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시대에는 종종 하나님께서 어떤 한 인물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을 행하십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은 영적으로 매우 어두운 상태로 그 역사(歷史)가 진행되었지만, 영적으로 가장 어두운 시대는 오므리(Omri) 왕으로부터 시작된 오므리 왕조였습니다. 그 정점(頂點)에는 아합 왕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하나님께서 사용하셨던 걸출한 선지자는 엘리야(אֵלִיָּה, Elijah)였습니다. 엘리야는 아합 왕 때부터 선지자로서 활동을 시작하여 아하시야 왕에 이를 때까지 사역하였습니다.
아하시야가 죽고 여호람(요람)이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이 된 이후부터 엘리야를 대신하여 엘리사(אֱלִישָׁע, Elisha)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선지자로서 활동하게 됩니다. 엘리사는 이스라엘의 제9대 왕인 여호람(요람) 왕 때부터 선지자로 활동을 시작하여 제12대 왕인 요아스[Joash, 여호아스, Jehoash] 때까지 사역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여전히 영적인 암흑에 싸여있는 때에 하나님에 의해 놀랍게 사용되었던 엘리야가 그 시대를 마감하고 하나님께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특별한 방법으로 엘리야를 데리고 가려고 하셨습니다(1절). 아마 이러한 하나님의 계획은 엘리야와 엘리사, 그리고 그 당시에 엘리야를 통해 선지자로 훈련받고 있던 제자들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선지자의 제자들은 엘리사에게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엘리사의 머리 위로 데려가실 줄을 아느냐고 묻는 장면들이 계속 나옵니다(3절, 5절). 그러나 이러한 제자들의 질문에 엘리사는 “너희는 잠잠하라”고 응답합니다(3절, 5절).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특별한 방법으로 데려가시려는 것에 대한 너무 소란을 떨지 말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잠잠히 지켜보라는 의미로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엘리야는 길갈(Gilgal)을 떠나 벧엘(Bethel)로, 그리고 여리고(Jericho)로 갔고, 맨 마지막에는 요단(Jordan)으로 갔습니다. 길갈과 벧엘과 여리고는 모두 선지자 학교가 있었고, 이 지역을 방문한 이유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그곳으로 가도록 보내셨다고 하는 엘리야의 말로 보아(2절, 4절, 6절)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는 그 지역들에 있는 선지자 제자들을 마지막으로 만나게 하시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선지자 제자들도 잘 깨닫게 하기 위함일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렇게 이동할 때마다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말합니다(2절, 4절, 6절). 이 말씀들을 보면 “하나님께서 나를 OO으로 보낸다”고 말함으로 하나님께서 엘리사와 함께 가라고 하신 것이 아니었음을 시사(示唆)해 주고 있지만, 전체적인 부분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하나님께서도 엘리사의 굳은 마음을 시험하시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따라오지 말고 그냥 머물라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사는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과 당신의 영혼이 살아 있음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당신을 떠나지 아니하겠나이다”라고 말하며 반드시 엘리야와 함께할 것이라는 굳은 마음을 보여주었고, 엘리야는 엘리사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하나님도, 엘리야도 엘리사가 엘리야를 이어 영적으로 어두운 이스라엘을 위해 하나님의 일꾼으로 쓰시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여기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요단에 이르러서는 선지자의 제자 오십 명이 멀리 서서 엘리야와 엘리사를 바라보았고(7절), 엘리야는 자기의 겉옷으로 요단 강의 물을 이리저리 쳐서 갈라지게 하여 요단 강을 마른 땅처럼 걸어서 건넜습니다(8절). 엘리야의 겉옷은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주신 영적 능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요단 강을 건넌 후에 엘리야는 엘리사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고, 엘리사는 “당신의 성령이 하시는 역사가 갑절이나 내게 있게 하소서”라고 답했습니다(9절). 이러한 엘리사의 말에 엘리야는 “네가 어려운 일을 구하는도다”라고 말하며 만약 엘리사가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데려가시는 것을 보게 되면 그 일이 이뤄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답합니다(10절). 성령께서 하시는 역사(役事)는 엘리야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어려운 일을 구하는도다”라고 답한 것입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역사는 전적(全的)으로 하나님의 주관이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는 영적으로 어두운 이스라엘 땅에서 주님의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성령의 강력한 역사(役事)가 필요하다는 것을 엘리야의 사역을 지켜보면서 깨달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엘리야보다 더 부족하다가 생각한 자신에게는 엘리야에게 주신 능력의 두 배는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엘리야에게 주신 성령의 능력의 갑절을 구하는 엘리사의 간구는 욕심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겸손함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고,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고서는 이 어두운 시대에서 사역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화 후에 하나님은 불수레와 불말들이 엘리야와 엘리사를 갈라놓게 하고, 엘리야는 회오리 바람으로 하늘에 들려올라 갔습니다(11절). 한 시대에 하나님에 의해 걸출하게 사용되었던 엘리야가 하늘로 들려올라 가서 이젠 엘리사가 엘리야가 했던 사역을 이어받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엘리사는 사라져 간 엘리야를 향해 “내 아버지여, 내 아버지여”라고 부르짖으며 “이스라엘의 병거와 그 마병이여”라고 외칩니다. 이스라엘의 병거와 마병이란 말은 엘리야가 이스라엘의 병거와 마병처럼 든든하게 사역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엘리야가 떠난 후 엘리야의 몸에서 떨어진 엘리야의 겉옷을 가진 엘리사는 “하나님 여호와는 어디 계시니이까?”라고 외치며 요단강의 물을 치자 요단강이 갈라져서 엘리사가 요단강을 건넙니다(14절). 엘리야에게 임했던 하나님의 능력이 엘리사에게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하나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었던 엘리사의 질문은 하나님의 부재(不在)를 한탄하는 외침이 아니라, 엘리야에게 역사하셨던 하나님께서 이제 자신과 함께하셔서 역사해달라는 외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은 어디 계십니까? 이제는 저와 함께해 주셔서 하나님의 능력을 제게 베풀어 주시옵소서”라는 의미의 외침이라 여겨집니다.
열왕기서는 남왕국 유다와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들에 대해 기록한 내용이지만, 영적인 어둠으로 가득한 시대에 하나님께서 유다와 이스라엘에서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한 일꾼들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기록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왕들이 하나님을 거역하고 자기 멋대로 행할 때에 하나님은 선지자들을 통해 따끔하게 경고하시기도 하고, 하나님의 심판과 징계도 행하셨습니다. 이제 엘리야의 시대는 지나갔고, 엘리사라는 인물을 통해 하나님께서 계속 일하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실 하나님의 종들이 필요합니다. 이 어두운 시대에 오직 하나님의 능력만을 의지하며 자신을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 하나님의 일을 행할 자들이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사용하시길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사용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며 하나님께 온전히 순종하는 종들이 계속 생겨나길 기도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