 상에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로 겪는 제약된 삶과 고통을 새장에 갇힌 새에 대비시켜,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는 억압받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녀 소설과 이 시의 제목은, 안젤루가 존경하던 시인 폴 로렌스 던바의 시 "연민" (Sympathy)의 마지막 행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를 그대로 따왔다.
첫째 연에서,
자유로운 새가 누리고 있는 자연 속의 행복을 묘사하고 있다. 바람을 타고 날아 오르내리며, 날개에 햇살을 받으며, 온 하늘이 자기 것인 것처럼 느끼고 있다.
둘째 연에서,
새장 속에 갇힌 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앞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새는 좁은 새장 속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걷고 있다(stalks down).
'분노의 쇠창살' (bars of rage)을 통하여 자유로운 바깥을 거의 볼 수 없다. 그의 날개는 짧게 잘렸고(clipped), 발은 묶여 있다.
자유로운 새가 있던 평화롭고, 만족스럽고, 기쁨에 찬 분위기는 어둠과 분노와 좌절로 바뀌었다.
인종차별 하에서 안젤루와 흑인 사회가 느꼈던 그러한 암울함이다. 시인은 그렇기 때문에 갇힌 새가 노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셋째 연에서,
갇힌 새는 두려움에 찬 떨린 목소리로 노래한다.
'자신이 알지 못하면서도
여전히 갈망하는 것들에 대해'
(of things unknown
but longed for still)
새장에 갇혀 자랐기 때문에 바깥세상의 자유로운 삶에 대해 알지 못하고, 그러한 삶을 사는 데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지의 삶을 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있다.
인종차별의 철폐를 요구하며 투쟁함에 수반되는 고통과 희생은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등과 자유를 쟁취하려는 흑인들의 강한 열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갇힌 새가 우는 소리는 멀리까지 울려 퍼지고 있다. 그것이 '자유를 노래하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인종차별 철폐, 평등과 자유는 보편적인 가치로서, 이를 요구하는 억압된 계층의 정당한 주장은 전 사회적 공감을 얻고 퍼져 나갈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넷째, 다섯째 연에서,
다시 한번 자유로운 새와 갇힌 새를 대비시키고 있다.
자유로운 새는 나무들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부드러운 바람과 새벽 잔디 위에 기어 다니는 살찐 벌레들을 생각하고 있다.
'부드러운 바람" (breeze, trade winds)이 나무가 '한숨 쉬듯이' (sighing) 가볍게 스쳐가며 불고 있다고 하였다. '무역풍' (trade winds)은 배들이 항해하기 좋게 부는 순한 바람이다.
새벽 잔디 위의 살찐 벌레들은 새들의 먹이이다. 흑인들을 차별하여 온갖 궂은일을 시키며, 그 희생 위에 잘 사는 백인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새장 속에 갇힌 새는 모든 꿈을 잃고 비참한 상황에 있다. '꿈의 무덤' (grave of dreams) 위에 서 있다고 하였다. 그림자처럼 살며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날개는 짧게 잘리고, 발은 묶여 있기 때문에, 갇힌 새는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다시 한번 말하고 있다.
여섯째 연은,
셋째 연을 반복하고 있다. 갇힌 새가 부르는 자유의 노래가 저 멀리 산등성 너머로 널리 퍼져 나갈 것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평등과 자유가 있는 미래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강한 염원을 담고 있다.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By Maya Angelou
A free bird leaps
on the back of the wind
and floats downstream
till the current ends
and dips his wings
in the orange sun rays
and dares to claim the sky.
But a bird that stalks
down his narrow cage
can seldom see through
his bars of rage
his wings are clipped and
his feet are tied
so he opens his throat to sing.
The caged bird sings
with fearful trill
of things unknown
but longed for still
and his tune is heard
on the distant hill
for the caged bird
sings of freedom.
The free bird thinks of another breeze
and the trade winds soft through the sighing trees
and the fat worms waiting on a dawn-bright lawn
and he names the sky his own.
But a caged bird stands on the grave of dreams
his shadow shouts on a nightmare scream
his wings are clipped and his feet are tied
so he opens his throat to sing
The caged bird sings
with a fearful trill
of things unknown
but longed for still
and his tune is heard
on the distant hill
for the caged bird
sings of freedom.
[출처] 짧은 영시 (67-2) 마야 안젤루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작성자 차일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