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번국도를 따라서 정선군을 향해서 달렸습니다. 백복령고개를 넘는데 계기판은 Empty를 가르키고 있더군요.
이거 고개중간에서 기름 떨어져서 끌고 가야될까봐서 조마조마 저속으로 살살 운전했습니다. 해발 600m 700m
고개가 참 높더군요. 내리막길에서는 시동을 끌고 달렸는데 스쿠터 무게때문인지 잘 나가지 않아서 다시 시동걸고
달렸습니다. 기름은 떨어지고 있고 주유소는 안나오고 참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안개를 헤치며 계속 달리니
식당이 있더군요. 식당 아줌마한테 주유소가 어딘지 물어보니까 고개하나만 지나면 있다고 해서 기쁜 마음에
고개를 넘어가니 역시나 주유소가 있더군요. 기름을 가득 채우고 가뿐한 마음으로 달리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억수로 많이요.
[비가 오면 무조건 지붕있는 곳에 가서 쉬었습니다. 그래도 지체할 수가 없어서 우비를 입고 다시 달렸죠]
정선에서 재미있는 쉼터가 있어서 정차를 했습니다.. 쉬는 도중에 보니 50cc 두대를 탄 남녀가 제가 달려온
길을 가고 있더군요. 잠시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다가 카메라를 눌렀습니다.
[양석과 음석. 음양의 조화를 위해 같은곳에 놓아두었습니다.]
정선시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군요. 황급히 버스정류장앞에 스팅거를 세우고 비가 그칠때까지
기다렸습니다. 한시간을 기다려도 비가 그치지 않더군요. 비가 약해질 즈음 우비를 입고 따끔따끔한 비총을 맞으면서
평창으로 향했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우리는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달려야하지만 가끔씩 휴식도 필요하지 않나 감상에
젖어보았습니다.]
평창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평지인것 같은데 해발 4~500미터였고 어느새 저녁이 되어 어둑어둑해지는데
주위에는 산밖에 없고 비는 오고 시야도 제대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행이 산골오지인지 자동차가 다니지 않아
안전하긴 했지만 귀신이랑 같이 달려도 전혀 이상할것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억수같은 비를 맞으면서 평창시내로
진입했습니다. 한바퀴 휙 둘러보니 모텔 같은건 전혀없고 피시방이 하나 있어서 바로 들어갔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원주시로 가야 숙소가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비에 젖은 속옷을 갈아입고 피시방주인아줌마께 원주시는
어느 길로 가느냐고 물어보니 뭘타고 가는지 물어보길래 오토바이타고 간다니까 놀라는 눈으로 오토바이로 가기엔 너무
먼 거리라고 하시길래 그래도 간다고 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별달리 길을 잘못들지 않고 지도를 보면서 잘 찾아다녔습니다.
원주로 가는 길은 다행히 비가 점점 그쳐 흰 달을 보면서 갈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이 나와서 몇개 사먹고 다시 달렸습니다.
원주에 도착하니 여관도 많고 모텔도 많이 보였습니다. 여긴 3만5천원으로 시설좋은 모텔에서 하룻밤 잘 수 있었습니다.
컵라면도 두개 있어서 다음날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마지막날. 이제 서울로 돌아가면 됩니다. 그래도 원주에서
하룻밤 잤든게 아까워서 구경할 수 있는 곳은 다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여주에 보니까 신륵사가 있길래 가는데 자동차
전용도로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조금 가다 끝나겠지 했는데 엄청 길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저 앞을 보니 경찰차가
세워져있고 경찰이 무비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찔끔했지만 옆으로 쑤욱 지나가 버리자 경찰이 놀라서
쳐다보더군요. 자동차전용도로는 신륵사로 가는길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신륵사 전경]
[신륵사에 붙여져 있던 포스터. 오래전부터 쌓여왔던 것이 지금 폭발하고 있습니다.]
이천에 있는 공원에서 쉬고 바로 서울로 달려왔습니다. 2박 3일동안 700km정도를 달렸네요.
목표한 것에는 미치지 않지만 나름대로 의미있고 재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거리를 달렸지만 제 스팅거는 여전히 잘 달려주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전라도 쪽이나
제주도로 가보고 싶습니다. 가끔씩 단거리로 가는것도 좋지만 장거리로 오랫동안 갔다오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이 된다는것을 이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바로 출발하세요^^
첫댓글 와...수고하셨네요....저도 좀 운전이 좀더 익숙해지면 도전해 볼꼐요 ㅎ.ㅎ
바이크와 여행중에 힘든게 비을 만나는게 아닌가 싶어요. 위험도 하지만 기분이 다운.. 고생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