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 지킴이는 매년 학생과 교사들의 평가를 받고 그 점수가 교육청에 보고된다. 부산에서 3년간 배움터지킴이를 할 때엔 학생과 교사들이 준 평가는 나쁘지 않다는 소리만 듣고 교장 교감 장학사 선생님의 평가가 최상이었다. 학생들 분위기가 너무 안좋은 학교라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많이 귀찮게 할 수밖에 없었으니 불만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내가 귀찮게 할 일이 없는 관리자들은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이 좋기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선 너무나 행복한 일이 발생한다. 배움터 지킴이 담당 교사가 당직실로 나를 찾아와 연말 평가에서 너무나 어마어마한 점수를 받았다며 치하를 한다. 학생들이 준 점수도 너무 높아서 어리둥절하지만 선생님들의 평가가 더욱 좋단다.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100% 모든 교사가 최고점을 주었단다. 처음에는 상당히 걱정스러웠던 학생들이 지속적인 지도와 함께 금방 정상 궤도로 돌아와 학생과 교사들 모두를 크게 귀찮게 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가끔 이런 점수를 받는 분들이 있긴 있는건가?
다른 건 불명확하지만 평가단이 수십명 규모에 이르면 100% 의견일치 최고점은 인간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점수이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기분이 좋아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애들하고 재미나게 놀고 존경과 칭찬도 받으니 이보다 더 좋은 배움터 지킴이 인생은 없을 것 같다. 국가유공자 문제로 인한 우울증이 일거에 날아간다.
모든걸 다 알면서도 국가가 국가유공자 대우를 안해주고 교육공무원이 국가 기관으로서의 자부심이 부족하거나 교육외적인 내용을 중시하여 학교보안관을 안시켜주면 어떠한가? 내 곁에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나를 최고로 대접해주는데... 과거의 학생들이 40대 초반인 나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고, 과거의 동료선생님들이 다면평가 1위를 내가 병으로 다시 쓰러지기 전까지 두번이나 몰아주고, 과거의 교장 교감 선생님이 나이든 선생님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30대 초반의 나에게 부장 교사를 맡기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