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치하에서 동로마 제국이 유스티니아누스 이래 최대 영토를 자랑했다고 되어있지만..
사실 그가 새로 정복한 땅은 얼마 없습니다.
불가리아, 시리아, 아르메니아, 일리리아 지역들은 사실 그의 전임 황제들인 니케포로스 포카스와
요한네스 티미스케스가 이미 정복했던 땅들이죠.
그 땅들 일시 잃었던 것도 원인은 요한네스 티미스케스가 죽으면서 휘하 장군들이 들고 일어난
혼란에 있었던 거고...
다들 동로마의 트라야누스를 연상하지만, 제가 보기에 바실리우스는 트라야누스나 카이사르와는 달리 전쟁보다는 다른 쪽에 더 재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 - 사회 구조 재조직, 이런 거 말이죠.
병사들이 죽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하는데, 이유는 그 사람이 병사들을 별나게 사랑해서가 아니
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으로써는 병사들이 일종의 뽑기 힘든 "Unit"이었기 때문에, 유닛이 죽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을 뿐이죠. 뽑기 힘드니까. (출산률도 다른 데 비해서 좀 좋지 못했고.)
동시대의 사람들은 다들, 술도 안마시고 계집이랑 자지도 않으며 춤도 안추고 그렇다고 책보는 것도 싫어하며 예배보는 것도 그저 그래하는 저 사람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 지를 궁금해했습니다.
그리고 끝내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무래도 바실리우스는 우리가 롬 토탈워를 하는 마인드로 나라를 운영했던 것 같습니다.
절대 같은 쪽수로 붙는 것을 피하고, 군사적 모험은 아예 하지를 않는 게 이사람의 특징인데,
전쟁 천재들 중에 이런 사람 거의 드물다고 합니다. 주변인들에게 일체의 판타지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주요 특기중에 하나였다고 해야 할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실리우스 2세가 위대한 것은......
특권층의 계속되는 권리 확대 요구를 무참하게 짓밟아버렸다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보통 용기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군사 귀족들의 토지 겸병, 수도 관료들의 축재 및 부정 부패, 소농의 몰락.....
바실리우스 2세는 이런 현상을 하루 아침에 벼락치듯 몰아쳐서 끝내버렸죠.
그간에 불법으로 얻은 토지가 정말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인지 입증해야 하는 의무를 당시의 특권층 귀족들은 지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안 뱉을려고 했죠. 그러자 바실리우스 2세는 여기에 대해 정말 말도 안되는 규칙을 제시합니다.
"니들, 자꾸 너희들 땅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거라고 뻥치는 데....... 정히 그러면 니들현재 가진 땅이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부터 물려받은 거라는 증거를 가지고 와. 그럼 인정해 줄께. OK?"
물론 당대의 특권층 귀족들은 바실리우스가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저히 불가능한 조건이었거든요.
아우구스투스가 죽은 지가 근 천년이 다 되가 백골이 진토되어 없어졌는데 대체 뭘 어쩌란 말인가.
아우구스투스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겠네.
물론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거짓말의 명수라는 것도 말이죠. "내가 인정안하면 그만이야."
바실리우스 2세가 사정을 안봐주는 대상은 불가리아인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 많이 가진 사람은 있었습니다만,
"너희들, 주변에 토지세 못내는 사람 있으면 너희가 대신 내. " "그걸 왜 우리가 냅니까?"
".............그래? 그럼 아우구..." "네, 알겠습니다. -_-;;"
...............
바실리우스가 진정 위대했던 점은 이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권층의 권리 확대 요구를 묵살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권리 보호에 소홀하지 않았던 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책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혜성 정책으로만 흐르지 않았던 점.
쯥, 다음 대통령은 이런 사람 좀 어려울까요? 하긴, 불가능하긴 하죠.
바실리우스 2세같은 경우는 저런 특권층들이 확고한 실체가 있었고, 또 바실리우스 2세는 외국 야만족
들을 끌여들이는 강수까지 써서 특권층들의 군사력을 물리적으로 확고하게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특권층들이 바실리우스의 말도 안되는 생떼에 저항하지 못했던 건, 이미 무력화된 상태여서 가능했죠.
대선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저 멀고 먼 지중해 역사가 생각나서 한번 올려보았습니다.
첫댓글 으음...상당히...위대하심..
...본좌분들중 하나시지요.
이 양반이 대대적인 귀족 탄압에 나선 계기도 정말 황당...... 아랍 세력이 제국의 동부 지역인 아나톨리아를 공격해오자, 바실레이오스 2세는 군대를 이끌고 이걸 격파해 버립니다. 그 다음에 천천히 아나톨리아를 거쳐 수도로 돌아가는데.... 황제가 온다고 하니까 아나톨리아 지역의 대귀족들이 서로 다투어 가며 황제를 맞이하려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야 황제님이 오신다니까 기뻐서, 최대한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서 황제님을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지만....
정작 귀족들의 성대한 대접을 받은 황제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거 참, 성격도....) 귀족들이 베푸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대접을 받은 황제는 "이것들이 국가 재산을 얼마나 삥땅쳤길래 이렇게 흥청망청이야?" 라고 생각하죠... 그게 다 자기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건데... 그래서 존 노리치의 말을 빌리면 "화가 나서 꼭지가 돌아버린" 바실레이오스 2세는 자기를 열심히 대접해준 귀족들을 재산 내놓으라고 들들 볶게 되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황제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어서 그런건데...
FM황제였군요...Field Menual
".............그래? 그럼 아우구..." "네, 알겠습니다. -_-;;"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우 재미있는분이네.;;
젊은 시절에는 나름대로 여색도 밝히는 "정상적인" 황제였지만 몇차례 반역을 겪은 이후 무기질처럼 차가운 성격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제국의 영광을 위해 오로지 효율성만을 추구한 임금이죠. 외척 문제조차 미연에 방지하려고 했는지, 평생 결혼도 안 했음....병사나 백성은 물론이요, 본인 자신조차 제국의 소모품으로 간주한 것 같습니다. ;;;;;;
국가의 지도자란 저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것 아닐까요? 로봇처럼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람... 그러면 사회가 너무 삭막해질려나?
옛날 옛날에 우리 보다 앞써 토탈워 하는 생각으로 나라를 운영하다니....최초의 토탈워 플레이어군요?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게 치명적인 약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