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주거 25-6, 이제 누군지 알았다
“냉장고에 가지 있어요.”
“가지는 누가 주셨어요?”
“몰라요. 그냥 들었던대요.”
“호박은요? 두 개나 있네요.”
“호박은 또 누가 줬을꼬? 자꾸 문 앞에 누가 놓고 가요.”
“누가 두고 간 건지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옆집에서 그런 것 같다고 어르신이 그러셨어요. 건강원인지 재료상인지는 몰라도 간판 걸려있는 집 아닌가 싶어요.”
“그런가? 고맙다, 누군지 몰라도.”
작년 이사온 이후로 아저씨 댁 현관 앞에 수시로 놓인 상추, 호박, 가지….
처음에는 아저씨 댁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분이 그러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닌 것 같았다.
어제 아저씨는 옥수수 작업을 마치고 사과주스 한 상자를 가지고 퇴근했다.
“사모님이 나눠 먹으라고 퇴근할 때 주더라꼬요. 옆집하고 나눠 먹으만 안 되겠소? 자꾸 호박하고 가지도 주는데.”
“그러시겠어요? 감사 인사는 드려야지요.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사실 어떤 분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과주스를 나눠 담아 옆집으로 향했다.
“이거요. 옆집이라요.”
“아저씨, 이게 뭔가요?”
“사과주스요.”
“왜 이걸 저희에게 주시는 건가요?”
인사하고 전후사정을 이야기했다.
“어쩌죠? 우리가 가져다둔 게 아닌데. 아마 2층 아주머니께서 그러신 것 같아요. 텃밭을 가꾸시거든요.”
아주머니가 어떤 분인지 얼굴을 뵌 적이 없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2층 계단에 제가 걸어둘게요. 아주머니 들어오시면 옆집에 사는 분이 주신 거라고 대신 말씀 전할게요.”
“그렇게 해주시겠어요?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해주시고요. 어떤 분인지 궁금했거든요.”
“그럴게요. 아마 아주머니가 맞으실 거예요.”
가게 주인에게 인사하고 뒤돌아 나오며 아저씨가 말했다.
“아, 이제 누군지 알았다.”
2025년 8월 8일 금요일, 김향
‘자꾸 문 앞에 누가 놓고 가요.’ 이렇게 감사한 일이…. 좋은 이웃이 있어 감사합니다. 신아름
이렇게 고마운 분이 계셨군요. 남자 둘이 사는 걸 아시고 텃밭 채소를 나눠주신 모양이네요. 누군지 알고 인사드리니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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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웃과 인정이 있는 사회,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의 실상이 이런 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