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왠 일인가
하루 아침에 일신한다더니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인가
산들 바람이 겨드랑이를 파고드니 아우르는 매미소리조차 시원하다
낼 모래 비가 온다더니 비 소식이 몰고 왔는지 처서 절기의 기운인지
칠월칠석이라 견우성과 직녀성의 사랑을 연결해 주려는 오작교를
놓는다고 오만 까마귀가 다 모여서 펄럭펄럭 날개짓을 해 댄 연유였을까
내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나뭇가지도 낭창낭창 너울거리고
꽃잎 달고 출렁거리는 저 언덕의 베롱나무의 아름다운 자태도 풍성하다
아무리 덥고 더디다고는 해도 계절은 철을 알고 때를 아는지라
볕은 어느새 배란다를 한자 가웃은 파고들었으니 텁텁한 바람에
볕까지 더하였으니 어제는 눈으로도 덥고 코로도 덥고 몸으로도 덥더라니
어제 저녁 늦게까지 더위에 잠을 못 이루고 설쳤던지 아침나절 해가
눈알을 비추어 깨울 때까지 선선한 바람에 적절한 기온으로 느긋하게
느지막하게까지 뒤척이다가 끈적거리는 잠을 내 쫓고 책상머리에 앉아서
기껏 지어낸다는 것이 아둔한 놈은 얼핏 그리는 것도 서툴고 설핏 생각하는
것도 삐툴다고 하더니만... 이런들 어떠리요 저런들 어떠리요 아침나절
늦잠을 넉넉히 자고 난 개운한 기분을 띄우려는 수작이라도 어쩌리요
창문가득 불어오는 산들 바람에 여유가 가득이고 고마움이 잔뜩이다
두꺼우져서 그러겠지만 어느새 거무튀튀한 초록은 색깔조차 묵직하게
휘청거리는 나뭇가지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출렁출렁 바람을 이기지
못한 파도와 같이 너울너울 동작이 크니 눈 조차 시원함을 더한다
첫댓글 이곳 파주는 어제부터 무슨 심술인지 빗방울이 떨어져ㅈ오늘 종일 후두둑 거리는데,
처서도 칠석날도 나처럼 감추나 봅니다.
연두나 초록이 청록을 지나 북청색까지 내두를 셈이나 바람기는 언제 쯤이나 하다보면 금세 겨울스런 찬기가 나풀 거리겠지요.
아주 느긋함에 곱사등이의 앙증스런 펄떡거림이 보이는 듯한 편한 일상에서,
계절의 미욱함 뒷짐에 쥐어 봅니다.
한꺼번에 오지 않는 가을 바람처럼
오는 듯 가고 가는 듯 오는 까실한 계절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