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 류수정 디자이너서울 25개구 1년간 전세·매매가 상승률 상위 5개지역 한강 기준으로 갈려
재건축 규제완화 등의 정부 정책 영향, 투자와 실수요 양분화(세종=뉴스1) 진희정 기자 = 최근 1년간 서울의 주택시장 가격추이를 살펴본 결과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권은 전세시장이 강세를 보인 반면 강남권의 경우 매매시장의 선전이 돋보였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분리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27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간 서울 25개 자치구별 매매가와 전세가를 비교한 결과 전셋값 상승률이 높았던 상위 5개구는 Δ동대문구(12.92%) Δ서대문구(12.58%) Δ용산구(12.24%) Δ중구(11.59%) Δ동작구(11.15%) 등으로 조사됐다. 동작구를 제외한 4개구가 강북에 위치해 있다.
반면 매매가 상승률은 반대다. 상위 5개구 가운데 4개구가 한강 이남지역에 있다. 최근 1년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구는 강남구(4.06%)였으며 서초(3.66%)·송파(2.67%)·양천(2.31%)·성북(1.67%) 순이었다.
특히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는 1년 전 대비 -0.73% 가량 떨어져 서울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에 머물렀던 반면 전세값 상승률은 12.24%로 3위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1년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상승곡선이 다른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강북권의 경우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됐고 강남권은 재건축 위주의 투자시장이 강세를 보인 탓으로 분석했다.
더욱이 발표 당시부터 재건축 완화에 초점이 맞춰진 9·1 부동산대책이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시켰다는 의견이다.
9·1 부동산대책은 Δ재건축 연한 단축 Δ소형의무비율 폐지 Δ안전진단 기준을 완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재건축 추진이 활발한 한강 이남지역에 혜택이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실제로 9·1 부동산대책 이전인 8월말과 발표 후 두달 뒤인 10월말 서울의 각 구별 ㎡당 평균매매가를 분석한 결과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지역의 가격 상승률이 컸다.
양천구가 2.13%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강남구(1.76%)·서초구(1.31%)가 뒤를 이었다. 또 고덕지구·둔촌지구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동구(1.26%)와 가락시영 등의 재건축 호재가 있는 송파구(1.17%) 등의 상승률도 남달랐다.
이런 영향 탓에 9월과 10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 가운데 1순위 마감단지는 모두 강남권에서 나왔다. 이 기간 동안 강남3구내에서만 8개 단지가 1순위 마감됐지만 강북권에서는 3개단지가 나와 모두 3순위 마감에 그쳤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분양시장은 입주까지 보통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당장 집이 필요한 사람들보다는 투자와 거주를 병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강북권 실수요자들은 1순위 통장을 사용하면서까지 집을 구입할 생각이 적기 때문에 3순위 청약에 사람들이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같은 한강 이남 지역에서도 다시 양분화됐다. 동작구(11.15%)나 영등포구(10.53%) 등 전세가 상승률이 높은 곳은 도심권 출퇴근자 등 실수요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오히려 강북권과 비슷한 분위기다.
예컨대 이달 영등포구에서 분양하는 '당산역 롯데캐슬'이나 '래미안 에스티움' 등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전용면적 85㎡이하의 중소형 위주의 설계에 주변 직장인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등 지역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매매가는 주로 투자수요가 전세가는 실수요가 값을 올리기 때문에 매매가 상승폭이 높은 곳은 집값 상승의 여지가 높고 전세가 상승폭이 높은 곳은 생활환경이 좋은 곳이 많다"며 "연내 주택구입을 생각하는 수요자들이라면 이들 지역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자신의 자금사정과 기반지역을 꼼꼼히 따져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