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무엇일까

[겨울산]

요즘 이런 질문을 머리에 담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야구라는 게임을 설명하기 위해 몇 개의 어휘가 필요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야구가 무엇이냐고 어떤 어린아이가 질문한다면 무엇이라고 답해야 할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래 전에 [드래곤볼]이라는 만화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동료와 함께 드래곤볼이라는 공을 찾아나서는 이야기였습니다. 드래곤볼이라는 공을 일곱 개 모으면, 그 공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잡아내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공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잡아야 한다는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어휘는 [공]이라는 명사와 [잡다]라는 동사로 보입니다. 예전에 영어 공부할 때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명사와 동사가 제일 중요해. 뭐 이런  얘기.

생각을 해보았는데 야구도 결국은 [공을 잡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공을 던지고 잡는 게임]인데 던진다는 얘기까지 파고들면 글이 더욱 길어질 것 같으니까 잡는다는 행위에 초점을 두고 써보려고 합니다.

드래곤볼에서 공을 잡는 사람은 결국 소원을 이루게 됩니다. 야구도 마찬가지에요. 공을 누가 먼저 잡느냐가 핵심입니다. 투수가 공을 던져서 게임이 시작되면 타자는 포수가 공을 잡기 전에 공을 잡아야 합니다. 다시요. 타자가 공을 잡아야 한다고요? 네. 타자는 포수가 공을 잡기 전에 방망이로 공을 잡아야 합니다. 공을 잡아서 때리는 거죠. (또는 수비자인 투수가 던지는 개념에 상응해서 공격자인 타자는 방망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공을 던진다고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잡는다]는 말에 대해서 주로 생각해보기로 했죠. 포수가 잡기 전에 타자가 방망이로 잡아서 보내는 공은 지면에 닿기 전에 수비수가 잡아야 합니다. 먼저 빨리 잡아야죠. 여기서 야구에 [시간과 속도]란 개념이 들어섭니다. 수비수는 타자가 때린 공이 지면에 닿기 전에 공을 먼저 빨리 잡아야 한다는 것. 또는 공을 때려낸 순간 주자로 변신한 타자가 베이스라는 [공간]을 점령하기 전에 수비수가 먼저 공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승리한다는 것. 그래야만 소원을 이룬다는 것.

여기에 드래곤볼과 야구의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것.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합니다. 야구는 인생이다. 그런 얘기들을 합니다. 왜 야구를 인생이라고 할까. 왜? 왜? 왜?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야구는 무엇일까요? 결국 공놀이입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드래곤볼처럼 공을 잡는 게임이죠.

그럼 공이 무엇인가요? 공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야구가 인생이 되나요? 결국 공은 여러분의 드래곤볼입니다. 지금 이사람 무슨 얘길하고 있어? 드래곤볼이라니? 이렇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공을 남보다 먼저 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공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돈, 명예, 권력, 사랑, 직업, 사업, 꿈...... 뭐 이런 것들이 될 수 있겠죠. 공이 의미하는 것은.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프로포즈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그래요. 그 여자, 그 남자를 잘 잡아야죠. 오늘 거래처 담당자를 만나십니까? 그래요. 그 사람을 잘 잡아야죠. 지금 취업하려고 공부 중입니까? 그래요. 열심히 해서 직장 잡아야죠. 지금 승진을 하고 싶습니까? 그래요. 이제 부장 자리 잡아야죠.

야구 선수가 각자 자기의 마운드와 타석과 수비 위치에서 공을 잡으려고 하듯이 여러분도 매일 자신의 타석에, 마운드에, 수비 위치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또한 다른 사람보다 먼저 공을 잡으려고 하죠. 공을 먼저 잡아서 승리하고 싶어하고 소원을 이루고 싶어합니다.

생각이란 저에게 참 재밌는 놀이입니다. 생각 때문에 때로는 피곤해지고 생각 때문에 상처받고 괴롭고 힘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듯이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야구라는 게임은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공을 잡는다는 간단한 말에 착안해서 얼마든지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야구에서 나오는 다른 말로도 얼마든지 생각을 이어가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들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글스 선수들이 공을 잘 잡아서 승리해야 하듯이, 여러분도 각자의 위치에서 공을 잘 잡으셔서 승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휴식이 끝나면 이글스 선수들은 내년에는 공을 잘 잡기 위해서 연습과 훈련을 하게 될 겁니다. 펑고부터 시작해야겠죠? 왜요? 야구란 결국 공을 잡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글스의 선수들과 우리들은 모두 손오공입니다.

[benz]

내년엔 권혁이 초사이언이 될거같기도 합니다 .. 상상해 버렸네요ㅎㅎ

[참수리]

감독님이 초사이어인이 되실 것 같은데요.. ㅎㅎ

[겨울산]

권혁이 좋아진다면 다행이죠. 그러나 저는 인간이 그렇게 강한 존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권혁이 특별하다면 한 단계 발전한 투수가 될 수도 있겠죠. 사람이란 전부 다르니까요.

[benz]

그분이 초사이언되면 공던지러 마운드 올라가실듯 해서 그러면 아니되오~

[benz]

소망입니다 탈없이 대전아이돌로 쭉남아주길 바래봅니다

[新창천항로]

겨울산님도 깊이와 필력이 느껴지네요. 좋은글 많이 보길 바래봅니다

[겨울산]

제가 [야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야구를 생각하면서 본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야구란 무엇일까]라는 질문 속에서 몽상만 하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참수리]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야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웁니다. 드레곤볼이 나쁜 만화라고 평가한 글이 생각나네요. 강해지는 것 외에 어떤 가치도 남아있지 않은 만화라고 평하더군요. 공을 잡기위해 어떤 가치도 포기하는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요...

[겨울산]

야구는 생각하는 즐거움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게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드래곤볼에 대해 제가 얘기한 것은 손오공이 공을 잡으려고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였는데, 님의 글을 보면 여기에서 이글스의 현실과 관련된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도 있네요.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겨울산]

생각해보니까 무엇인가를 잡아야만 살 수 있는 건 인간만이 아니네요. 세상의 모든 생물이 그렇습니다. 사자 또한 물소를 잡아야 하고, 물소는 풀을 잡아야 하고, 풀은 공기와 물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모두가 손오공이고 야구 선수네요. 상황이 이렇다면 야구가 진행되는 그라운드라는 공간은 대자연을 형상화한 것으로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라운드가 초록색인 이유가 있었네요. 오오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