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판매 증권사 CEO 제재도 속도 내나
무더기 중징계 확정시 지배구조 격랑 속으로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판매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에 속도를 내면서 증권가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당초 금융감독원의 제재가 경감되리란 업권의 기대와 달리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연말 인사를 앞두고 비슷한 징계를 받은 증권사 CEO들의 거취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일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제재안을 논의, 원안인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지난해 2월 라임펀드 판매사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사전 통보가 이뤄진 지 1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일 소위원회를 열어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징계 수위의 적절성과 관련해 위원 간에 격론이 벌어졌고, 투표를 통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결과 중징계 원안에 대한 찬성이 반대를 압도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소수 의견을 피력한 위원들도 있었지만, 이들 역시 이후에 원안에 동의하면서 손 회장 안건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됐다.
위원들 사이에선 금융기관이 상품 판매의 전 과정에 책임을 지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은행 측이 이에 둔감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에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회사의 책무를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존 제재 수위를 유지하는 데 뜻이 모였다.
당초 손 회장의 제재를 두고선 의견이 분분했다. 라임펀드 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한 중징계를 두고 사법부가 금융당국의 징계가 과도하다는 데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에선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제재 수위도 경감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가 유지되면서 손 회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지자 금융위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는 증권사 CEO들도 대거 중징계가 확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증권사 현직 CEO는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다.
양 사장과 박 사장은 라임펀드, 정 사장은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각각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통보받은 바 있다.
이들은 금감원의 사전 제재 통보 결과와 관계없이 지난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최종심이 나지 않는 당국의 제재는 임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판매사 CEO에 대한 제재는 금감원 제재가 과했다는 평가와 함께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감경되리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자칫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결정인 만큼 금융위가 중징계를 강행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금융위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행정소송 등 가능한 사법당국의 다양한 판례 결과를 지켜보고 최종 결정을 내리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함 회장이 올해 3월 손 회장과 달리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 중징계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 패소하면서 금융권도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금융위가 손태승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확정하면서 최종심을 앞둔 증권사들도 덩달아 긴장하는 모습이다.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에서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현재 임기를 마친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무엇보다 CEO 제재는 해당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파장이 만만찮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이들에 대한 금융위의 최종심이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금융위는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최종 제재가 장기화한 만큼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일 열린 시중 은행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금융시장이 몹시 어렵긴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더 미룰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사안이 너무 지체되고 있다는 국회의 지적도 있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연말 전에 정리해야 될 것들은 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사례와 증권사의 제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판매 규모나 상황 등에 차이가 크다"며 "다만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유지된 데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다. 금융당국의 판단을 존중하겠지만, 지배구조와 연관돼 있다 보니 걱정스럽다"고 귀띔했다.
[연합인포맥스] 202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