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안여행 1>
중국 역사의 대 로망 장한가(長恨歌)
2010년 1월, 윈난성(雲南省)의 쿤밍(昆明) 관광에 이어 8월에는 친구 3명과 중국 시안(西安)을 다녀왔다. 시안은 진시황릉(秦始皇陵), 병마용(兵馬俑), 화청지(華淸池) 등 관광꺼리도 많지만 인근의 화산(華山, 일명 花山)이 등산마니아들에게는 알려져 있어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등산과 관광을 겸하여 떠났는데 비가 와서 등산은 구름과 안개 속에 헤매며 고생을 했다.
화산은 온통 바위산이라 험하고 비가 와서 미끄러웠지만 코스가 아기자기하고 스릴이 있어 좋았다.
산시성(陝西省)의 시안은 아테네, 로마, 카이로와 함께 세계 4대 고도(古都)로 꼽히는 도시로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 중 하나인데 BC 11c 부터 AD 10c 까지 13개 왕조(王朝)가 도읍을 정하거나 정권을 세웠던 곳이었다고 하니 역사적 유물 유적은 물론 역사적 이야기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곳이라고 하겠다.
화청지(華淸池)에 세워진 마우저뚱(毛澤東) 친필의 장한가(長恨歌)
시안(西安-옛 이름 長安)관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진시황 병마용과 더불어 장예모 감독이 총 감독을 했다는 엄청난 규모의 ‘장한가(長恨歌)’ 공연이다. 장예모(張藝謀) 감독은 1988년,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던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중국식 오페라 형식인 이 공연은 입장료가 50달러로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보고 나면 입장료가 절대로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용은 당나라의 대 시인이었던 백거이(白居易/樂天)가 당현종과 양귀비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써내려간 대서사시 ‘장한가(長恨歌)’가 그 모티브이다.
놀라운 것은 엄청난 규모의 무대세트인데 공연장은 당현종과 양귀비가 실제로 사랑을 나누었던 화청궁(華淸宮) 건물과 화청지(華淸池/연못) 전체가 무대이고 화청궁 뒤에 우뚝 솟아있는 여산(驪山) 전체가 배경이 된다.
공연은 어스름 땅거미가 질 무렵 시작되는데 그 높은 여산 정상부근에서 엄청난 크기의 인공 초승달이 떠오르는가 하면 여산 전체에 수많은 전구가 켜지면 산이 아니라 수많은 별들이 있는 하늘이 되고, 까마득한 봉우리에서 계곡으로 선녀차림의 배우가 케이블에 매달려 옷자락을 날리며 내려오면 실제로 하늘에서 선녀(仙女)가 하강(下降)하는 것이 아닌가 착각하게 된다.
또 연못(華淸池) 가운데 설치한 엄청나게 큰 무대는 물밑에 갈아 앉았다가 솟아 오르는가하면 물속에서 엄청난 크기의 오작교(烏鵲橋)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산 밑의 거대한 궁궐건물에서부터 좌우의 모든 건물들이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안녹산의 난을 표현할 때는 관람석 바로 앞으로 실제로 말을 탄 병사들이 달렸다고 하는데 언젠가 관람객이 말에 채여 다치는 사고가 난 뒤로는 그냥 병사들이 뛰어 들어오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창칼을 빗겨든 수많은 병사들의 엄청난 함성과 고막을 찢는 대포소리, 작열하는 불꽃과 코를 찌르는 화약 냄새 등... 관객들의 얼을 빼 놓기에 충분하다.
그런 엄청난 스케일에 놀라게 되지만 실제로 이야기의 줄거리는 너무나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 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당태종과 양귀비의 러브 스토리를 이해하는 사람이면 그 내용을 금방 알 수 있는데 그 서글픈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장한가(長恨歌)는 당나라의 천재시인 백거이가 양귀비와 현종의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쓴 칠언고시(七言古詩)로 120구(句) 840자(字)에 이르는 대 서사시이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 연리지(連理枝)’ 부분은 특히 중국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지금까지도 부부의 금실이나 사랑을 이야기할 때 회자(膾炙)되는 유명한 구절이다.
공연에서도 끝부분에 이 ‘비익조(比翼鳥), 연리지(連理枝)’ 부분을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중국 관객들 중에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는 사람이 많았다.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련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기를.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으련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사랑의 한은 끊일 때가 없으리.
♧ 비익조(比翼鳥)- 암수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둘이 합치지 못하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
♧ 연리지(連理枝)- 각기 다른 뿌리에서 장성한 나무에서 가지가 서로 만나 하나로 연결된 나무
장한가는 백거이(白居易/AD 772~846)가 35세 때 산시성(陝西省) 주지현(周厔縣)의 현위(縣尉)로 재직할 시기, 고을의 노인들로부터 근처의 마외파(馬嵬坡)에서 양귀비가 죽은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여 시로 쓴 것이라고 하는데 양귀비가 죽고 50년 쯤 지난 후의 일이다. 이 사랑의 대서사시(大敍事詩)는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첫째 부분은 양귀비가 총애를 받고 안녹산의 난이 일어나 양귀비가 죽는데 까지,
둘째 부분은 양귀비를 잃고 난 후의 현종의 쓸쓸한 생활,
셋째 부분은 죽어서 선녀가 된 양귀비와 다시 만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백낙천의 장한가는 동양 최고의 사랑의 서사시로 평가 받는데 당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암송하고 다녔다고 한다. 특히 기녀(妓女)들에게 인기가 있어 장한가를 모르면 기녀가 아니라고 할 정도였다고 하고 한국과 일본까지 알려졌다고 한다.
* 우리동네 열우물 뒷산에도 연리지가 있다. 그런데 구청에서 세운 안내 팻말이 조금 잘못 되었다.
백낙천이 지은 '연리지'라는 시에~~ 가 아니고 백낙천이 지은 '장한가'라는 시에~~ 라야 맞다.
* 또 한가지.... 우리 성당 보좌신부님 강론말씀 중 '호봉산'을 오르셨다고 하셨는데
산 이름이 '호봉산'이 아니고 '함봉산'이 맞다. 구청에서 세운 안내 팻말에 '호봉산'도 있고 '함봉산'도 있어서 사람들이 헷갈린다. '함'자는 좀 드문 한자로 '갈 거(去)' 옆에 '범 호(虎)'를 붙여 쓴 글자로 '호랑이 크게 울 함' 자다. 사람들은 '범 호(虎)'자가 있으니 자칫 '호'로 읽기 쉽다.